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할 대체 밀가루를 만드는 스타트업 이야기

조회수 2021. 2. 18.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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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식혜 부산물, 맥주 부산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국내 최초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의 1/3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55%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제로 웨이스트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이 시대, 제조 공정에서 버려지는 부산물로 대체 식품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맥주 부산물, 식혜 부산물을 활용한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해 밀가루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곡물가루를 만드는 리하베스트인데요. F&B 산업에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생태계를 만들려는 스타트업의 도전기, EO가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 인터뷰

Q. 리하베스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식회사 리하베스트의 민명준 대표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기존에 버려지던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서 B2B 및 B2C 식품을 만드는 식품회사입니다.


업사이클이라고 하면 재활용이랑은 많이 다르거든요. 맥주와 식혜 부산물을 가지고 간편 대체식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에너지바 제품이랑 그래놀라 제품을 만들고 있고요, B2B 쪽은 피자 도우라든지 파스타류 면류도 만들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서 밀가루를 대체하는 가루를 만드는 회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리하베스트가 최초입니다. 업사이클 푸드 협회(Upcycled Food Association)라고 해서 전 세계 약 60개 회사가 여기 멤버로 등재되어 있고요. 저희가 아시아 최초, 그리고 한국 최초로 업사이클 푸드 협회의 멤버가 되었죠.

리하베스트에서 출시한 에너지바 '리너지바'

최근 출시한 에너지바인 '리너지바'는 맥주와 식혜 부산물을 원료로 만든 제품인데요. 그간 재사용이 불가능한 채로 버려지던 부산물을 재활용해서 만든 제품인 만큼,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Q. 회사 설립 전 미국에서 M&A 전문가, 투자심사역 등 여러 일을 거치셨는데요.


미국의 페퍼다인대학교에서 회계학 전공을 했고요. 부모님께서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라는 삶의 철학을 가지고 계셨어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행동을 보고 자라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직접 피해 현장에 가서 지원한다든지, 집을 지어준다든지 하는 봉사활동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첫 회사로 암젠이라는 회사에 입사했고요. M&A 업무를 했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IMT 캐피털이라는 곳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진급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아시아인의 비율이 줄어들더라고요. 아시아인으로서 미국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항상 사람들에게 '한국인 알렉스'라고 불리는 게 싫었어요. 한국에 오면 그냥 민명준인데 미국에 있으면 '한국인 알렉스'가 되더라고요. 이게 좀 기분 나빴어요.


Q. 그럼 언제 한국에 들어오시게 된 건가요?


꼭 한번 한국에서 제대로 살아보자는 꿈이 있어서 서울대학교 MBA 과정에 진학하게 되었고요. MBA 과정을 마치고 나서는 삼일회계법인, PwC(PricewaterhouseCoopers) 컨설팅에서 F&B 대기업의 전략 컨설팅 업무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F&B 컨설팅을 하고 싶다고 회사에 얘기했었어요. 원래 F&B 산업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F&B 산업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제가 F&B 산업 프로젝트에 배치됐고, 그러다 보니 F&B 산업 쪽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과 논의 중인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

Q.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기본적으로 컨설팅이라는 업계 자체의 평균 재직기간이 2년, 길어야 3년입니다. 그런데 전 거의 한 8년 넘게 컨설팅을 했거든요. 몸이 굉장히 많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대장에 종양도 생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가 제일 친했던 친구가 하늘나라에 가게 됐어요. 그 친구가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제가 해야 하는 일만 하고 살았던 것 같대요. 아프고 나니까 세상이 달라 보였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다 보니 F&B 산업을 제가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기존에 한 컨설팅 일은 실무단보다는 소위 말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많이 할 수도 있거든요.

손님을 응대 중인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의 여동생

Q. 리하베스트 창업 이전에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실무 감각을 익히셨다고요.


F&B 분야로 처음에 바로 사업을 들어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제 여동생이 미국에서 꽤 유명한 셰프거든요. 꽤 오랫동안 일식하고 프렌치 요리를 배워 왔었어요. 


미국으로 치면 일본 식당계의 백종원과 같은 모리모토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 밑에서 여동생이 꽤 오래 일을 했어요. 그렇게 여동생이랑 같이 창업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가 잘되려면 식당 자체가 쉽게 운영이 되어야 하고 편하게 운영이 되어야 해서 레시피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사업이 잘됐어요. 3개월 만에 식당 4개를 열었고 저는 제 지분 정리하고 엑싯을 했고요. 그렇게 F&B 분야에 어느 정도의 전문성이 쌓이고 나서 푸드업사이클링 사업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푸드 업사이클링은 아직까지는 생소한 분야입니다.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컨설팅 일을 하면서 처음 생각하게 됐어요. 업사이클 분야에 원래 관심이 되게 많았습니다. 제가 지금 입고 있는 바지도 폐의류를 업사이클링한 바지거든요. 


업사이클링하면 대부분 생각하시는 게 폐타이어로 가죽을 만들거나 아니면 폐가죽으로 옷을 만들던가 이런 거잖아요. 해외에는 푸드 업사이클링을 한 선진사례들이 많더라고요. 


Q. 푸드 업사이클링의 어떤 면에 이끌린 건가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수입하는 원자재가 되게 많은 나라인데, 푸드 업사이클링을 하면 수입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좀 더 가치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자본금 4,800만 원으로 회사를 시작했고요. 저 포함 세 명이 2019년도 8월 14일에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다양한 재료 중 식혜, 맥주 부산물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원료시장이 7.9조 원 정도입니다. 맥주박 및 식혜박 가루 같은 경우는 영양성분이 뛰어나요. 밀가루 대비 단백질은 2배 정도가 많고요. 식이섬유는 21배가 많고 칼로리는 30%가 적습니다.


원료 관점에서 봤을 때는 식품 첨가제 없이 자연 유래로 고단백 고식이섬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영양적인 부분이라든지 가성비적인 부분이 뛰어나고요. 마케팅으로 봤을 때 선한 소비라는 부분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OB맥주와 맥주 부산물 업사이클링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맺은 리하베스트

Q. 재료 수급이 중요한 만큼, 여러 회사와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는 OB맥주와도 협약을 맺었죠?


이 시장 안에서 정말 좋은 원료를 만들어서 리하베스트가 만든 원료는 이 제품의 시그니처 원료라는 포지션을 가져가고 싶어요. 식품 부산물을 공급해 주는 파트너사들은 기존에 부산물을 환경부담금을 지불하고 버렸던 곳도 있고요. 


부가가치가 좀 낮은 퇴비라든지 사료로 쓰고 있었는데 다행히 무상으로 공급을 해주겠다고 하셔서 부산물을 무상으로 공급받아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수제 맥주 쪽에서는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플래티넘 크래프트 맥주, 카브루 맥주 그리고 칼리가리 브루잉이 있고요.


오비맥주는 운이 좋게 만났어요. 서울창업허브랑 오비맥주에서 주관하는 스타트업 경진대회인 '2020 서울창업허브-오비맥주 스타트업 밋업(Startup Meet-Up)'에 나갔는데 저희가 최종 팀으로 선정되었거든요. 그때부터 오비맥주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식혜 쪽에서는 서정쿠킹이라고 느린식혜를 만드는 곳에서 식혜 부산물을 독점으로 공급해 주고 계세요.

Q. 국내에서는 이 분야의 일을 처음 도전하다 보니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해결해 나갔나요?


처음에 사업을 시작할 때는 맥주 부산물을 전문적으로 하자고 봤었어요. 규제 쪽에서 문제가 있더라도 빨리 풀릴 줄 알았거든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라고요. 맥주 부산물의 규제가 풀릴 때까지 오래 기다리느니 다른 식품 부산물로 확장해보자 해서, 사업 초기부터 식혜 부산물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규제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게 큰 시행착오였던 것 같아요. 그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대기업 파트너를 최대한 활용해서 진행을 하게 되면 조금 더 수월하게 규제가 많이 풀린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Q. 주변의 도움도 필요했을 텐데요.


사업의 은인이 몇 분 계시는데, 가장 큰 은인은 식혜 부산물을 공급받는 서정쿠킹의 회장님이세요. 식혜 부산물이라는 게 기존의 제조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에 공정 중간에 들어가서 부산물을 가져오는 일이 굉장히 어렵거든요. 흔쾌히 오케이를 해주셨어요. 


스타트업이 사실 가장 필요한 게 인맥이거든요. 회장님께서 여러 인맥을 만들어 주셨고, 사업적으로 조언을 정말 많이 해주셔서 사업을 크게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또, 오비맥주를 통해서는 맥주 부산물도 사용 가능하다는 규제 문제를 해결했어요. 그때부터 맥주 부산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고요.

리너지바를 제조 중인 리하베스트의 노동자들

Q. 장애인 고용을 통해 상생을 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촌 누나에게 다운증후군이 있거든요. 제가 한창 아플 때 살아가면서 한이 어떤 게 있냐 물어봤는데, 한 번도 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 일을 해보시지 못한 서러움이 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리너지바를 만들면서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장애인 친구들이 리너지바 제품을 만들고 제품 검수도 하면서 리너지바 제조에 참여를 시키고 있습니다. 


장애인 작업장 같은 경우는 용인에 15분 정도가 일하는 베이커리 시설이 있고요. 안양시에 한 30명 정도가 일을 하시는 시설이 있습니다. 올해는 설비를 유치를 해서 본격적으로 원료시장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어요. 다양한 식품 부산물을 원료화해 나가는 시스템과 설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솔루션 사업도 확장해 나갈 영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최근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2020년 5월에 진행했던 디캠프 디데이에 참가해서 우승했어요. 공동 주관으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이 진행이 되었고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랑 일을 하게 되면서 업무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을 많이 해결했던 것 같아요. 광주에 필요한 회사들과 접촉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광주에서 혁신형 사업을 할 수 있게 지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 인터뷰

Q. 사업적으로 요즘은 어떤 고민이 있나요?


회사의 성장 동력은 조직이잖아요.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서는 대표가 되게 열심히 일을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알고 보면 대표님들이 병목인 거예요. 대표님들이 업무들을 빨리 직원들한테 인수를 잘 못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요즘은 조직을 어떻게 잘 운영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업도 사람이 한다는 것을 배운 것 같아요. 방향성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서 굉장히 즐겁고요.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는 오비맥주 광주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에 대한 인허가도 깔끔하게 처리할 예정이고요. 광주를 테스트 베드 삼아서 광주 특산물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 있어서 장애인 친구들에 대한 일자리도 창출해 나가는 부분도 있을 것 같고요.


푸드 업사이클링 업계에서는 그래도 '리하베스트가 최초로 잘하고 있는 회사다'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

* 본 아티클은 2020년 12월 공개된 <아직은 생소하지만 어쩌면 세상을 바꿔놓을 가루들>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 국내 최초로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 기업을 창업해 버려지는 식품 부산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유정미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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