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피벗 후 120억 투자를 받기까지

조회수 2020. 11. 27. 11: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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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클래스 붐의 중심에 있는, 클래스101 고지연 대표

엔터테인먼트와 취미 계열의 원더월 클래스, 바이블(ViBLE), 콜로소, 실무 스킬 계열의 패스트 캠퍼스, 탈잉, 스터디파이 등 2020년 한국의 온라인 클래스 시장은 언택트라는 큰 흐름에 따라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제로섬 게임의 개념이 적용되는 시장은 아니지만, 산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더 좋은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기까지 할 정도로 치열한 상황인데요.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내고, 폭발적인 성장 모멘텀을 보여준 건 단연 클래스101 아닐까 싶습니다. 입시 과외 시장에서 20번의 실패를 겪고도 끝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데 성공한 클래스101. 그 지난한 과정을 온몸으로 거친 야망가 고지연 대표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클래스101 고지연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클래스101이라는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의 대표를 맡고 있는 고지연입니다. 서비스 론칭한 지는 2년 7개월 정도 되었고요. 어느새 250명이 넘는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고, 지금까지 45,000명이 넘는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면서 비전을 증명해가고 있습니다.

클래스101 고지연 대표 인터뷰

Q. 말씀해주신 숫자만 들어도 클래스101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런데 클래스101이 지연 님의 팀에게 마지막 도전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클래스101을 만들기 전에 빚이 2억 정도 있었습니다. 과외 시장을 혁신하기 위해 그 시장에서 해볼 수 있는 아이템 대부분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계속 시도했고, 매출도 올라갔었는데요. 진짜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두세 배 더 임팩트 있게 매달 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이 정도 성장 속도가 괜찮은 건가?, '우리는 작고 천천히 성장하기보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팀인데', '시장이 잘못된 건가, 우리 팀이 잘 못 했던 건가?'라고 생각했죠.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결심하고 아이템을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

준비물까지 챙겨주는 온라인 클래스 클래스101

Q. 어느 때보다 사업을 구상하는 초기 단계부터 철저하게 갔을 것 같은데요. 어떤 생각으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이라는 형태를 선택하셨던 건가요?


일단 저희가 임팩트 있게 클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걸 찾기 위한 의사 결정 기준으로 세 가지 정도로 잡았었는데요.


- 우리의 비전을 증명할 수 있는가?

- 우리 스스로 서비스의 고객이 될 수 있는가?

- 시장에 압도적인 리드가 없는가?


이 기준들을 모두 만족하는 사업 아이템이 열 몇 개를 나열했고, '미국에서 초대박 난 서비스 한국 상륙' 이런 식으로 랜딩 페이지를 만들어서 돌렸어요. 그중 데이터상에서 제일 뛰어났던 아이템이 클래스101의 모태와 베이비시터 CCTV였습니다.


그 둘 중에 의사 결정 기준을 다시 되새겨서 우리 스스로 정말 즐겁게 고객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봤을 때 클래스 101으로 최종 결정이 났어요. 이후에 저희가 한 달 만에 바로 베타 앱을 냈는데요. 사실 한 달 만에 앱이 다 구현됨은 물론, 앱을 구동하기 위한 관리자 페이지까지 작업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저희가 진짜 초몰입해서 만들어 낸 거죠. 근데 그 베타 앱의 다운로드 수가 페달링이라는 이름으로 저희가 그전까지 내놨던 20여 개의 앱의 총다운로드 수보다 훨씬 큰 거예요.

텀블벅으로 펀딩한 드립 커피 만들기 강좌를 위해 클래스101 멤버들이 준비한 준비물

Q.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임팩트를 낸 게 분명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타이밍에 한 번 더 피봇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사람들이 저희 앱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다시 켜진 않더라고요. 다시 고민했습니다. 도출된 결론은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거였어요. '왜 사람들이 한 달 뒤에는 클래스101 앱을 다시 안 켜지? 돈 안 내서 그래. 사람들이 야나두나 리얼클래스였으면 돈 낸 게 아까워서라도 다음에 다시 들어왔을 텐데 우리는 무료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그냥 한 번 소비하고 끝나는 거야'


유료 서비스를 하려면 사람들이 돈을 내는지 실험해봐야 했어요. 그래서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했었죠. 그때 초기 멤버들이 다닌 울산과학기술원(UNIST)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의 바리스타 사장님을 크리에이터로 모셔와서 강의를 촬영했었어요. 드립 커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저가 준비물 키트도 저희가 발품 팔아가며 준비했어요.


저희가 주고 싶은 가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것을 만들어 보면서 고객이 그 일을 진짜 사랑하는 거였으니까요. 그랬더니 며칠 안 가서 목표 금액을 바로 달성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사람들은 큐레이션 된 콘텐츠와 그 콘텐츠를 듣는 데 필요한 준비물을 한 번에 살 수 있으면 돈을 낸다는 것을요. 그다음에 사진작가 시현 님의 클래스를 같은 포맷으로 준비했죠.

성장의 모멘텀이 된 클래스101의 초기 히트 강좌 '추억이 담긴 가죽 그리고 나의 작은 공방' by 라미서울
성장의 모멘텀이 된 클래스101의 초기 히트 강좌 '처음이어도 좋아. 내 방 침대에 누워 영국 놀러가기' by 코리안빌리

Q. 그다음에 또 한 번 성장한 모멘텀은 언제였나요?


시현 님 클래스를 진행할 때까지도 저희는 계속 빚만 있고 돈이 없었어요. 성공할 액션들만 해야 했고, 이런 마인드로 접근했습니다. '우리가 해체하면 세상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게 하자는 메시지를 던질 팀은 다시는 없을 거다. 우리가 망하면 세상은 무채색이 된다'


그러다 2018년 5월에 라미서울이라는 크리에이터분의 가죽 공방 클래스, 코리안빌리라는 크리에이터분의 영국 영어 클래스를 동시에 발행한 날이었어요. 저희 슬랙 메신저에 결제가 찍히는 채널이 있는데, 판매 오픈을 하자마자 결제 알림 메시지가 차마 읽지도 못할 정도로 두두두두 하고 빠르게 올라가는 거예요. 이전까지 그 방이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아, 찾았다. 사람들이 원하는 시장에 우리가 왔어. 우리가 맞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라고 직감했고, 그때부터 크리에이터 섭외에 집중했습니다.

클래스101 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로잉 분야의 '이젠 그림 '잘' 그리고 싶다! 핀든아트의 두 번째 클래스' by 핀든아트
클래스101 머니 분야에서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 신사임당

이렇게 시작된 클래스101은 기존의 온라인 교육시장의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분야의 온라인 클래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미술, 운동, 공예, 드로잉 등 취미개발에 특화된 '크리에이티브', 부업, 재테크 지식을 공유하는 '머니', 업무 능력 향상과 자기 계발 등 직무 교육을 위해 출시된 '커리어', 업계 거장들과 전문가들의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시그니처', 경제·인문·사회·예술·과학 등 지식 교양 콘텐츠가 담긴 '리브레',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키즈', B2B 전용 직원 복지를 위한 구독 서비스 '비즈니스', 홈트족을 위한 '짐' 등 시간과 장소, 카테고리에 구애받지 않고 1,000개가 넘는 클래스를 들을 수 있죠.

클래스101 고지연 대표 인터뷰

Q. 지금까지 함께한 크리에이터분들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요?


어떤 크리에이터분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클래스 101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한 달에 월세 50만 원 정도만 들어와도 좋은, 밑져야 본전인 장사라고 생각했다고. 근데 첫 정산을 받았을 때, 로또 2등에 당첨된 줄 알았다고 하셨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희가 크리에이터의 삶에 정말로 도움이 되고 있고, 이분들이 클래스101을 통해서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더 편하게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IT 기반 회사이다 보니 저희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중심으로 일을 하는데요. 하지만 크리에이터와의 관계에서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어떤 분은 저희의 연락을 문안 인사라고 표현하신 적도 있는데요. 하도 매일 아침 일어나셨냐, 점심은 드셨냐고 여쭤보니까요. 직접 공방에 찾아가고, 전시회가 있으면 MD분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인사드리기도 하고요.


이렇게 깊게 네트워킹하는 이유라면 크리에이터분들을 클래스101이 성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진심으로 이분들이 저희 플랫폼을 통해 값진 도전을 하시고, 충분한 수익을 가져가셨으면 합니다.

클래스101 고지연 대표

Q. 서비스가 성장함에 따라 인원도 정말 급속도로 늘어난 것 같더라고요. 그만큼 조직문화를 가꾸는 데 많은 힘을 썼을 것 같습니다.


2018년 후반부터 저희 내부 팀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함께했던 멤버들의 링크가 너무 잘 되어 있다 보니까 늘어날 때 저희만의 DNA, 문화를 해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에 대한 정의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클래스101의 인재상은 ‘착.똑.야’ 예요. ‘착하고 똑똑하고 야망 있는 사람’이란 뜻인데, 신뢰를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위해 함께 달리는 착한 사람이자, 확실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이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 야망이 가득한 사람들을 의미하죠.


사업이라는 게, 스타트업이라는 게 잘 작동하는 BM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여전히 팀원이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이 진짜 똑똑한 사람들인지, 함께함으로써 우리가 모두 성장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봐요. 똑똑해서 하루에 10시간 이상 같이 대화해가며 일하는 게 진짜 즐거워야 하고, 이들과 함께 몰입하며 달려가고 성장하는 것. 이것이 정말 중요해요.

Q. 클래스101의 궁극적인 비전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2019년에 시리즈 A 투자 라운드를 잘 마무리했는데요.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침착했어요. 실제로 타운 홀 미팅에서 이번 라운드 잘 마무리했고, 더 나아가자고 하면서 박수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론 투자 이야기를 한 번도 안 꺼냈어요. 저희는 정상에 깃발을 꽂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팀이니까요. 투자를 잘 마무리했고, 매달 두 배씩 크고 있다는 건 이 기나긴 여정에서 한 번의 숨 고르기 포인트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달성하고 싶은 비전이 '세상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만들자'잖아요. 이게 진짜 증명된 모습을 상상해보면, 클래스101이 특정 시간이나 행위에 관한 보통명사가 되는 거예요. 카톡이나 토스처럼 일상 속에서 "너 뭐해"라고 물어봤을 때, "나 클원해"라고 대답하는 식인 거죠. 저희는 사람들이 그 대답을 자연스럽게 느낄 때까지 달려갈 겁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9월 공개된 <대학생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피봇 후 120억 투자를 받기까지>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20번의 실패 후,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선택을 받아 120억 투자를 유치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의 대표 고지연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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