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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쓰레기 더미에서 떠올린 10억 매출 아이디어

조회수 2020. 12. 13.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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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데이터로 더 나은 자원순환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오이스터에이블 염주용 배태관 이창희

'쓰레기 같다'라는 말이 예전처럼 쓰이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최근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으로 인해 업사이클링 등 버려지는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오늘의 분리수거'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오이스터 에이블을 세운 세 명의 창업자는 쓰레기를 재료로 뭔가를 새롭게 만들진 않습니다. 대신 IoT 등 최신 기술을 결합해서 개발한 분리수거함 등을 통해 올바른 분리배출을 유도하고, 쓰레기 데이터를 모으며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로써 분리수거 혼입률을 30~40%에서 2~3%로 낮추는 등 더 나은 자원순환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오이스터 에이블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왼쪽부터) 오이스터 에이블의 창업자 배태관, 염주용, 이창희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오이스터 에이블이라는 이름으로 모험을 함께하고 있는 염주용, 배태관, 이창희입니다.


태관 오이스터는 원래 굴을 뜻하는데, 사실 진주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오이스터 에이블은 숨겨진 가치를 더 빛나게 만듦을 의미하고요.


저희는 IoT 기술과 기존의 쓰레기 분리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를 통해 자원순환사회 전체의 가치를 올리는 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분리수거'라는 서비스로 지자체와 기존 기업, 그리고 시민이 모두 참여하여 분리배출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있죠.

오이스터 에이블의 창업자 염주용

Q. 세 분은 어떻게 만났고, 또 어떤 계기로 공동창업을 하게 되었나요?


주용 배태관 대표와 저는 대학교 친구입니다. 저희가 건축을 전공했다 보니 설계를 하면서 많이 친해졌던 것 같아요. 이창희 대표와 배태관 대표는 학교 연구실 선후배 사이였고요. 모든 게 대학교에서 시작됐죠.

오이스터 에이블의 창업자 이창희

창희 저는 배태관 대표와 함께 여러 건축공모전을 참가했었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건축물에 대한 공모전에는 거의 다 나간 것 같아요.

오이스터 에이블의 창업자 배태관

태관 근데 저희가 건축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배출되는 일회용품에 관해서도 많이 고민했었거든요. 한번은 강남역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일회용 컵을 보면서 '저걸 다 돈으로 바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 적까지 있었습니다.


특히, 환경을 베이스에 둔 IT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오늘의 분리수거처럼 그 두 가지가 결부되는 아이디어를 한뜻으로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용 현실적인 이야기도 조금 하자면, 창업을 하기 전까지는 셋 다 회사원이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사실 저희 꿈이 직장인은 아니라는 걸 알았죠. 그래서 대학생 때도 항상 재미있는 일을 만들자는 게 신조였으니 그냥 회사만 다닐 게 아니라 사회에 나가 또 재미있는 걸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어서 창업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오이스터 에이블이 설치한 스마트 IoT 종이팩 배출함

Q.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컸다고요.


주용 이쪽 계열에서 먼저 창업하신 분들이나 공모전 심사위원분들이 대체로 '환경 안 돼', '돈 안 돼'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태관 가장 큰 이유는 B2G 사업이 초장기 사업이기 때문에 생존하기 어려울 거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분리수거함을 설치, 운영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텐데, 그러면 자금 회전이 어려워져서 돈이 안 될 거라는 논리였고요.


주용 저희는 그런 말을 듣고 오히려 오기가 생겼던 거 같습니다. 셋 다 약간 청개구리 스타일이어서 '진짜 돈이 안 되나? 그럼 우리가 한번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의기투합했던 거 같아요.


태관 실제로 저희는 '쓰레기들 모아봤자 돈이 안 되고, 너희들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거다'라는 관측을 보기 좋게 깨고 있는데요. 2019년 상반기에 7억 8,000만 원의 매출을 냈고, 그해 전체를 통틀어서는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니까요.

논의 중인 오이스터 에이블의 창업자들

Q. 창업 초기에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태관 기존의 분리수거함들은 빈 용기 보증금 환급 시스템을 서포트하기 위해 만든 기계들입니다. 빈 용기에 대한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정밀한 인식과 기술들이 많이 들어가 있죠. 그러다 보니 가격이 비싸서 많은 지역에 설치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더라고요.


저희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서 해결책을 찾으려 했습니다. 분리배출과 자원순환의 핵심은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잘 참여하게끔 만드는 데 있다고 보는데요. 그 점에서 기술을 통해 특정 분리배출을 잘 인식할 뿐만 아니라 얼마만큼의 사람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입니다.


이 부분에서 원활한 연결을 하기 위해 저희는 IoT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피벗 없이 이 아이디어를 쭉 끌고 가고 있는데요.


다만, 처음에 데이터를 모을 때는 어려웠습니다. 기존 체계에서는 양질의 쓰레기 데이터가 모을 수 없다 보니 '이런 데이터로 저희가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라고 증명하려면 기존에 없던 재래식 데이터를 직접 만들어야 했어요.


주용 대조군을 만들기 위해서 몇 달 동안 쓰레기차가 오기 전인 새벽 3시 반부터 저희가 지정해 둔 200개의 분리수거함을 매일 뒤졌어요. 어떤 종이팩이 많이 모이는지, 어떤 제품이 많은지, 이 단지에서 얼마만큼 무게가 생기는지 등 사진으로 찍고, 전부 데이터로 기록하면서 시작했죠.

(왼쪽부터) 오이스터 에이블의 창업자 배태관, 염주용, 이창희

Q. 어쨌든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기 힘든,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잖아요. 좋은 일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로 나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주용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비즈니스 모델로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아주 많았는데요. 여기에 설득하는 주체가 많다는 점도 더해졌습니다.


즉, 기업, 지자체, 사람들, 그 주체 간의 이해관계 속에서 각자에게 줄 수 있는 이익이 뭐냐는 거죠. 소비자에게만 보상이 가는 게 아니라 공무원분들이나 기업에도 분명히 이익이 가야 비즈니스 모델이 성립되니까요.


태관 저희는 기계에 대한 안정성, 서비스에 대한 지속성을 중요시하면서 공무원분들을 안심시켰던 것 같아요. 사용성 유지 측면에 집중하면서 다른 서비스 업체들과 차별점을 뒀던 겁니다.


주용 그렇게 하나의 완성된 비즈니스 모델로 레퍼런스를 만들고 나니까 마치 댐이 개방되듯 기회의 폭이 확 열리더라고요. 이후로 다른 기업이나 지자체가 참여하는 과정은 좀 더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Q. 여러 주체를 설득했던 실질적인 일화 같은 게 있을까요?


태관 환경부와 연구 프로젝트를 하면서 저희 시범 제품을 설치한 사례인데요. 그때 입주자 대표분이나 관리 사무소 쪽에 이런 스마트 시스템을 단지 내에 놓으면 아파트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식으로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보다 크게 허들이 느껴졌던 건 실제 분리수거장을 관리하고 계시는 경비원분들이나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을 처음 찾아뵈었을 때, 저희에게 많은 노고를 토로하셨는데요.


한 번은 주용 님이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친해진 다음에 공터에서 경비원, 미화원분들을 다 모은 다음에 바위 위에 올라가서 마치 연설하듯 말하기도 했었습니다. '저희가 아직 어리고 젊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기술을 갖고 부딪혀 보려고 합니다' 같은 식이었어요. 말 그대로 연설을 늘어놓으면서 대번에 그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주용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선도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일단 친해지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마음의 벽을 허문 다음에 슬슬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저희가 만든 전단지나 자료부터 드리면 보통 대화가 안 되더라고요.


빠른 리워드도 주요했습니다. 저희는 분리수거를 하면 내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 즈음에 좋은 환경을 이룰 수 있다며 설득하지 않았어요. 대신 당장 다음 달 우리 지역에 숲이 생기고, 올겨울에 아파트 시설 관리팀에게 방한복이 지급될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참여도가 굉장히 높았던 것 같아요. 내복 이벤트 같은 경우에는 4일 만에 전체 기부가 달성되었고요. 숲 같은 경우에는 480%가 달성되었는데, 100%를 채우기까지 딱 일주일 정도 걸렸던 거로 기억해요.

Q. 결론적으로 오이스터 에이블이 사회에 제공하려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태관 현재 저희 데이터상으로 특정 지역에 어떤 제품이 얼마만큼 많이 버려지는지를 확인 할 수 있는데요. 그 말인즉, 해당 지역에서 어떤 제품들이 얼마나 많이 팔리고, 어떤 사람들이 이 제품을 많이 마시느냐를 알 수 있다는 뜻이죠. 이런 데이터들이 바로 기업들이 알고 싶은 마케팅 데이터일 거고요.


또, 원래는 동이나 시 단위의 세부 지역에 얼마나 많은 분리배출 품목들이 모이고, 그것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는데요. 특히, 주거 단지 같은 경우에는 사유지이다 보니까 지자체가 그 단지에서 나오는 쓰레기양을 관제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반면, 저희는 특정 아파트 단지 101동 앞에 있는 분리수거장에서 어떤 재활용 품목들이 나오는지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와 지자체에 관련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쓰레기양을 관제하고, 나아가 자원순환사회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 체계를 갖추는 데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Q. 오이스터 에이블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태관 분리배출에서 나오는 데이터들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1단계 수익 모델은 기계를 판매하고, 유지보수를 하며 생기는 수익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고요. 추후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모든 기계에서 나온 데이터에 기반을 둔 데이터 비즈니스를 통해 마케팅이나 유통 측면에서도 가치를 만들어내는 도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11월 공개된 <강남역의 쓰레기 더미에서 떠올린 10억 매출의 아이디어>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쓰레기 데이터를 활용해 매출 10억 원의 데이터 비즈니스를 일궈낸 오이스터 에이블을 이끄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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