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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Otaku] 천안 매티스 정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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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연승의 신화


102연승.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말도 안 된다며 코웃음을 칠 것이다. 하지만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 생활 체육 야구계를 들썩이게 만든 사람이 있다. 바로 천안 매티스의 정홍식이다. 정작 본인은 기록이 뭐가 중요하냐며 지금처럼 오랫동안 야구를 즐기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생활 체육 야구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홍시기삼춘’의 야구 이야기를 들어보자.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신철민 Location 대단한 미디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천안 매티스라는 팀에서 뛰고 있는 정홍식이라고 합니다.


현재 뛰고 있는 팀은 몇 개인가요?

5개 정도 되는 거 같아요. (1년에 몇 경기나 뛰는 거예요?) 최대 80경기요. 전부 투수로 뛰는 건 아니고요. 전국대회 위주로 등판하고 있어요.


경기를 소화하는 데 어려운 부분은 없나요?

스케줄이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최대한 조정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체력적으로 한계가 느껴져서 매일 30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팀을 줄일 생각은 없는 건가요?

뛰고 있는 팀마다 지인들이 있어서 거절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조금씩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모든 생활 체육 야구를 하는 분들의 고충이죠. 가족들의 반대는 없나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웃음) 초반에는 부부싸움도 잦았는데 요즘은 와이프가 이해를 해줘서 거의 싸우지 않아요. 항상 고맙고 미안하죠.


매티스 팀은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요?

반도체 회사 팀이에요. 3년 정도 근무를 하면서 뛰게 됐죠. 지금은 회사를 나왔지만 팀원들이 너무 좋아서 아직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매티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단합력이 정말 좋아요. 팀원끼리 서로 배려하고 끈끈한 무언가가 있어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야구를 재미있게 즐기는 팀입니다!

#괴물의 등장


어릴 때부터 실력을 인정받던 야구선수였지만 중학교 시절 공을 내려놨다. 이후로 야구와 인연을 끊은 채 살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선배의 말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선배의 손에 이끌려 생활 체육 야구팀에 들어가게 된 그가 102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원동력은 야구 그 자체를 좋아했던 마음이 아닐까.


선수 출신이에요.

천안남산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야구부가 있는 학교였어요. 친구와 캐치볼을 하다가 감독님 눈에 띄어서 4학년이 되는 겨울에 시작하게 됐어요. 5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본격적으로 투수를 했던 거로 기억해요. 중학교에서는 유격수와 투수를 겸업했고요.


어릴 때부터 재능이 남달랐던 건가요?

남들보다 잘하긴 했어요. (하하) 도에서 주관하는 공 멀리 던지기 대회나 창던지기 대회에 나가서 1, 2등을 하기도 했고요. 육상 종목에도 출전했어요.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도 많이 해봤죠.


야구를 관두게 된 이유가 있나요?

어깨가 아팠기도 했고… 맞는 게 일상이었던 시절이었는데 그게 너무 싫었어요. 그만두고 나서 초등학교 시절 감독님이 학교에 새로운 감독님으로 오셨어요. 그때 제게 다시 시작하자고 이야기하셨는데 솔직히 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왜 다시 시작하지 않았나요?) 아버지한테 다시 하겠다는 말을 못 꺼내겠더라고요.


아쉬움이 남았을 거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천안북일고등학교가 대통령배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우연히 TV로 봤어요. 당시 우승멤버가 같이 야구를 했던 선후배들과 동기들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야구를 보지도 않았어요. 미련이 더 커질까 봐요.

그렇게 멀어지려고 했던 야구를 다시 하게 된 계기가 뭐예요?

같이 야구를 했던 선배의 권유가 있었어요. 우연히 만나서 안부를 묻다가 생활 체육 야구 이야기가 나왔는데 같이 해보자는 거예요. 주말에 구경을 하러 가서 공 몇 개 던져보고 다음 주부터 바로 팀에 합류했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행복했어요. 운동장에 나가서 캐치볼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모든 게 설렜어요.


생활 체육 야구의 첫 경기를 잊을 수 없을 거 같아요.

첫 경기에 바로 승리투수가 됐어요. 투수는 생각도 안 했는데 선배가 시켜서 마운드에 올라가게 됐죠. 얼떨떨한 상태로 공을 던졌는데 운이 좋게 승리를 거뒀어요. 이긴 것보다 야구를 다시 한다는 기쁨이 더 큰 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102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어요.

102연승을 했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말해줘 알게 됐어요. 기록에 관심이 없어서 계산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도 여태껏 잘해온 거 같아서 뿌듯했어요.


아무리 선수 출신이어도 쉽게 세울 수 있는 기록이 아니에요.

웬만하면 경기에서 긴장을 안 해요. 선수 출신이 나와도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요. 맞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비선수 출신에게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더 까다로워요.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의 공략법이 다른가요?

비선수 출신에게는 속구 위주의 피칭을 해요. 120km/h가 넘어가는 공은 일반인들이 공략하기 어렵잖아요. 반대로 선수 출신은 빠른 공에 대처를 잘하기 때문에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맞춰 잡으려고 해요. (최고 구속은 얼마나 나왔어요?) 올해 128km/h까지 나왔어요. 전에는 130km/h 초반까지 던졌는데 노쇠화가 왔나 봐요. (웃음)


팔색조 투수로 유명해요. 많은 변화구를 구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원래 속구와 커브를 구사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타자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거예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종을 늘려야겠다고 판단해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을 연마했어요.


프로선수들도 변화구 장착에 어려움을 겪는데 본인만의 비결이 있다면요?

투구 영상을 찾아봐요. 같은 구종도 선수마다 그립이 다르거든요. 여러 가지 그립으로 변화구를 던지면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그립을 찾고 꾸준히 연습해요. (가장 자신 있는 변화구는 무엇인가요?) 게임 때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슬라이더를 주로 던집니다.


야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을 꼽으면요?

기본기입니다. 주변에 다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기본기가 부족한 경우예요. 기본만 제대로 배워도 부상을 당할 확률이 줄고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돼 오랫동안 재미있게 야구를 할 수 있어요.

#인생의 전부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야구. 어느덧 그의 인생은 야구를 빼고 논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취미를 벗어나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회사를 관두고 나서는 평택에 레슨장을 차렸고 지금은 천안에서 야구용품점을 운영하며 1년 365일을 야구와 함께한다. 평소에 운동과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조차도 야구를 오랫동안 하기 위함이다. 모든 생활이 야구에 맞춰져 있는 진정한 야구광, 정홍식이다.


예전에는 레슨장을 운영했어요.

메인 코치는 따로 있고 주로 보조역할을 했어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레슨장이었는데 고정적으로 다니는 분들이 예상보다 많이 없더라고요. 평택에서 2년 정도 운영을 하다가 접게 됐어요.


레슨을 받고 안 받고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나요?

물론 팀원끼리 연습을 해도 실력이 늘죠. 하지만 한계가 있어요. 레슨을 받으면 기본부터 다시 배워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주변에 레슨을 받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요. 꾸준히 다니면서 연습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올해부터 천안에 ‘스타디움샵’이라는 야구용품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아직 정신이 없네요.


야구용품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레슨장을 그만두고도 야구와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생활 체육 야구를 하면서 장비에 관심이 생겼어요. 직접 장비를 판매해보고 싶어 하게 됐어요.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매장을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온라인 판매 사이트도 개설할 계획인데 컴퓨터를 다룰 줄 몰라서 주변에 도움을 받아야 할 거 같아요. (웃음)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야구용품점에도 타격이 클 것 같아요.

한국에서 사용하는 야구 장비 대부분이 일본제품이에요. 미국제품도 있지만 아시아 사람들에게 가장 잘 맞는 건 역시 일본제품이거든요. 오시는 손님마다 일본에서 만든 건지 아닌지 물어보시는데 솔직히 타격이 심하죠.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매장 홍보 타임입니다!

글러브, 배트, 스파이크 등 기본적인 야구용품은 물론이고 유니폼 제작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글러브 길들이기와 수리도 직접 하고요. 많이 방문해주세요!


야구 외에 다른 취미가 있나요?

당구도 좋아하고 최근에 골프를 몇 번 쳐봤는데 재밌더라고요. 날아오는 공도 치는데 가만히 있는 공을 치는 게 왜 어려운지 이해를 못 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안 맞더라고요. (웃음) 발로하는 건 잘 못 하는데 손으로 하는 운동은 곧잘 하는 편이에요.


평소에 몸 관리를 위해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영양제와 비타민 등을 챙겨 먹어요. 40대에 접어들다 보니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요. (하하) 야구를 잘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생존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힘이 닿을 때까지


청춘을 지나 40대에 접어들며 어느덧 18년 차 베테랑이 됐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운 그에게 마지막 목표가 있다. 고령화 시대에 많은 주목을 받는 실버야구단이다. 50대 이상으로 구성된 팀이라는 것만 다를 뿐 야구의 규칙과 장비 모두 같다. 힘이 닿는 데까지 야구를 하고 싶은 그의 의지다. 홍시기삼춘이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연승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이어가면 좋지만 부담은 없어요. 깨지더라도 아쉬움 같은 건 전혀 없을 거예요. 그저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야구를 즐기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생활 체육 야구는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요?

힘이 닿는 데까지 해야죠. 나중에 나이가 들면 실버야구단 대표로 경기를 뛰고 싶어요. 어깨가 좋지 않아서투수는 당장 내년에라도 그만둘지도 몰라요. 하지만 야수로는 충분히 뛸 수 있거든요.


생활 체육 야구를 하는 투수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있나요?

첫 번째로는 아프지 않아야 오랫동안 공을 던질 수 있어요. 어깨 보강 운동과 기본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 미리 관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관리를 소홀히 해서 지금 어깨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아요. 병원에서 야구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염증 주사도 맞고 밴드 운동을 하면서 뛰고 있는 상황이에요. 두 번째는 멘탈이 강해야 해요. 안타를 맞거나 에러를 하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봐요. 투수는 어떤 상황이 와도 무덤덤하게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해요.


본인이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너무 많은데… (웃음) 한 점 차 승부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거나 위기에서 삼진을 잡을 때의 쾌감이요. 홈런을 치거나 끝내기 안타를 칠 때 느낀 손맛도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지금처럼 어려움 없이 지내고 싶어요.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지내는 게 가장 어려운 거 같아요.

생활 체육 야구를 오랫동안 경험한 사람으로서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 거 같아요.

환경이요. 리그의 경기 수가 적은 곳도 많고, 특히 생활 체육 야구를 즐기는 인원에 비해 야구장의 수가 모자라요.


최근에 야구장이 많이 생기지 않았나요?

그만큼 생활 체육 야구를 하는 인원도 늘어났어요. 오히려 환경은 예전이 더 좋았어요. 지금보다 생활 체육 야구를 하는 사람이 적어 프로선수들이 쓰는 야구장을 함께 사용했거든요. 요즘은 경기장이 모자라서 흙바닥 같은 곳에서 시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라운드의 상태가 좋지 않아 부상 위험에도 노출되고요. 부상 걱정 없이 안전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요.


공식 질문입니다. 정홍식에게 야구란 무엇일까요?

삶의 일부분이요. 절대 멀어질 수 없는 관계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팀원들과 가족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매티스 팀원 모두 지금처럼 재미있게 오랫동안 같이 야구합시다! 그리고 아내한테는 항상 고맙고 미안해요. 앞으로 야구하는 시간은 줄이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게 노력할 테니까 잘 부탁해요!


***

“오랫동안 건강하게 야구를 하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이다. 그의 말에서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하고 평생 함께하고 싶은 감정이 묻어났다. 큰 성공보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길 원하는 그가 유일하게 욕심을 내는 한 가지는 실버야구단이다. 시간이 흘러 백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여전히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던질 그의 노후 야구 인생을 기대해본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102호(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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