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너무 좋아 아내 몰래 퇴사한 남편의 이야기

조회수 2021. 2. 8.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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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한 로봇기술을 개발하는, 코봇 민중후 대표

2000년대 초중반을 장식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과 <아이, 로봇>은 로봇을 인간과 비슷한 형상으로 그립니다. 인간을 닮고 싶은 로봇 혹은 인간 세계에 반란을 일으키려는 로봇을 묘사하고요. 그러나 10년도 더 지난 지금, 그런 로봇은 없습니다. 인간 같지도, 감수성이 있지도, 공격적이지도 않죠.


대신 용도에 맞게 작아진 채로 적어도 지금까지는 인간이 설정한 대로 착실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아마 못난 인간이 과욕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로봇은 지금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사람들을 돕지 않을까 싶은데요. 코봇은 이런 인간과 로봇이 더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로봇기술을 개발합니다.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 비대면 배식 로봇, 간호 보조 로봇, 열 감지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는 코봇의 대표 민중후 님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코봇 민중후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람을 위한 로봇기술 개발을 하는 코봇의 민중후입니다. 저희 로봇 시스템은 로봇청소기처럼 주어진 공간이 있으면 라이다 센서를 이용해서 집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바퀴에 달린 각종 센서를 이용해 위치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 정보 값만 있으면 관리자가 로봇이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어요.


최대 15명까지 열 감지를 할 수도 있는데요. 일정 온도 이상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만 캡처해 관리자에게 전송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는 캡처된 사람만 추적할 수 있고요. 현재 개발 중인 병원 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은 80% 정도 완성된 상태인데요. 올해는 더 많은 가까운 병원에서 만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코봇 민중후 대표와 그의 부인

Q. 창업 이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고, 어떻게 코봇을 세우게 되셨나요?


학창 시절에는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는 물류장비업체 기술 연구소 소속이 되면서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당시 제가 입사 후 처음 맡은 사업이 외산에 집중하고 있던 물류, 자동분류기를 국산화하는 것이었는데요. 그러다 아마존의 물류창고 로봇 키바(KIVA)를 우연히 봤는데요.


저희가 현장에 직접 나가서 보니까 로봇이 그냥 물건을 들어서 직원한테 갖다주는 정도면 충분하겠다 싶더라고요. 저렴한 센서를 가져다가 쓰고, 성능만 경쟁사 제품과 유사하게 맞추면 저희도 충분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겠다 싶어서 창업까지 이어졌습니다.


제가 처음에는 집사람한테 창업했다고 말하지 않았는데요. 나중에 물어보니 6시에 정시 퇴근해서 집에 일찍 들어오니까 회사가 어려운 상태인가 생각만 했지, 제가 회사를 그만뒀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사실대로 말했던 건 자금이 바닥났을 때였는데, 그 즈음 한 달 정도는 눈칫밥을 먹었어요. 이후에는 응원해줬고요.

팀 멤버와 논의 중인 코봇 민중후 대표

Q. 창업 초기 멤버들은 어떻게 만났나요?


팀원들은 전부 대학원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입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기계설계공학과를 전공했는데, 연구실에서 제어 시스템과 하드웨어 개발을 같이 했던 선후배들이죠.


연구했던 내용은 무인 지게차 기술 개발이었는데요. 그때 당시에 자율주행을 포함한 무인 지게차를 함께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기억이 떠올라 저 혼자서는 창업을 하기에 조금 부족하니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한두 번씩 만났는데요. 그렇게 1년을 구애해서 지금까지 동고동락하고 있습니다.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는 코봇의 멤버들

Q. 초기에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고, 현재는 어떤 부분에 주력해서 사업을 끌고 나가고 계시는가요?


미르미라고, 살짝만 힘을 줘도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처음에는 이 기술을 탑재한 화물 이송 보조 로봇을 택배기사님들에게 한 번 써봐달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테스트하러 나간 지 3시간 만에 기사님들이 무거워서 못 쓰겠다며 도로 가져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게다가 6만 원 주고 사서 쓸 수 있는 카트를 60만 원 주고 사서 써야 하고, 배터리도 충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되게 놀라시더라고요. 그래도 일단 판매가 최우선이니까 60만 원 정도에 제품 공급을 시도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결국, 마음 아프게도 실패했죠.


그 이후에 개발했던 플랫폼을 이용하고, 대학원 때 연구했던 무인 지게차를 축소해서 다시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산업계에 바로 접목할 수 있게끔 개발했죠. 바로 표지 없이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는 자율 주행 기반의 물류 로봇인데요.

기존 산업에서 로봇이 돌아다니려면 위치 인식을 위한 자석, QR코드, 반사판 같은 표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자석을 발로 밟거나 QR코드를 스쳐 지나가면 표지가 훼손되곤 합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를 계속 보수하면서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반면, 저희가 개발한 로봇은 이런 관리가 번거로운 표지에 따라 주어진 길만 다니지 않습니다. 더 발전된 기술력으로 유연하게 어디든 갈 수 있죠.


저희는 산업 전반뿐만 아니라 서비스 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간호 보조를 하는 로봇 시스템도 개발했습니다. 로봇이 간호사들이 있는 간호사 스테이션 옆에서 항상 대기하다가 베갯잇이나 환자복을 실으면 환자에게 전달해줘요. 이와 비슷하게 배식을 해주는 로봇 역시 있습니다.


이 로봇들은 다 비대면 형태를 띠는데요. 코로나 19 상황에서 간호사분들이 환자분들과 직접 접촉하면 감염병이 옮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형태로 개발하게 됐습니다.

Q. 지난해 11월 기술 전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컴퍼니 빌더 퓨처플레이와 자동차 부품 대기업인 만도가 함께한 미래 자동차 분야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테크업플러스>에 선발되었잖아요. 이 프로그램에 1년간 참여하면서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처음에는 물류 로봇으로 <테크업플러스>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요. 퓨처플레이 측에서 물류 로봇 분야는 경쟁자가 너무 많아서 저희같이 작은 회사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따면서 다른 분야를 찾아보자고 권유해주셨습니다. 그 제안에 따라 농수산물 센터, 커피 전문점, 관공서까지 방문했죠.


그때 즈음에 제가 법원에 갈 일이 있었는데요. 그전까지 법원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한 명씩 열 감지를 하는데, 법원에 들어가기까지 한 4~5분이 걸리더라고요.


며칠 후에 집에서 TV를 보는데, 딱 열 감지 카메라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야외에 있다가 건물에 들어온 사람은 실내에서 5분 이상 활동해야 정상적인 체온으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그러면 문 앞이 아니라 실내에서 항상 돌아다니면서 체온을 측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그렇게 맨 처음에 설명드린 열 감지 로봇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미 병원 측에서 좋은 제안이 들어와서 아마 테스트만 끝나면 시판은 금방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는 퓨처플레이가 제안한 새로운 시장, 지금의 언택트 시장을 선택하면서 코봇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코봇 민중후 대표 인터뷰

Q. 더 많은 고객 유치를 위해 코봇과 코봇의 제품이 지닌 강점을 어필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격 경쟁력 면에서 다른 회사들보다 자신 있습니다. 국산화된 센서만 사용하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만들어서 엔지니어 비용이 적게 소요되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도 기술력만 따지면 미국, 일본, 독일의 주행 플랫폼 관련 기술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고가의 센서를 이용해서 그 정도 시스템을 구현했다면 알맞게 잘 구현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저희는 저비용으로 기술 개발을 하며 로봇을 최적화하는 노하우를 녹인 저가의 센서로 고성능의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으니 조금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코봇 민중후 대표와 팀 멤버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더럽고 어려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투입되어 문제점을 풀어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실질적인 목표라면 실외 자율주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금은 로봇이 실내에 머무르고 있지만, 기술이 조금만 더 안정되면 개발한 플랫폼을 갖고 실외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로봇이 한 장소에서 다양한 장소로 흩어져서 햄버거나 커피를 배달해 주는 모습을 꿈꾸고 있어요.


저희 기술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을 만나서 빠르게 스케일업 하는 중이니 머지않아 그 모습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0월 공개된 <아내 몰래 직장까지 관두고 창업한 이유>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사람을 위한 로봇기술을 개발하며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찾은 코봇의 대표 민중후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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