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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출신 투자자가 말하는 '성공하는 창업가'의 공통점

조회수 2021. 1. 11.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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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와 스타트업이 만들어가는 스타트업 네트워크,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

이제 겨우 문호 개방을 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90년대 한국에 인터넷이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세계를 지배할 거라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요? 분명 많지 않았을 그 숫자에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86학번 이재웅 군과 88학번 이택경 군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90년대 중반, 이들은 '다음'을 만들어서 2000년대 대한민국 인터넷 생태계를 이끌어 갔는데요. 이중 이택경 님은 중년에 접어들어 사업가이자 엔지니어로서 살아온 기간에 맞먹는 기간을 투자자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에게 돈 그 이상으로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고 싶다는 매쉬업엔젤스의 이택경 대표님을 함께 만나보시죠.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매쉬업엔젤스의 대표 파트너 이택경입니다. 저는 1995년에 다음을 공동창업해서 CTO, 그리고 C&C 본부장으로 일했었고요.


이후에는 잠깐 엔젤 투자를 하다가 권도균, 이재웅, 장병규, 그리고 송영길 대표님과 함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를 창업해서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매쉬업엔젤스를 다른 파트너분들과 함께 또 한 번 공동창업했는데요.


포트폴리오 팀으로는 '국민 명함앱' 리멤버 서비스를 하는 드라마앤컴퍼니부터 스타일쉐어, 오늘의집, 튜터링, 스캐터랩 등 100개 이상의 팀이 있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자금만 투자하기보다 실제 창업이나 실무 경험이 많으신 전문가분들이 여러 가지 무형의 가치를 더해서 이 팀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Q. 처음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다음은 어떻게 창업하게 되신 건가요?


연세대학교 학부 시절, 교내에 PC통신 동아리가 있었습니다. 들어가서 '아, 이런 별천지 세상이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모자이크 브라우저가 나왔습니다. 월드 와이드 웹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기반에서 멀티미디어 기능까지 편리하게 구현된 건 어떻게 보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 점이 다음을 창업하는 데도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컴퓨터 하면 다들 컴퓨팅, 즉 연산하는 기계로만 생각했는데요. 앞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보조하는 역할로서 컴퓨터의 의미가 커질 것이고, 그게 곧 메가 트렌드가 될 것 같다 싶어서 이재웅 대표님과 함께 법인을 설립하게 됐죠.

Q. 처음부터 종합 포털 사이트의 형태를 염두에 두고 창업을 하셨나요?


저희가 다음을 시작할 때, 특정한 아이템만 갖고 사업을 하겠다고 범위를 좁히지 않았어요.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새로운 메가 트렌드가 일반 대중들에게 점차 퍼지는 시기라서 많은 분이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초기 다음의 주된 수익원은 B2B 쪽의 인트라넷이었습니다.


1995년 첫해에만 외주 개발 영업 이익이 억 단위로 나왔는데요. 그 당시에는 저희 말고 그런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업체가 없었고, 웹 시대가 저희 예상보다 1년 정도 일찍 온 덕분이었습니다.


그다음에 한 번 서비스들을 정리하는 기회가 왔던 게 1998년이었습니다. 한국이 IMF 외환 위기로 경제 사정이 안 좋아졌을 때였죠. 그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고객이 가장 열광하는 서비스에 선택과 집중을 하자'라고 생각했는데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던 게 한메일넷이었습니다. 한메일 서비스는 1997년에 오픈하고, 1년 만에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달성했는데요. '이게 진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구나. 우리가 당장 수익 모델은 없지만, 광고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로 기억합니다.

Q. 그 당시 다음은 왜 잘된 걸까요?


다음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이유를 살펴보면, 인터넷과 웹 시대라는 메가 트렌드에 시의적절하게 올라탔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최근의 린스타트업*과 비슷하게 저희 나름대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시도해보고, 안 되는 것들은 빨리 접고, 한메일넷이라는 가능성 있는 서비스에 선택과 집중을 했었고요.

*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요건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으로 제조한 후, 시장의 반응을 통해 개선 사항을 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전략


무엇보다 백엔드* 기술력이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인트라넷 B2B 사업을 하면서 쌓은 저희만의 기술력을 갖고 있었죠.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 중에 어떤 스타트업 대용량 트래픽을 감당 못 해서 서비스가 무너졌거든요.

*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서버와 데이터베이스를 일컫는다.


마지막으로 자금 조달이 적절하게 됐었습니다. IMF 외환 위기 시절에는 저희도 자금난이 있었거든요. B2B 매출이 떨어지는데, 서버에 비용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때 마침 독일의 다국적 미디어 회사인 베텔스만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서 자금 사정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 이후에도 확장을 위한 자금을 상장 시장에서 계속 조달할 수 있기도 했고요.

프라이머로 힘을 모은 엔컴퓨팅 대표 송영길,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전 쏘카 이재웅 대표이사,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Q. 다음을 나오셔서는 투자자의 삶을 쭉 살아오셨습니다.


2000년대 초반 즈음에 '앞으로 10년 뒤에 내가 다음을 그만둘 수도 있는데, 그때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요. 돕는다는 마음도 있겠지만, 저도 배운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분야에도 투자해보자는 결심을 했었죠.


그래서 2008년 여름에 다음을 그만두었는데, 2009년 말에 이니시스의 창업자이신 권도균 대표님이 제안을 주셨습니다. 각자 엔젤 투자를 할 게 아니라 인터넷 1세대 창업가들이 모여서 같이 투자를 해보면 어떻겠냐고요.


그렇게 만든 게 앞서 말씀드린 전 쏘카 대표이사였던 이재웅, 크래프톤 의장 장병규, 엔컴퓨팅 대표 송영길 님까지 합세한 프라이머였습니다. 프라이머를 만들 때도 취지는 매쉬업엔젤스와 마찬가지로 자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무형의 가치를 제대로 더할 수 있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죠.


Q. 취지가 같은데, 왜 매쉬업엔젤스를 따로 만드신 건가요?


그 당시 장병규 님이 설립한 본엔젤스가 투자했던 범위가 1억 5,000만 원에서 3억 원 사이였습니다. 프라이머는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였고요.


그러다 보니 한 1~2억 원 정도의 투자를 희망하는 스타트업은 범위 부분에서 프라이머와 겹치지 않았어요. 저는 제가 별도로 설립한 엔젤 네트워크로 그들에게 투자하고 싶어서 2013년에 매쉬업엔젤스를 설립했던 거고, 지금까지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어요.

Q. 투자자 관점에서 보기에 잘되는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옛날에는 저희가 숫자가 나오는 팀(매출이 있는 팀)에도 투자를 했었는데요. 초기 스타트업에게 숫자는 별 의미가 없더라고요. 하다 보면 6개월 만에 따라 잡힐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예전에는 첫째가 팀, 둘째가 팀, 셋째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첫째도 팀, 둘째도 팀, 셋째도 팀입니다. 팀이 자신들만의 케미스트리로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가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최근에는 어떤 스타트업을 만난다고 하면요. 그 회사의 대표를 한 번 보고 나서 다른 공동창업자들을 보기 위해서 직접 회사에 찾아갑니다.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꼭 보고, 점심이나 저녁에 식사를 함께해요.


식사하면서 도대체 왜 창업을 했고, 창업 멤버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막연하지만 사업계획서가 아닌 진짜 꿈은 무엇인지 등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그 와중에 창업 멤버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사업에 대한 동기나 태도, 그리고 잠재적인 경쟁력 같은 것들을 파악하게 되죠.

Q. 팀 구성 외에 외부와도 연계된 중요한 지점으로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시장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이제 스타트업 생태계도 많이 성숙해져서 나름대로 큰 시장들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같은 회사가 잡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차별점을 갖고, 경쟁을 피하기 위해 점점 니치한 마켓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 보면 팀은 정말 똑똑한데 저희가 계산기 두들겨 보면 죽었다가 깨어나도 그 팀이 공략하는 대한민국 시장이 100억은 못 넘을 것 같은 팀들이 있습니다. 그마저도 이론상이에요. 현실은 더 작을 텐데, 그럼 그 시장을 반독점 해도 전체 시장이 60억이면 30억 밖에 못 먹는다는 뜻이죠.


그 정도면 회사에 필요한 20명 내외의 직원들에게 월급 정도는 줄 수 있어요. 하지만 투자자는 엑싯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장성이 매우 잘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사업가 혹은 엔지니어가 아닌 투자자로서 이런 인사이트를 얻으시기 전까지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으셨을 것 같아요.


'투자 후에 팀을 어떻게 도와드려야 가장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서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 가르쳐주고, 어디까지 스스로 깨닫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거죠. 처음에는 헬리콥터 부모*처럼 코치도 해줬는데, 하다 보니 이건 좀 아니다 싶었어요.

* 자녀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를 일컫는 말


되든 안 되든 스타트업은 혼자서 부딪쳐 봐야 하거든요. 어린아이로 비유하자면, 아이가 절벽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가서 붙잡아야겠지만, 그게 아니라 걷다가 넘어지는 것까지 저희가 다 일일이 잡아줄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러니 어느 정도 스스로 시행착오를 해보는 게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만약 어떤 대표님이 어떤 것을 확신에 차서 말씀하시는데, 그게 크게 위험하거나 치명적인 실수 혹은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면 "네, 일단 한번 해보십시오, 대표님"이라고 말해요. 해보고 잘 안 되면 "그렇죠, 대표님. 잘 안 되죠? 이제 이렇게 해보시죠"라고 해요.


즉,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노하우라는 낚싯대를 쥐여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매쉬업엔젤스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스타트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 그 팀들이 또 다른 스타트업을 M&A하거나 반대로 M&A 되어서 대표님들이 연쇄창업자가 되시거나 아니면 대기업에 가셔서 또 나름의 의미 있는 일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로써 단순히 자금의 선순환뿐만 아니라 인재의 선순환이 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분들이 또 매쉬업엔젤스의 LP(limited partner, 출자자), 파트너, 어드바이저가 되시면서 후배 창업자들을 돕는 선순환 생태계가 된다면 저희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바가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10월 공개된 <다음 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이택경의 창업과 투자 이야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1세대 인터넷 창업가 출신 투자자 매쉬업엔젤스의 대표 이택경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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