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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값을 바꿔놓을 수 있는 의외의 가능성

조회수 2021. 1. 8.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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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인간이 탈 것과 뛰어놀 곳은 언제 어떻게 변할까?

새로운 연대가 도래함에 따라 여느 때보다 더 기대감에 부풀었던 2019년. 그때만 해도 우리는 2020년이 전염병으로 얼룩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는 인류가 맞닥뜨릴 미래를 조금 더 앞당겼을 뿐입니다. 전 지구적으로 대두되는 친환경 에너지 등 천천히 부상하던 것들이 훨씬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죠.


그 점에서 2019년에 나눈 10년 뒤 미래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못해 오히려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EO가 2019년 11월 열렸던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 현장에서 진행된 라이브 토크의 내용을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이 편에는 모빌리티 시장, AR과 VR 산업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함께 만나보시죠.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기술 전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이자 컴퍼니 빌더인 퓨처플레이의 대표 류중희입니다. 퓨처플레이 이전에는 올라웍스라는 회사를 창업해 우리가 모두 다 아는 CPU 만드는 회사에 매각했습니다. 이후에 인텔 직원으로 일하다가 퓨처플레이라는 회사를 운영한 지 8년째가 됐네요.

Q. 앞으로 10년 사이에 뜰 미래 산업으로 푸드 테크와 모빌리티, 그리고 VR과 AR을 꼽으신다고요. 오늘은 그중 모빌리티와 VR, AR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우선, 요즘 다들 모빌리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새롭게 주목할 만한 이슈가 있을까요?


우리가 5년 후를 이야기하면 '어떻게 완전자율주행차를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의제를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10년 뒤를 이야기한다면 주제가 달라져요. 75%의 차가 자율주행차가 되었을 때, 인간이 그 차 안에서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저라면 무조건 먹거나 잘 것 같아요.

Q. 5년 후의 모빌리티와 10년 후의 모빌리티를 쪼개서 봐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5년 뒤에 완전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돌아다닌다는 게 생각보다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완전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5라는 목표를 근 2, 3년간은 달성하기 어려워요. 어떤 완성차 회사라도 말이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5년 정도는 기술 스타트업, 플랫폼 회사들이 모두 레벨 5 개발에만 집중할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운전을 기계가 하는 것의 효용에만 집중하고 있는 이유죠. 그런 날이 정말 오면 아마 사람들은 차를 내 시간을 잡아먹는 공간 정도로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다들 지금부터 5년 동안은 자율주행 그 자체에만 목을 매달거예요. 이후 5년은 주거공간으로서의 차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 같고요.


정리해서 미래에 모빌리티가 주는 임팩트는 크게 두 가지일 것 같아요. 하나는 라이프스타일이고요. 또 하나는 프롭테크, 즉 부동산이라고 봐요. 그중 부동산과 모빌리티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해보면요.


대부분의 차는 자율주행차가 되면 주행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져요. 지금 차들은 속도이 느려서 빨리 못가는 게 아니에요. 너무 열등한 존재인 인간이 운전을 못하기 때문이에요. 근데 완전자율주행 체제 정착되면 자동차 계기판이 터져라 달리면서도 안전하게 끼어드는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속도가 400km라고 쳐볼게요. 서울 시내 평균 자동차 운행 속도가 40km예요. 10배 빨라진 거잖아요? 그럼 극단적으로 말해서 지금보다 10배 더 먼 집에 살아도 되는 겁니다. 양평 전원주택에서 강남 교보타워까지 매일 10분에서 20분 사이로 출퇴근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 결과, 양평 땅값은 올라갈 수도 있겠죠.

Q. 그만큼 강남 땅값은 떨어질까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참고로 여러분, 저는 땅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이런 고민은 있습니다.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강남의 집값은 떨어지지 않잖아요. 불편한 진실이죠. 이건 곧 플랫폼 비즈니스에 의한 경제적 양극화를 의미해요. 나중에 로봇, AI가 단순 노동자들을 대체한다면 인간은 둘로 나뉠 거거든요. 로봇 혹은 AI를 소유하고 있는 인간과 그것들에게 직업을 뺏긴 인간.


즉,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면 완전자율주행차가 일반 자동차보다 도로에 많아도 강남 집값은 오히려 올라갈 수도 있겠죠.

(왼쪽부터)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EO 태용 대표

Q. 어쨌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안고 있는 분야가 모빌리티, 자율주행인데요. 그 잠재력에 비해 국내에서는 연구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일단 완전자율주행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율주행 플레이어들을 볼 때는 사람이 운전할 때 사용하는 눈, 귀, 뇌 등을 대체할 만한 기술 회사들이 각각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크게 봤을 때는 활발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두각을 보이는 회사들이 꽤 있거든요.


물론, 그 기술을 뛰어난 수준으로 개발했다고 해도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무엇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빠르고 친숙하게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아무래도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에요. 해외에는 오버, 그랩, 고젝 등이 있을 테고요. 한국에는 타다가 있죠.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

Q. 타다는 법적인 문제로 서비스 운영에 큰 난항을 겪은 바 있었죠. 씁쓸한 문제예요.


저는 씁쓸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스타트업은 문제를 푸는 조직이잖아요. 문제는 예쁘고 단순하게 생기지 않았어요. 화장실 변기 밑에 처박혀 있죠.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 손을 똥통에 넣어서 끄집어낸 문제를 직접 닦아야 해요. 그 속에는 기존의 법률, 이해관계라는 어려움이 있는 게 당연하고요. 


오히려 '내가 스타트업인데, 규제가 왜 있어?'라고 생각하는 게 바보 같죠. 스타트업이라면 영리해야 합니다. 어떤 때는 규제를 활용할 줄도 알고, 규제를 현명하게 풀어낼 줄도 알아야 해요. 타다는 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무튼 높이 평가할 만한 회사라고 생각해요. 택시와 다른 사용자 경험으로 타다를 응원하는 팬을 만들었잖아요.


무엇보다 타다는 사용자 경험을 적용한 첫 번째 모빌리티 회사라고 생각해요. 그런 회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봐도 각광받고 있다고 보고요. 10년 뒤에도 나에게 차를 불러주는 서비스, 내가 이용하는 차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회사들은 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내 몸을 싣는 차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도 내가 차를 타는 과정은 이러나저러나 스마트폰이 중개하잖아요. 그러니 이 중개를 도맡는 회사들의 가치는 절대 낮아지지 않을 겁니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님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분이 현재의 우버, 그랩, 고젝이 정말 서비스 그 자체로 좋아서 투자한 게 아니에요. 미래에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 세상이 와도 그 차를 부를 때는 우버나 그랩을 쓸 거니까요.


그래서 좋은 UI로 탈 것을 바로 불러주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려는 타다도 좋은 시작을 하셨다고 봅니다. 이런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단 차를 사용해야 하니까 차를 만들기 위한 기술 회사들도 같이 가치가 커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Q. 역으로 완성차 제조사들이 싹 죽고, 몇 개의 제조사가 플랫폼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도 있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차는 그렇게 만들기 쉬운 기계가 아닙니다.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존경하는 사람들 계속 많고, 테슬라는 지금 가자 잘나간다고 하더라도 단차*가 장난 아니라는 얘기도 있잖아요. 그냥 부품을 조립하는 건데,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 자동차의 부품과 부품이 접합되는 부분에서의 품질이 낮은 현상


사람이 망치려 때려가며 부품을 조립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차체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가는 와중에 거의 다 로봇이 조립합니다. 그걸 컨트롤하는 것도 기술이에요. BMW, 벤츠 같은 유명 자동차 회사들은 그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는 회사고요. 그러니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오더라도 그 가치는 많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의 선행연구나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봤을 때, 절대 기존의 완성차 회사들이 다른 스타트업에 밀리지 않습니다. 되레 인프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은 스타트업이 쉽게 왕좌에 올라가기 어려워요. 자동차에서는 제조가 그 파트예요. 지금의 제조 강자가 미래의 제조 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에요.


근데 센서는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센서를 연구개발하는 건 기존의 제조 강자들이 잘하는 게 아니거든요. 스타트업들에게 기회가 있는 영역인 거죠.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늘 가네 내일 가네 해도 지금 최고이고, 구글이 언젠가 흔들릴 거라고 하는데도 전혀 안 흔들리는 것과 비슷해요. 흔들리기는커녕 위상이 공고해지고 있죠.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많이 발전해도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차는 타고 다닐 수 없는 노릇일 테니 기존 자동차 기업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Q. 모빌리티에 이어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이야기로 넘어와 볼게요. 이 분야에서는 앞으로 어떤 새로운 기회가 파생될까요?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탐닉이 사라질 것 같아요. 40대 중반인 저의 로망은 서재를 갖는 건데요. 근데 생각해보면 솔직히 요새 누가 음악을 CD로 들어요? 책도 여전히 종이책을 보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이북이 잘 되어 있어요. 그러니 책과 CD를 놓는 공간은 없어도 죽지 않으니 뺄 수 있어요.


그럼 꼭 남아야 하는 공간은 뭘까요? 침실, 화장실이겠죠. 또 예를 들어보면, 공부가 하고 싶으면 스타벅스에 가면 됩니다. 서재가 필요할 때는 북카페, 게임룰이 필요할 때는 PC방이라는 대체 공간을 빌려 쓰면 돼요. 이렇게 장소를 임대할 수 있는 공간은 늘어나고 있어요.


그렇다면 한 평짜리 방에서는 잠만 잘까요? 여기서 가상현실이 큰 역할을 할 것 같아요. 게임으로 얘기해 볼까요? 한 평짜리 집에 살아도 컴퓨터 게임 속에서는 광활한 땅을 뛰어다니면서 몬스터를 잡고, 몇백 명을 이끄는 성주가 될 수도 있어요.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겁니다.


사회는 그게 여전히 보편적이지 않은 현상이라고 여기면서 게임 마니아들을 사회 부적응자라고 말하는데요. 저는 그분들이 아주 선진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는 내 욕망, 내 재산의 대부분을 가상화할 수 있는 세상과 그 세상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나올 거예요. 가상현실이 사회의 기준이 되는 때가 올 수도 있다는 거죠.


근데 저는 사실 AR의 파급력이 VR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해요. 현실의 대체재가 VR이잖아요. 일종의 현실도피죠. 반면, AR은 현실증강이거든요. 우리는 실제 세상을 버릴 수 없어요. 뇌만 잘라내서 시험관에 넣어서 살 수가 없다고요.

Q. 2016~2017년 사이에 AR, VR 기업이 엄청나게 주목받고, 투자도 많이 받았잖아요. 그때에 비해 지금은 조금 잠잠한 거 같아요.


사람들은 기술이 데모 버전으로라도 성공하면 상상력을 더해서 먼 미래에 일어날 상용 서비스를 생각해 버립니다. 자연히 해당 스타트업은 유명해지고요. 투자 역시 몰리겠죠.


하지만 그 스타트업이 만든 실제 기술은 연구실 수준이었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겁니다. AR, VR 산업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지금은 산업 전반적으로 와신상담하는 타이밍이라고 판단합니다.

Q. 정말로 AR, VR 세상이 도래했을 때는 누가 돈을 벌게 될까요?


AR부터 이야기하면, 저는 오프라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면서 온라인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회사가 승자일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지 않아서 불편했던 지점을 파고들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죠. AR은 현실을 더 잘 살기 위해 사용하는 거니까요. 


VR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우리의 상상 속 먹을 수 있는 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들뿐이잖아요. 근데 과연 상상력이 풍부한 인간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만 먹고 싶어할까요? 실제 세계에서 먹을 수 없는 것을 먹고 싶다는 숨겨진 욕망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원래는 못 먹는 쇠로 된 캔을 씹고 뜯는 감각이 엄청 짜릿할 수 있죠.


저는 실재하지 않는데, 인간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던 그런 감각을 찾아내는 사람, 회사가 VR에서 강자가 될 것 같은데요. 사실 이 현상은 게입업계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게임의 트렌드가 방치형 RPG잖아요. 캐릭터가 스스로 사냥하면 성장하는 모습을 플레이어는 보고만 있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쾌감이죠.


지금 게임들이 보면 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혈맹을 맺고, 전투를 하고... 다 진부하잖아요. <리니지>가 언제적 배경, 스토리입니까. 그러니 만약 <리니지>를 뛰어넘을 만한 새로운 현실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VR에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Q. AR, VR이 활성화된 세상을 생각했을 때, 중희 님은 즐겁고 행복한 감정이 드시나요?


보통 그 정도로 가상이 섞인 세상을 상상하면 불편하잖아요. 저는 그 이유가 지금까지 좋은 경험을 못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궁극의 VR은 현실로 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의 VR이에요. 저에게는 그게 굉장히 중요한 티핑 포인트인 것 같아요.


현실에선 저는 장동건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가상에서는 장동건보다 훨씬 잘생긴 사람이 될 수도 있고요. 아니면 이 외모 그대로 VR에 들어갔는데도 가상현실 속 여자들이 다 저를 사랑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동물로서의 쾌감을 만족시켜주는 VR이 탄생한다면 아마 사람들은 급격하게 현실보다 그 VR을 선택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그 세상이 이미 시작됐다고 봐요.

* 본 아티클은 2020년 1월 공개된 <강남 아파트 불패신화를 자율주행이 끝낸다?>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 미래에 투자하는 회사, 퓨처플레이의 대표 류중희 님이 들려주는 앞으로의 10년에 관한 이야기, 그중에서도 모빌리티와 VR&AR에 대한 예측을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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