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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

4번 실패한 양식 셰프에서 대박집 사장님으로

4번의 요식업 창업 실패에서 양식 셰프가 운영하는 보리밥집, 대산보리밥 이문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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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의 폐업을 경험한 후에도 다시 창업할 용기가 생길까요?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 4번의 폐업은 누군가에겐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절망일 수도 있습니다.


대산보리밥의 이문규 대표는 실제로 24살에 시작한 첫 번째 창업 이후 4번의 폐업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창업해 연 매출 10억 원의 보리밥집을 탄생시킵니다.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며 미각을 잃으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이문규 대표의 창업 철학과 재도전 성공 노하우를 EO가 들어보았습니다.

대산보리밥 이문규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년 경력의 요리사 이문규입니다. 호주로 서양식 요리 유학을 다녀와 4번의 폐업을 경험한 후 지금은 보리밥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산보리밥은 오픈 첫해에 연 매출 4억 원을 넘겼어요. 그다음 해에 9억 원, 세 번째 해에는 1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렇게 매년 조금씩, 꾸준하게 성장해온 것 같습니다.

대산보리밥 이문규 대표

Q. 지금은 성공한 요식업 창업가지만, 4번의 폐업으로 미각을 잃었던 때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언제 처음 요리에 입문하셨나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조리학과가 있는 대학교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막상 학교에 다녀보니까 제 생각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빨리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학교에서 바로 실무에 나가는 게 아니니까요.


결국 한 달 만에 학교를 나와서 지인 소개로 서울에 있는 한정식집에 취업했습니다. 그렇게 요리에 첫발을 내디뎠죠. 음식점에 취업해서 설거지부터 시작했어요. 설거지하는 법부터 갖가지 종류의 야채를 관리하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죠.

대산보리밥 이문규 대표 인터뷰

Q. 사업을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요?


한정식집에서 일하다가 한번은 아는 선배를 통해 양식을 전공한 주방장님을 만났어요. 그 주방장님 밑으로 들어가면서 양식으로 전공을 바꿨습니다. 그 식당에서 3년 정도 일했을 때 우연히 식당을 열 기회가 생겼어요. 청주에 가게 자리가 생겨서 첫 파스타집을 차렸는데, 결과는… 3개월 만에 폐업이었어요.


다른 거 생각 없이 정말 맛 하나만 믿고 시작했는데, 맛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주변 상권도 조사하지 않고 무턱대고 가게를 차렸던 게 가장 큰 문제였죠.


당시 경기도 좋지 않아서 매출이 점점 떨어지니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어요. 과부하가 걸리면서 나중에는 미각까지 잃었죠. 아무리 맛을 봐도 맛이 안 느껴지는 거예요. 미각을 잃으면 맛이 흔들리니까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더라고요.


폐업하고 나서는 정말 행복했어요. 당시에는 그 순간들이 너무 지옥 같았거든요. '그냥 배 타고 도망가버릴까?'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요. 그래서 딱 폐업했을 때는 '이 지옥에서 내가 떠나는구나!' 싶어서 오히려 마냥 행복하더라고요.


폐업하고 나니 빚이 남았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돈을 벌어야 했어요. 미각이 돌아왔을 때 즈음 다시 서울에 올라와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는 가게 사장님을 계속 관찰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직원을 관리하고, 무슨 일을 하시는지 지켜봤죠. 그 모습을 보는데 이상하게 다시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사업병'인지도 모르겠어요.

호주 유학 시절 대산보리밥 이문규 대표

Q. 호주로 떠난 요리 유학도 일종의 재창업을 위한 결심이었나요?


스스로 기술적인 부분이 늘 부족하다고 느껴서 거기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어요. 기술적인 공부를 위해 호주의 프랑스 요리학교에 진학했고요.


호주에서의 생활이나 공부가 정말 좋아서 처음엔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었어요. 호주에서는 요리 원천 기술이 다양하게 쓰이니까 그 분야에서 일하면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호주에서 3년 넘게 살다 보니까 외롭더라고요.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아내가 청주 사람이라 청주에서 두 번째 음식점을 창업하게 됐고요. 파스타 전문점이었는데 손님들이 꾸준하게 많이 찾아와주셨어요. 줄을 서서 먹기도 했고 월 매출도 6~7천만 원까지 올라갔죠. 첫 번째 가게보다 준비 기간도 훨씬 길었고, 그때처럼 음식 맛이 흔들리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매출만 높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손님은 많은데, 실제로 남는 돈은 크지 않았던 거예요. 제가 요리사 출신이다 보니까 재료에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재료비가 많이 드니 그런 부분이 문제가 된 거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줄 서서 먹는 식당이고 매출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 남는 게 없다고 하니까 이상한 거예요. 서로 소통이 잘 안 됐어요.


지금이라면 회계 자료나 여러 가지 정보를 잘 정리해서 매달 보고하며 가게를 운영했을 것 같아요.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고요.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못 했어요.


오히려 투자자가 계속 돈 이야기만 하니까 반감이 들더라고요. 계속 전화해서 수익만 이야기하니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가게를 나왔습니다. 두 번째 폐업을 한 셈이죠.


이때는 장사가 잘돼도 폐업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요. 또 투자를 받는다는 게 참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많은 책임이 요구되는 일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대산보리밥 이문규 대표

Q. 두 번의 폐업을 경험하셨잖아요. 저라면 다시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굉장히 고민이 됐을 것 같아요.


사실 그다음 창업은 큰 고민을 안 했어요. 오히려 당연히 다시 창업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서울로 올라가서 곧 김밥집을 창업했는데, 갑자기 메르스가 터진 거예요.


당시에는 메르스가 그렇게 심각한 건지도 몰랐어요. 매출이 계속 떨어지는 데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안 좋아지더라고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제가 무지했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전에 했던 파스타 전문점의 투자자분이 저를 찾아오셨어요. 다시 한번 가게를 운영해보라는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김밥집도 잘 안 되는데 음식점 두 개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어요.


그래도 일단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두 개 음식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 했던 파스타집이 매출도 괜찮았고 단골분들도 꽤 있었거든요. 그런 요건들 때문에 잘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Q. 실재는 생각과 많이 달랐나요?


네, 막상 두 군데를 동시에 운영해 보니 생각하던 거랑 좀 다르더라고요. 김밥집이 잘 안 되는 이유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런 사람이 파스타집의 시스템을 잡는다는 게 말이 안 됐던 거예요.


파스타집으로 넘어가면 김밥집에 일이 터지고, 김밥집으로 넘어오면 또 파스타집에 문제가 생겼어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죠. 결국 파스타집을 정리했습니다.


김밥집 하나에 매진해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는데, 이미 흐름이 꺾인 상태라 그런지 살려내기 어렵더라고요. 또 폐업하면서 1억 원이 넘는 빚을 감당해야 했어요.


소상공인 대출받은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여러 분들에게 받은 돈이 있었거든요. 결국 돈을 갚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녔습니다. 제 전공인 양식 요리사로 취업하려고 최종 면접까지도 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요리사가 돼서 괜찮은 직급을 달더라도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그 시기에 아이가 태어났는데 빚을 갚음과 동시에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기는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어떻게든 다시 창업해서 뭔가 해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창업의 길로 돌아갔습니다.

Q. 그때 즈음 되어서는 예전에 창업을 준비할 때와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이번에는 1~2년 하는 가게가 아니라 10년 정도 운영된 음식점의 메뉴를 살펴봤어요. 그중 하나가 보리밥이었고요. 10년 이상 하는 보리밥집을 살펴보면서 한식으로는 무던하게 오래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창업이 공부랑 비슷한 거 같아요. 모의고사를 매달 본다고 성적이 오르진 않잖아요. 창업도 비슷해요. 제가 4번 폐업했다고 실력이 늘었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마음가짐은 분명 달랐지만, 기본 실력은 이전 창업보다 약간 나아진 정도였어요.


그러다 보니 위기가 다시 오더라고요. 이번에도 오픈한 후 3개월은 괜찮았어요. 생각보다 손님도 많았고요. 그런데 3개월이 지나니까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더라고요.


그동안의 폐업 경험에 의하면 한 번 매출이 떨어지면 계속 떨어지거든요. 너무 불안하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지인분들이 "왜 반찬을 안 바꾸냐"고 하시는 거예요. 실제로 보니까 3개월 내내 콩나물무침이 똑같이 나가고 있었죠.

문제점을 빠르게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메뉴를 바꿨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어요. 이번에는 피자가 문제였죠. 셰프가 만드는 피자였는데 맛이 별로라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맛을 개선하기 위해서 열심히 연구했어요. 제 입맛만 고집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손님들 입맛에 맞게 피자를 보완하니까 나중엔 피자 메뉴도 잘 나갔습니다. 문제가 생기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이전에도 늘 위기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위기가 닥치면 무조건 빨리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부분이 이전과 가장 달라진 점이죠.

대산보리밥 이문규 대표

Q. 마지막 창업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빠른 피드백이었네요. 또 다른 비결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창업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빠뜨리지 않는 게 바로 시스템입니다. 저희는 매일 들어오는 매입 자료를 항상 체크하고, 그날 매출 역시 체크합니다. 그게 한 달이 되고, 3개월, 6개월, 그리고 1년이 되면서 데이터가 쌓이는 거예요.


지금 대산보리밥이 4년째니까 4년의 데이터가 쌓인 거죠. 그렇게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출 분석이 가능하거든요. 분석을 통해 앞으로의 전략을 세우는 겁니다.


식자재 선택이나 새로운 메뉴 구상도 마찬가지예요. 시스템이 있다는 건 계절별로 무엇을 할지 미리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냥 막연하게 시장에 가서 야채를 구입하는 것과는 달라요. 그밖에 다른 시스템은 인력 구조를 어떻게 짜는지 등 인력에 관한 부분인 것 같고요.


식당을 운영하다 보면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고, 최근의 코로나 19처럼 예측할 수 없는 위기도 오거든요.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고정화된 시스템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산보리밥 이문규 대표 인터뷰

Q. 사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내면의 가치관 측면에서 해주실 만한 이야기도 있을까요?


4번의 실패로 한 가지 더 깨달은 게 있는데요. 자기 철학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창업을 할 때 자기만의 철학이 없으면 외부 요인에 의해 많이 흔들려요. 저 역시 철학이 없으니 모든 게 쉽게 무너졌던 것 같고요.


보리밥집을 처음 오픈할 때 우리 음식점을 '청주에서 엄마가 가장 행복한 식당'이라고 정의했는데, 지금도 힘든 순간이 오면 항상 그 문장으로 돌아가요. 그 철학을 생각하면 제 욕심을 내려놓고 거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그런 게 없었어요. '일단 돈 벌고 보자. 트렌드니까 손님은 오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여러 변화를 목격하면서 지금은 자기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이 있다면 그다음으로 필요한 게 시스템인 것 같고요. 철학이 없으면 좋은 시스템도 소용없다고 봅니다.

청주시 서원구 죽림동에 위치한 대산보리밥

Q. 자기 철학을 지키며 꾸준히 성장해가는 대산보리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앞으로도 대산보리밥은 '청주에서 엄마가 가장 행복한 식당'이라는 타이틀에 좀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저희 보리밥집에 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나 기부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원래도 꾸준히 했었는데 좀 더 범위를 넓혀서 신경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대산보리밥의 이야기가 실패를 경험한 많은 분들께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9월 공개된 <4번 실패한 양식 쉐프가 대박 한식집 사장님이 된 방법>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양식 셰프로서 요식업 창업을 4번 실패하고도 보리밥으로 대박난 대산보리밥의 대표 이문규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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