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퇴사 후 학교 급식에 접목한 인공지능 기술

조회수 2021. 1. 13.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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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스캐너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전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누비랩 김대훈 대표

자율주행과 단체급식,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분야와 영역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비랩의 대표 김대훈 님은 현대자동차에서 연구한 자율주행 기술을 단체급식에 접목해내는 새로운 발상을 떠올렸습니다. 이는 그가 데이터 중심의 관점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인공지능 푸드 스캐너를 통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누비랩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만나보시죠.

누비랩 김대훈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놀이터 누비랩의 대표 김대훈입니다. 저희 누비랩은 인공지능 푸드 스캐너를 통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인류의 큰 문제 중 두 가지를 해결하는데요. 하나는 식량난, 하나는 지구온난화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현재 식량 생산을 많이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그에 따라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지구온난화예요. 식량을 생산하는 데서부터 제조,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또, UN 자료에 따르면 실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1/3이 버려지고 있는데요. 누비랩은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고, 더 생산하지 않으면서 인류와 지구가 인구 증가에 대비할 수 있게끔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공동창업자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자동차 신기술 관련 연구를 했습니다. 연구하던 기술은 자율주행에 들어가는 기술과 유사한 기술이었는데요. 물체와 차 사이의 거리 정보를 통해서 차 앞에 어떤 물체가 왔는지를 파악하고, 파악한 정보를 기반으로 차가 얼마큼 빠르게 선회해야 하는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이었어요.


저희는 회사에서 나와 누비랩을 세우면서 이 기술을 푸드테크에 접목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목하셨나요?


급식소에서 배식받은 후, 식판을 저희 기술로 한 번 스캔하면 음식의 종류와 양을 다 분석할 수 있습니다. 칼로리뿐만 아니라 영양 성분을 다 데이터화할 수도 있죠. 식사하고 나서도 잔반이 남아 있는 식판을 스캔하면 어떤 음식을 얼마큼 남겼는지 알 수 있고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섭취한 양 대비 영양성분과 칼로리를 알 수 있어요. 사용자가 습관적으로 어떤 음식을 얼마큼 남기는지 피드백해 드릴 수 있는 거죠. 이를 통해서 저희 누비랩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식습관 개선에도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아이템으로 2018년 환경창업대전에서는 대상을 수상,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국내 최대 인공지능 대회인 AI 그랜드챌린지에서 다양한 연구 기관들과 경쟁해서 TOP 5 연구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이후에도 국방부, 서울시청, 교육청, 대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서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누비랩 김대훈 대표 인터뷰

Q. 환경창업대전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서 창업을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상을 타기까지의 과정에서 느낀 감상을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가 원래는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도 도전했었는데요. 푸드테크 분야이다 보니까 현대자동차와는 괴리감이 조금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부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네 벤처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에 환경창업대전에 참가하면서 둥지에서 나와 야심 차게 시작하게 됐고요.


저는 전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은 환경창업대전이든 뭐든 간에 심사위원, 투자자, 고객을 잘 설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탄탄해야 하고, 스토리에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잘 수집해야 해요.


데이터를 수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이라는 생각해요. 저희가 정의했던 문제를 저희 마음대로 푸는 게 아니라 고객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서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환경창업대전 당시에 발표할 때는 국내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집중했어요. 음식물 쓰레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매립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앞으로 누군가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우리는 이 심각한 문제를 최신 기술을 이용해서 해결하겠다. 이런 논리였죠.


대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감회가 새로웠는데요. 마침 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있었거든요. 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속에서 좋은 소식을 들은 거죠.

Q. 뒤늦은 질문이지만, 처음에 어떤 계기로 이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신 건가요?


저는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점심시간에 항상 운동을 해서 식사할 때 항상 제일 마지막에 밥을 먹었어요. 그때마다 엄청나게 많은 음식이 남겨지고 버려지는 걸 목격했는데요. '왜 이렇게 음식이 많이 남지?' 싶더라고요.


그래서 전국에 급식소가 몇 개인지 대충 계산해 봤는데, 엄청나게 많은 낭비가 발생하더라고요. 실제 상황을 알기 위해 급식 담당자분과 인터뷰도 진행했는데요. 근본적으로 식수 인원 예측이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사람들이 잔반을 왜 이렇게 많이 남기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조금 필요해서 퇴식구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측정도 해봤어요.


측정 결과, 음식을 안 남기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안 남기고, 남기는 사람은 계속 남기더라고요. 재밌죠. 습관적으로 버려지는 음식의 과반 이상이 상위 30%의 남기는 사람에게 발생한다는 사실 역시 발견했어요.


이 실험으로 저희는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고객 검증을 한 셈인데요. 급식 관련 매니저분이 충분히 유의미한 데이터가 될 거 같다고도 말씀해 주셔서 단순 실험에서 그치지 않고 지금처럼 비즈니스적으로 디벨롭하게 됐습니다.

Q.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일단 '음식을 남기는 사람은 왜 지속적으로 남길까?’', '본인이 음식을 자주 남기는 걸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의 해결 방법으로 보상 체계가 있어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첫 번째 타깃 고객은 학교였는데요. 학교라면 음식믈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식습관, 영양 교육을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후에 경기도교육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턱대고 찾아가서 설득의 과정을 거쳤는데요.


저희가 신기술을 적용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크게 반기시지는 않더라고요. '밥 먹으러 가는데 식판을 스캔하는 게 생소하다', '지금도 큰 문제가 없는데 왜 이걸 해야 하냐?', '이 데이터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냐?' 같은 반응이 지배적이었죠.


아무래도 전 세계 어디에도 유사한 솔루션을 가진 곳이 없어서 의구심을 품으시는 것 같았어요. 사실 안 된다고 가정을 세우고 생각하면 안 될 이유가 엄청나게 많거든요.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설득하고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많이 노력했어요.


실행에 옮겼을 때는 음식물 쓰레기를 제일 적게 남기는 반에게 보상을 주겠다고 했는데요. 한 반에만 보상을 줬는데도 실험을 했던 초등학교 전체에서 동일 기간 대비 50%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누비랩 김대훈 대표 인터뷰

Q. 앞으로 누비랩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3년 차 스타트업으로서 기술을 고도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데이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철저하게 믿어요. 저희의 비전은 전 세계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최적화시키고, 인류의 영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전 생애 주기의 식습관 데이터로 각 생애에 맞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당장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단체 급식에 타격이 좀 있는데요. 그래서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보다 개발하는 데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몇 초 동안 서 있는 상태에서 식판을 스캔하기보다는 배식을 받고, 퇴식하는 과정에서 아마존고처럼 사용자가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스캔하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비랩은 앞으로도 회사의 장점으로 제일 자신하는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그 목표와 밝은 미래를 바라보며 달려갈 것입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8월 공개된 <현대차에서 연구한 자율주행 기술을 학교 급식에 접목한 결과>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 인공지능 푸드 스캐너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전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누비랩의 대표 김대훈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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