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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올인원 툴 '노션'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기까지

조회수 2021. 3. 24.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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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내 몸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생산성 툴, 노션 이반 자오 대표

도구를 바꾸는 건 번거로운 일입니다. 아무리 좋은 도구일지라도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들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급격한 변화에 쌍수 들고 환영하는 동물은 아니니까요. 특히, 퇴근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방식대로 빠르게 업무를 처리해야만 하는 직장인들 입장에서 회사에서 툴을 바꾼다고 건 귀찮기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노션은 번거로움과 귀찮음을 무릅쓸 만큼 다릅니다. 여타 생산성 툴과 비교해보면 노션도 분명 단점이 있겠지만, 적어도 지난 몇 년간 이만큼 포괄적이고 자유도가 높은 툴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노션을 활용해 회사 소개, 채용 공고, 프로젝트 기획서,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유독 한국인이 사랑하는 기업 가치 2조 원의 압도적인 올인원 생산성 툴 노션을 만드는 이반 자오 CEO의 이야기를 EO가 들어봤습니다.

노션 이반 자오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와 함께 노션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노션의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이반입니다. 제 방식으로 묘사한다면 노션은 여러분의 생산성 도구를 위한 레고 같은 겁니다. 레고처럼 노션으로 많은 것을 만들 수 있거든요. 많은 사람이 노션으로 자신만의 생산성 도구를 만들거나 변경할 수 있으며, 독자적인 업무 흐름을 꾸릴 수 있어요. 팀과 가족을 위해 정말 뭐든 만들 수 있죠.


저희는 소프트웨어 툴을 직접 만드는 데서 오는 강력함을 어떻게 전해야 이러한 노션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질지를 고민합니다.

올인원 생산성 툴 '노션'

Q. 우선, 창업 전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노션에 대한 첫 아이디어는 대학교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졸업을 준비할 때 얻었습니다. 저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탐구하는 인지과학을 전공했는데요. 동시에 컴퓨터와 철학을 조금 공부했고, 미술과 사진에도 관심을 가졌어요. 제가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있어서인지, 제 주변에는 예술가인 친구들이 많았죠.


어느 정도였냐면 친구 중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친구들과 함께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요. 그때 제가 코딩을 전담했죠.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돈을 주는 대신 점심을 사줬던 거 같아요. 그렇게 서너 개의 웹사이트를 만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이 친구들도 스스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예술을 하는 창의적인 친구들이니까 방법만 알면 웹사이트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보통 웹사이트는 컴퓨터 언어로 제작되고, 대부분 컴퓨터 언어를 모르다 보니 창의적인 생각이 있더라도 만들기 어렵지만 말이죠.


하루는 이런 문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노션을 쓰면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자신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길로 사람들이 손쉽게 사이트를 만들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비유를 하자면 스포트파이 같은 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면 모든 사람이 쉽게 음악을 틀 수 있잖아요. 웹사이트 제작에서는 노션이 스포티파이의 역할을 하길 바랐던 거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자신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돕는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고 노션이라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려 한 건가요?


아니에요.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정말 많은데요. 그래서 매우 흥미롭죠. 저는 이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원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비즈니스일 뿐이었습니다. 비즈니스는 그저 제 아이디어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였어요. 다른 형태로는 잘 해내기 어려워 보였고요.


그렇게 비즈니스의 길로 들어섰는데, 확실히 어렵더라고요. 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팀이 필요했죠. 그래서 회사의 형태로 팀을 만들었어요. 더 많은 사람과 일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회사를 성장시키고 규모를 키우는 거예요. 그래야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할 수 있어요.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은 모든 게 잘됐을 때 가능하고요.

Q. 사업을 하기 위해 이사까지 결심했었다고요.


창업 당시 저는 캐나다에 있었는데요. 인터넷 사업을 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겁니다. 샌프란시스코는 IT 업계의 할리우드 같은 곳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졸업 후에 거기로 가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일하는 법을 배워야 했어요. 스타트업에서 1년 정도 일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걸 현장에 적용했죠.

Q. 초기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있었죠. 관건은 '머리로 생각한 제품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였어요. 그냥저냥 회사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인 미션을 달성하고 싶었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초기에는 노션을 웹사이트를 만드는 도구로 개발했어요. 프로토타입 버전이었고, 웹과 앱을 만드는 도구로 진화시키기까지 했죠.


그 진화 과정을 거쳐 깨달은 게 사람들이 앱을 직접 만들고 싶어 하지는 않더라고요. 매우 적은 사람만 직접 앱을 만드는 기능을 쓰기를 원했어요. 게다가 당시 노션은 앱을 만드는 협업 도구이자 문서 편집 도구이면서 웹을 위한 엑스코드 같은 코딩 툴 같기도 했어요. 한마디로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심지어 기술적인 면에서도 안정적이지 않았어요. 버그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는지, 버그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조차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소프트웨어 전체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까지 갔죠. 그렇다고 회사를 다시 바로 세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와 공동창업자의 자금은 거의 다 떨어진 상태였고요.


결국, 당시 4~5명 정도 있었던 직원들을 안타깝게도 모두 정리해고해야만 했습니다.

노션 이반 자오 대표 인터뷰

Q. 창업에 있어 첫 번째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노션의 첫 번째 버전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관이나 세계관을 반영할 수 있는 툴이었어요. 말 그대로 누구나 원하는 걸 담을 수 있었죠. 그것도 나름대로 좋았어요. 그렇지만 많은 사람에게 쓰이기에는 부족했어요.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자기 생각을 담는 일에 신경 쓸 시간은 별로 없죠.


그래서 지금의 노션은 바쁜 도시인의 삶에 훨씬 집중했고, 더 실용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앱과 웹사이트를 만드는 엑스코드 같은 툴에서 생산성 툴이라는 현재의 모습으로 전환한 거죠. 전환된 노션으로는 사람들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때문에 다들 친숙하게 느끼지 않나 싶어요.

Q. 현재 버전의 노션을 만들기 위해 실패 이후에 무엇을 했나요?


모든 걸 정리하고, 흥미롭고 조용하면서도 코딩에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그곳이 교토예요. 저와 공동창업자 모두 일본에 가본 적이 없어서 일본에 가보고 싶었거든요. 일본 중에서도 교토를 선택한 이유는 할 일에 집중하기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에어비앤비를 보면, 도쿄와 오사카 같은 다른 주요 도시들은 방이 대체로 작더라고요. 그런데 교토는 1~2차 세계대전 중 폭격을 맞지 않았기 때문인지 오래된 집들이 그대로 있었고, 집의 규모도 어느 정도 컸어요. 도시의 삶도 비교적 느린 편이었고요. 할 일에 집중하기 좋다고 느꼈어요.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물가가 훨씬 저렴하기까지 했고요.


이렇듯 여러 가지 요소 때문에 교토로 이사를 했고, 현재 노션의 기틀을 그곳에서 만들었죠.

Q.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현 노션의 UX가 지향하는 철학은 무엇인가요?


일단 저희는 일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아티스트 스튜디오 같은 방식으로 일하죠. 아티스트 스튜디오에서는 모두가 자유롭고 편한 환경 속에서 돌아다니잖아요. 일하면서 맥주를 마시진 않지만, 노션도 꽤 편한 분위기예요. 편한 분위기 덕분인지 집중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품 개발에 정말 심혈을 기울이죠.


또, 저희 기업의 철학은 예술과 기술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직관 중심적이죠. 직관적으로 바라보면 많은 것이 자연스럽고 옳게 느껴져요. 그 점에서 너무 단순한 나머지 보는 것 자체로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극도로 단순화하려고 노력해요. 단순하다는 건 사용하기 위해 익숙해지거나 신경 쓸 게 별로 없다는 뜻이거든요.


마치 신체 일부가 확장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노션의 목표예요. 인간은 배우지 않아도 손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잖아요. 마찬가지로 펜이나 컵 등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는 법도 그냥 알 수 있죠. 이런 신체 기능은 우리와 함께 오랫동안 진화해왔기 때문에 도구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요. 어떻게 쓸지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Q. 자연스러운 제품 철학으로 노션을 만드는 데 어떤 마음가짐, 자세가 도움이 되었나요?


저는 디자인 스쿨에 가지 않고 많은 걸 독학으로 배웠습니다.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과 가장 의미 있는 방법은 동료들이 만드는 것을 보지 않는 건데요. 이 규칙이 매우 중요해요. 디자인을 시작할 때, 보통 드리블(Dribbble) 같은 디자인 웹사이트에서 남들이 만든 걸 보고 따라 하죠. 픽셀 단위로 카피하며 기술을 익히면서요.


이 방법은 기본적인 기술을 익힐 때는 도움이 되지만, 생산적이지 않아요. 좀 더 시야를 폭넓게 가져가야 해요. 역사적으로 봤을 때, 각기 다른 영역에서 사람들이 해놓은 것을 보면 배울 게 정말 많거든요.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산업 디자인에는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예를 들어, 저는 예술이나 건축에서도 배울 수 있다고 봐요. 그중에서도 건축은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생물학에서도 배울 게 있어요.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는 자연 그 자체니까요.


자연이 작동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세요. 자연 속 복잡한 시스템들이 어떻게 일체화되어 있는지 생각해보면, 거기에서 훔쳐 올 게 너무 많아요. 자연에는 엄청나게 많은 규칙이 있거든요. 그러니 단순히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드리블 같은 곳과 전혀 다른 도메인에서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거기에서 배운 건 숨길 필요가 없어요.


더 나아가 저는 생태학적으로 공간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는 장인 정신과도 연관이 있다고 봐요. 교토에서 이 장인 정신을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요. 장인 정신은 인간이 100여 년 넘게 수련해온 결과물이잖아요. 어찌 보면 기술과 자연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그 지점에서 전통이 생겨나는 거죠.


이게 왜 말이 되는지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데, 그 자체가 곧 본연의 역할을 엄청 잘한다는 뜻 아닐까요? 물론, 공예품 뒤에 감춰진 요소들이 무엇인지 묻거나 기술적인 관점에서 전통 공예를 바라보는 것도 재밌고요. 저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디자인에서만 무언가를 배우려는 건 작고 좁은 관점이라고 생각해요.

노션 이반 자오 대표 인터뷰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노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누구든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코딩을 몰라도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거죠. 그것이 제가 창업한 이유예요. 앞으로 노션이 더 많은 사람에게 채택되는 제품이 되고, 더 큰 회사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저희는 노션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집중하고자 합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학생이든, 모든 사람이 저희 제품을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저희가 2020년부터 개인 사용자에게 노션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저희 팀에게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지만, API* 공개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버전 출시처럼 글로벌 출시도 계획하고 있고요. 그 두 가지가 현재 저희가 작업하고 있는 몇 가지 주요 사항 중 일부입니다.

*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

노션 이반 자오 대표 인터뷰

Q. 한국인들이 유독 노션을 사랑하는 만큼 코로나가 종식되면 한국에 와주실 거죠?


물론이죠. 전 세계 어디든 가고 싶어요.


그전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부엌에서 노션을 만들던 수년 전에는 제가 만든 것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 거라는 꿈은 꾸지도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앞서 잠시 말씀드린 것처럼 노션을 외국어인 한국어판으로 출시했죠. 노션이 한국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외국어판으로 출시한 노션은 한국 버전이 처음이기 때문에 저희의 실수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에 대한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하니 고객 지원을 통해 의견을 보내주세요. 저희는 여러분의 의견을 다 확인하거든요. 여러분의 피드백과 저희의 시행착오가 노션을 더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제품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꼭 듣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희는 한국에만 있는 한국 고유의 특성을 노션에서 반영하는 등 언어를 뛰어넘은 현지화를 이루고 싶은데요.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다시 한번 노션을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8월 공개된 <20명이 만든 실리콘밸리 1조 기업, 노션 이야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 누구나 내 몸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생산성 도구 노션의 CEO 이반 자오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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