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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Monthly] 한국 프로야구, 다시 암흑기로 접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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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프로야구의 흥행가도에 대해 논할 때다. ‘800만 관중 시대’라는 말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2016년 첫 800만 관중을 돌파했던 KBO리그는 2019년 728만 6008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3년 만에 700만대로 추락했다. 양적인 부분에서만 후퇴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최근 KBO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이렇게 다시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걸까?


에디터 최홍서 사진 두산 베어스

#800만 관중 실패, 원인 파악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KBO리그는 2017년 840만 관중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정운찬 총재가 부임한 첫해 약 32만이 줄어든 807만에 그쳤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019년에는 18시즌에 비해 80만 가량이 줄어들면서 4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는커녕 750만 대 수성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역사상 세 번째로 전년 대비 많은 관중이 감소한 불명예스러운 해였다.


이에 정운찬 총재는 전력 불균형이 관중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초반부터 강약 구도가 고착돼 경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이는 과연 정확한 분석이었을까. 관중 감소가 작년에 갑자기 나타난 문제점이었다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리그 전력이 평준화됐고 포스트시즌에서 역대급 업셋 시리즈를 펼쳤던 2018년에도 관중수가 줄었던 것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물론 당시에도 이유는 있었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동안 팬들이 리그에 흥미를 잃었다”는 게 그의 견해였다. 마찬가지로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있었던 2014년에는 오히려 6만 7천970명의 관중이 증가했지만 말이다. 만약 올해에도 KBO리그의 관중수가 줄어든다면 아마도 언론과 야구계는 프리미어 12에서의 부진을 원인으로 꼽을 것이다. 결국 또다시 선수 탓, 감독 탓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클린 베이스볼은 어디로?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리그의 주연인 만큼 그들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 KBO의 실망스러운 행보가 관중수 하락이라는 불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다. 임기 종료까지 1년을 앞둔 현 상황에서 정운찬 체제는 얼마나 많은 약속을 지켰는가?


시간을 되돌려 2018년 정운찬 총재가 처음 취임했을 때를 떠올리자. 당시 정 총재는 프로야구의 산업화를 외치며 'KBO.com'을 만들어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로 ‘클린 베이스볼 정책‘을 시행해 깨끗한 KBO리그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KBO.com에 대해서는 이야기할만한 거리가 없다. 작년 중순 인터뷰에서 “외부 전문 업체에 여러 사안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며 곧 보고서를 받는다고 했지만, 이후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들려오는 게 없으니 뭔가를 말할 수도 없다.


또 다른 공약인 클린 베이스볼 정책은 정 총재의 취임 1년 차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예방 교육과 강력 제재를 통해 깨끗한 리그를 만들겠던 KBO가 정작 사내 성추행에 대해서는 함구했던 사실이 밝혀져 비난을 샀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지만 처음 클린 베이스볼을 외쳤던 당사자는 해당 정책에 대해 만족하는 모양새다. 정운찬 총재는 지난 10월 16일 “예방 교육과 강력 제재 두 가지를 크게 강화했다”며 “도박 유혹을 자진 신고하는 등 예방 교육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팬들도 예전보다 훨씬 관전 매너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이승엽 홍보대사를 강사로 한 퓨처스리그 선수 대상 강의 투어와 클린 베이스볼 가이드북 제작 및 배포는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당장 클린 베이스볼을 실현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지지부진이다. 정운찬 총재는 취임한 이래부터 매년 경기 외적인 문제로 구설수를 만들던 히어로즈를 지속적으로 견제했다. 히어로즈가 키움증권과 5년 500억 원의 메인 스폰서쉽 계약 체결을 발표했을 때는 한국시리즈 흥행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큼 실제로도 감시에 적극적인지는 의문이다. 매번 구단 내에서 커다란 불협화음이 들려올 때에야 뒤늦게 조사위원회를 편성해 뭔가를 하는 시늉만 보였다. 지난겨울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논란이 터졌을 때에도 최우선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이야기했지만 당시 KBO가 무엇보다 신경 썼던 것은 프리미어 12였다. 기자들이 히어로즈의 징계 수위에 대해서 물어보면 말을 아꼈다. 비슷한 시기 휴스턴 애스트로스 구단의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 터졌을 때 “과거의 모든 방식을 적용해 휴스턴을 징계할 수 있다”며 강경하게 나섰던 MLB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팬들이 해당 정책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개설한 클린 베이스볼 홈페이지(cleankbo.com)는 의문투성이다. 메인 페이지 최상단에 있는 금지약물 검색 기능은 호기심에 사용하려고 누르면 에러 페이지가 출력된다. 클린 베이스볼 센터의 새로운 소식을 전한다고 적혀 있는 뉴스 코너에는 아무 관계없는 프로야구 기사만 업데이트되고 있다. 메인 페이지 하단에 커다랗게 홍보 중인 클린 베이스볼 웹툰란에는 2017년 초에 게시된 세 개의 만화만이 존재한다. 그중 ‘도핑’이라는 제목의 만화는 도무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알 수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슬림한 몸매였던 선수가 근육질의 홈런 타자로 변모하자 20년 경력의 스포츠 기자가 이를 수상히 여겨 취재에 나서는데, 알고 보니 육아의 힘으로 만든 근육이었다는 내용이다. 만화는 ‘선수들의 노력, 도핑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끝이 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시대를 역행하는 KBO


결국 정운찬 체제는 아무것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에 한 술 더 떠 시대를 역행하는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팬들이 유튜브 등의 사이트에 업로드한 경기 영상을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팬들은 4차 산업 시대에 홀로 뒷걸음질 치는 행보라며 비판하지만 KBO는 묵묵부답이다.


현재 KBO는 유튜브에 ‘KBO뉴미디어컨소시엄저작권보호팀’, ‘저작권보호팀KBO’라는 계정을 만들어 팬들이 업로드한 경기 영상에 “2일 내에 삭제하지 않을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SNS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저작권 단속과 관련된 홈페이지(kbo-copyright.com)까지 개설해 경기 영상을 업로드하지 말 것을 알리고 있다.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KBO는 지난해 초 통신-포탈 컨소시엄(네이버, 카카오, KT, LG 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과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인터넷, 모바일 등 뉴미디어 매체를 통해 KBO리그 경기를 중계한다. 인터넷 플랫폼이 주 수익원인 만큼 팬들이 중계 영상을 녹화해 올리는 것이 수익에 방해가 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행위가 아닌지 고려해야 한다. 현재 KBO는 단순히 경기 중계의 일부를 녹화한 영상뿐만이 아니라 팬들이 KBO리그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제작한 고퀄리티의 UCC 영상, 나아가 ‘움짤’이라고 불리는 10초 내외의 gif 파일 또한 단속 중이다. 움짤의 경우 전파력이 높아 명장면이 담긴 것은 KBO리그와 상관없는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는 등 엄청난 파급력을 지녔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팬 메이드 영상 또한 야구를 모르는 10~20대를 KBO리그 팬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움짤과 UCC 영상까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중계 영상을 사용한다면 권리 침해”라며 법적 제재를 취하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

지난 2년간 정운찬 총재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눈앞의 문제는 외면하고 MLB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축하 서신을 보내거나, 각 구단 사장들과 함께 런던에서 열리는 이벤트성 야구 경기를 관전하러 갔다. 반일 이슈로 10개 구단의 시즌 구상과 국제대회 준비에 차질이 생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그냥 ‘야구에 관심 좀 많은 일반인’의 행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KBO 총재 흉내’는 안 된다. KBO리그가 당면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총재로서 보여줘야만 한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104호(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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