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실패하고 8번째에 또 창업을 선택한 이유

조회수 2020. 11. 9. 15: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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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미텔슈탄트 조동인 대표

한국은 '두 번'을 허락하지 않는 나라였습니다. 70여 년간 굵고 빠르게 성장하기를 택했다 보니 매번 단 한 번의 시도로 꼭 성공을 거둬내야만 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네 어른들께서는 성공할 확률이 희박한 사업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큰일을 벌이는 창업만큼이나 인생에서 역동적인 경험이 또 어디 있을까요? 대구 기반의 에듀테크 스타트업 미텔슈탄트를 이끄는 조동인 대표도 그 중독성 있는 행위에 매료되어 7번 실패하고도 8번째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며 결실을 보고 있는데, 아이템이 그 의미를 배가하는 듯합니다.


창업을 곧 창업 아이템으로 삼은 그의 이야기를 EO를 통해 만나보시죠.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대학생 때 창업해서 7번의 실패와 창업을 여전히 반복 중인 조동인입니다. 여덟 명의 동료가 함께하는 저희 미텔슈탄트는 대구에서 창업이 더 가깝게 느껴지게끔 해주는 친숙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Q. 그 7번 중 첫 번째 사업의 아이템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에 했던 아이템도 교육 사업이었습니다. 주말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온라인상에 모아서 보여주는 사이트를 운영했었어요.


자본금은 대학생 때 공모전 같은 데 나가서 받은 상금 한 500만 원 정도였는데요. 그런데도 저는 일단 인터넷에 팀원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사무실부터 구하러 다녔어요. 곧 들어올 팀원들을 위해서 책상, 컴퓨터, 노트북도 막 사고요. 회사로서 갖춰야 할 것만 같은 구색에 너무 많이 집착한 거죠.


그때 잠도 안 자고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다 하면서 사업을 했는데, 잘 안 됐습니다. 고객들이 초등학생들이다 보니까 돈을 얘기하기 어려웠거든요. 실제로 돈을 받았던 건 딱 한 번이었고요. 거의 모든 걸 무료로 하곤 했죠.

Q. 그렇다면 그다음에는 매출에 대한 고민이 동반된 사업을 하셨겠네요.


네, 맞습니다. 일단 저희가 하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갖고 있던 기술로 다른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앱이나 웹을 대신 만들어줬어요. 그러고 나서 전국 수리 업체들의 정보를 보여주는 수리 O2O 서비스 '수리의 달인'을 론칭했죠.


하수구가 막히거나 전기가 안 들어오거나 집에 물이 샐 때 수리가 필요하잖아요. 그런 이슈가 생겼을 때 관련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지역별 업체 정보를 저희가 다 모아서 서비스를 제공했었습니다. 개발이 잘 끝나서 저희 마음에 들고, 사람들도 쓸 수 있는 모양이 나오긴 했는데요. 


돈은 업체들이 주는 광고료로 벌었어요. 근데 월별 얼마씩 해서 저희에게 돈을 내는 업체들이 생겼는데, 실제 돈을 낸 효과를 보고 있는가에 관한 질문을 해결하지 못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광고비 10만 원을 썼으면 그에 합당한 매출을 내드려야 하는데, 전혀 내주지 못하는 거예요. 그게 양심에 찔려서 몇 달 운영하다가 받았던 비용을 다 철회했습니다.


인제 와서 보면 고객을 모으는 방법 측면에서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저희 팀에 개발팀과 기획자만 있다 보니까 제품을 만드는 데만 급급했거든요. 팀 안에 마케팅 역량이 전혀 없었던 셈입니다.

Q. 삼세번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세 번째 사업 때는 투자 유치를 받는 게 아닌 대출을 하셨다고요.


처음에 창업했을 때는 제가 모은 적은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그 돈이 떨어지고, 새로운 사업을 또 해야 하니까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사업을 또 실패했으니 다시 지원받을 수 없잖아요. 한 번 지원을 받은 회사는 다시 지원받기 어렵거든요.


그때 기술보증기금이나 기관의 도움으로 대출 융자를 받아서 사업을 시도했어요. 처음에는 한 1억 원 정도, 그다음에 또 1억 원을 융자받았어요. 처음에 대출받았을 때는 사실 그렇게 겁나지 않았어요. 남은 인생에 비하면 적은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자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대출이라는 게 엄청 무섭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는 또 아이템에 대한 확신은 있었는데, 대표로서의 확신이 조금 없었습니다. 투자를 받으면 돈도 들어오지만, 사람도 회사에 들어오잖아요. 그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어떤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투자가 아닌 대출이라는 방법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Q. 아이템은 무엇이었나요?


앱으로 주문하면 30분 이내에 편의점 물품을 배달해주는 모바일 편의점 서비스 '로켓편의점'을 했었습니다. 예전 실패 사례를 통해 배운 게 있으니까 고객을 모으고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까지는 잘했어요. 매일 저희가 직접 배달하고, 고객들을 만나곤 했죠.


그런데 판매되는 수익에서 매출이 없었습니다. 수익을 0으로 남기는 구조였던 거죠. 저희가 생각했던 로켓편의점이라는 서비스의 목표 자체가 분명히 2~3년 안에 편의점 배달이 시작될 테니 그때 각 점포에서 서비스를 쉽게 시작할 수 있게끔 돕는 팀이 되자는 거였거든요. 큰 배달 앱에서 저희를 인수하길 바랐고요.


어느 정도 고객을 확보하고 투자를 받으려고 생각했는데요. 투자 유치를 위해 여기저기 다녔을 때, 회사 가치가 높게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최저임금 등 여러 이슈 때문에 편의점 시황이 너무 안 좋아졌고요. 저희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서비스를 종료했었죠.

Q.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하시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실제로 창업을 여러 번 해보니까 창업자인 제가 없어야 더 잘 되는 거 같아요. 제가 가진 큰 동기 때문에 창업을 시작했는데, 제가 개입하면 할수록 더 엉뚱한 걸 만들게 되는 것 같거든요. 반대로 제가 빠질수록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만드는 것 같다 싶고요.


제 자의식이 세니까 옆에서 아닌 건 아니라고 쉽게 말도 못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제가 벽을 쳤겠죠. 지금도 계속 제가 하는 일들에 제 생각이 많이 투영된 게 아닐까 자꾸 의심해요.


그래서 혹시 제가 필요한 걸 만들고 있는 거 같다 싶으면 당장 그러지 않으려는 습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습관을 쉽게 들이는 방법이 고객들을 자주 만나는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고객을 만나서 그들이 저희를 평가하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주시는 의견을 바탕으로 또 다른 일주일을 어떻게 살지 정하는 연습을 해나가고요.

Q. 이후에 다시 교육 쪽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창업을 시작했던 2012년에는 창업 붐이 막 일기 시작했던 때였습니다. 당시 창업 교육을 들으러 갔을 때, 도움이 되는 것들도 많았는데요. 들었던 걸 또 들어야 하는 건 끔찍했지만요.


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게 저는 창업자가 와서 저희를 가르쳐주는 걸 원했습니다. 창업에 관한 지식도 필요하지만, 진짜 사업을 하고 계시는 분들의 경험도 필요했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경험을 전달받을 수 없었어요. 강사분들이 대부분 강의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었으니까요.


'우리가 굳이 이걸 들어야 하나?' 싶고 답답해서 결국 제가 창업 교육을 담당하던 교수님께 제안했습니다. 커리큘럼을 바꾸고, 교육하시는 분들도 실제 창업을 경험한 분들, 지금 사업을 하고 계신 분들로 구성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는데, 교수님께서 얼마나 잘 만드는지 보자고 하시면서 제게 직접 만들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다녔던 경북대학교의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제 손으로 기획할 기회가 온 겁니다. 그때 학생들이 원하는 연사들을 다 초대해 가면서 행사를 열었고, 그 경험을 몇 년 반복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저희가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돈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됐더라고요. 이후에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해서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다른 학교나 기관에도 저희의 교육 프로그램이 들어가게 됐습니다.

Q. 대학생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창업에 관한 교육을 하시잖아요. 아이들에게 창업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다고 보시나요?


요즘 초·중·고등학교에 방문해서 학생들을 보면 행복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행복하려고 무언가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근데 청소년들이 도대체 언제부터 행복할 수 있는 건지 싶어요.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각 3년, 12년의 기간을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투자하는 기간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저는 '지금 잠깐 참고 고생하면 나중에 행복할 거야'라는 메시지가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 낸 메시지가 아니라 어른들이 만들어 낸 메시지라고 결론지었어요. 아이들이 PC방 가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친구들이랑 놀러 가면서 느끼는 현재의 행복을 미래를 위해 모조리 포기하는 게 좋은 걸까요?


설령 그렇게 해서 미래의 행복을 진짜 얻어냈다고 해도 그 희생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전 아닌 거 같아요.


이 상황에서 저는 창업이 교실의 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봤습니다. 창업이라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잖아요. 일단 문제를 찾으려면 주변을 많이 관찰하고 둘러봐야 해요. 평소에 주변을 관찰한 시간이 많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문제를 정의하고 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떠올리잖아요. 저는 그 과정까지 거치면서 친구들이 비로소 딱딱한 교과서나 학업 환경에서 벗어날 기회를 맞는다고 봅니다.


물론, 너무 교육적으로 접근하면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스트레스일 겁니다. 약간은 놀이처럼 느껴지게 프로그램을 짜야죠. 재미있게 주변을 관찰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해결책을 찾고, 실제로 실행했을 때 문제가 해결됐는지를 확인하다 보면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삶의 행복을 설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창업에 7번 실패했지만, 창업 교육으로 8번째에 다시 일어선 미텔슈탄트의 대표 조동인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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