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교수, 외면받는 소재에 인생을 걸다

조회수 2021. 5. 13.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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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폐열로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며 48조 원 규모의 에너지 시장을 혁신하는, 싸이츠 백창기 대표(포항공대 IT융합공학과 교수)

기존 원자력, 수력, 화력 발전 등을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가 새 시대의 대표 먹거리로 떠오르는 지금,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포항공대 IT융합공학과 교수이자 스타트업 싸이츠를 이끄는 백창기 대표는 지난 2020년 7월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친환경 기술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규사, 석회석 등 원료를 제품으로 만들려면 제조 공정에서 많은 열이 발생합니다. 그동안은 이를 재활용할 방법이 없어서 버려지고는 했는데요. 이에 착안해 백창기 대표가 개발에 성공한 기술은 열전모듈 기반 발전 시스템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 방식일 뿐 아니라 그 효율성까지 인정받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준비하며 겪은 시행착오, 그리고 수십 년간 공학자로 살아오며 얻은 인사이트까지 EO가 전해드립니다.

싸이츠 백창기 대표(포항공대 IT융합공학과 교수) 인터뷰

Q. 포항공대의 IT융합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요.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가요?


실리콘 나노선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이 기술이 저를 교수로 만들어줬고, 지금 회사의 원천 기술이 되었죠. 


사실 원래 제 꿈은 다들 아시는 국내의 아주 크고 세계적인 전자 회사의 사장이 되는 거였어요. 어쩌다 보니 학위 과정을 오래 하게 됐고, 잠깐 쉬면서 나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고 싶다는 생각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박사학위를 하고 나서 고등과학원이라는 조그만 연구 기관에 들어가서 다양한 분야를 접했습니다. 


그때 저한테 재미난 기술이 하나 갑자기 다가왔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실리콘은 이제 다 된 기술 아니야?’라는 생각이 학계에 널리 퍼져 있을 정도로 '실리콘'이라는 소재 연구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실리콘을 나노 구조로 만들면 새로운 소자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접했어요. '이걸 활용하면 재밌는 기술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우연히 마주친 것들이 결국 삶의 동력으로 다가올 때가 있더라고요.

싸이츠 백창기 대표(포항공대 IT융합공학과 교수)

Q. 처음부터 기술 창업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실패의 경험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2016년에 처음 창업을 했어요. 연구원에서 독립해 벤처를 만들었는데, 당시 기술적으로 필요한 게 있어서 잠깐 맡은 것이었어요. 근데 잠깐 맡아서 크게 실패했죠. 굉장히 크게 실패했어요. 아무런 상황 판단을 안 하고 대표를 맡다 보니까 뭐가 잘못되면 다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저희 기술을 적용해서 뭘 해야 하는데, 진행 상황을 체크하면 할수록 난리가 났습니다. ‘이게 아닌데, 안 되는데. 예전에 나한테 보여줬던 그림은 뭐지? 그때 보여줬던 동작은 뭐지?’ 싶었어요. 다 가짜였던 거죠. 


가짜 기술을 보여줬던 친구가 저한테 마지막으로 했던 얘기가 있어요. 교수님은 기술도 모르면서 사업을 하려고 했다고요. 맞는 얘기예요.


제가 이런 경험이 있어서 우리 학생들한테 항상 그래요. "학부 때는 창업해봐. 근데 졸업할 때쯤 해본다? 그러면 고민해봐. 철저히 분석하고 여러 사람한테 자문하고 심지어는 변호사한테 자문해야 해"라고요.

Q. 그렇다면 어떻게 싸이츠를 만들게 되었나요?


기존 사업을 다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제 기술을 적용해서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인 것 같아요. 2019년에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라는 걸 나가서 에너지 회수 기술을 고도화해보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반도체 실리콘 기술로 세계 최초의 기술, 최고의 기술 만들어 보겠다고 시작한 게 2019년입니다.

Q. 현재는 어떤 단계에 있나요?


포스코기술투자의 투자도 받고, 중기부 TIPS 프로그램에서도 지원을 받아서 지금은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Q. 전공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폐열 에너지 회수 기술의 원리가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아주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면, 왼쪽엔 사람이 굉장히 많고, 오른쪽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가정해봅시다. 근데 왼쪽에 계속 뜨거운 공기를 넣어요. 그럼 굉장히 더워지고, 차가운 데로 가고 싶잖아요. 


전기를 만드는 원리로 다시 설명하면 왼쪽에 있는 사람들을 '전하'라고 부릅니다. 뜨거운 전하가 많으니 빨리 차가운 쪽으로 가는 거예요. 오른쪽으로 움직이니까 전류가 생기는 거예요.

그럼 이걸 공장의 사례로 전환해 생각해봅시다. 굴뚝 또는 제철공장의 뜨거운 용광로를 식히고 나온 폐온수가 있습니다. 이 굉장히 뜨거운 폐온수를 한쪽에 붙이고, 또 다른 한쪽에는 원래 들어가는 차가운 냉각수를 놓습니다. 


전하가 이동하는 원리에 따라 반도체 소자 내에서 뜨거운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움직이게 되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 내는 거죠.


공장에서 버려지는 폐가스나 폐온수를 가지고 전력을 만드는 기술, 이게 폐열 에너지 회수 기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이 기술은 혁신 핵심기술로 주목받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인데요. 환경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탄소를 줄여야 하죠. '어떻게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방법은 간단합니다. 공장을 멈춰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먹거리의 최선봉에 서 있는 나라거든요. 제조업을 멈춰 세운다는 얘기는 나라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말이에요.


세계의 산업 폐열만을 놓고 본다면 석탄을 쓰든, 휘발유를 쓰든 원자력을 제외하고는 다 열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열에너지의 1/4 정도가 그대로 버려진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버려지는 에너지만 가져올 수 있어도 뭔가 달라질 수 있겠죠.


Q. 그렇다면 기존 기술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존 기술과 다른 이점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기존 열전 기술의 가장 큰 문제는 희토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가이거나 매장량이 아주 적다는 거였는데요.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독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기기에 적용되었을 때 사람의 건강에 반드시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술적으로 더 어렵지만, 저희가 '실리콘'이라는 소재에 목적을 두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반도체 열전 기술은 반드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친환경 물질로 만들어져야만 결국에 기후변화와 인간의 건강에 도움이 될 거예요.


이 기술은 버려지는 폐열을 에너지로 전환하기 때문에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24시간 가동할 수 있으며, 소음이나 진동이 없습니다.

Q. 현재 회사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력을 다해서 2021년 안에 소자 기술을 어느 정도 끝내려고 합니다. 2030년도에는 아마도 폐열을 40% 정도 회수해야 하는 의무량이 정해질 것 같은데요. 40% 회수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저희도 지금 목표치로 10% 정도를 회수하겠다고 하고 있거든요.


점점 더 소자의 기술력을 높여서 최종 목표는 보일러에서도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까지 발전하는 겁니다. 그게 저희 회사의 목표이고 저희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적으로 해야만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결국 기업에 필요하고 경쟁력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저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고요. 최종적으로는 국가의 공용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싸이츠 백창기 대표(포항공대 IT융합공학과 교수) 인터뷰

Q. 기술 창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또 연구에 매진하는 공학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예전에는 내가 만든 기술이 우수하면 쓰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시대에 필요 없는 기술을 만들면 사장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공학하는 친구들은 반드시 내가 하는 목표와 세상에 필요한 걸 같이 생각해야 해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항상 '인간을 넘는다', ‘Beyond the Human’이라는 이야기를 같이하잖아요. 제 생각은 반대예요. 그때는 인류가 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적정 기술을 찾아야 합니다. 


공학하는 친구들이 크게 또 하나 놓치는 게 있어요. 우리는 문제 풀기를 잘하는 법을 배웠지, 그것의 근본 원리를 이해를 못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는 잘 푸는 것 같은데, 기본 원리를 물어보면 ‘네?’ 하고 반문해요. 그렇게 기초를 모르다 보니까 시대만 따라가거든요. 자기 것 없이 시대만 따라가면 그 시대가 끝났을 때 할 게 없는 공학자가 돼요.

싸이츠 백창기 대표(포항공대 IT융합공학과 교수)

저희가 열전 발전 기술을 이렇게 꾸준히 하고 있는 이유도 '아무도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않았으니까', '누구도 거기에 깃발을 꽂지 않았으니까'이기도 합니다. 내가 거기다 깃발 꽂으면 내가 1등인 거죠. 


다시 요약하자면 필요한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결국은 기초가 가장 중요하고, 시대를 성찰해야 합니다. 그다음 마지막으로 나, 내가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내가 먼저 깃발을 먼저 꽂을 수 있는 분야가 있는지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본 아티클은 2021년 1월 공개된 <포항공대 교수가 사람들이 외면하는 소재에 인생을 건 이유>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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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편집 유정미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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