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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10명 중 7명이 보는 웹드라마를 만든 사람

조회수 2020. 10. 28. 12: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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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로 1020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일반 드라마와 별개로 청춘을 소재로 한 웹드라마가 SNS에서 꾸준히 인기입니다. 보다 보면 2000년 초반, 귀여니를 필두로 한 일명 '인소(인터넷 소설)'의 캐릭터, 대사, 감성 등을 샤랄라한 톤의 영상으로 만든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플레이리스트는 이 형태가 한순간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비즈니스로 거듭나게 한 장본인입니다.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를 시작으로 이제는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탑티어 플레이어가 된 플레이리스트, 그들이 웹드라마 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이유를 박태원 대표님에게 듣고 왔습니다.

Q. 자기소개와 회사 소개를 함께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플레이리스트의 대표 박태원이라고 합니다. 저희 플레이리스트는 디지털을 바탕으로 드라마, 영화, 예능, 음악 콘텐츠를 제작, 개발하고 있는 제작사이자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 미디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 구독자는 500만 명, 해외 구독자는 300만 명이고, 총 누적 조회 수는 20억 회 정도이고요. 가장 대표적인 IP로는 20대 캠퍼스 로맨스를 표방하는 <연플리>, 10대 학원물 <에이틴>이 있습니다.

Q. 플레이리스트의 대표가 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구글, 유튜브에서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을 도와주는 일을 했었는데요. 일을 시작한 2013년 당시는 한국에 크리에이터라는 개념이 거의 없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제가 스트리머형 크리에이터들을 유튜브로 데려오기부터 했죠.


대도서관, 씬님, 도티 같은 크리에이터분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저와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눴었는데요. 크리에이터와 콘텐츠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빠르게 유튜브로 유입되는 것을 봤던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통해 '디지털 모바일 기기로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고요.

Q. 그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네이버웹툰, 스노우와 함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신 건가요?


네, 그즈음이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애플, 아마존, 유튜브, 페이스북 등 모두 콘텐츠에 투자하는 시점이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도 아이치이나 유쿠 투도우, 텐센트와 같은 플랫폼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했는데요.


그 모든 플랫폼 내부에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각자 콘텐츠 수급을 하는 거죠. 한편으로는 모바일 기기에서 플랫폼마다 동영상을 시청하는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어요.


콘텐츠가 플랫폼에게나, 사용자에게나 변별력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환경이 조성된 거죠. 결국, '누가 흥행할 수 있는 콘텐츠와 IP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가?'가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게 바로 제가 플레이리스트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Q. 콘텐츠 회사로서 성과를 내기 위해 무엇에 가장 집중을 많이 하셨나요?


사람들이 흔히 디지털 콘텐츠는 돈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 시장에 대한 불신을 갖고 계시죠. 수익성이 문제라는 겁니다.


저는 콘텐츠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야 본질에 다가가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리스트라는 조직은 일단 콘텐츠를 흥행시키는 데 집중해요. 그다음에 흥행에 따른 수익이 안정적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요.


순서가 그러다 보니 저는 단 한 번도 제작팀에 수익에 관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작팀의 미션은 수익성이 아닌 그보다 앞선 과제인 콘텐츠의 흥행이니까요. 이후 수익에 관한 부분은 조직 내 다른 팀이 해결해야 할 문제죠. 물론, 그 흥행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은 편이긴 합니다.

Q. 콘텐츠 자체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콘텐츠 IP 회사로서 플레이리스트의 콘텐츠 최대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스토리의 힘이죠. 저는 보고 나서 사람들이 내 얘기라고 느낌과 동시에 친구, 가족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공감이라는 키워드는 필수이고, 저희는 콘텐츠를 제작할 때 그 키워드를 가져가고자 타깃을 명확하게 잡습니다. 수많은 타깃 시청자를 인터뷰 등 여러 방식으로 조사하고, 온라인에서 트렌드를 파악하는 등 소재를 발굴하려고 하죠.


예를 들어, <연플리> 같은 경우에는 매화 공개가 되면 24시간 이내에 100만 조회 수를 찍고, 누적으로 6억 조회 수를 찍었는데요. 국내로 한정해서 <연플리>를 보는 시청자층을 생각해보면, 20대 여성 중 70% 이상이 저희 콘텐츠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사실 타깃의 폭은 전통 미디어보다 넓지 못합니다. 그러나 타깃 사이에서는 확실하게 전파되고, 공유되죠. 그로써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저희 작품들이 오고 갈 때 진짜 의미가 있다고 보고요.


2018년에 <에이틴>이 한창 방영할 때는 고등학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누가 TV에 <에이틴>을 틀어놓았다고도 하는데요. 한 반에 모여서 학생들이 저희 콘텐츠를 같이 보는 거예요. 조회 시간에 세븐틴과 같이 했던 음원을 들으면서 모이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매우 뿌듯한 것 같습니다.

Q. 플레이리스트는 주요 IP로 그냥 드라마가 아닌 '웹' 드라마를 만드는데요. 시대와 플랫폼의 변화는 콘텐츠에 어느 정도로 어떻게 반영하는 편인가요?


일단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들이 듣고 싶고, 보고 싶은 메시지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시청자들은 콘텐츠를 보면서 의식적으로 저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주제, 캐릭터, 감정을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내포된 모든 내용을 받아들인다고 봐요. 그 과정에서 기존의 전통 미디어는 변화를 체감하고 적용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보니 시청자들이 왜곡된 이미지를 소비하게 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이를테면, 지금까지 내보낸 모든 플레이리스트의 작품 속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당당하고 솔직하고 자기 주도적이며, 본인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성향이 있는 편이에요. 이런 부분에서는 특히 여성의 관점에서 많이 생각하려고 합니다.


플랫폼 측면으로 봤을 때는, 2018년부터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조금씩 줄어들고 유튜브가 상승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래서 저는 유튜브에서 더 큰 기회를 봤습니다.


유튜브는 오직 동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 오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준비가 되어 있고, 훨씬 더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는데요. 그런 유튜브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RT(Running Time)라고 부르는 각 동영상의 길이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때부터 이전에는 5분에서 7분 사이로 만들던 영상을 10분, 15분, 길게는 20분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의 변화에 맞춰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향과 제작하는 양 자체가 달라진 거죠.

Q. 콘텐츠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업가이자 리더로서 플레이리스트라는 회사를 어떤 식으로 꾸려가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제가 구글에서 겪은 문화의 많은 부분을 플레이리스트에 이식하려고 했는데요. 구글에는 '70 대 20 대 10의 룰'이 있습니다. 시간과 돈, 그러니까 리소스 투자 비율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그 룰에 따르면, 구글은 70%를 가장 잘하고 크고 중요한 영역에 투자해요. 20%는 새로운 영역에, 10%는 남들이 미친 짓이라고 하는 데 투자하고요.


마찬가지로 플레이리스트도 저희가 가장 잘 해왔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드라마 사업에 70%의 리소스를 사용합니다. 예능, 음악과 같이 새로운 영역에 나머지 30%의 리소스를 투자하고요.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드라마 사업을 내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가 IP에 70%, 신규 IP에 30%의 리소스를 사용해요.


왜 이렇게 하냐면,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저희 조직과 작품의 IP가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하고 뒤처질 수도 있어요. 늘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원래 잘해왔던 것을 계속 잘해야 한다고 회사가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 구글에서 가져온 문화로는 많이들 알고 계신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이 있습니다. OKR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성과와 평가가 따라서 움직이는 성과관리 기법인데요. 저는 OKR을 지켜나가면 회사의 불필요한 프로세스가 많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번 분기에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모든 것이 알아서 잘 진행되고 있다면 저는 개인의 자율성에 일을 맡겼을 때 각자의 역량이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불필요한 프로세스로 구성원을 억제하고 조정하려는 순간, 그 역량이 자연스럽게 발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그 사이에서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은 각 팀이 오직 작품의 흥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주고,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플레이리스트가 그리고 있는 비전은 무엇인가요?


히트했던 <연플리>나 <에이틴> 같은 작품을 시즌제로 끌고 갈 때 부담감이 배로 커지는데요. 그만큼 작품이 또 다시 성공했을 때 새로운 목표나 꿈을 그리는 과정이 무척 즐겁고 행복해요.


예를 들어, <연플리>가 시작했을 때는 웹드라마계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주는 새로운 작품 정도로 여겼는데요. 지금 <연플리>의 과제는 우리나라를 뒤흔들 수 있는 수준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간 그러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 왔고요.


더 많은 사람, 시간, 예산을 투여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나도 더 큰 작품 해보고 싶다', '더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인 꿈을 얘기하자면, 저는 플레이리스트가 아시아의 디즈니 같은 회사가 되기를 꿈꾸는데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에서도 저희가 만든 스토리와 캐릭터에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한다면 플레이리스트가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또 저희가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고요.

* 본 인터뷰는 2019년 4월 공개된 <에이틴 제작사 사장님이 말하는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법>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 웹드라마계의 새로운 장을 연 플레이리스트의 대표 박태원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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