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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보다 더 확실하게 돈을 혁신하는 방법

조회수 2020. 12. 3.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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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으로 돈을 혁신하려는, 테라 신현성 공동창업자

지갑에 지폐를 넣고, 주머니에 동전을 넣고 다니시나요? 다들 2010년대 중반부터 핀테크 업계가 활발해진 이후로는 부쩍 종이 혹은 구리와 아연으로 만든 화폐를 만질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을 겁니다. 이제는 지나가던 길에 보이는 붕어빵이나 떡볶이집조차 계좌번호를 써놓을 정도죠.


3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4,500만의 사용자를 가진 핀테크 기업 테라는 물성이 없어지고, 숫자에 불과해진 이 돈을 통째로 혁신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불안정한 가상화폐 시장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안정감을 더해서 말이죠. 그들은 왜, 어떻게 새로운 돈의 역사를 쓰려는 걸까요? 그 이야기를 테라의 공동창업자 신현성 님에게 EO가 들어봤습니다.

테라 공동창업자 신현성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블록체인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테라의 창업자 신현성이라고 합니다. 티몬이라는 플랫폼을 창업해서 7년 반 동안 대표이사로 근무했고요. 2017년에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면서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다가 테라를 만나게 돼서 공동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왼쪽부터)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한 노정석, 박지웅, 신현성

Q. 테라 이전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과거에는 어떤 이유와 배경으로 회사를 세우고, 사업을 벌이셨던 건가요?


티몬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막연하게 온라인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은 정도였습니다. 사이트를 하나 열어보고, '50명이든, 100명이든 좋으니 고객들이 사랑해주면 뿌듯할 것 같다’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 15년 동안 살면서 생활 속에서 접했던 그루폰 같은 소셜커머스가 한국에 아직 없으니 막연한 호기심에 시도했던 거죠.


티몬은 '서울을 반값으로 만들자'라는 미션으로 시작했는데요. 사업이 너무나 잘 되어서 모바일 커머스 회사로 진화해 나갔습니다. 한 번 사업을 경험하고 나니 미국에는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아이템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아이템을 현지화시키고, 회사를 만들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패스트트랙아시아라는 컴퍼니 빌더를 2012년에 설립했습니다. 당시 스톤브릿지캐피탈에 수석 심사역으로 계셨던 박지웅 님과 티몬에 1호 엔젤 투자를 해주셨던 노정석 대표님, 그리고 저까지 셋이 같이 뭉쳤죠.


패스트트랙아시아로는 병원 찾는 앱 굿닥, 산지 직송해주는 헬로네이처, 푸드플라이, 패스트파이브 등 많은 회사를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냈고요.

테라 공동창업자 신현성 인터뷰

Q. 젊은 나이에 회사를 세우고 운영하려다 보니 사업가로서의 초기 커리어를 생각하면 힘든 기억이 많으실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 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힘든 것들이 많았죠. 20대 중반에 회사를 수백 수천 명 단위까지 키웠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글로벌 회사를 같이 만들자는 제안에 회사를 매각했는데, 가장 먼저 나왔던 언론 기사의 타이틀이 '신현성 먹튀', '1,000억 벌고 먹튀했다'였습니다. 구성원 중에 동요한 분도 계셨고, 스스로 많이 속상했습니다.


매각 이후에도 모회사가 힘들어져서 자금을 당겨 회사를 구하고 성장하기 위해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는 게 아니라 지배 구조 환경이 너무 어려워져서 구주를 갈아 끼우기 위한 투자를 유치하는 매우 높은 난도의 과제를 해결해야 했던 적도 있었죠. 근데 그런 것들이 너무 힘들다고만 생각하면서 경영을 하면 애초에 나가떨어졌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문제 하나하나를 즐기고, '나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일을 한다'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업계 내에서 경쟁을 한다면 '내가 나간 전쟁의 전략을 직접 수립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여길 수 있고요. 글로벌 회사에 매각하고 다시 빠져나올 때는 '내가 언제 이 정도 큰 단위의 거래를 여러 번 경험해 보겠어?'라고 여길 수 있겠죠.

블록체인 결제 서비스 테라

Q. 사업가에게 필요한 강철 멘탈의 기운이 느껴지네요. 이제 테라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어떤 계기로 블록체인 회사를 창업하게 되신 건가요?


2017년이 되니까 다른 갈증이 생겼습니다. '한국이 더 잘나갈 수 있지 않을까? 뛰어난 인재들도 많고, 스타트업 인프라도 많이 발전했는데,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드는 회사는 왜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블록체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어떤 나라가 앞서고 있다는 개념이 아직 별로 없는 것 같았어요. 한국은 한창 투기 열풍이 불 때가 있었는데, 여러모로 부작용이 많았죠. 근데 그 시기에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학습했고, 또 수많은 기술자와 개발자가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블록체인 산업에서 다른 나라보다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한국에서 진정한 혁신을 한번 일으켜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더해지면서 테라를 창업하게 됐죠.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두 번째 토큰 루나

Q. 테라가 운영되는 기본 원리와 구조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른 가상통화와의 차별점을 함께 언급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대부분 가상통화는 어떤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주식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프로젝트가 잘될 것 같으면 가격이 하늘 끝까지 오르고, 프로젝트가 갑자기 사기 같으면 바닥을 쳤어요. 블록체인 시장이 '투기판이다', '도박판이다' 같은 지적을 많이 받았던 이유죠.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했는데요.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화폐가 보편화되고, 실생활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안정적인 통화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나온 개념이에요. 결제했을 때 이 통화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내일도, 1년 뒤에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 점에서 저희는 테라가 이커머스, 배달 플랫폼에 들어가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테라가 안정성을 확보하는 구조는 대략 이렇습니다. 테라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면 저희가 통화량을 늘려서 가격을 낮춥니다. 수요가 떨어지면 가격이 회복되게끔 통화량을 줄여서 조정하죠. 여기서 저희의 담보물은 무엇이냐면 루나라는 두 번째 토큰입니다.


테라가 이커머스 결제에 사용될 때마다 저희는 루나에게 수수료를 줍니다. 그럼 루나는 수많은 거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시장 가치를 형성하고, 그 시장 가치를 활용해서 테라의 담보 역할을 합니다. 즉, 테라와 루나가 상호보완적인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티몬, 배달의민족, 야놀자, 큐텐, 포멜로 등을 포함한 테라 얼라이언스

Q. 그렇다면 현재 테라의 사업 현황은 어떤 상태인가요?


테라 얼라이언스는 티몬, 배달의민족, 야놀자 같은 국내 업체는 물론, 큐텐, 포멜로 패션 같은 동남아 업체의 세부 영역에서 1, 2등을 달리고 있는 업체들과 협의해서 약 5,000만 명의 고객과 30조 원 정도의 연간 거래 규모를 매년 내고 있는데요.


저는 애초부터 테라가 블록체인으로 전 세계 금융을 혁신한다는 미션을 띠기 때문에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국에서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뛰고 현금 거래에서 알리페이로 갔듯이 바로 블록체인으로 가게끔 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작년에는 몽골 정부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몽골에서는 아직도 현금 거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실제로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미미페이'를 출시했죠.


투자로 보면, 저희의 첫 백서가 2018년 3월에 나오고, 몇 개월 만에 36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았는데요. 컨셉만 갖고 거액의 투자를 해준 셈인데, 테라가 블록체인 시장에서 뼈저리게 필요한 서비스라는 점에 다들 공감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또한, 저희가 실생활에 깊이 침투함으로써 고객들이 "가상화폐는 이런 거야"라며 스마트폰을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가 처음으로 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투자해 주신 분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기존의 온라인 쇼핑 지불 결제 구조
테라 서비스를 사용했을 때의 온라인 쇼핑 지불 결제 구조

Q. 블록체인이 그만큼 많은 기대를 받는 것에 대한 비즈니스적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블록체인 기술은 돈의 움직임이 완전히 무료가 될 수 있도록 기존의 금융 인프라를 혁신하고 디지털 화폐를 보편화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어쩌면 금융의 여러 단계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돈이라는 기본적인 인프라를 혁신하는 거나 다름없는 거죠.


반면, 여태까지 모든 핀테크 업체는 기존 금융을 혁신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위를 감싸는 포장지를 좀 더 예쁘고 편리하게 바꿨을 뿐이죠. 그러면서도 PG(Payment Gateway, 전자지급결제대행)사, VAN(Value Added Network, 카드결제중개)사, 카드사가 돈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떼어가는 수수료가 많다고 생각해요.


사실 금융 거래가 완전히 디지털로 변하고 있고, 이제는 돈이 데이터에 불과한데, 금융기관에서 세금을 떼어가는 건 말이 안 되는 현상이에요. 블록체인은 그런 불합리함을 배제함으로써 이커머스 플랫폼들에게 저렴한 결제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어요. 10만 원을 결제하던 게 9만 원이 될 수 있고요. 사기 어려운 외국 물건도 살 수 있게 되겠죠.


그래서 블록체인이 Next Big Thing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일 겁니다. 답이 명확하지 않을 때 리스크가 많고 두려워서 싫다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백지 상태가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 거죠.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처음 생겼을 때처럼 말입니다. 리스크가 높을수록 리워드는 그 이상으로 높기도 하니까요.

테라 공동창업자 신현성 인터뷰

Q. 테라의 최종 미션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정말 큰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테라의 미션을 'Transact freely', 즉 '거래를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하자'라고 정의했거든요. 돈은 어디서든 거래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 거대한 일을 저와 저와 꿈, 호기심, 열정의 크기가 최대한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하나하나 정직하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야만 끝까지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 생각으로 테라에 도전하고 있는 거 같아요.

* 본 아티클은 2019년 5월 공개된 <티몬 창업자 신현성이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든 이유>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으로 돈 전체를 통째로 혁신하려는 테라의 공동창업자 신현성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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