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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

14만 법률 유튜버가 된 고려대 법대생 이야기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 크리에이터 박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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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적으로 합의와 협의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정부입법지원센터에 따르면, 합의는 상대방과 의사가 합치해야 할 때, 협의는 주로 상대방의 의견을 구할 때 쓰인다고 합니다. 즉, 계약서에 '협의하에'라고 쓰여 있으면 갑과 을의 의사가 완전히 같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갑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거죠. 말과 글이 가장 극단적으로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바로 이런 법의 세계입니다.


이해해두면 세상 사는 데 정말 유익한 영역이지만, 문제는 법이 언제나 일반 사람들에게 너무 멀다는 것입니다.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데다 알아야 하고 외워야 하는 개념이 너무너무 많고, 또 그걸 적용해서 해석하는 방식도 무궁무진하니까요. 정보 격차 해소가 절실히 필요한 이 법이라는 분야, 이제부터라도 알아가고 싶으신가요? 그런 분들을 위해 EO가 구독자 14만의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를 운영하는 '법잘알' 크리에이터 박남주 님을 소개합니다.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 크리에이터 박남주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법알못 가이드'의 박남주입니다"는 제 영상에서 하는 인삿말이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에서 구독자 14만 명의 법 정보 채널 '법알못 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박남주라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고요. 나머지 시간에는 온갖 곳을 돌아다니면서 유튜브 저작권 정책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트레져헌터에 공식 강사로 등록되었네요. 강아지도 열심히 키우고 있어요.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 크리에이터 박남주 인터뷰

Q. 유튜버가 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대학생 시절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04학번으로 법대에 들어갔는데요.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서 갑자기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가 생긴다는 발표가 나왔어요.


처음에는 '아, 나는 하던 대로 사법고시 공부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로스쿨이 생기니까 가면 갈수록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줄어들었어요. 저는 그만큼 올라가는 커트라인을 따라잡을 자신이 없어서 고시 공부를 3년 만에 끝냈어요.


사법고시를 공부하는 동안 학교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재수강도 했는데요. 부모님께서 추가 학기 비용까지 아무 말씀 없이 지원해주셨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바로 좋은 회사 들어가겠습니다. 이제 저한테 돈 그만 대주세요"라며 허세를 부렸죠.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 크리에이터 박남주

Q. 그 이후에 정말 회사에 들어갔나요?


네, 해외 영업부로 한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입사하자마자 처음부터 어떻게 멋있는 일을 하겠냐고 생각하면서 모든 직원의 택배, 커피 심부름, 청소를 제가 다했어요. 사무직에 익숙한 누군가는 시쳇말로 '잡일'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전 다 참을 수 있었어요.


문제는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어떤 직원이 저한테 "야, 신입 너 이리 와 봐. 너 대학교 어디 나왔어?"라고 묻는 거예요. "저 고려대 법대 나왔습니다"라고 답했더니 "고려대 법대? 서울? 근데 너 왜 여기 있냐? 웃기네. 야, 나는 대학교도 안 나왔는데?"라며 비아냥대더라고요. 꼭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항상 '야 너 이런 것도 못하냐?'라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회식 자리에서는 또 다들 저한테 술을 엄청 많이 줬어요. 저는 이 사람들한테 뭐든지 배우고 싶어서 주는 대로 다 마시고, 친한 척하면서 딸랑딸랑댔죠. 근데 어떤 회식 날에 화장실에 가려고 나왔는데,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다른 직원들이 저를 두고 '그 XX 봐. 공부해서 고려대 법대 나와봤자 다 소용없어'라는 식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걸 들었어요. 따돌림을 당한 거죠.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 크리에이터 박남주

Q. 감정적으로 엄청나게 상처를 받으셨겠네요.


네, '아,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 잘못 왔나?'라고 생각하면서 몇 개월을 다니다 보니 공황장애, 우울증이 심하게 오더라고요. 잘 때 숨이 막혀서 잠에서 깨고, 심지어 갑자기 베개를 집어 던지거나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다가 벽을 치기도 했었어요. '이러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어 버리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혹은 누군가를 해치기 전에 회사를 나가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현실적인 문제는 생각하지도 않고 일단 퇴사부터 했다 보니 그 이후로 그냥 부모님 집의 방 한쪽에서 나가지도 않고 롤(LoL, League of Legends)을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말 몇 개월 동안 게임밖에 안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 게임 영상들이 있는 걸 봤는데요. '나에게도 이런 걸 편집할 수 있는 재능이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넘어서 '내가 유튜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Q. 법학을 전공했다 보니 자연스럽게 법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건가요?


평소에 지인들이 저한테 법적인 문제에 관해 조언을 굉장히 많이 구했어요. 지금 경찰서에 잡혀 왔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 회사에서 성희롱을 당했다, 과외 선생님이 수강료 환불을 안 해준다 등등 실생활에서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고 싶은 거죠.


그렇다고 변호사 상담비는 비싸니까 법을 알아서 꽤 괜찮게 알려주는 주변 사람인 저에게 물어보는 건데, 더 많은 사람이 이런 부분을 궁금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에 나오거나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부당한 일임에도 사회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보니 이런 부분을 다루면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했고요.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 크리에이터 박남주

Q. 촬영, 편집을 비롯한 영상 제작 전반에 대해 잘 모르고 시작했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 같아요.


맨 처음에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일단 카메라를 켜고 14시간 동안 촬영을 했습니다. 그것도 잘 나왔으면 모르겠는데, 첫 촬영에는 마이크가 안 켜져 있었고, 두 번째 촬영에는 포커스가 나가 있었어요.


어쨌든 14시간 촬영한 소스를 하루 동안 편집해서 시작을 알리는 영상을 올렸어요. '사람들이 욕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며 업로드를 했는데,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됐더라고요. 아무도 안 보니까요. 조회 수가 5~7회 정도 유지됐는데, 다 저랑 엄마가 본 거였어요.


유튜버로 전향하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건 벽에다 대고 외치는 느낌이었어요.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안 봐주니까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영상을 올렸는데, 반응이 없어서 올리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도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은 올리자'라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마음 그대로 채널을 10개월 정도 운영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아. 안 되는 걸 계속하기보다는 다른 길을 찾는 게 맞지 않을까? 너무 힘들다' 그때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조금 울었던 것 같아요. 열과 성을 다해서 했는데도 안 되니까.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에 업로드된 영상 콘텐츠

Q. 그런데 어떤 계기를 통해 지금처럼 채널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가요?


하루는 술을 먹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남주야, 남주야, 남주야!"라며 저를 부르는 겁니다. 뭔데 그러냐고 대꾸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조회 수가 왜 이래"라고 하는 거예요. 제 영상 중 하나가 조회 수 300까지 올라갔더라고요. 그 당시엔 정말 대단한 수치였어요. 조금 있다가 다시 보니까 500이 더 오르더라고요.


나중에 이유를 알고 보니 저랑 친한 유튜버 중에 김스카이라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가 쓸데없이 내 영상 보지 말고 자기 채널보다 도움되는 '법알못 가이드' 같은 채널을 보라고 한 번 추천한 겁니다. 그때 정말로 사람들이 제 영상을 봤고, 구독자도 한 50명 정도 더 올랐어요. 엄청난 발전이었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까 노란 달러* 표시가 풀리더니 제가 그간 만들었던 주옥같은 영상들이 팍팍 뜨기 시작했습니다. 조회 수가 20~60만까지 나오고, 구독자분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 광고주 대다수에게 부적합한 것으로 식별된 콘텐츠에 광고를 제한 혹은 배제한다는 유튜브상의 표시로, 흔히 '노딱'이라고 일컫는다.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 크리에이터 박남주 인터뷰

Q. 아무래도 법이 민감한 영역이다 보니 영상을 만들 때 신경 쓰실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솔직히 저도 가끔 무섭습니다. 제 발언이 걱정될 때가 당연히 있죠. 어떤 영상에는 '이 채널 곧 없어진답니다' 이런 댓글도 달려 있어요. 그래서 단어 선택과 말 끝나는 부분을 굉장히 신경 써서 영상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듭니다"라는 말도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라고 하는 표현하는 거죠.


저는 스크립트를 정말 철저하게 보고, 열심히 연구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계속 털어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런 스킬들이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올린 영상 중에는 '이건 좀 센 거 같은데?' 싶은 것들이 종종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많은 분이 댓글로 저를 뚜드려 패더라고요. 그래서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이 드는 영상들은 쭉 지켜보다가 지우고, 지운 이유를 다 설명했습니다.


다만, 정보 자체를 잘못 전달했을 때는 당연히 수정을 해줘야죠. '1+1=3' 같이 아예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해놓고 소리소문없이 지워버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고요. 왜냐하면, 제 채널은 다른 분들의 채널보다 신뢰성이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한 부분만 틀려 버려도 사람들이 '그동안 믿고 봤는데 저 사람이 말하는 걸 이제 어떻게 믿냐. 다른 정보도 다 틀린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일주일에 콘텐츠를 두 개 정도 올리면, 그 사이에 파기되는 게 두 개 정도거든요. 날려버리는 절반 중에 솔직히 '이거 올리면 많이 보겠다'라고 느껴지는 것도 있는데요. 유튜버로서 욕심이 엄청 많이 생기는 순간이지만, 그래도 저는 선을 많이 지키는 편입니다. 아버지께서 쉬운 길로 가면 그만큼 망가질 가능성도 높으니까 정한 선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가라고 하셨거든요. 앞으로도 그 신념은 계속 유지할 거예요.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 크리에이터 박남주 인터뷰

Q. 최근에는 어떤 종류의 영상을 주로 기획하고 계시는가요?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주제 안에서 법을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최근 이슈와 법을 많이 섞기도 하는데요. 콘텐츠의 수명이 너무 한시적인 것 같더라고요. 사건이 지나가 버리면 영상 안에 괜찮은 설명이 들어 있어도 사람들이 다시 안 보니까요.


앞으로는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계속 볼 수 있는 영상을 기획해 보려고 합니다. 이슈와 관련 있는 영상도 물론 계속할 거고요. 조금 더 많이 만들겠다는 뜻이죠.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 크리에이터 박남주

Q. 유튜버 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크게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여러 시청자와의 만남입니다. 저는 시청자분들과 소통하는 게 너무 좋아요. 제 채널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요.

법률 전문 유튜브 채널 '법알못 가이드' 크리에이터 박남주 인터뷰

Q. 전공을 살렸지만, 일반적인 전공자들과 다른 본인만의 삶을 살고 계시잖아요.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전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법대를 나와서 샛길로 빠진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정말 보람된 것 같아요. 제가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는 법 관련 채널이 별로 없었는데요. 최근에는 변호사분들도 유튜브를 많이 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법 정보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법 정보라는 게 예전에는 가진 자만 많이 알고, 모르는 사람은 한참 모르는 거였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으니까요.


처음 샛길로 갈 때, 그쪽에 사람이 많이 없으면 무시당하기 일쑤예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으면 시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요. 이런 안 좋은 점들도 있지만, 좋은 면도 분명히 있어요. 일단 남들과 다른 길을 가서 얻을 수 있는 희열감을 느낄 수 있고요. 잘 안될 때도 옆에서 항상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요.


그러니 정석적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욕한다고 해서 실망하고 자책하면서 이 길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런 말을 하려면 제가 훨씬 더 많이 발전해야 할 것 같아요. 구독자가 백만, 천만 명쯤 되면 이런 이야기를 나중에 더 신빙성 있게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7월 공개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박남주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이유>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법조인의 길을 걷진 않지만, 유튜브로 누구보다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박남주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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