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Dive] 우리 팀 입덕할래? - 키움 히어로즈 편

조회수 2019. 11. 21. 13: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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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야덕 시점] 팀 세탁까지 시켜버리는 키움 히어로즈의 매력은?

캡틴 아메리카는 과거 입대가 불가능할 정도로 약골이었다. 왜소한 체격에 각종 질병을 달고 살던 그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숱한 좌절을 이겨낸 끝에 국민적인 영웅이 된다. 아이언맨은 테러 집단의 습격에 목숨을 위협받지만, 결국 수많은 적으로부터 지구를 구한 명예로운 히어로가 된다. 이처럼 멋진 영웅들의 이야기는 역경과 고난으로부터 비롯된다. KBO의 히어로도 그렇다. 모기업이 존재하지 않아 자금난에 시달렸고, 주요 선수들을 떠나보내기도 했다. 외부 사정에 따라 팀명도 바뀌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름은 순위표 상단에 자리하며, 올해는 내친김에 첫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선전이 더 빛나는 영웅군단, 키움 히어로즈를 만나보자.


에디터 이찬우 사진 키움 히어로즈 


#역경을 뚫고 강자로 거듭나다


그들의 등장은 2008년이었다. 8개 구단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현대 유니콘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후, 우리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빈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모든 영웅담이 그렇듯 시작은 혹독했다. 전신 구단인 현대를 해체까지 이르게 한 재정 문제는 히어로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0년대 들어 창단한 NC 다이노스와 KT 위즈가 막대한 지원을 업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과 달리, 당시 그들은 눈물겨운 돈과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도 모자라 재정적 자립을 위한 투쟁까지 갓 태어난 신생 구단에는 너무 큰 부담이었을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시작부터 암흑기를 맞이해야 했다.


그렇게 5년이 흐른 2013년. 팀 이름은 우리에서 서울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로 바뀌었다. 사령탑 자리에는 벌써 세 번째 얼굴인 염경엽 감독이 올랐다. 변화의 바람과 함께 또 한 가지 달라졌던 건 성적이다. 하위권을 허덕이던 팀은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탈바꿈했다. 6년간 다섯 번의 가을야구를 경험했으며, 14년도에는 최고의 파괴력을 갖춘 타선을 앞세워 한국시리즈에도 진출했다. 중심 타자들이 역사에 남을 업적을 세웠고 팀 타격 관련 기록을 갈아치우며 강팀으로 거듭났다. 구단 운영도 벅차 보이던 어린 팀은 어느새 위압감 넘치는 영웅이 돼 있었다.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또다시 ‘키움’이라는 새 간판을 달게 됐지만 그들의 힘은 건재하다. 정규시즌의 마지막까지 1위 경쟁을 놓지 않았다. 어쩌면 곧 히어로물의 멋진 스토리에 방점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역경과 극복, 희망까지 이어온 그들은 우승이라는 아름다운 결말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


#히어로즈의 어벤져스


히어로즈를 강팀으로 만든 중심에는 여러 스타 선수가 있었다. 짧은 역사 속에서도 리그를 휘어잡은 거물급 선수들이 여럿 탄생했다. 특히 역대급 핵타선을 구성한 강타자들의 위엄은 무시무시했다. 시즌 50홈런을 두 번이나 돌파하고 4년 연속 거포 왕좌에 오른 박병호, KBO 리그 유격수 최초 40홈런을 돌파한 강정호가 이끄는 타선은 상대에겐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툭하면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버리던 두 선수에게 한국 무대는 좁았다. 각각 2016년과 2015년 MLB에 진출하며, 영웅군단은 팀 창단 10년도 되지 않아 미국 무대 수출 사례를 두 건이나 만들어내는 쾌거를 이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다수의 타 구단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거포들뿐만이 아니다. 정교한 타격과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준 재간둥이도 많다. 시즌 말미마다 화제가 되는 200안타 가능성. 그 마의 구간을 유일하게 넘어선 선수는 과연 누굴까? 바로 서건창이다. 지금보다 무려 12경기가 적은 128경기 체제에서 달성한 기록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이정후 역시 히어로즈 선수다. 데뷔 3년 차의 어린 선수지만, 안타 생산 능력에선 가히 따라올 자가 없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의 유격수 계보를 이어가는 김하성도 있다.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이며, 유력한 차기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도 손꼽힌다. 


여기서 영웅군단의 예비 서포터들이 솔깃할 만한 사실 한 가지. 지금까지 언급한 어마어마한 선수 중, 강정호를 제외한 모두가 지금도 히어로즈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넥센 시절의 ‘넥벤져스’부터 지금의 ‘큠벤져스’까지 팀에 몸담은 이들이야말로 팬들의 자랑거리다. 한국 야구의 별들이 선사하는 화려한 플레이를 볼 수 있다는 건 키움을 응원하며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아닐까.


#키움이 키워내는 미래의 영웅들


창단 당시 탄탄한 선수층이 있던 것도 아니고, 전력 보강에 힘쓸 금전적인 여유도 없던 팀이 어떻게 이런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보유할 수 있을까? 그들은 답을 육성에서 찾았다. 당장 최고의 선수를 데려오기보단 원석들을 찾아내고 다듬는 데 집중했다. 흙 속의 진주 같던 유망주들은 영웅군단의 일원이 돼 체계적으로 커갔고 리그를 빛내는 보석들로 성장했다.


‘국민 거포’ 박병호도 버건디 유니폼을 입기 전까진 거포 유망주에 불과했다. 트레이드로 이적해온 뒤부터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터뜨리며 레전드 반열에 오른 것이다. 조금씩 타격폼을 수정해가며 약점을 보완하고, 매년 더 무서운 타자로 성장했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유격수가 된 김하성은 입단 당시 큰 주목을 받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14년도 2차 드래프트 3라운드가 돼서야 넥센의 지명을 받았지만, 2년 차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 외에도 98년생인 이정후를 포함해, 현재 키움의 라인업에는 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젊은 선수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각 포지션마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는 영건들이 선배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오늘도 강한 키움이지만,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인 이유다. 이들 대부분은 퓨처스리그에서부터 팀의 체계적인 육성 정책하에 커온 선수들이다. 히어로즈에 더 깊이 빠져든다면 가끔은 영웅군단의 요람인 고양 히어로즈의 경기를 관전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접근성이 좋아 비교적 쉽게 찾아갈 수 있고, 곧 팀의 얼굴이 될 미래의 영웅들을 미리 만나볼 색다른 기회가 될 것이니 말이다.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팀 컬러


‘키움의 색깔’ 하면 시원시원한 빅볼과 화수분 야구가 떠오르겠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숱한 어려움을 이겨낸 구단 역사처럼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팀이다. 지난 시즌은 그들의 근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한 해였다. 17년도 하위권으로 뒤처진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시작부터 단단히 꼬였다. 각종 비리에 연루된 이장석 전 대표가 법정에 구속됐고 주전 포수와 필승 계투가 불명예스러운 루머로 팀을 이탈하는 악재가 겹쳤다. 외국인 선수들은 부진과 부상으로 인해 교체됐다. 그야말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영웅들은 더욱 단단히 뭉쳤다.


7월까지 중위권을 간신히 유지하던 히어로즈의 반격은 그다음 달부터 시작됐다. 믿기 힘든 11연승을 기록하며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려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냈다. 한 시즌만에 포스트시즌 복귀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고대하던 가을, 한 편의 드라마를 써냈다. 와일드카드전에서 5위 KIA 타이거즈를 가볍게 꺾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3위 한화 이글스를 제압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플레이오프에선 SK 와이번스를 벼랑 끝까지 내몰며 유례없는 명승부를 연출해낸 것이다. 비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그들의 질주는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멈췄지만, 모든 야구팬의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강한 전력을 구축했을 뿐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겸비했기에 더 무서운 팀이 된 키움 히어로즈다.


#비가와도 끄떡없다! 홈구장 고척스카이돔


빛나는 영웅들에겐 또 으리으리한 기지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어벤져스 멤버들이 거대한 항공모함이나 뉴욕 한복판의 현대식 빌딩을 거점으로 삼듯 키움은 우리나라에 단 하나뿐인 돔 야구장, 고척스카이돔을 진지로 두고 있다. 2015년까지는 서울 양천구의 목동야구장을 사용했으나, 시즌 종료 후 이사를 오며 히어로라는 이름에 걸맞은 멋진 홈구장을 갖게 됐다.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웅장한 고척돔이 나타난다. 곡면으로 만들어진 세련된 외관과 광활한 야구 광장, 이따금 푸른 상공을 가르는 비행기의 모습까지. 우리나라의 그 어느 구장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하지만 역시 최대 장점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점! 직관 가는 날 행여 비 예보가 있다면, 불안한 마음에 온종일 기상 정보만 확인해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키움팬들은 최소한 홈경기 날엔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태풍이 와도 말이다. 날씨가 어떻든 경기 취소 우려가 없다는 점이 돔구장의 최대 메리트 아닐까. 비단 우천뿐만이 아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한여름이나 쌀쌀한 봄가을이면 부러움은 더더욱 커진다. 다른 구장이라면 직관을 가는 것부터 망설여졌겠지만, 고척돔에서는 1년 365일 일정한 온도로 쾌적함을 누릴 수 있다. 팬들만 좋겠는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장마철 장기간의 실전 공백이 생길 우려가 적고, 무더위나 추위를 피해 경기를 치를 수 있으니 컨디션 관리도 더 용이하겠다. 10개 구단 중 오직 키움의 팬들과 선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선두 경쟁이 벌어졌고 키움은 3위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충분히 우승 후보로 손색없는 한 해를 보냈다. 1위와 최종 승차는 단 두 경기. 상대전적 또한 그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더 무서운 팀이 돼 가는 히어로즈. 첫 우승 반지를 낄 날이 머지않게 느껴진다.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엔 정상에 오를 그날, 영웅들의 멋진 피날레를 함께 장식해보는 건 어떨까.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103호(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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