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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BK의 시선] 변화를 맞이할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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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매거진>과 ‘BK’ 김병현 해설위원이 함께한다. 이번 104호부터 ‘BK의 시선’이라는 코너를 통해 독특하지만 냉철한 관점을 가진 그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김병현 위원의 고향팀, KIA 타이거즈에 부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어려움 속에서 올해 보여준 성과와 과제, 많은 이의 이목을 집중시킨 구단 역사상 첫 번째 외국인 감독 선임 그리고 앞으로 타이거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의 시선으로 풀어봤다.


에디터 최윤식 사진 KIA 타이거즈

#성과와 과제


올 시즌 최고의 성과는 불펜이다. 지난 시즌까지 임창용과 김세현 등 베테랑 투수들이 허리에서 임무를 수행했지만 성과는 적었다. 이번 시즌 그들의 빈자리를 마무리 문경찬을 비롯해 전상현, 박준표 등 젊은 투수들이 확실히 메우며 중간에서 좋은 역할을 해줬다. 김병현 위원 역시 이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올해는 불펜이 가장 돋보였지. 여기에 재활 중인 김윤동이 예전과 같은 실력으로 복귀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돌아오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후반기 보여줬던 기량을 그대로 이어가면 내년도 KIA의 허리는 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모습을 기대해볼 만 해. 선발 마운드는 양현종이라는 확실한 1선발 자원이 있어서 외국인 투수를 얼마나 잘 뽑느냐에 따라 선발진의 단단함이 결정될 거야.”


안타까운 점도 있다. 김 위원은 KIA의 문제는 올 시즌이 아닌 2017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KIA는 한 번의 우승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어. 2017년 뒷문 강화를 위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서 김세현을 데려왔잖아. 그때 보낸 선수가 이승호야. 당시에 김세현은 리그에서 뛰어난 마무리였으니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눈앞에 있는 결과를 위해 너무 쉽게 유망주를 내줬어. 이승호는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 중이었는데 상위 라운드에 뽑은 신인을 충분히 키워서 써보지도 않고 내주는 건 아니라고 봐. 게다가 지금 타이거즈의 선발 마운드가 현종이 말고는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지. 무분별한 자원 유출은 1군과 2군의 간극을 크게 만들어. 시기가 잘 맞아 우승했어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됐어. 야수 쪽에서는 베테랑들의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치고 올라와야 할 선수가 타 팀보다 월등히 적다는 것도 앞으로 KIA 풀어야 할 숙제지.”


#외국인 감독이 가져올 효과


올 시즌 KIA는 김기태 전 감독의 중도 사퇴 이후 박흥식 감독 대행 체재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5일 KIA는 이례적으로 전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이자 올해까지 오클랜드에서 작전 코치를 맡은 맷 윌리엄스를 감독으로 임명했다. KBO리그로 따지면 롯데 자이언츠 제리 로이스터,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다음으로 세 번째 외국인 감독이자 38년 타이거즈 역사상으로는 처음이다.


“KIA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어. 물론 전에 감독을 지내신 선동열 선배를 비롯해 많은 레전드가 있어 팬들은 한편으로 아쉬워할 수도 있지. 그러나 지금 팀이 봉착한 상황과 어린 선수들을 위해서는 새 얼굴이 필요해.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급격하게 떨어진 성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람으로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했는데 KIA가 이런 결정을 내려 놀랍고 반가웠어.”


왜 기존 인물로는 부족했을까? 김병현 위원은 이 부분에 대해 팀에 뿌리 박혀있는 선수들의 잘못된 의식을 지적했다. “지금의 문제는 1군에서 활약하는 베테랑들만의 잘못이 아니야. 팀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 선수들도 현 상황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든. 때문에 모두에게 자극이 필요한 타이밍이었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함께한 윌리엄스는 클럽하우스의 리더로서 항상 카리스마가 있는 최고의 3루수였어. 야구 잘하는 건 말하기 입 아프고 내가 맷 감독을 높이 평가했던 부분은 ‘젠틀함’이야. 선수들은 자신의 실력에 자만해서 건방져지기도 해. 그러면 팀의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을 하고 감정적으로 바뀌지. 그런데 윌리엄스는 팀의 슈퍼스타였어도 꾸준히 노력했고 겸손한 사람이었어. 항상 평정심을 유지했고 나이스했지. 이 마음가짐을 선수들이 같이 지내면서 본받았으면 좋겠어.”


#불펜, 수비, 기회 KIA에 입혀질 색깔


윌리엄스 감독 임명은 팀의 분위기 쇄신뿐만 아니라 KIA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선택이다. 그는 타이거즈에 오기 전 두 시즌 동안 오클랜드의 작전 코치로 있었다.오클랜드는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와 오프너(Opener, 선발투수를 대신해 중간투수가 경기 초반을 막아주는 역할), 플래툰 시스템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는 구단이다. 불펜투수의 다양한 활용은 올 시즌 불펜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KIA에 내년 시즌 딱 맞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플래툰 시스템의 기본은 수비다. 선수 시절 4번의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3루 수비를 자랑했던 윌리엄스는 오클랜드에서도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마무리 캠프 기간에도 수비 훈련을 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지도하며 비결을 전수했다.


윌리엄스의 선임은 곧 기회의 장이다. BK는 “모두 출발선이 같아졌잖아. 베테랑도 긴장 안 하면 도태될 거야. 전에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감독으로 있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베테랑이 더 많은 기회를 받았을 텐데 모두 잊어야 해. 새로운 감독이 왔잖아. 그것도 미국에서! 앞에서 몸으로 결과를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거야. 기존 타이거즈는 억압적인 느낌이 강했어. 항상 뛰는 주전에게만 기회가 돌아가고 어린 친구들은 기에 눌려 ‘나는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거야. 지금까지는 형들에게 눌려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면 새롭게 정신 바짝 차리고 본인의 기량을 보여줘야지.”


코치진 개편도 눈에 띈다. 그중 타격코치는 좌우로 나눠 최희섭과 송지만 전 히어로즈 코치를 기용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구단의 세심한 배려”라고 운을 떼며 “우리 최희섭 후배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고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마지막이 너무 아쉬웠어. KIA에서 다시 코치로 본다니까 개인적으로 기뻐. 한국에서는 많은 걸 보여주지 못했지만 메이저에서도 최상위권 유망주였던 만큼 타격에서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기술은 탁월하다고 생각해. 이런 부분을 후배들에게 잘 전달해주길 바라지. 아직 초보 코치라 말이 많은데 스포츠는 결국 결과니까.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해. 송지만 선배는 KIA에 간다고 들었을 때 정말 좋았어. 팀에 정말 큰 힘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이제 막 코치를 시작한 희섭이게도 좋은 교본이 될 거야. KIA가 투수는 좀 나왔는데 문제가 어린 타자들 가운데 선배들을 이기고 올라올 만한 친구들이 몇 없다는 거거든. 1군에 올라오긴 했어도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지금 KBO리그에서 가장 젊고 뜨거운 타선이 히어로즈잖아. 이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2군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서 성장한 것인데 이 시스템을 지만 선배와 쉐인 스펜서 전 히어로즈 2군 감독이 함께 만든 거야. 워낙 선수 시절부터 야구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셔서 지식도 풍부하고 나도 통화를 하면서 선배에게 배우는 부분도 있어. 히어로즈에서 외국인 감독을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소통 면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앞으로의 미래


새 감독의 부임으로 팬들은 심리적으로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건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비싸게 돈을 지불하고 제품을 샀는데 전보다 좋은 성능을 바라는 것은 당연해. 그렇지만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느끼듯이 무엇을 하든 결과는 바로 나오지 않아. KIA는 더더욱 그럴 거야. 당장의 성적표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바라봐야 해. 지난번에 광주에서 윌리엄스 감독이랑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와 같은 마음이더라고. 지금보다는 내일을 보면서 장기적인 계획으로 팀을 바꿔나갈 생각을 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봤어. 야구는 감독 한 명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아.”


“내년은 그래도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않을까 예상해. 외국인 투수로 훌륭한 자원들이 가세했고 남은 한 자리만 더 좋은 자원으로 채우면 되고 야수에서는 박찬호에 대한 기대가 커. 올해 도루왕을 거머쥘 만큼 팀에서 가장 성장 폭이 높았어. 다만 후반기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진 게 아쉽더라. 첫 풀타임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발판 삼아 내년에 더 발전해 확실한 팀의 리드오프가 돼야지. 충분히 자질도 갖춘 친구라 잘할 것 같아.”


KIA의 최근 트렌드는 ‘리빌딩’이다. 그러나 1군에서의 리빌딩은 신인 발굴과 성적 모두를 잡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두고 김병현은 “리빌딩은 1군에 맞지 않아. 2군에서부터 천천히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가는 게 진정한 의미의 리빌딩이지. 1군에서 하는 것은 단지 시간을 벌기 위한 변명일 뿐이고 선수를 망치는 행위야.”


“KIA는 그동안 새 상품을 미리 뜯어봤어. 이러면 팀도 팀이지만 선수한테도 악영향을 미치게 돼. 배부른 착각에 빠지기 쉽지. 야구는 모두 똑같아. 고등학생 선수도 1군에 올라가 1이닝 정도는 무실점으로 막고 한두 경기 호투를 펼칠 수 있어. 1군 콜업은 정말 어려워야 해. 그런데 타이거즈는 너무 쉽게 단발성으로 ‘경험’이라는 명목 하에 아직 준비도 되지 않은 친구들을 올렸어. 이러면 이도 저도 안 돼. 이런 식으로 1군에 올라갔다가 실력이 안 돼서 내려가도 ‘나는 1군 선수’라는 자만에 빠지게 돼. 슈퍼스타를 키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 법이야. 야구를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잖아. 경기 수가 많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1군 선수를 길러내는 데도 시간이 걸리지. 팬이 바라는 선수는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믿고 응원할 수 있는 확실한 선수잖아. 이런 선수는 1군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팜에서 키워내는 거야.”


“기회는 노력의 무게와 비례해. 흔히 외국인 감독이 오면 무조건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데 큰 오산이야. 베테랑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베테랑이 월등하면 그들을 쓸 수밖에 없어. 1군은 성적을 내는 게 가장 첫 번째니까.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젊은 선수들이 정신을 차려야지. 기회는 열렸고 보장된 건 아무것도 없어. 치열하게 싸워서 쟁취할 때가 온 거야. 선배로서 자신과 팀을 위해 모두 더 높은 곳을 보며 정진했으면 좋겠어.”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104호(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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