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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5000만 원 개발자 대신 서버 관리해주는 서비스 이야기

조회수 2021. 3. 17.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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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서버 관리로 말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낸, 뒤끝 권오현 대표

자기객관화는 무섭습니다. 하지 않으면 오만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너무 많이 하면 자신감 혹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어른이 되고 세상의 쓴맛을 보면서부터 자기객관화가 서서히 이루어진다고들 하는데요. 이 과정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적절한 수정을 통해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뒤끝의 권오현 대표 역시 사업가로서 초장부터 크나큰 실수와 실패를 겪었지만, 그 수정을 잘 해낸 덕에 예상치 못한 기회를 발견하며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 하나만으로 연애 관련 앱을 만들다가 일명 '프로불펌러'로 낙인찍힌 순간부터 게임 서버를 관리해주는 서비스형 백엔드로 수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에게 각광받기까지, 권오현 님의 창업 성공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뒤끝 권오현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와 함께 서비스 중인 뒤끝도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개발을 하지 않아도 모바일 게임 서버를 생성 및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뒤끝을 만드는 책임자 권오현입니다. 지금의 회사를 창업한 지는 7년 정도 되었습니다. 2017년 10월에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 12기로 선정됐고요.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한국벤처투자(KVIC)에서 2억 원씩 투자를 받은 바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 게임 산업의 현재 상황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요. 작은 게임 개발사는 서버 개발자와 같이 일하는 게 정말 힘이 듭니다. 서버 개발자 평균 연봉이 5,000만 원 정도이기 때문이에요. 문제는 2017년을 기준으로 출시된 게임 중 연 매출 5,000만 원을 넘는 게임이 10%밖에 안 됩니다.


다시 말하면, 누군가 5,000만 원에 서버 개발자를 채용하고, 1년 넘게 굶으면서 게임을 개발했다고 해도 그 게임으로 개발자의 연봉만큼 벌 확률이 10%인 거예요. 90%는 망한다는 소리인데요. 뒤끝은 이 문제를 자동화된 게임 서버로 완화 혹은 해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소형 게임 개발사가 지금도 저희 서비스를 통해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들여 고용해야 하는 서버 개발자 없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뒤끝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뒤끝 전에 여러 번 망했었는데요. 가장 처음에는 컴퓨터공학과 후배 3명과 데이트 코스 앱을 만들었습니다. 23살에 처음 연애를 한 제 개인적인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앱이었는데요. 그때 저는 어디서 어떻게 사람을 만나야 하고 만나서 뭘 해야 하는지 등 연애의 모든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앱을 만들 때, 네이버에서 크롤링*을 해서 전국의 지하철 데이터를 다 모았습니다. 주로 서울역 데이터, 강남역 데이트 이런 키워드로 데이터를 모았는데, 한 2억 번 정도 크롤링했던 것 같아요. 어떤 지역에서 데이트를 하면 이걸 먹고, 이 카페를 가고, 여기서 영화를 보라고 안내해주는 컨셉이었는데, 정말 크게 망했죠.

* 웹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 데이터를 추출하는 행위

뒤끝 권오현 대표 인터뷰

Q. 왜 망했었나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사진이 없었거든요. 어떤 가게를 소개한다면 사람들은 그 가게가 어떤 느낌이고, 어떤 메뉴를 파는지 알 수 있는 사진을 원했어요. 그때도 저희는 크롤링으로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80만 장의 사진을 퍼왔어요.


문제는 그 사진들을 저희 봇이 가져온 거다 보니 원작자에게 허락을 받지 못했었어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의 이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사용을 원하지 않으면 삭제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접근해서 사이트를 하나 만들었죠. 약 2만 명의 블로거분들에게 메일도 보냈는데, 갑자기 제가 나쁜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블로거분들이 어떤 스타트업의 권오현이라는 대표가 우리들의 사진을 동의도 없이 훔쳐 갔다고 생각하신 겁니다. 저는 사진을 가져오긴 했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지워드린다는 식으로 대처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없이 가져갔다는 것 자체를 싫어하셨던 거죠. 결국, 그 데이트 코스 앱은 1년 동안 힘들게 준비했음에도 출시도 되지 못했습니다.

뒤끝 권오현 대표 인터뷰

Q. 그냥 망한 게 아니라 많은 질타를 받으며 망했다 보니 그때의 경험으로 깨달은 바가 컸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앱을 함께 만들었던 4명 중 저를 제외한 3명은 사라졌습니다. 그 3명이 가장 힘들어했던 건 선의를 갖고 열심히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정보 도둑이라며 나쁜 사람이 되어 있었던 거예요.


사실 저희 팀 내부에서도 서비스를 만들면서 몇 번 얘기가 나왔었어요. 어쨌든 동의를 받지 않고 그냥 가져온 거니 괜찮을까 싶었던 거죠. 근데 저희가 좋은 의도로 만들고 있으니까 당연히 모두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제 마음대로 프로젝트를 강행했었어요. 그때는 제가 '내가 하면 잘 되겠지', '내 생각대로 하면 잘 될 거야' 같은 자기 확신에 찬 나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잘 안되는 게 당연했죠.


만약 지금의 기억을 갖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사람들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일 것 같아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싫어하는지, 우리가 하면 안 되는 행동은 무엇이며 팀원들은 그 행동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또 팀원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고 걱정하는지 등 의사결정을 하는 데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요.

뒤끝 권오현 대표 외주 개발을 하며 생활을 이어나가던 시절의 사무실 풍경

Q. 이후에 어떻게 뒤끝을 만들게 되셨나요?


생활로 봤을 때는 그 이후가 진짜 고난의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엔 풍족하진 않아도 사무실 보증금도 있고, 월세도 낼 수 있었어요. 진라면, 3분 카레, 3분 짜장 이렇게 딱 3개만 돌려서 먹었지만, 그래도 먹을 게 있었고요.


그런데 어느 날 돈이 다 떨어진 거예요. 그때부터 대출도 막 받아보고, 예전에 외주 개발 왜 하냐며 허세도 부렸던 시절이 무색하게 여기저기 "저희가 외주로 개발해 드릴 거 없을까요?"라고 물어보고 다녔죠.


그렇게 개발 외주를 받아서 작업하는데, 앱 서버를 만들 때는 할 일이 많고 게임 서버를 만들 때는 거의 같은 일을 했어요. 과장 조금 보태면 예전에 만들었던 서버를 그대로 가져와서 복사, 붙여넣기를 하고, 프로젝트 이름만 바꾸면 될 정도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할 일이 많지 않은 데도 제가 이걸로 계속 돈을 버니까 서비스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알아보니 해외에는 비슷한 업을 하는 회사들이 이미 있더라고요. 그다음 제 실력으로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겠다는 검증까지 마치고, 피봇을 해서 지금의 뒤끝이 탄생했습니다. 계속 실패만 해서 돈을 못 벌고 힘든 와중에 생존을 위해 했던 서버 개발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건데요. 우연인 건지, 아니면 고생 끝에 낙이 온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개발을 하지 않아도 모바일 게임 서버를 생성 및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뒤끝'

Q. 뒤끝은 초기에 어떤 단계를 밟았고, 또 어떻게 성장했나요?


뒤끝의 기획은 201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시스템을 먼저 만들었고,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이 필요했어요. 분석을 해봤더니 서버 개발자가 없거나 서버 개발자가 1명 이하라 서버를 쓰기 힘든 게임 회사들이 저희의 초기 고객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그런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찾아봤더니 인디 게임 개발자 카페,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게 있더라고요. 작은 게임 회사의 95% 이상이 거기 다 모여 계셨어요. 그래서 카페와 페이지 여기저기에 게임 서버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 언제 나올 테니 많이 이용해달라는 글을 남겼더니 나오지도 않은 서비스인데도 써볼 테니 빨리 만들어 달라는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이후에 정말 힘들게 개발을 마쳤고, 2018년 8월에 서비스를 출시했는데요. 현재까지 누적 가입 개발사는 1,804개에 달합니다.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뒤끝의 구성원들

Q. 그런데 사업 특성상 실제 수익을 내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었는데, 게임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평균 기간이 약 15.5개월입니다. 그렇다 보니 초기에는 서비스에 가입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비용을 100원도 내지 않은 회사가 많았어요. 저희로서는 고객분들이 열심히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이 잘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저희와 같은 업을 하고 있는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입자 대비 실제 운영 게임의 비율은 굉장히 낮아요. 많은 창업자가 '우리의 서비스는 뭔가 다르니까 쟤네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데, 시장이 들어가는 순간 정말 똑같아져요.


경쟁업체도 같은 입장일 텐데, 저희는 이 고통을 버텨냄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더 적은 비용을 들여 효율적으로 서버를 운영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건 이제는 뒤끝을 출시한 지가 15.5개월을 한참 넘어서 저희 서비스를 기반에 둔 게임이 많아진 상태입니다. 선순환이 일어나는 구조를 구축한 거죠.

뒤끝 권오현 대표 인터뷰

Q. 이전과 다르게 뒤끝이 잘될 수 있었던 이유가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비즈니스 모델이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밤을 새워가며 서비스를 만들고, 홍보 글을 올려도 사람들이 결제는커녕 저희 서비스를 다운로드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뒤끝은 확실히 달라요. 분명 예전에 창업했을 때보다 많이 자고, 덜 일하는 데도 사람들이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부터 "언제 나와요? 제발 쓰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필요하니까 돈을 내서 사용해요.


특별히 더 노력한 것도 아니고, 저희가 대단히 변한 것도 아닌데, 뒤끝은 왜 성과가 좋은 걸까요? 비즈니스 모델이 말이 되니까요. 그게 말이 돼야 해요. 제 경험상으로 초기 스타트업에게 비즈니스 모델은 100%, 120%, 200%라고 생각합니다.

뒤끝 권오현 대표

Q. 참담한 실패도 했고, 생존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다가 새로운 기회를 살려내기도 하셨는데요. 지난한 과정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창업을 했을 때 1년 안에 잘 될 확률은 6%라고 봅니다. 대부분 94%의 확률로 잘 안 될 거예요. 6%가 높은 것 같지만, 저는 거의 항상 94%였고요.


저는 주변에서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늘 "왜 창업을 하시려는 거예요?"라고 물어봐요. 그 질문에 스스로 확실하게 답할 수 있고, 대답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같이 해보고 싶어진다고 말한다면 시작하셔도 될 것 같아요. 만약 아무도 자신이 창업을 하고 싶은 이유에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당신은 94%가 될 것이기 때문에 창업을 하지 않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창업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만 해도 창업을 하기 전에 병역특례로 근무했던 게임 회사가 50명 규모였는데요. 그때 '회사가 너무 작은데? 내가 이렇게 작은 회사에 있어야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창업자가 되어서 펀딩을 하고, 매출을 내고, 운영을 해보니까 10명도 버겁더라고요. 이미 저 개인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운영비를 사용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창업하기 전에는 '나는 천재야. 나는 남들과 달라. 내가 하면 잘 되겠지' 이런 자만 같은 게 있었는데요. 이제는 '나는 6%가 아니고 94%에 속한다. 그 안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운도 따르고, 잘못없이 모든 게 잘 풀렸을 때 6%가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6%에 들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94%로 돌아올 확률이 더 높음을 알고 있고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94%가 되면 많은 것을 배울 것이기에, 6%가 되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가져갈 것이기에 어느 쪽이 되든 간에 창업을 해보고 싶다면 한 번쯤 해보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 본 아티클은 2018년 11월 공개된 <실패를 통해 배운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개발을 하지 않아도 모바일 게임 서버를 생성,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뒤끝의 대표 권오현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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