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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아이템 아마존 입점시켜 글로벌 연매출 200억

조회수 2020. 10. 27. 12: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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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양육자들에게 사랑받는 아기띠를 만드는, 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

일본에서 하나의 제품 카테고리에서 1/3 정도의 지분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아마존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한 육아용품 브랜드 코니바이에린의 '아기띠'입니다.


이 브랜드를 탄생시킨 티켓몬스터(이하 티몬) 출신의 임이랑 대표님은 육아 도중 몸에 이상이 와서 아기띠에 관심을 갖고, 결국 직접 만들기까지 했다는데요. 아기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기를 모두 생각하는 아기띠로 올해 연 매출 200억을 내다보고 있는 코니바이에린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임이랑이라고 합니다. 지용, 지헌이 두 아이의 엄마이고, 남편과 함께 코니바이에린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니바이에린은 출산한 여성을 위한 브랜드인데요. 주요 제품으로 코니 아기띠, 코니 맘스웨어, 코니 아기띠 워머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저희는 전체 매출의 80% 정도가 해외에서 나고 있는데요. 현재 일본, 미국,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 진출해 있어요. 매출로 성장세를 보면, 국내 판매만 했던 2017년에는 3억 원, 해외 판매를 개시한 2018년에는 50억 원, 2019년 144억 원, 2020년 올해는 200억 원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Q. 창업을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창업을 하기 전에 제가 다닌 회사는 티몬이 유일합니다. 저희 남편은 티몬의 창업자 중 한 명이었어요. 비 새는 사무실에서 같이 기획서 쓰다가 만났죠.


그 당시에 제가 30번째 직원이었는데, 한 1,300명 정도까지 직원 수가 늘어나는 걸 봤어요. 한 7년 차쯤 되니까 주변에 사업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사업은 누가 하는 걸까 싶더라고요. 저는 평생 직장인밖에 꿈꿔본 적이 없는데, 언제 그만두게 될지를 생각하던 차에 임신을 했습니다. 퇴사를 하게 되었죠.

Q. 이후 육아를 하시면서 건강상에 큰 문제가 생기셨다고요.


출산을 하자마자 수유 때문에 하루에 8~10번 정도 40분씩 아이를 수그리고 보곤 했는데요. 아이가 너무 예쁘니까 "예뻐 예뻐" 이러면서 젖을 먹였더니 원래 앓고 있던 목 디스크가 터져버린 겁니다.


이후에 육아가 정말 전에 없이 힘들어지더라고요. 내 몸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장비로 뭐가 있을지를 생각했죠. 그러면서 아기띠를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힙시트 아기띠, 스웨덴 왕실에서 쓰던 아기띠, 일본 아기띠, 미국 아기띠... 다 써봤는데,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요.

Q. 답답해서 직접 아기띠를 만들게 되신 거군요.


그때 시중에 나온 아기띠가 죄다 만족스럽지 않으니까 남편한테 "왜 이런 상품이 없어? 이 제품을 이렇게 약간만 바꾸면 엄청 많이 팔릴 것 같아" 같은 말을 맨날 했었는데요. 그 말을 계속 듣고 있던 남편이 자꾸 저 보고 너가 직접 만들어 보라고 '뽐뿌'를 넣더라고요.


못할 것 같았는데, 남편이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한 번 써 보라고 해서 대충 써 봤어요. 남편이 또 슥 보더니 그냥 하면 된다고 하길래 일단 동네 세탁소에 막 들어가서 사장님에게 이런 식으로 물어봤습니다. '사장님, 제가 이런 걸 만들고 싶은데, 여기서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그랬더니 세탁소 사장님이 손사래를 치면서 "애기 엄마, 여기는 그런 거 하는 데가 아니에요. 샘플실이라는 데를 가봐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샘플실을 찾아갔죠. 이번엔 원단과 패턴을 갖고 왔냐고 물어보시는 겁니다. 그렇게 하나씩 생긴 숙제를 풀어나갔고, 시제품으로 7, 8개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테스트를 다 제가 직접 했어요. 하나하나씩 착용하면서 '이건 늘어나', '저건 너무 더워' 이러면서 하나씩 다 버리고 최종적으로 남은 하나를 원단으로 결정했죠. 첫 제품을 만들기까지 제 돈 1,000만 원 정도를 투자했어요.

Q. 이후에 어떻게 마케팅을 하셨나요?


마케팅이라기보다는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전 KBS 아나운서 이지애 님이 올린 영상을 봤는데, 힙시트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힙시트 아기띠 허리 안 아프세요? 제가 아기 엄마인데, 이런 아기띠를 만들어 봤어요.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라고 DM을 보냈죠.


그분에게 답변이 왔어요. 너무 좋다고 하시길래 첫 제품을 보내드렸고요. 그러고 나서 그 일을 잊고 지냈는데, 그분이 갑자기 인스타그램 피드에 저희 아기띠를 착용한 모습을 올리신 겁니다. 저는 올려달라는 요청없이 정말 선물만 드렸을 뿐이었는데도요. 내용은 대략 이랬어요.


"오늘 하루 종일 그 아기띠 뭐냐는 질문을 들었어요. 경력단절 아기 엄마가 마음으로 만든 코니 아기띠! 티셔츠처럼 입을 수 있어요. 다음주에 런칭한대요~"


그걸 보고 어떡하지 싶었어요. 아직 오픈도 안 했고, 오픈 준비 마저도 많이 안 되어 있었거든요. 게다가 대한민국이 복제의 강국이니까 봉제로 복제품이 금방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 밤을 새워가며 사이트를 만들고 오픈했습니다.


신기한 게 정말 판매가 되는 거예요. 잘 팔면 두 달 정도 안에 다 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작해 둔 물량이 2주 만에 다 나갔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게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했었구나'라고 절실하게 느낀 순간이었죠.

Q. 뛰어난 성과이지만, 80% 정도의 매출이 해외에서 나려면 아무래도 또 다른 모멘텀이 있어 줘야 할 것 같은데요.


초반에 잘되니까 남편이 이제부터는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줬습니다. 근데 할 일이 진짜 산더미 같이 쌓이는 거예요.


그 와중에 창업하고 2주도 안 되었을 때, 어떤 분이 일본으로도 배송이 되냐고 물어보셨는데요. 안 된다고 했지만, 그게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할 일이 정말 정말 많았지만, 그와 별개로 우리의 멋진 미래를 상상해 봤을 때 한국만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큰 그림을 짜고 하나씩 해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고요.


일본에서 어떻게 판매할지를 고민하면서 직접 판매를 할지, 간접 판매를 할지 결정해야 했는데요. 저희는 직접 판매를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제품은 아직 소비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았거든요. 또, 소비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직접 판매를 하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Q. 그래서 아마존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폭발적인 성장세로 이어진 건가요?


번듯한 홈페이지도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저는 어딘가에 입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점에서 아마존으로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죠. 아마존이 되게 매력적이잖아요. 물류 시스템 있다는 점도 그렇고, 사진과 텍스트만 있으면 템플릿을 통해서 쉽게 홈페이지를 만들고 판매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그렇고요.


실제 아마존 일본 세팅은 2018년 4월에 마쳤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했습니다. 그해 연말이 되니까 국내 매출을 뛰어넘더라고요. 판매를 시작한 지 2년 하고도 3개월 정도가 됐는데요. 현재는 일본 전체 신생아 수 대비 저희가 제품을 판매한 비율로 보았을 때 일본 아기 3명 중 1명이 코니 아기띠를 쓰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일본의 국민 아기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Q. 아마존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성과가 좋으니까 자연스럽게 미국에서도 판매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아마존 미국에서 아기띠를 뜻하는 'Baby carrier', 'Sling'이라고 검색해 보시면 저희 제품이 가격대가 좀 있다고 느끼실 거예요. 다른 제품에 비해서 많게는 3배까지도 비싸요.


그런데도 미국 소비자들까지 코니를 선택하는 주요한 이유는 저희가 상품 정보란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국제고관절이형성협회의 인증도 받았고, 이 제품의 원단이 어떤 실로 만들어졌는지 등 굉장히 구체적으로 신뢰를 주려 합니다.


다른 제품이라면 그런 상세 정보가 귀찮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느낀 게, 육아맘들은 주의 깊게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자신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아이를 위한 제품을 사는 거다 보니 어떤 정보든 하나하나 놓치고 않고 알고 싶어해요.


실제로 리뷰에서 '생명의 은인', '구세주', '여름에 최적화된 소재'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걸 보면, 제가 열심히 만든 설명을 모두가 보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쓰고 있다 싶고요. 또 그 반응을 저희가 직접 보다 보니 제품 생산이나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 코니바이에린의 해외 진출 원칙은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든, 자사 몰에서 판매를 하든 간에 무조건 직접 판매예요. 


참고로 저희는 창업 초기부터 흔히 하는 유가 협찬 마케팅을 안 해 왔습니다. 실제로 듣고 볼 수 있는 리뷰의 품질을 해친다고 생각했거든요. 진짜 소비자들이 남기는 날것의 리뷰를 제품에 반영하고 싶어서 인플루언서에게 유가 협찬을 안 하는 것이 지금까지 코니바이에린이 지켜온 마케팅 원칙입니다.

Q. 아이를 위하는 부모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으로서도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육아용품을 오직 아기를 위한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기가 좋아할 만한 컬러와 캐릭터로 도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데, 사실 아기띠 같은 육아용품이 부모의 제품이기도 하잖아요. 부모인 나도 기호가 있으니까 기능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더 세련된 제품을 선택하고 싶죠.


그런데 나답게 옷을 입는다고 해도 그 위에 시중에 나온, 아기에게만 맞춘 아기띠를 하면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거울을 보기 싫고, '영락없는 아기 엄마네' 싶고.


그래서 직접 제품을 만들 때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를 특별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아기띠,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워머, 수유를 할 수 있고 수유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입을 수 있는 옷. 저는 앞으로도 입었을 때 품질도 좋고, 자괴감이 들지 않을 만큼 예쁜 제품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Q. 남편과 둘이서 시작하셨다가 현재는 16명의 직원과 함께하고 계시는데요. 전 직원이 100%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요.


처음에는 단순히 제가 제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돌보기 위해서 재택근무를 시작했는데요. 이제는 직원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려면 어떤 장애물을 없애야 할지를 고민하는 차원에서 전 직원 100% 재택근무라는 조직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건 저희 구성원 특성을 말씀드려야 이해가 되실 것 같은데요. 저희 코니바이에린의 구성원 중 미혼이신 두 분을 뺀 나머지 열네 분은 모두 임신, 출산, 육아를 하고 있는 육아맘, 육아빠거든요. 일도 잘하고 싶고, 육아도 잘하고 싶은 분들이 저희 회사에 모인 거죠.


직장과 일은 아이들이 크는 걸 하염없이 기다려 주지 않잖아요. 그렇다고 육아를 놓기도 어렵고요. 다섯 살의 엄마, 네 살의 엄마, 세 살의 엄마는 다시 안 오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엄마로서 내가 원하는 모습이 있고, 사회인으로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경력을 포기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코니바이에린의 조직문화에 되게 많은 매력을 느끼고, 지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채용공고를 한번 올리면, 정말 전 세계에서 지원을 하세요. 유럽에 있는 어떤 국책 은행에서 몇조 단위의 채권을 사고파는 분인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어서 지금 일을 그만두고 저희의 상담사로 지원하고 싶다는 분도 계실 정도입니다. 그런 걸 보면 성공적인 커리어를 밟아오신 분들조차 육아가 힘들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Q. 궁극적으로 코니바이에린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일과 육아가 병행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병행이 가능한 모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형태의 창업, 회사가 더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례가 없으면 선택이 어렵지만, 누군가가 한 번 걸어간 길은 비교적 선택하기 쉬우니까요. 그래야 저희와 비슷한 연쇄 창업이 일어날 거고, 일과 육아를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그와 별개로 국가적으로 봐도 집에서 재능을 묵히고 계시는, 잠재력이 무한한 분들이 사회에 나가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가 더 잘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기띠로 한국, 일본, 미국 등 50여 개국을 휩쓸고 있는 코니바이에린의 대표 임이랑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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