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 과로사를 로봇으로 막을 수 있다?

조회수 2021. 3. 10.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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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물류 배송을 로봇으로 바꾸려는, 와트 최재원 대표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사람들은 이미 비대면 배송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택배 기사들이 고객의 얼굴을 일일이 보면서 배송하지 못할 만큼 과거에 비해 절대적인 택배 배송량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비대면 배송에도 불구하고 택배 기사들에게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뤄지는 많은 양의 배송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합니다.


4명의 엔지니어가 모인 와트는 이러한 단지 내 물류 배송 문제를 로봇으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꼭대기 층에서부터 내려오면서 배송하기, 엘리베이터 멈춰 놓기 등 기존의 여러 가지 방법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그들의 해법에 관한 이야기를 최재원 대표에게 들어보았습니다.

와트 최재원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아파트 단지 내 물류 배송 인프라를 만들고 있는 와트의 최재원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2020년 3월 처음으로 팀 빌딩되었고요. 물류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생각하에 6개월 만에 택배를 나를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낸 4명의 공돌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Q. 어떤 과정을 거쳐 창업의 세계까지 오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로봇, 미니카, 자동차 같은 것을 되게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학교에 전자공학 동아리가 있었어요. 원래는 전자공학 학생들만 받는 규정이 있지만, 저도 하고 싶다고 얘기해서 들어갔죠. 그 안에서 간단한 코딩과 모터를 제어하고 로봇을 만드는 기술을 배웠고요. 흥미가 생겨서 대학원도 전자공학과로 갔습니다.


대학원에서는 날아다니는 로봇을 연구했는데요. 2018년 말 즈음에는 씽씽이라는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운영 중인 PUMP에서 하드웨어 파트를 맡아서 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공유 킥보드에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 인터넷) 장치가 들어가는데, 그 장치를 설계하고 좋은 부품과 업체를 찾는 과정부터 팀에 합류했어요.

와트 최재원 대표가 근무했던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씽씽'

Q. 씽씽에서의 경험은 어땠나요?


씽씽이 특수한 서비스인 게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실제로 목격할 수 있잖아요. 또, 전체 사용자 경험의 90% 이상이 하드웨어 탑승이고요.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는 하드웨어는 이래야 한다는 제 생각과 그 생각에 따른 기술을 반영할 기회라서 즐거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동시에 이런 사업을 직접 할 수 있겠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때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Q. 지금의 아이템은 어떻게 찾게 되었나요?


씽씽을 퇴사했을 때는 명확한 아이템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잘하는 로봇, 전자, 기계 쪽에서 아이템을 찾으면서 돌아다니다가 이 시장을 찾았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인당 택배 수령은 일주일에 2회에서 3회 사이로 잡히는데요. 아파트 한 가구당 평균 거주 인원이 2.3명이었던 거로 기억하고요.


이 수치를 실제로 체감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저희가 온갖 종류의 물류 배송의 전 과정을 따라다녔습니다. 기사분들의 일을 도와드리겠다면서 직접 배송도 했죠. 해보면서 깨달았어요. 택배가 건당 2,500원에 배송되는 건 기적임을 느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게 아파트 단지 배송이었는데요. 배송을 체험해보기 전까지는 '아파트가 면적당 가구 밀도가 높으니까 엘리베이터 타고 가서 배송하면 효율이 높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단지와 건물 안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물류 센터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시간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아파트 중에는 택배 차량이 지상 주차장에 못 가게 하는 아파트가 굉장히 많은데요. 지하 주차장에 가서 배송을 하면 주차장 내부가 다 똑같이 생겨서 길도 헤매는 데다 주차까지 해야 합니다. 택배를 찾아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동 내에 들어가서 엘리베이터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무척 길고요.


택배 기사분들에게 여쭤봤더니 이분들도 저희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계시더라고요. 택배 자체는 얼마든지 들 수 있는데, 무의미하게 허비되는 시간이 문제라고. 차라리 그 시간에 더 많은 물량을 채우면 좋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 부분을 해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단지 내 물류 배송을 돕는 와트의 로봇

Q. 그래서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려 했나요?


제가 특정 시간에 나가서 택배를 수령하는 건 현재 저희의 사용자 경험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저희는 시간의 영향을 완전히 받지 않게끔 W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의 무인 택배함과 제임스라는 이름의 로봇 택배 기사를 만들었습니다. 


전체적인 전달 체계와 구조는 이렇습니다. 택배 기사님은 일괄적으로 W스테이션에 배송을 하고, W스테이션은 로봇한테 물건을 전달하고, 그 로봇은 물건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서 받는 사람의 집 앞에 물건을 내려놓습니다.

와트 최재원 대표 인터뷰

Q. 그런데 작은 스타트업 팀이 하기에는 스케일이 많이 큰 모델 아닌가요?


실제로 규모가 너무 크다면서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 창업했고, 4명뿐인 구성원으로 스테이션부터 로봇까지 어떻게 다 만드냐고요.


그런데 저희는 오히려 이 모든 걸 다 갖추지 못하면 어차피 구현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나는 이것만 할 거야'라는 파편화된 접근 때문에 그 하나의 일을 온전히 해결하는 로봇이 없다고도 생각했고요.

Q. 현재 기술 개발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나요?


저희가 실질적으로 개발한 기간은 석 달 정도인데요. 각각의 기능, 예를 들어 자율주행과 로봇이 스테이션으로부터 짐을 내려받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카메라로 보고 인식해서 누르는 과정에 대한 개별 모듈은 모두 개발된 상태입니다.

와트 최재원 대표

Q. 와트가 개발한 기술이 실제 업무에 적용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보시나요?


지금은 사람이 모든 걸 다 해야 하지만, 저희 기술이 활용되면 사람은 스테이션까지만 물건을 나르면 되는 거잖아요. 그 이후에 로봇이 동시다발적으로 마지막 배송을 하고요.


그로써 고객들이 택배를 수령하는 평균 시간이 짧아질 거라고 보고요. 비용도 인건비보다 저렴하니까 배송비도 더 낮아질 거라고 판단합니다. 택배 기사님들의 고충이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요.

단지 내 물류 배송을 돕는 와트의 로봇

Q.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무엇이 있나요?


지금은 덩그러니 놓인 로봇이 혼자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이거 막 써도 되는 건가?'라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뒤에서는 사람이 관제, 관리를 비롯한 모든 상호작용을 하고 있거든요. 앞으로는 로봇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모습과 똑같이 인식될 필요가 있어요. 그런 인식을 저희가 고객들과 함께 만들어나가야겠죠.

와트 최재원 대표 인터뷰

Q. 로봇 산업의 현재와 그 안에서 와트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로봇 산업은 어떤 기술 하나가 개발됐다고 해서 갑자기 막 진척되지 않습니다. 배터리 성능도 좋아져야 하고, 알고리즘도 나와야 하고, 통신도 빨라져야 해요. 그런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만 로봇이라는 완전한 기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다양한 기술들의 수준이 차오르고 있는 단계인데요. 인간에게 물리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로봇이 나올 수 있는 시대가 이제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는 사건이 이세돌과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결이죠.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을 두기 전에는 다들 으레 로봇이 바둑으로 사람을 못 이길 거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대결 이후에는 사람이 바둑으로 로봇을 이기기 쉽지 않다는 쪽에 가까워졌죠. 한순간에 인식이 바뀐 거잖아요.


택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저희 기술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로봇이 인간보다 택배를 더 잘 나르지', '택배는 로봇이 날라야지. 그걸 사람이 나르면 안 되지'라는 인식을 심으려고 해요. 로봇이 내 문제를 해결해주고, 로봇이 그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0월 공개된 <저 로봇인데요, 택배 1박스 문 앞(으)로 배송 완료했습니다>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단지 내 물류 배송의 틀을 로봇으로 바꾸려는 와트의 대표 최재원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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