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직장인 점심'에 인생을 걸다

조회수 2020. 10. 22. 05: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직장인들의 식대를 모바일화한, 벤디스 조정호 대표

직장인 중에는 식권이 익숙한 사람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식권? 그거 결혼식에서나 받는 거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식권 외에 직장에서 식대를 지급하는 방법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종이 식권, 장부, 개인 증빙 처리로 식대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꽤나 많다고 하죠.


식권대장은 그런 아날로그한 방식의 식대 제공 방식을 모바일 앱으로 옮김으로써 직장인 10만여 명의 식사를 더 간편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식권대장을 만든 스타트업 벤디스, 그리고 회사의 대표 조정호 님은 과연 어떻게 식권이라는 아이템을 생각해내게 된 걸까요?


적립에서 매출로, 모바일 상품권에서 식대로 피봇한 그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모바일 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의 대표 조정호입니다. 보통 회사에서 평소 직원들에게 식대를 제공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어떤 회사는 월급에 10만 원을 넣어주기도 하고, 또 어떤 회사는 종이 식권이나 장부, 또는 카드를 써서 증빙 처리를 하기도 하죠.


식권대장은 그 갖가지 방식 대신 모바일화된 식대 지급 시스템을 통해 식대를 편리하게 관리될 수 있는 솔루션을 기업에 공급하는 서비스입니다.

Q. 어떻게 창업의 세계에 뛰어들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 매우 평범한 고시생이었습니다. 법대에 진학해서 주변 친구들이 사법 시험을 준비한다는 흐름에 동참해서 신림동으로 가게 된 케이스였어요.


한 3년 정도를 별생각 없이 열심히 공부했는데요.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어느 날 핸드폰을 바꿨다며 보여주는데, 그게 첫 번째 아이폰이었습니다. 아이폰에 나침반 기능이 있었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때 세상이 제 생각보다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강하게 느꼈습니다. 법전과 판례들만 보고 있는 저 자신이 너무 갑갑하게 느껴졌고요. 그대로 시험을 한 달 앞두고 그간 공부했던 책을 헌책방에 다 팔고 부모님께 선언하면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버지가 공무원이셨거든요. 안정적인 삶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 분이다 보니 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이상적인 생각만 하고 서울에서 사업을 하려는 거 아니냐고 말씀도 하셨었죠.

Q. 첫 번째 창업 아이템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먼저 학생으로서 불편했던 경험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 시도했던 건 공동 적립 서비스였어요. 자영업자들이 하나의 마일리지 시스템을 공유해서 공동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식으로 서비스를 기획했죠. 


그런데 막상 영업을 나가보니 저희가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을 좋아하는 자영업자 사장님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분들은 하루하루 당장 발생하는 매출에 절박함을 뒤늦게 알았어요. 그 당시에는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잠재 고객들의 많은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는 걸 몰랐어요. 그렇게 상상만으로 진행했던 첫 사업은 잘 안 됐습니다.

Q. 두 번째도 자영업과 관련된 아이템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이 저희한테 역으로 의뢰한 아이템이었어요. 다양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카카오톡 선물 가게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잖아요.


비슷하게 모바일 상품권 시스템을 구축해주면 사용 수수료를 저희에게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제는 자영업자분들이 매출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소상공인을 위한 모바일 상품권 시스템을 구축하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어요. 그게 저희의 두 번째 사업 아이템이었습니다.

Q. 이번에는 성과가 좋았나요?


실제로 영업했을 때, 국내 주요 상권에 있는 500여 개 이상의 식당과 카페들은 거의 다 다녔던 거 같습니다. 그중 약 250개 정도의 가게를 세 달 만에 제휴해서 서비스를 런칭했었죠. 그런데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국가에서 청년 창업 대출로 받은 돈 5,000만 원을 거의 다 소진했고, 마케팅할 수 있는 돈이 더이상 없더라고요.


두 번째 아이템도 실패하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저희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모 상장사의 대표님이었는데, 저희 사업 아이템에 관심이 있다면서 찾아오기까지 하셨는데요.


알고 보니 그 상장사가 계열사를 통해 대기업과 카카오에 모바일 상품권을 공급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분도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의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소형 브랜드로 확장될 거라고 예상하셨고, 저희에게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너무 좋은 제안이었어요. 문제는 회사 내 자금 상황이 넉넉하지 못해서 사업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라서 고민 끝에 그 대표님을 찾아가서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너무 좋은 제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상황이 이렇게밖에 되지 못해 창업을 그만둬야 될 것 같다고요.


그랬더니 진솔하게 털어놓기 위해 자신을 찾아와 준 용기를 높게 사 주시면서 그 자리에서 저희에게 1억 원이라는 첫 투자를 해주셨어요. 투자를 받고도 사업 실패를 선언했지만요. 1년 동안 서비스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거의 다 소진했었거든요.

Q. 그런데 어떻게 식권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게 되셨던 건가요?


두 번째 사업까지 실패 선언을 한 이후, 대형 게임사로부터 저희에게 외주 개발 의뢰가 하나 들어옵니다. 그 회사에서는 자사 직원들에게 종이로 된 복지 상품권을 나눠주고 있었는데요. 몇천 명 되는 직원들에게 매번 상품권을 나눠주고 회수하는 게 번거로워서 모바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였어요.


이런 서비스가 의뢰한 그 게임사에서만 필요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투자를 해주셨던 대표님께 찾아가 이렇게 발표했어요. '1억이라는 돈으로 모바일 상품권 시장에 뛰어들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식권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결국, 처음 투자해 주셨던 그 대표님이 벤디스라는 회사를 만들 때 다시 한번 엔젤 투자를 해주셨고,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Q.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실패도 겪어보고, 성공도 계속 만들어나가고 계신데요. 사업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만 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솔직하게, 처음에 같이 창업했던 친구에게 '1년 뒤에 벤츠 태워줄게'라고 했을 정도였죠. 첫 번째 사업 도전이었는데, 진정성이 부족했어요.


그래도 여러 가지 방면에서 진정성을 챙기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빨리 올라가고 싶어서 저 자신을 과장하거나 과하게 꾸미기 시작하면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패하면서 남들보다 느리게 가더라도 진정성 있게 대화해 나가고 사업에 임하려고 했고, 그게 누군가를 감동하게 해서 새로운 기회가 온 것 아닐까요?


'그 기회가 지금의 식권대장까지 오게 해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요즘도 자주 하고 있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식권대장은 현재 어떤 지표들을 달성한 상태인가요?


현재 식권대장을 통해 밥을 먹는 직장인들은 약 10만여 명입니다. 한 달에 식권대장을 통해 소진되는 금액은 50억 원 정도이고요. 이렇게 식권대장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환영받을 수 있었던 건 정말 고객이 원하는, 수요가 있는 저희만의 사업 모델과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을 때, 항상 여태 했던 것과 전혀 관련 없는 쌩뚱맞은 아이템을 찾으려 하지 않았어요. 대신 실패한 원인을 공부하려 했고, '우리가 만난 고객들이 이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죠.


그 무엇의 목적이 적립보다는 매출이기 때문에 상품권 시장으로 넘어갔었고, 상품권으로 건너가서도 고객과 사장님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을 하다 보니 식권까지 오게 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저희는 다행스럽게도 왜 실패했는지를 이해하는 번거로운 일을 잘 해낸 것 같아요.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창업자의 상상 속에서 많은 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실패했을 때 왜 실패했는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서비스를 사용해봤던 고객들과 잠재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거라는 사실을요.

👆🏻직장인들의 식대 시스템화를 모바일로 간편화한 '식권대장', 벤디스의 대표 조정호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