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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Otaku] 블레어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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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KBO 홍보대사


2010년,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접한 한국어를 정복하겠다는 각오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렇게 연이 닿은 타지에서 마케터로 취직했고 어느덧 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머무를 줄 몰랐다. 하지만 한국만이 가진 매력에 푹 빠져 제2의 고향인 듯 편안하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직접 체험한 한국문화 가운데 열정적인 한국프로야구의 색깔에 매료된 블레어는 이제 자신을 ‘완전 야구팬! 완전 두산 베어스팬’이라고 소개한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표권향 Location 잠실야구장

#블레어를 소개합니다


지난해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통해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블레어. 방송에서 그는 영화로만 야구를 접했던 가족을 데리고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뒷심이 강하다는 두산을 응원하며 가족에게 한국프로야구를 소개했다. 낯선 땅, 처음 접한 야구. 모든 게 새로웠지만 그는 지금 누구보다 KBO리그의 열렬한 팬이다. 이제 그는 자칭 홍보대사가 돼 자신이 느낀 프로야구의 강렬함을 열심히 전파하고 있다.


방송 출연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방송을 시작하게 됐어요?

‘비정상회담’ 멤버 중에 벨기에 출신 줄리앙이랑 친구예요. 어느 날 일하고 있는데 줄리앙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비정상회담에 빈자리가 생겼는데 혹시 나올 수 있느냐고요. 그래서 출연하게 됐어요. 수요일에 제안을 받고 바로 사흘 뒤인 일요일에 바로 촬영을 했어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여러 가지 방송을 하게 됐고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해서 깜짝 놀랐어요.

더 잘하고 싶어요. 생활하는 데는 문제없는데 방송에 나가면 어려운 주제가 많아서 아직 부족해요. 특히 비정상회담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게 어려워요.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말을 재밌게 하고 발음도 좋아서 ‘귀여운 호주 친구’라는 친근한 이미지가 있어요.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솔직히 아직도 그래요. 뭔가 사람들이… 방송에 나간 뒤부터 알아봐 주시면 좋은데 가끔 부담스럽거든요. 공인으로 살면서 뭔가 제게 기대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 두려워요.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에요.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요?

음식부터 밤 문화까지 정말 즐길게 다양한 나라예요. 짧게 설명할 수 없어요. 어떻게 소개하죠? 진짜 힘들어요! (웃음)


가족이 한국을 방문하면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같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번에 가족이 왔을 때도 어떤 취미가 있는지 보여줬어요. 야구장이나 한강 가는 것, 공원이나 등산 등 모두 가족에게 소개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액티비티(activity)라서 다른 친구가 온다고 해도 똑같이 할 거예요.

#두산이 좋은 이유


호주인들은 크리켓과 호주식 축구인 푸티(footy)에 열광한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풋볼 리그(AFL)는 2016년 기준 전 세계 스포츠 평균 관중수(33,188명) 4위를 기록한 인기 종목이다.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호주 오픈을 개최하는 국가답게 테니스 또한 인기가 높다. 이외에도 럭비와 수영, 서핑 역시 강국인 만큼 수천 명이 자연스럽게 경기장을 찾는다고 한다.


이에 반해 야구는 상대적으로 뒤쳐진다. 한국과는 달리 야구에 관심을 가지는 이를 찾기 힘들 정도다. 전 경기 무료입장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관중수가 8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호주야구리그(ABL)는 메이저리그(MLB)의 후원으로 시작했지만 제대로 갖춰진 리그가 아니기에 어려움이 많다. 중계는 거의 볼 수 없고 선수들은 다른 일을 해야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KBO리그 출신 임경완, 이혜천, 고창성 등이 호주리그에서 잠시 몸을 담았지만 큰 화제를 모으진 못했다.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한국인 선수들로만 구성된 ‘질롱 코리아’가 호주야구리그의 7번째 구단으로 합류하면서다. 이전에 야구에 대한 열정이 워낙 강한 프로야구 팬들이 스토브리그에도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지인 블레어에게도 야구는 생소한 스포츠였다. 그랬던 그가 한국에 온 뒤 야구에 흠뻑 빠졌다. 무엇이 그를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야구광팬으로 유명해요. 호주에 있을 때부터 좋아했나요?

한국에서 처음 경기를 봤어요. 고향에서는 쉽게 볼 수 없으니까 룰(rule)이고 뭐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어요. 맥주 마시고 치킨도 먹으면서 야구를 알게 됐어요. (웃음)


고국에서는 야구를 즐길 기회가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

인기 스포츠가 아니에요. 크리켓과 럭비, 축구를 많이 하는데 야구는 아쉽게도 쉽게 접할 수 없어요.


누가 야구장에 처음 데리고 갔어요?

뉴질랜드에서 온 룸메이트랑 갔어요. 거기도 야구 거의 안 해요. “뭐할까? 그냥 재미있는 거!” 이렇게 이야기하다가 보러 갔어요. 둘이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간 거죠. 그땐 두산 경기도 아니었어요. 제 기억에는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 경기였나? 그땐 좋아하는 팀이 없어서 그냥 봤어요. 이후에 야구장에 자주 다니면서 완전히 빠지게 됐죠.


프로야구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응원 분위기와 치맥! 원래부터 스포츠 경기 보는 걸 좋아했어요. 축구, 배구, 럭비도 직관을도 즐기고요. 그중에서도 야구를 보러 가는 게 제일 행복해요. 야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짜릿한 분위기가 있어요.


특히 두산을 응원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두산팬들의 마인드가 굉장히 멋있어요. 질 때도 응원하고 이길 때는 더 강하게 응원하고. 모르겠어요! 설명할 수 없어요. ‘나도 이제 두산!’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설명하죠? 그냥 모든 게 재밌어요. 같이 응원하는 것도, 경기가 끝나고 신천(현 잠실새내)에 가서 술 마시는 것도 즐겁고! (‘모르겠다. 표현 못 하겠다’라고 말하는 감정을 알 것 같아요. 마음에서 느껴지는 희열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잖아요.) 맞아요!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럴 수밖에 없어요.


가족과 함께한 방송에서 “두산은 원래 뒷심이 강하다”며 승리를 확신했어요. 신뢰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지고 있으면 조금 걱정해요. (웃음) 그런데 두산은 역전을 잘하는 팀이에요. 처음에 못 해도 뒤에 잘 할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방송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다행히 그날도 역전했어요. 뒤처지고 있더라도 ‘이겨야 돼! 이겨야 돼’라고 응원하니까 경기를 뒤집더라고요.

두산을 향한 팬심 덕분일까요. 4월 17일 SK전에서 시구를 했어요. 마운드에 오를 때 기분이 어땠어요?

정말 영광이었죠. 팬으로서 감사했어요. 제가 시구할 수 있었던 데에 중요한 사람이 있어요. 우리 매니저가 전 KIA 타이거스 투수 최성우예요. 올해 초 형한테 시구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막(?) 던진 말인데 갑자기 2주 뒤에 스케줄이 잡혔다는 거예요. 그땐 안 믿었어요. 농담하지 말라고 했는데 진짜였어요. 실감이 안 났죠. 형한테 고맙고 두산한테도 고마워요.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감사하고요. Amazing!


시구 지도는 누가 해줬어요?

함덕주 선수가 잘 가르쳐줬는데 아쉬움이 남아요. 사실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어요. 거리가 엄청 멀어서 포수한테까지 던진다는 게 힘들더라고요. 땅볼보단 일단 포수까지 공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위로 던졌는데 웃기더라고요.(웃음)


평소 유니폼에 박건우를 마킹했던데,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가요?

처음 두산 경기를 봤을 때 박건우 선수가 제일 잘했어요. 타격과 수비 모두 완벽해 팬이 됐어요. 요즘엔 최주환 선수에게 마음이 더 간 것 같아요! 박건우 선수도 물론 좋아하는데! (웃음) 이젠 좋아하는 선수가 2~3명 더 생겼어요. 박치국, 조수행 선수도 팬이에요. 아, 함덕주 선수도요. 말하니까 꽤 많네요.

두산 응원가 중에 신나는 곡들이 많아요. 그중에 가장 선호하는 응원가가 있다면?

최주환 선수 응원가요! (불러줄 수 있어요?) 안타~ 안타! 춤추는 것도 재밌고. 얼마 전에 친형과 함께 야구장 왔었는데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 응원가에는 사람을 끌어 들이는 뭔가가 있어요. 호주에 가서도 부르고 다녔어요.


(최주환 응원가를 부른 후)


Oh my God! 창피하네요. 최주환 선수 정말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유니폼에 사인 받을 거예요.


야구팬 친구들과 만났을 때 두산 이야기를 자주하나요?

회사에 한화 이글스팬도 있고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가 KIA팬이었어요. 재작년 KIA와 두산이 한국시리즈 끝까지 갔잖아요. 전날 경기가 있으면 서로 대화도 안 했어요. 기싸움 때문에 너무 분위기가 안 좋아져서요. 갑자기 유니폼하고 각종 굿즈들을 가져왔을 정도로 싸웠어요. (웃음) 보통은 어떤 선수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 경기 봤는지 이야기해요.


지인들이 한국에 오면 야구장을 자주 데리고 가나요?

작년에 호주에서 자란 한국 친구가 왔어요. 그 친구도 두산팬이어서 같이 야구 보고 캐치볼도 했어요. 다른 친구나 가족, 친척은 올 때마다 잠실야구장에 가요. 야구장은 필수코스예요. 다른 관광지와는 차원이 달라요. 항상 추천해요.

#가족과 함께 즐긴 한국프로야구


지난해 블레어의 가족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곳의 멋을 알려주고 싶었다. 여러 명소가 있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잠실야구장이었다.


블레어는 가족과 함께 찾은 야구장에서 경기 흐름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생전 처음 야구장을 방문한 그의 아버지와 동생들은 흥분한 블레어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듯 함께 즐겼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경기를 생생하게 설명했기에 익숙했던 것이다.


그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긴 시간이 소요되는 야구라 자칫 가족이 지루할까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웬일! 그의 가족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돼 두산을 응원했다. 또 이날은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의 맞대결! 양 팀의 치열한 응원 열기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블레어의 아버지는 두산의 승리를 위해 기도까지 했다. 아마도 아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통해 부자간의 공감을 나누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가족을 초대해 야구장을 찾았을 때 반응이 굉장했어요. 흥자매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가족은 제가 야구를 좋아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어요. 호주 갔을 때도 경기를 챙겨봤거든요. 하지만 야구장에 와본 적은 없으니까 그땐 제가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직접 직관을 체험해 보니 지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아, 이런 것이구나. 진짜 완전 재밌다’라고 했거든요. (웃음) 가족에게 야구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다행히 가족도 엄청 좋아했고 팬이 됐어요. 얼마 전에 아빠랑 영상통화 하는데 두산 모자를 쓰고 있는 거예요. 진짜 웃겼어요. 친형도 (두산) 후드를 입고 있고요.


가족에게 규칙과 전광판 보는 법 등을 설명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일단 경기를 이해해야 즐길 수 있잖아요. 가장 먼저 이것저것 설명해야 하는 게 당연해요. 특히 아빠에게는 다 하고 싶었어요.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기 위해 간 것이기도 했고요. 아빠가 스포츠를 좋아해요. 아마 다른 종목과 비교했을 거예요. TV로 보면 특히 메이저리그와 KBO리그가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솔직히 동생들은 상관없었어요. 춤추기 좋아하니까 둘이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하하)


진짜 흥자매는 룰에 관심이 없더라고요. 분위기에 푹 빠졌고 치맥에 한 번 더 놀랐어요. 맥주보이는 영상으로 남기더라고요.

호주에는 그런 게 없어요. 아마도 맥주 마시려면 경기장 안에 있는 바에 가서 사야할 거예요. 영화에서만 봤던 장면을 직접 보니까 신기하다고 했어요.


문화충격이 살짝 있었을 것 같아요.

엄청 받고 갔대요. 이런 건 줄 몰랐다면서요. (웃음) 다음에 오면 또 가고 싶어 할 걸요. 다른 사촌동생과 야구장에 갔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어요. 가이드북에는 야구장이 없잖아요. 안 데리고 갔으면 몰랐을 거래요. 정말 좋아했어요. 지금까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랐다고요. ‘한국은 이런 곳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진짜 보람차요.

이날 LG와의 맞대결이었잖아요. 경기 초반 두산이 1-7로 뒤지고 있을 때 반응이 진짜 열렬한 두산팬라고 느꼈어요.  

스트레스를 받아 맥주를 계속 마시고 손톱을 깨물었어요. 걱정 했죠. ‘하필 가족과 온 날에 져야 하나’라며 불안했어요. 다행히 후반에 역전해서 안도했어요.


조용하던 타선이 정수빈의 안타를 시작으로 쫓아가 9-8로 대역전승을 이뤘어요. 가족과 함께해 그 기쁨이 두 배였을 것 같아요.

아빠하고 소리 질렀어요. 홈런까지 쳤잖아요. 경기에서 홈런을 볼 수 있는 건 행운이에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가족과도 이제 야구 이야기를 하나요?

가끔 경기 보러 갈 때 아빠한테 이야기해요. 친형은 자꾸 궁금해 해요. 이제 두산 경기까지 챙겨 봐요. 아빠와 친형이 정말 좋아해요. 요즘에도 두산 성적이 어떤지 물어봐요.


올해 두산 성적을 예상한다면?

이겨야 해요! 통합우승 달성해야죠. 할 것 같아요. 지난 시즌은 아쉬웠어요. 하지만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잘 해주리라 믿어요. 이제 곧 여름인데 체력 안배 잘해서 끝까지 잘 싸워주길 응원할게요. 올해도 통합우승 갑시다! V6, Let’s get it!


***


한국생활 10년째다. 행복한 시간이 지속되고 있지만 가끔 은연중에 찾아오는 타지생활의 외로움이 있다. ‘이곳에서 뭐하고 있는 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올해 가족 중에 결혼하는 이도 있어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감정이 섞여있지만 아직까진 한국이 좋다고 블레어는 전했다. 언젠가 호주로 돌아가야 하지만, 아들의 행복을 위해 그의 삶을 이해해주는 가족이 있어 버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가족 역시 프로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먼 타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아들의 진심을 알아주는 건 아닐까.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8호(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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