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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350억에 인수한 스타트업 창업가가 테크와 미래에 미친 이유

조회수 2021. 2. 24.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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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제를 푸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세우는,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지구 반대편에서 방금 일어난 일도 앉은 자리에서 바로 알 수 있는 게 작금의 인터넷 시대입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똑같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죠. 개별성에 따른 개성은 약해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세상이 변하는 스케일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습니다.


퓨처플레이는 그 거대한 흐름에 올라탈, 글로벌을 노리는 야망 있는 테크 회사들과 함께 남들보다 먼저 미래에 가려 합니다. 파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마피아들을 이끄는 퓨처플레이의 대표 류중희 님을 EO가 만나고 왔습니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퓨처플레이의 대표를 맡고 있는 류중희입니다. 저희는 저희 회사를 투자 회사가 아닌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훌륭한 창업가들이 어떤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자금을 지원하고 경험을 나눠드리는 것도 사업을 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직접 회사를 만들기까지 하죠.

유년 시절의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Q. 유년 시절의 중희 님은 어떤 아이였나요?


저는 굉장히 얌전한 한국의 사이언스 키드였죠.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시절을 겪으면서 한국은 '과학입국'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그걸 위한 특별한 교육 기관들을 많이 만들었는데요. 저는 좋은 기회가 있어서 서울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카이스트에 가면 대학을 2년 만에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고3을 재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럼 카이스트를 가야지' 싶어서 실제로 갔고요. 대학 생활을 하면서는 '아, 내가 카이스트까지 왔는데 석사, 박사는 해야지' 이런 관성으로 박사 과정까지 간 것 같아요.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인터뷰

Q. 박사 과정을 하다가 어떻게 창업의 세계로 진입하신 건가요?


박사 과정을 밟다가 오랜만에 집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밥을 차려 주시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이렇게 물으셨어요.


"중희야 요새 너는 뭐 연구하니?" 있는 그대로 대답했죠. "2계층 ATM 망에서의 애드혹(AD-HOC)* 네트워크 구성을 연구하고 있어요." 당연히 어머니는 "그래, 알았다. 밥 먹어라"라고 하셨죠.

* 별도의 연결 장비 없이 PC와 PC가 무선랜을 이용하여 소규모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장비


너무 자괴감이 드는 거예요. '나는 우리 엄마 아빠도 뭔지 모르는 연구를 하고 있어. 이게 뭐 하는 짓이지?'라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다 알만한 걸 만들고 싶었어요. '나는 원래 그러려고 이걸 배우고 있었던 건데' 싶었거든요.


마침 그때가 1차 닷컴 버블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1999년이었습니다. 무려 20세기 얘기예요. 한번은 저희 교수님이 "창업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손들어. 내가 밀어주겠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손을 들고 "제가 창업하겠습니다"라고 한 거죠.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인터뷰

Q. 처음 창업한 회사는 어떤 회사였나요?


지금도 그런 마음이 조금 있는데, 저는 처음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싶은 강박감이 있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클릭하면 하이퍼링크가 열리죠. 근데 길을 가다가 보이는 간판을 클릭한다고 정보가 나오지 않잖아요. 저는 그냥 오프라인까지 클릭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때는 지금의 얼굴 인식, 영상 인식이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워서 2차원 바코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번째로 창업한 회사인 아이콘랩에서 인터코드라는 코드를 만들었어요.


그걸 인식할 수 있는 피처폰이 출시된 달과 같은 달에 일본에서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피처폰이 처음 나왔어요.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한 거죠. QR코드가 글로벌 표준이 되어서 세계인이 쓰고 있는 반면, 제가 만든 인터코드는 지금 아무도 기억 못 하지만요.


아이콘랩에서의 경험은 저한테 2가지의 중요한 점을 알려줬습니다. 먼저 스타트업은 J 커브를 그려야 한다는 거예요. 매출을 한 100억 원 정도 올렸으니까 회사가 중소기업으로서 나쁘지 않았거든요.


근데 그 100억 원이라는 매출이 B2B에서 많이 나오다 보니까 영업이익이 굉장히 박했어요. 100억 원을 버는데, 1억 원을 남길까 말까? 그때 '스타트업은 고속 성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계속 돈을 잘 번다고 해도 그냥 그 자리에 머무는 중소기업이 되는구나'라고 크게 배웠습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 봤을 때, B2B 사업에 의존도가 높았던 것은 저희 사업에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동통신사라는 중간 매개체 없이는 이 사업을 할 수 없었는데, 일본 이동통신사는 개방적인 데 반해 한국 이동통신사는 폐쇄적이었어요.


저희가 이 사업을 함으로써 인터넷이 개방되어 버리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실 정도였습니다. 그때 '진짜 내가 꿈꾸는 걸 하기 위해서는 의존성이 없는 사업을 해야겠다'라는 깨달음을 얻었죠. 그렇게 창업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올라웍스 시절의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Q. 두 번째 회사 올라웍스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올라웍스를 만들 때가 싸이월드가 흥하고, 사진을 엄청 많이 찍기 시작할 때였어요. '폰카'가 막 나왔을 때였죠.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스마트폰이 나오면 카메라는 스마트 카메라가 되겠구나. 스마트 카메라는 무슨 카메라지? 인식을 하는 카메라겠구나. 내가 뭘 찍고 있는지를 알고 더 잘 찍게 도와주고, 내가 찍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주겠구나. 이 영역을 파고들어 보자' 그 생각을 시작으로 만든 회사가 올라웍스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저성능 프로세서로는 얼굴 인식이 어려웠어요. 얼굴 인식이 주로 보안이나 군사용으로만 활용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저는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이 발달하면 스마트폰에서도 얼굴 인식을 바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서 얼굴을 인식하는 엔진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자 열심히 했는데요. 기분 좋게도 저희 예상이 맞았어요. 스마트폰 시대가 왔고,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 중에서도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정보를 입수하는 기능이 무척 중요해졌습니다.


마침 그때 안드로이드 붐이 있었는데요. 삼성, 엘지, HTC, 에이서 이런 회사들이 저희 물체 인식 엔진을 가져다 썼었죠.

올라웍스를 인텔에 매각한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Q. 회사가 잘 나가다가 어떤 계기로 인텔에 인수된 건가요?


인텔 캐피탈이 저희에게 투자를 했는데요. 주주이면서도 고객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인텔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사업적으로 좋은 파트너인 것을 넘어서 의기투합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서 생각보다 빠르게 인수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M&A를 대표님, CFO(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 재무 책임자) 이런 분들이 회의해서 결정하는 되게 거창한 일로 생각하잖아요. 사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M&A를 내가 내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해요. 예를 들면, 한국식으로 표현했을 때 말단인 엔지니어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제품의 성능을 높은 수준까지 향상시키는 미션을 받았는데, 아무리 고민해봐도 우리 회사 내부의 엔지니어들만으로는 그게 불가능하다. 근데 내가 이스라엘에서 학교 다닐 때 룸메이트였던 친구가 스타트업을 만들었는데, 그 스타트업이 마침 이 일을 전 세계에서 제일 잘하고 있다. 그쪽 팀원들과 같이 협업을 하면 이 문제를 잘 풀 수 있겠다. 근데 회사가 아직 작으니 인수를 하자'


그러면 아무도 '야, 넌 뭔데 네가 그런 얘기를 해?'라는 식으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와, 너 되게 훌륭하다. 너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어. 그중 하나가 M&A이면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자'라고 하는 쪽에 좀 더 가깝죠.


바로 다음 주에 인텔 캐피탈 친구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스라엘에 가고요. 나에게 없는 역량을 남들보다 빨리 알아채서 M&A를 통해 흡수하고, 확장하고, 성장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인수되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문화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Q. 이제 퓨처플레이 차례인데요. 어떤 생각으로 또다시 퓨처플레이라는 회사를 만드신 건가요?


올라웍스가 인텔에 인수됐다는 소식이 신문 1면에도 나왔지만, 슬프게도 저희 이후에 실리콘밸리의 탑 기업 본사에서 한국 스타트업을 인수한 예는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게 한국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인텔에 있으면서 인텔이 미국이 아닌 다른 국적의 스타트업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같이 협업하는 걸 봤어요. 대표적인 곳이 이스라엘이겠죠. 동유럽도 있고요. 근데 유독 한국에 관한 정보는 완전히 모르는 겁니다. 어떤 한국 스타트업이 있고, 또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한 거예요.


아무래도 인텔 같은 곳이 핵심 기술 회사를 정말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인텔은 스타트업을 볼 때,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만 보거든요. 한국에는 그 정도 수준의 기술 회사가 많지 않았고요.


그래서 저는 두 가지 테마를 잡았습니다. 첫 번째, 전 세계적으로 어디에다 두고 비벼도 이길 만한 압도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를 찾고 싶다. 두 번째, 처음부터 글로벌 규모로 일을 할 능력을 갖추고 세계에 진출할 수 있게 태어난 회사를 찾고 싶다. 이 두 가지 테마를 잘할 수 있는 회사를 찾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자.


그게 늘 미래 관점에서 현재를 보려고 노력하는 지금의 퓨처플레이입니다.

Q. 미래적인 관점은 정확히 무엇일까요?


미래적인 관점이란 건, '10년 뒤 주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10년 뒤에 사무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10년 뒤에 TV는 어떻게 변할까?' 이런 걸 묻는 거예요. 보통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10년 뒤를 알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에 머무른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정부가 지난 1년간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플랫폼 사이에서 갈등 조정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 사안을 미래적인 관점에서 보면, 모든 택시는 언젠가 자율주행차가 됩니다. 그렇다면 기술을 충분히 이해한 채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서비스를 출시해야 하며, 어떻게 택시업계의 질서 있는 퇴장을 유도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거죠.


저희는 투자를 하거나 회사를 만들 때도 똑같은 관점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능력이라면 10년 뒤를 꽤 높은 해상도로 예측할 수 있어'라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팀이고요. 그런 관점으로 투자를 하다 보니 현재 관점에서는 미친 것 같은 투자를 하게 되는 거죠. 전 되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인터뷰

Q. 그 맥락에서 퓨처플레이가 투자한 회사 중 대표적인 예시로는 어떤 회사가 있을까요?


SOS랩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라이다(Lidar)* 센서를 잘 만드는 회사로 소개받았어요.

* 레이저 펄스를 발사하고 빛의 반사를 측정하여 주변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기술


만나러 갔더니 광주 과학기술원 한구석에 사무실을 딱 두시고 주말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돌리고 계신 거예요. 네 분 모두 라이다 관련 전공을 하신 박사님들이셨거든요. 궁금해서 물어봤죠.


"아니, 왜 코딩 교육을 하세요?"라고 여쭈었더니 "저희는 안분지족을 하고 있어요"라고 답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아, 대표님 지금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진짜 라이다 한 길만 가셔야 해요, 대표님"라고 말씀드렸어요. 다른 파트너들도 저와 함께 '훨씬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 J 커브 그리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엄청 설득했고요.


그러자 SOS랩 대표님이 생각을 딱 바꾸고, CES(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 세계가전전시회)를 할 때 미국에 가셔서 라이다 회사를 전부 다 만나셨습니다. 돌아오셔서 저희에게 "이거 해볼 만합니다. 적어도 기술로는 저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투자받는 거 퓨처플레이가 도와주시면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후에 저희가 투자하고 도와드리면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가 됐어요. 라이다 회사로 따졌을 때, 현재 SOS랩은 한국에선 당연히 1위이고, 전 세계에서도 5위 안에 듭니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Q. 스타트업 투자자로서 한국 스타트업의 생태계는 어떤 것 같나요?


퓨처플레이가 시작할 무렵에 초기 투자 회사, 엑셀러레이터가 매우 많이 생겼습니다. 프라이머, 매쉬업엔젤스나 이런 데를 포함해서 업계 경험이 많은 창업자 출신인 분들이 지원 기관을 만드셨어요. 그로써 선순환되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생태계가 있다는 건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문제는 그게 우리만의 리그라는 거죠. 저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vs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라고 하면 한국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좋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실리콘밸리 생태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우리가 아는 실리콘밸리의 탑 VC는 대부분 이스라엘에 사무실이 있어요. 이스라엘 회사가 초기에 미국 VC 펀딩받고 빠르게 성장하는 예도 많고요. 지금 우리도 실시간으로 이스라엘 스타트업 정보를 여러 미디어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오픈된 거죠.


그런데 단숨에 딱 떠오르는 한국 스타트업을 다루는 영문 미디어가 있냐고 하면 없거든요. 해외에서 스타트업하는 사람이 "요새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 혹은 "이 분야에 한국 스타트업이 있어?"라고 물었을 때 참고할 만한 미디어도 없습니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Q. 그럼 어떻게 해야 상황이 더 긍정적으로 변할까요?


한국의 스타트업은 인류의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문제를 푸는 경향이 좀 강한 것 같아요. 이를테면, 한국의 유니콘 쿠팡은 한국에서만 사업을 하잖아요. 배달의민족도 베트남에 진출하긴 했지만, 거의 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요.


한국에서 유통이나 금융 쪽의 최종 소비자를 상대로 서비스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유니콘이 됐어요. 그에 비해 글로벌 스케일로 임팩트를 주는 유니콘은 하이퍼커넥트나 몇 군데를 제외하면 많이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전 세계가 다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발명이 있으면 그 발명이 지구 전역으로 전파되잖아요. 우리가 발명하지 않은 것이지만, 페이스북을 쓰고 유튜브를 쓰듯 말이죠. 지구가 평평해진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사고는 전혀 평평해지지 않은 거예요.


저는 이 문제가 교육 체계나 어정쩡하게 큰 한국 시장의 크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인류의 문제를 생각해 본 경험이 별로 없어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시험은 '인간은 왜 이렇게 생각하는가? 답을 써라' 이런 걸 묻고 답하게 한다는 얘기 많이들 하잖아요.


근데 우리가 초, 중, 고등학교 때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나요?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일, 남미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 써 본 적이 있나요? 지금 우리가 중동 정세를 알고 있나요? 저는 그렇지 못한 게 슬프기까지 한 것 같아요.


스타트업 수는 늘어나는데, 저희가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은 늘고 있지 않다고 말씀드리는 건 그 맥락 때문입니다. 저희는 인간과 인류, 그리고 전 지구적인 문제를 풀려고 하는 소규모 스타트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Q. 말씀하신 부류의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오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요?


제 경험상 그런 스타트업을 빠르게 만들려면 엔지니어가 주도해서 회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 중심의 회사는 서비스 중심의 회사와 좀 다르거든요.


배달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거나 물건을 주문하는 관행은 미국과 굉장히 다르잖아요. 저는 새벽 배송 같은 걸 미국 유저들이 원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얼굴을 잘 인식한다면, 전 세계 어떤 회사보다 얼굴 인식을 조금이라도 잘하면, 미국이건 중국이건 우리 기술을 쓸 거예요.


그래서 말씀드린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특공대는 기술 중심의 회사들이 아닐까 싶고, 저희가 그 회사들을 지금보다 더 발 벗고 나서서 도와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인터뷰

Q. 개인적인 측면에서 어떤 점에서 즐거움을 느끼기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펼치시는 건가요?


저에게는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고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미래를 만드는 재미죠. 그래야 제가 이 별을 떠나도 누군가가 저를 기억할 거잖아요.


그리고 요즘처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기에 너무 좋은 때가 없는 것 같아요. AI 있죠, AR, VR 있죠, IoT 있죠, 블록체인이나 로보틱스도 있고, 재료가 너무 많아요.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혁신적인 재료가 한꺼번에 쏟아진 적이 없습니다.


그 점에서 기본적으로 엔지니어인 제게 이런 장난감을 갖고 미래를 바꿀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를 푸는 스타트업을 찾고 만드는 퓨처플레이의 대표 류중희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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