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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쓸 때 꼭 필요한 IT 기술

시각 장애인도 터치 스크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밸류컴포짓 임승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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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타트업>의 주인공들은 이야기 초반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눈길'을 개발합니다. 눈길은 인공지능 '영실이'와 연동하여 카메라 앞의 물체를 인식하는 서비스인데요. 밸류컴포짓은 이에 비견될 정도로 시각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기술을 개발합니다. 바로 진동 점자 입출력 시스템인데요.


모든 디지털 기기에 달려 있던 올록볼록한 버튼이 화면으로 들어간 데서 되레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밸류컴포짓의 대표 임승혁 님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밸류컴포짓 임승혁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시각 장애인들도 터치스크린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진동 점자 입출력 시스템 기술을 개발한 밸류컴포짓의 대표 임승혁이라고 합니다.

밸류컴포짓에서 개발한 진동 점자 입출력 시스템 기술

Q. 진동 점자 입출력 시스템이 조금 생소하게 다가오는데요.


저희 기술을 소개하기 전에 일화 하나를 먼저 들려드릴게요.


저희가 사업을 하면서 만나 뵌 한 시각 장애인분이 계시는데요. 그분이 말씀하시길, 기술이 발전해도 우리는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고 당장 집에 들어갈 때부터 그렇습니다. 요즘은 집 대문에 터치 도어록을 많이들 다시는데, 시각 장애인분들은 눈이 보이지 않으니까 이걸 뼘으로 재서 습관성으로 누르세요.


뼘으로 끝에서 끝까지 몇 센티미터인지를 감안해서 대략적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시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와, 내가 그동안 봐왔던 세상이 다가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기기들이 계속해서 많아지는데, 이게 비장애인들에게는 편리하고 훌륭한 기술이더라도 시각 장애인분들에게는 어색하고 불편한 기술인 거죠.


진동 점자 입출력 시스템은 그런 시각 장애인분들을 위한 일종의 연결 기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요철식 점자가 표현이 안 되는 스크린 기기에 표시되는 텍스트 정보를 진동 자극을 통해 시각 장애인이 마치 기존이 점자를 읽듯 읽을 수 있는 기술이에요. 읽는 것뿐만 아니라 모션을 통해서 텍스트를 입력할 수도 있고요.

밸류컴포짓 임승혁 대표 인터뷰

Q. 어떻게 소셜 벤처를 창업하게 되셨나요?


창업을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분들과 접점이 있지는 않았는데요. 저희 연구실로 출퇴근하는 길목에 장애인 복지관이 하나 있어요. 그래서 제가 왔다 갔다 하면서 장애인분들을 길거리에서 우연치 않게 자주 마주쳤는데요.


하루는 한 시각 장애인분께서 길거리에 계신 행인분에게 본인의 은행 업무를 대신해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은행 정보라는 게 되게 민감한 정보인데, 그걸 타인에게 맡기는 모습을 보면서 눈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여지없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노출할 수밖에 없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제가 대학원에서 배운 기술 개발 역량으로 해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마음 맞는 주변 대학원 선후배들과 같이 모여서 본격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게 됐고요.

Q. 사업 초반에는 어땠나요? 아무래도 이전부터 관심이 있던 영역이 아니다 보니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아는 시각 장애인분이 없다 보니까 기술 개발 초기에는 무작정 서울 시내 주요 복지관과 맹아원에 연락을 돌렸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서 혹시 한 번 만나볼 수 있겠냐고 했죠. 어찌저찌 점자 교육사 선생님들과 시각 장애인분들을 많이 만나 뵈었는데, 처음에는 반감을 많이 보이시더라고요.


시각 장애인 관련 기술을 개발한다지만, 어쨌든 저는 비시각 장애인이니까요. '네가 왜?', '네가 뭔데?' 이런 느낌인 거죠. 제 추측으로는 그동안 나쁜 선례들이 더러 있었던 것 같아요. 매번 정치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이용만 당한 적이 많다고 생각하셔서 '이번에도 우리를 이용하려고 왔구나'라고 느끼신 거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다짜고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서 접근하지 말고 제가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후에 연락도 자주 드리고, 기술이 개발됐을 때마다 맨날 찾아갔어요. 그렇게 진정성을 보여드리니까 이분들의 심리적 장벽이 점점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는 역으로 다른 요청도 하셨습니다. 진동 점자 입출력 시스템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런 게 불편한데, 그런 것도 해결해줄 수 있겠어?' 이런 식으로 먼저 물어보시는 분들이 생겨났죠.

밸류컴포짓 임승혁 대표

Q. 이렇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서 세간의 시선이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요.


저희가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 베이징 이렇게 세 곳에서 해외 사업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피칭 대회, 중국의 기술 거래소에서 열린 한 모의 기술 거래 투자에서 나란히 1등을 했었죠. 그때 당시에 관계자분들께서 한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며 저희 사업에 많이 공감해주셨는데요.


사실 그동안 스타트업 한다고 하면 많은 분이 '그게 돈이 돼?', '시장성은 어때?' 같은 질문을 제일 먼저 하셨습니다. 그런 식으로 무조건 시장성과 수익성만 먼저 따지다 보니까 소셜 벤처들이 과소평가되고,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크기보다 과연 그 문제가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 회사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시각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수가 굉장히 적긴 하죠. 하지만 그분들이 느끼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점은 확실하거든요.


남들은 알아주지 않더라도 저희 회사는 내부적으로 뼈저리게 느낀 이 문제를 겪고 계시는 분들을 만나봐 왔어요. 그로써 밸류컴포짓이 사회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체감하면서 동기부여가 되는데요. 그 좋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다수에 속한 이들에게 국한되었던 기술을 우리 모두를 위한 기술로 넓히는 것, 그것이 바로 저희의 비전입니다.

밸류컴포짓 임승혁 대표 인터뷰

Q. 궁극적으로, 밸류컴포짓이 개발한 기술을 통해 장애인이 겪는 어떤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서 요즘은 수업 모델을 비롯해 교육 현장이 첨단화, 디지털화되고 있습니다. 일선에서는 태블릿 PC와 같은 첨단 기기가 도구로 보급되는데, 이런 것들은 주로 장애인을 제외한 비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개인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느냐가 더욱더 한 사람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처럼 여겨질 텐데요. 그러면 지금도 차이가 나는 비장애인 학생과 장애인 학생 간에 발생하는 교육 수준과 정보 격차가 더 벌어질 겁니다. 이런 현상은 결국, 부의 격차까지 이어져서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킬 거라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교육 정책에서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정보 격차를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장애 유무가 그 학생이 받는 교육의 수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 거죠. 저희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한 교실에서 교육을 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밸류컴포짓에서 개발한 진동 점자 입출력 시스템 기술

Q. 마지막으로 회사로서 세우고 있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2018년에는 계속 기술을 만들고, 고도화시키기만 했습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기존 시각 장애인분들이나 일반인 모두에게 생소한 개념인 진동 점자를 알리기 위해 진동점자 입출력 시스템이 탑재된 점자 학습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고요.


현재는 시각 장애인용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저희는 앞으로 그간 소외되어 왔던 특정 장애인이나 소수층을 위한 연결 기술을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범용기기를 다수에 속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유니버설 테크놀로지(Universal technology), 그러니까 우리가 모두 쓸 수 있는 기술로 만들어 보급하고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6월 공개된 <시각 장애인은 스마트폰에서 어떻게 글을 읽고 쓸까? | 밸류컴포짓 대표 임승혁>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다수가 아닌 전부를 위한다는 일념하에 시각 장애인을 위한 진동 점자 입출력 시스템을 개발한 밸류컴포짓의 대표 임승혁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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