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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

10년차 카피라이터가 고객을 사로잡는 마케팅 비결

물건을 파는 것 그 이상으로 고객의 기억에 오래 남는 카피를 쓰는, 前 29CM 이유미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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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란 오묘합니다. 과도하게 저렴함과 완벽함을 어필하면 오히려 퀄리티를 의심당하며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비싼 값에서 오는 높은 제품 수준이나 보편성을 포인트로 잡았다가 가성비나 개성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도 있겠죠.


결국, 가격과 질이 높든 낮든 간에 적합한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마케팅은 가격과 질만을 강조하기보다 타깃 고객에게 안겨다 줄 수 있는 무형의 가치를 어필하지 않나 싶습니다. 즉, 때로는 계산적이고 이성적인 차원을 떠나 감성 혹은 감정적인 차원에서도 접근할 줄 알아야 비로소 물건이 팔린다는 거죠.


그에 관한 노하우가 궁금하시다면 9년간 감성 온라인 셀렉트샵 29CM에서 일한 카피라이터 이유미 님을 EO와 함께 만나보시죠.

前 29CM 이유미 카피라이터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온라인 편집숍 29CM의 헤드 카피라이터이자 에디터 출신의 10년 차 카피라이터 이유미입니다.

이유미 카피라이터가 29CM 이전에 근무했던 텐바이텐

Q. 처음부터 카피라이터의 길을 걸어오셨나요?


아니요. 대학교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졸업 후에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았어요. 요즘 대학생들처럼 치열하게 살지도 않았죠. 그냥저냥 지내다가 미술 학원에서 한번 일을 해보겠냐는 제안받고 처음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즈음에 편집 디자인을 하는 한 친구가 네이버에 입사했는데, 연봉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미술 학원에서 받는 연봉을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거든요. '이 친구도 미대를 나오고, 나도 미대를 나왔는데, 왜 이렇게 다른 돈을 받고 일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전공 쪽으로 파고들지 않았다 싶었고요.


그래서 다니던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6개월 동안 포트폴리오를 작업했습니다. 그때부터 저에게 열정 비슷한 무언가가 생겼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친구의 높은 연봉 때문에 편집 디자인을 알게 됐지만, 나중에는 이 작업이 진짜 재미있어진 겁니다. 사진이든, 글이든 저에게 어떤 자료가 주어지면 그걸 예쁘게 정리·정돈하는 작업이 매력적이었어요.


이후에 편집 디자인으로 제가 어떤 회사에 갈 수 있을까 싶어서 막 찾아봤는데요. 그러다 다니게 된 곳이 텐바이텐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텐바이텐이 온라인 쇼핑몰뿐이라서 사내에 종이책을 만드는 편집 디자이너가 없었어요. 제가 처음이었는데, 입사해서 처음 작업했던 게 지금도 나오고 있는 <HITCHHIKER>라는 격월간 매거진이에요.


<HITCHHIKER>를 작업하면서 제가 디자인도 하고, 컨셉도 잡고, 글까지 쓰기 시작했는데요. 일을 하다 보니 디자인에 대해서 조금 더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대로 텐바이텐을 나와서 에이전시에 들어가게 됐죠.

감성 온라인 셀렉트샵 29CM

Q. 에이전시라면 그대로 편집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셈인데, 어떻게 29CM의 에디터가 되신 건가요?


일단 에이전시의 노동 강도가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쪽 업무를 제가 잘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많이 힘들어했고요. 잘 모르면 사람이 더 위축되니까 '여기가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는데요. 때마침 이창우 전 29CM 대표님*에게 입사 제의가 왔습니다. 그분이 텐바이텐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분이셨거든요. 그때부터 에디터 일을 하게 됐죠.

* 29CM는 2019년 3월 스타일쉐어에게 인수됐다. 그에 따라 29CM의 운영사 에이플러스비를 창업한 이창우는 이후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회사를 떠났다.

前 29CM 이유미 카피라이터 인터뷰

Q. 카피라이터로서는 다시 시작하는 거다 보니 길잡이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광고 카피를 많이 참고하시는 편이었나요?


처음 카피 작업을 시작할 때 자주 참고했던 건 일본 광고였습니다. 일본 광고는 물건 자체를 집중적으로 설명하며 좋다고 말하기보다는 상품과 관련된 상황 설명을 잘하는데요.


예를 들어, 시세이도에서 아이크림을 팔면요. 보통 아이크림을 팔 때는 무조건 주름이 펴지고, 없어진다고 어필하죠. 그런데 시세이도 광고에서는 '웃어서 생긴 주름은 그냥 놔둬도 이쁘다'라는 식으로 카피를 썼어요. 물건을 막 팔려고 하기보다 카피를 본 고객이 '내 주름을 어떻지?' 싶어서 한 번 더 거울을 보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커리어 초기부터 카피는 차분하고 담백하게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29CM는 유행어나 신조어는 물론, '최고다', 'MUST', 'BEST' 같은 표현도 잘 안 씁니다. 괜하게 자극적이기만 한 데다 많은 물건을 팔면서 '이것도 최고예요', '저것도 최고예요'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고객 입장에서 분명 혼란스러울 거거든요.

Q. 방향성으로 보았을 때 29CM에서 일하며 가장 우선시했던 요소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공감이죠. 저는 고객이 어떤 물건을 저렴해서 샀어도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게끔 카피, 상품 설명, 이미지까지, 공감을 중심으로 다르게 보이는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특정한 가치를 얻을 수 있어서 상품을 샀다고 생각하고 싶어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예전부터 다른 곳에서는 쓰지 않는,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글로 표현하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을 꺼내서 카피로 쓰는 일을 해왔어요. 고객이 결정적으로 카드를 긁었다고 할 만한 소스를 어떻게든 카피로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또, 세상 모든 게 개인적이고 상대적이니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함부로 이 물건밖에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올겨울에 입어야 할 최고의 니트'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공감도 안 되니까요.

Q. 그렇지만 실제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직접적인 방식이 조금 더 좋지 않나요?


예전에 많이 썼던 감성적인 스타일의 카피가 매출에 도움이 되냐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데요. 솔직히 도움이 됐는지 안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스타일의 카피를 보러 오는 고정 고객이 생기긴 했습니다. 카피라이터로서 그 고객들이 상품을 하나라도 더 보고, 더 살수록 자부심을 느꼈던 것 같은데요.


저는 그런 요소가 많아질수록 고객들이 몇천 원 비싸도 여기서 물건을 사기로 마음먹는다고 봐요. 같은 물건이어도 사소한 디테일에 끌려서 왠지 모르게 29CM에 마음이 더 가는 거죠.


물론, 말씀하신 대로 다른 쇼핑몰과 같은 식으로 팔았다면 매출은 더 많이 올릴 수 있었을 겁니다. 단, 지금처럼 많은 분이 29CM를 기억하고, 좋아해 주지는 않았겠죠.

29CM 입사 시에 배부되는 가이드북

Q. 이렇게 9년간 29CM에서 일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정리해서 전사적으로 공유도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29CM에 처음 입사하면 29CM의 방향을 알 수 있는 가이드북을 직원들에게 나눠 주는데요. 저는 그 안에 든 텔링 가이드라는 것을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텔링 가이드에는 제가 카피를 쓰면서 나름대로 세웠던 기준이나 방침, 지양하고자 했던 요소가 쭉 정리되어 있어요. 작성할 때, 물건의 장단점을 소개하기 전에 고객에게 이 물건이 필요한 계기나 동기부여를 먼저 제시해 주어야 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죠.

강연 중인 前 29CM 이유미 카피라이터

Q. 오랜 기간 필드에서 카피라이터로 활약해 온 사람으로서 카피라이터는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보시나요?


이건 태도라기보다는 약간 직업병에 가까운데요. 주변에 보이는 카피를 그냥 못 지나치는 것 같아요. '저거 별거 아니야'라고 그냥 넘겨짚고 마는 게 아니라 '저거 화면이 나오기 전까지 카피라이터가 고민 많이 했겠다'라고 생각하고요.


책이나 영화를 볼 때도 항상 펜이 옆에 있어야 해요. '나중에 내 카피를 빛나게 해줄 수도 있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 어디서든 메모할 준비를 하는 거죠.


이런 일상의 습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카피라이터가 갖춰야 할 덕목은 마음속으로나마 타인이 되어보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는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감이 좋아도 그 사람이 무엇을 갖고 싶은지 알 수 없거든요. 저로 예를 들면 30대 남자가 되어보려 할 수 있겠죠.


그 점에서 제가 카피라이팅 강의를 할 때 소개하는 책 중 하나가 마스다 미리의 <뭉클하면 안 되나요?>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굉장히 사소한 것에 뭉클해해요. 가령, 어떤 직장인이 퇴근할 때 편의점에서 들고나온 네모난 도시락이 봉투 안에서 약간 기울어지는 걸 보고 감흥을 느끼는 겁니다.


제게는 그런 묘사와 감상에서 엿보이는 사소한 포인트가 카피를 쓸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저와 다른 연령, 성별의 사람이 이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게 되면서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으니까요.

前 29CM 이유미 카피라이터

Q. 동영상과 이미지의 시대가 된 지 꽤 되었습니다. 지금 시대에 글만이 가지는 힘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영상이든, 카드 뉴스든, 작업을 하다 보면 꼭 글로 무언가를 써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가능한 때가 있어요. 이 관점에서 29CM도 물건을 사는 쇼핑몰인데, 텍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고객들이 물건에 대해 충분히 알고 구매하기를 원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 정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꼭 글이 곁들여져야만 하고요.


그러니 콘텐츠 마케터뿐만 아니라 직장인, 나아가 자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기본적인 글쓰기를 할 줄 안다면 좋은 무기를 가진 거나 다름없을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카피라이터, 에디터가 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쓰기는 읽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행동 중 하나예요. 저도 쓰기보다 읽기가 우선이었던 사람인데요. 많이 읽다 보니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고, 읽기가 좋아지니까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겁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다시 돌아와서 자연스레 글쓰기 관련된 책도 읽게 되고요.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읽기를 여러 번 경험하면 분명 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중에는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콘텐츠가 나올 테니 읽는 경험과 그것을 쓰기로 잇는 경험을 많이 쌓으시길 바라요.

* 본 아티클은 2019년 4월 공개된 <29CM 카피라이터 이유미의 남다른 카피와 공감의 마케팅>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고객의 기억에 오래 남는 카피로 많은 사람을 사로잡아온 前 29CM 헤드 카피라이터 출신의 이유미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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