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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

7년만에 연매출 25억에서 960억이 된 삼진어묵 이야기

어묵도 커피, 빵, 빙수처럼 될 수 있다며 시장을 혁신한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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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나 분식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죠.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사랑받아온 어묵이 최근 몇 년 새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맛과 모양의 갓 만든 어묵을 마치 빵집에서 빵을 골라 담듯 선택해 맛볼 수 있는 ‘어묵 베이커리’가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식품관에 입점하고 있는 건데요. 어묵 업계에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온 주인공은 부산의 향토기업 ‘삼진어묵’입니다. 오늘 EO는 3대째 어묵 사업을 이어나가며 정체되어 있던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있는 삼진어묵의 박용준 대표님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Q. 삼진어묵은 어떻게 출발하고 성장한 회사인가요?


한국전쟁을 거치며 피난민들이 부산에 몰려왔습니다. 그때 부산에서 많이 나던 게 생선이었습니다.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하기 위해서 저희 할아버지께서 이 사업을 시작하셨고요. 점점 산업화가 되면서, 저희 아버지 때에 이르러서는 자동화 기계설비가 도입됐습니다. 그렇게 큰 규모의 사업은 아니었지만 연 매출 약 20억원 규모의 사세를 계속 유지해왔거든요. 덕분에 어릴 때부터 유복하게 자라왔던 것 같습니다.

Q. 대를 이어 회사를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발표를 많이 한다거나 리더십 있게 무엇인가를 한다거나 그런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군대를 갔다 오고 나서 ‘더 이상 평범하게 있지 말고 한 번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께 말씀드려 미국 유학을 갔습니다.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아봤는데 회계사와 같은 직업은 아시아인들이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회계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실제로 회계사가 되어서 나름의 커리어를 잘 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어떤 계기로 회사를 맡게 되셨나요?


아버지께서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협심증이 있으셨고 심장이 안 좋으셨는데요. 그런 일에 저희 회사가 대비가 안 돼 있었거든요. 어머니 혼자 감당하기엔 회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잠깐 한국에 들어와서 보니 상황이 좋지 않더라고요. 설비 투자가 이뤄진 것에 비해 회사는 활성화되지 못했어요. 다른 어묵 공장들은 점점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 회사는 그대로 하던 것만 이어오다 보니까 직원 분들이나 부모님도 업계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었던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을 직접 보고 미국에 돌아갔더니 신경이 너무 쓰이더라고요. 돌아간 1~2달쯤 됐을 때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 내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크게 영향이 없겠지만, 한국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Q. 쉽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를 맡게 되셨는데,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한국에 오고 나서 6개월 정도는 현장에서 일 밖에 안 했습니다. 포장하고 어묵 나르고 삽질하는 일만 하고 있으니까 그때 다들 ‘아니,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니다. 나가서 영업이라도 하시고 오라’라고 했습니다. 당시 아침에 생산을 시작하면 오전 11시에 작업을 마칠 정도로 공장 가동률이 낮았습니다. 일단 공장이 돌아가게끔 해야 수익이 나겠구나 싶어서 어묵 샘플들을 들고 영업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영업을 갔는데 우리의 경쟁력을 이야기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유통사에서 기존에 쓰고 있는 어묵도 충분히 오래된 회사의 제품이었고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가격 경쟁 밖에 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렇게 몇 군데 영업을 뚫고 부산에 내려오면, 일주일쯤 후에 주문이 끊기기 일쑤였습니다. 다른 어묵 업체들도 절박한 나머지 가격을 더 떨어뜨렸거든요. 결국 가격 싸움 밖에 안 되더라고요.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어묵시장은 정말 레드오션이었습니다. 어묵시장엔 반찬용, 꼬치용 같은 제품만 있었고, 마트는 마트 나름대로 대기업들 위주로 입점 돼 있는 상황이었어요. 유통사에는 재력이 있는 큰 기업들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여서 저희는 재래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래시장도 나름대로 수없이 많은 어묵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저는 정말 많은 걸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이런 레드오션 시장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는 건지 고민도 많이 됐습니다. 많이 힘들었었거든요. 빚은 빚대로 많았고요.

Q.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 나이를 생각하면 앞으로 적어도 30~40년은 더 사업을 해야 하거든요. 아예 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조금씩 먹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이 커피 시장, 그리고 파리바게트와 설빙 같은 프랜차이즈였습니다.


분명히 저 시장들도 처음에는 작았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성장해서 대중적인 주류 문화로 커져나갈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우리도 저렇게 할 순 없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우리 기준에서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저희가 도전한 것은 온라인 시장이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티몬, 쿠팡, 그루폰 등의 소셜커머스가 있었는데, 그곳에 메일을 다 보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를 앞둔 시기였어서 ‘초콜릿 어묵을 티몬에 팔고 싶습니다’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답변이 안 오더라고요.


유일하게 답이 온 곳이 그루폰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온라인 시장에서 기반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얼마든 희생을 해도 좋으니까 저희 온라인 쇼핑몰의 회원권을 판매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그런 사례가 없었다면서 곤란해 하셨어요.


당시에는 소셜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유명한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서 수수료 없이 입점시키기도 했고, 역수수료로 돈을 주면서 브랜드를 입점시키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40%를 할인할 테니까 메인에 노출시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마진이 남는지 안 남는지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삼진어묵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만원짜리 쿠폰을 6천원에 판매했는데요. 일주일 만에 2억원어치를 팔았습니다. 갑자기 회사에 난리가 났죠. 정신없이 택배를 싸서 보냈어요.


온라인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면서 오프라인과 같이 해야 시너지가 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시장에서 어묵이 가장 많이 팔렸었거든요. 진주 중앙시장, 포항 죽도시장, 서울 경동시장, 부산 부전시장 등 시장에 매장을 내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는 돈을 많이 날려먹었습니다. 시장의 성향을 읽지 않고 그저 유명한 시장에서 어묵을 팔면 잘 팔릴 거라는 안일한 생각만 가지고 시작을 했었거든요. 그때 온라인으로 벌었던 돈을 다 썼던 거 같아요.


시장에서 어묵은 보통 식자재로 많이 나가는데, 직접적으로 어묵을 소비자한테 파는 걸 '뜨내기 장사'라고 하거든요. 저희는 온라인에서 파는 B2C 제품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팔면 조금 비싸더라도 사람들이 좋아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장은 그런 유통채널이 아니었던 거지요. 시장은 B2B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곳이었어요. 그때 실패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어묵 베이커리는 안 나왔을 겁니다. 우리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열심히 깨달았거든요.

Q. 어묵 베이커리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저희가 체질 개선을 한 부분은 모든 중심을 소비자 위주, 마케팅 위주로 바꾼 점입니다. 이전에는 모든 중심이 생산 위주였거든요. 예를 들자면 차를 만들 때 기계적인 시스템을 먼저 고려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어떻게 차가 보일지, 어떻게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할지 등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을 먼저 맞춘 후에 차가 돌아가게끔 만드는 겁니다.


제품이 나오면 그때서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를 공장에 이야기해서 거기에 제품을 맞추는 식으로 바뀌었거든요. 예전에는 생산자가 저희 회사에서 최고였는데 지금은 소비자의 의견이 최고입니다.


그렇게 1년을 준비해서 다시 만든 매장이 어묵 베이커리입니다. 그때 저희가 못 보여줬던 제조하는 모습도 보여주고요. 예전에 판매하던 건 모두 냉장돼 있던 것이었는데 방금 만든 어묵도 진짜 맛있거든요. 갓 튀겨낸 어묵도 선보이고 싶었고, 고로케 같은 것도 개발했습니다. 소비자를 파악하고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알고 난 이후에 다시 도전을 하니까 잘 되더라고요.


기존 어묵 회사들이 하던 레드오션은 그 이후에도 거의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어묵 업계에 없던 시장들 위주로 늘려나가서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뤄왔거든요. 지금은 대부분의 어묵 제조사들도 브랜딩을 하기 시작했고, 또 어묵 베이커리와 같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는데요.


오히려 파이가 커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저희가 경쟁을 하지 않고 나눠먹기를 했을 때에는 소비자들이 어묵을 점점 외면했습니다. 치열하게 경쟁이 될수록 소비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게 더 많거든요. 어묵 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소비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가치가 많아지면서 실제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Q. 그동안 회사도 많은 성장을 거듭했을 것 같아요.


제가 부임한 2011년 당시 국세청 신고 자료 기준 연 매출이 25억원 수준이었는데요. 저희가 2018년에 96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거든요. 20배가 넘는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직원도 사무직원 1명에 총 직원이 35명이었는데, 지금은 정직원만 해도 550명 가까이 됩니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사업을 하면서 가치를 만들며 인정받는 것이 너무 즐겁더라고요. 삼진어묵이라는 회사가 산업과 나라에 조금씩 기여하는 바가 생기면서 만족감이 컸습니다. 앞으로도 저희의 목표는 매출을 늘리고 회사를 키우는 것보다는 더욱 가치 있는 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고유의 문화가 만들어낸 가치를 더 많이 알리는 것입니다. 의미 있고 충만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본 인터뷰는 박용준 대표가 2019년 7월, 삼진식품, 삼진어묵의 대표직을 내려놓기 전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박용준 대표는 삼진인터내셔널의 대표직만을 수행하며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박용준 대표가 들려주는 어묵명가 삼진어묵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조철희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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