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대 교수가 말하는 스마트폰이 인류 진화의 증거인 이유

조회수 2021. 3. 30.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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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겪은 네 번째 혁명을 말하다,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10년이 넘게 지난 일인데도 왜 아직도 많은 사람이 아이폰의 등장을 회자할까요? 아마 그 이후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보다 더 압도적이고 순간적인 혁신은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최재붕 님 역시 이를 새로운 인류의 탄생 혹은 진화를 촉발시킨 거대한 사건으로 지목하며 '포노 사피엔스'라는 말을 탄생시켰는데요.


과연 그는 어떤 근거로 우리 인류가 이미 진화의 중심에 있다고 말하는 것인지, 그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인터뷰

Q. 자기소개와 함께 교수님께서 그간 여러 번 말씀하셨던 포노 사피엔스라는 개념을 간단히 설명해 주시면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와 대학원 전공으로 서비스 융합 디자인이라는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재붕 교수라고 합니다. 지난 10년간 이렇게 말하는 방송을 보신 적 없을 겁니다. "스마트폰이 혁명을 이끄는 도구이니 열심히 학습해서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인구의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우리는 생존에 유리해서 스마트폰을 씁니다. 생존에 유리하다는 생물학적 조건의 기준은 적은 에너지로 많은 일을 하는 것이니 명백히 맞는 말이죠. 포노 사피엔스는 이렇듯 효율적인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이자 인간이 이뤄낸 또 한 번의 진화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역변은 결코 없을 겁니다.

전설로 남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 중 한 장면

Q. 기계공학부는 꽤 익숙하지만, 융합 디자인이라는 과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어떤 계기로 융합 연구를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미래에는 사람들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 걸지 궁금했습니다. 기계공학만으로는 미래 제품을 만들 수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2005년부터 융합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진짜 집중해서 본격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건 아이폰이 탄생하고 나서인 2008년부터인데요. 아이폰이 가져다준 충격이 과연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싶어서 그 이후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미래 제품을 계속 디자인했습니다. 


2016년에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아젠다가 터졌습니다. 이 혁명의 본질은 인공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 VR 같은 디지털 기술이 아닌 근본적인 인류의 변화인데요. 그로 인해 거의 30년 동안 큰 변화가 없던 시장 생태계의 절반이 이미 완전히 깨져 나갔고, 나머지 절반이 새롭게 구축되는 거대한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인터뷰

Q. 그 혁명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예시로 무엇이 있을까요?


대한민국에서는 TV가 미디어 산업의 절대 권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스마트폰이 등장한 2010년 이후에 매출이 50%가 줄었어요. 반면, 하루에 유튜브에 접속하는 사람은 3,000만 명이 넘습니다.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새로운 비즈니스가 기존의 비즈니스를 잡아먹고 있는 셈이죠. 그게 미디어 산업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은행은 어떤가요? 한국은행에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 모바일 뱅킹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계좌 조회 기준 87%, 입출금 기준 55%입니다. 일단 50%가 넘죠. 한국에서 은행 업무의 표준이 모바일 뱅킹 맞죠?


그러면 우리가 알던 상식적인 은행 업무의 표준은 무엇이 된 걸까요? 신분증과 도장을 들고 가서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은 이제 소수자를 위한 보호 프로그램입니다. 데이터가 당신의 상식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결국, 모든 거래의 근간이 디지털 플랫폼이 된다는 것이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금융업이 말하는 핵심입니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Q. 그런데 한국은 이렇게 세상이 뒤집힐 때마다 변화, 혁신, 혁명에 비교적 배타적인 성격을 띠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1850년대 1차 산업혁명 시기에 유럽의 기계 문명이 아시아를 정복하러 오죠. 우리는 신미양요, 병인양요를 겪으며 이들과 맞서 싸우고 쇄국을 결정했어요. 흥선대원군이 이에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쇄국 나쁜 거 아니에요. 지구촌과 우리의 표준이 달라질 뿐이죠. 다만, 실패하면 멸망입니다.


근래로 보았을 때 대한민국이 변화에 있어 대표적으로 갈등이 일어났던 게 우버와 택시입니다. 지구촌의 표준은 우버일까요? 택시일까요? 2014년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라 그랬더니 하루에 택시보다 우버를 사용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중국? 디디추싱. 인도? 올라. 동남아? 그랩. 인구로 따지면 총 44억 명이 우버 쪽입니다.


그럼 외계인이 봤을 때 지구인의 표준은 우버겠죠. 데이터가 이를 증명하는데, 우리나라는 절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이건 정해진 미래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역할 수 없어요. 아프지만 합의하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후손들을 위한 어른들의 선택이라고 봐요.

Q. 교육자이시니 그렇다면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폰을 쓰면 뇌가 바뀐대요. 구글이 뇌를 바꾸는 거죠. 머릿속에 궁금한 게 떠오르면 친구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나요? 이제 그런 모습은 없어졌죠. 즉, 뇌에서 호기심이라는 기제가 발생하면 바로 신호를 보내서 손가락에 검색하라고 하죠. 그리고 검색된 정보는 다시 뇌에 복제됩니다. 검색이 뇌 활동의 연장인 거죠.


그럼 검색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요? 지적 능력이 우수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 에콜42(Ecole 42)라는 특수한 학교가 있습니다. IT 프로젝트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수업도 없고 교사도 없어요. 다양한 전공을 모아 놓고 IT로 그걸 풀어나가게 해요. 학습도 검색을 통해서 하라는 거죠.

Q. 더 직접적으로 와닿을 만한 구체적인 일화랄 게 있을까요?


혁신을 이용해서 성공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마어마한데요. 일단 유니스트(UNIST, 울산과학기술원)에 다니는 김태훈 군. 미국 한 번도 안 가고, AI 프로그래밍 커뮤니티에서 가장 뛰어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증명했느냐.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죠. 구글은 그 알파고의 소스 코드 80%를 즉시 공개해버렸습니다. 이 친구는 그걸 갖고 프로그래밍을 학습했어요.


그러고 나서 공개 안 된 20%의 모듈 수백 개 중에 무려 20개까지 풀어냈습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딥마인드 최고 책임자 제프 딘(Jeff Dean)이 감탄해서 직접 당신과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썼어요. 그 메일을 받은 게 김태훈 군이 23살일 때였어요.


또 하나 이야기해 볼까요? 반병현 군. 대구 지방고용노동청 안동지청애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친구였는데요. 거기서 등기우편 잔뜩 갖다주고, 등기 번호를 중앙 우체국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뜨는 페이지를 프린트해서 보관하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서류가 너무 많아서 계산을 한 번 해봤더니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를 한다는 조건이라면 6개월이나 걸리는 겁니다. 반병현 군은 이 일을 프로그램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구글에 검색을 했습니다. 키워드는 'python crawling library'


아니나 다를까 관련 정보가 쫙 나오더래요. 그대로 하루 만에 프로그램 짜고 돌렸더니 6개월 치 업무가 30분 만에 끝나버렸어요. 그 친구의 능력은 무엇일까요? 검색을 할 수 있는 능력이죠. 저는 이 모든 것이 포노족의 표준 학습 방법이라고 봅니다.

Q. 그런데 왜 우리는 대체로 스마트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걸까요?


제가 부모님들에게 꼭 질문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좋은 내용을 학습하신 적 있나요?"라고. 그런 경험을 하신 분은 거의 없습니다. 분명 스마트폰은 개인의 역량과 뇌의 활동량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교육 수단이 되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그렇지 않은 거죠.


부모님 세대뿐만이 아니에요. 인공지능,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테마가 등장할 때마다 검색해서 열심히 학습하고 관련된 정보를 쫙 파악해 본 적 있나요? MIT, 옥스퍼드, 스탠퍼드, 토론토 대학의 AI 관련 특강이 유튜브에 다 나와 있는데도 많은 사람이 보지 않죠. 


명백한 상황인데, 사람과 사회는 왜 안 바뀌는 걸까요? 지금의 문명의 기준을 지키는 게 훨씬 쉽기 때문이에요. 수능으로 아이들 평가하는 게 훨씬 편하죠. 그런데 쉬운 길은 혁명의 시대에 통하지 않아요.


모든 건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인터넷을 바탕으로 무언가 새로운 걸 배우는 것 또는 시간을 보내는 행위의 절반은 부작용이에요. 절반은 엄청난 혁신입니다. 절반의 부작용 때문에 혁신을 막으면 기성세대와 똑같은 인재로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혁신의 문 절반을 열어주면, 어마어마한 기회가 새로 생기겠죠. 이걸 이해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미래의 인재가 되기 어렵습니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인터뷰

Q. 그렇다면 교육이 어떤 형태로 변해야 할까요?


학습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일까요? 결국, 교사가 자신을 개발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유명한 사립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열심히 검색해서 모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게 이미 학습 방법의 근간이 됐어요.


그래서 그들의 교육은 바뀌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누군가 더이상 하지 않는 5년 전 이야기를 끊임없이 앵무새처럼 떠드는 거고요. 스마트폰은 안 돼 안 돼 안 돼. 그럼 미래는 없습니다.


너무나 많은 데이터가 혁신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어요. 이제는 그 방법을 찾고 교육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아이들에게 인식시켜줘야 해요. 그게 바로 우리 교육이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8월 공개된 <우리가 이미 인류 진화의 중심에 있는 이유 |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최재붕>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인류가 겪은 또 한 번의 진화를 '포노 사피엔스'라는 말로 풀어낸 성균관대학교의 기계공학부 교수 최재붕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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