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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똑같은 고객이지 도움을 줘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조회수 2020. 8. 12. 14: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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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찾아주는 회사, LBS Tech 이시완 대표

전세계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기업에 대한 투자와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통해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떤 해결방안을 가지고 사회를 변화시킬 것인가'가 창업자에게 중요한 질문으로 다가오고 있는데요. 


오늘 EO가 소개해드릴 분은 시각장애인의 보행과 일상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LBS Tech의 이시완 대표님입니다.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삼성SDS,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이시완 대표님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LBS Tech 이시완 대표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LBS Tech 대표 이시완입니다. LBS Tech는 시각 장애인용 위치기반 서비스로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주력 플랫폼은 시각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과 간편 결제 기능을 지원하는 음성기반 서비스 '지아이 G-EYE'입니다.  


지난 2018년 LBS Tech는 3억 매출을 달성하고 2019년 10억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 저희의 예상 매출 규모 50억 이상으로, 대한민국 시각 장애인의 20% 이상이 저희 앱을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시각장애인을 위한 위치 기반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 사촌 동생이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는 동생과 이야기를 하는데 동생이 말하길 '파리의 센 강 앞에는 어떤 건물이 있는지는 알지만, 당장 내 눈 앞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느 날, 동생의 친구가 콜택시를 타고 벌어진 일화를 들려주었는데요. 


시각장애인 승객이 콜택시를 불러 목적지에 갔다고 합니다. 분명 기사님에게 목적지를 말씀드렸는데, 택시 기사님이 친구를 목적지에서 10m 떨어진 곳에 내려줬습니다. 자신의 예상 목적지에 내리지 못한 친구는 3시간 동안 그 근처를 헤맸다고 해요. 조금만 뒷 골목을 걸으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지만, 시각장애인 친구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죠. 만약 그 친구에게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지' 알려주는 기기나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LBS Tech라는 이름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한 지 3년이 됐습니다. 저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흔히 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구는 하드웨어가 많습니다. 저희는 장애인을 위한 소프트웨어 시장의 필요와 가능성을 보고 창업에 도전했어요. 스마트폰을 보유한 시각장애인의 비율이 과거 60%에서 최근 80%까지 올라왔습니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시각 장애인이 편의 시설을 향유할 수 있는 적기가 온 것이죠.

Q.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삼성SDS에서 경영 시스템 개발 일을 했는데, 경영원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스템을 개발하기엔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2001년 미국에 MBA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MBA를 수료하고 자연스레 미국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기 시작했고, 이후 12년간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했습니다. 


제가 미국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꽤 높은 직급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인종 차별을 경험했어요. '내가 이런 인종차별을 겪을 바에는 한국에 돌아가서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기간 컨설턴트로 활동한 분들은 스스로를 '슬픈 기획자'라고 말합니다. 업계의 사정과 흐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창업은 꿈 꿀 수도 없습니다. 성공할 사업이 한 가지라면 실패할 사업이 아흔 아홉가지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에 도전하셨는데요.


사촌동생을 포함해 시각장애인 분들의 어려움과 사회적 문제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 관련 산업을 알아보니 1년 동안 소비되는 자본금이 60조였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2억 5천 명의 시각 장애인이 있었어요. 국내 시각 장애인 수는 27만 명으로 3천 억 규모 시장입니다. 보통 우리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나 물품을 생각하면 무조건 '점자'를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로 시각장애인 분들은 점자 제품보다 오디오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나온 장애 보조기구의 상당수가 점자 관련 용품이었어요. 저는 그 부분이 무척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각 장애인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이 있을까 시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위치 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저희는 스스로를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벤처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기업과 같이 이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회사에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저희를 봉사 단체로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은 저희가 도와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고객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Blind Square'라는 시각장애인용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 서비스의 가격이 4만 9천원이에요. 제가 시각장애인 분들을 직접 만나 '우리가 위치 데이터를 이용해 보도 안내 서비스를 만들어서 얼마의 가격을 책정하면 다운 받아서 쓰시겠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시각장애인 분들이 말씀하시길 '내가 덜 다칠 수 있는데 4만 9천원이 비싸겠냐. 우리는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덧붙이길 '절대 서비스를 공짜로 만들 생각하지 말아라'고 하셨습니다. '무료로 만들어서 배포되는 실속 없는 제품이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서 비싸게 팔더라도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하셨습니다. LBS Tech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려가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지는 않아요. 서비스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기업의 이익을 서비스 유지 보수와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Q. 기존 시장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 'Seeing'이라는 앱이 있습니다. 물체를 스마트폰에 가져다 대면 '이 대상은 컴퓨터입니다, 이 대상은 의자입니다'라고 음성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 앱을 쓰기 위해서 시각 장애인은 물체를 스마트폰 가운데에 정확히 비춰야 합니다. 


시각 장애인이 물체의 정보가 담긴 면을 카메라에 정확하게 갖다 놓는다는 게 가능할까요? 저는 그 발상이 모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Seeing은 높은 기술력을 가진 제품이지만 시각 장애인의 실제 사용을 고려하지 못한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활용할 수 없는 서비스는 시각 장애인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합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분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가장 불편한 부분이 잦은 업데이트입니다. 시각장애인 분들이 서비스 이용에 익숙해질 때 즈음 어플리케이션이 개편되어 다시 서비스 이용 방법을 익혀야 하는 것이지요. 


저희가 창업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을 당시 5점 만점에 4.9점을 받았습니다. 그때 저희가 약속한 것이 '단순하게 만들겠다' 였습니다. 우리가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시각 장애인에게 따라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시각장애인 분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만 개발하겠다고 약속합니다. LBS Tech의 모든 연구와 분석은 시각 장애인 분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는 시각장애인의 행동 경험 기록을 데이터 베이스로 쌓아서 필요한 서비스만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서비스를 소개해주세요.


저희가 만들어 놓은 플랫폼 이름은 'G-MOC', 'G-EYE'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G-MOC은 국내 버전으로 물건을 지목하면 해당 물건의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G-EYE는 글로벌 버전으로 내비게이션의 기능이 장착되어 있는 서비스입니다. 저희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적용하고 시험해보고 있습니다. 이후 완성된 서비스를 유럽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런칭할 계획이에요.

Q. 계획하고 계신 회사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한루는 제가 회사 한 켠에 비어있는 액자를 가득 붙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직원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괜찮은 회사인지 증명할 수 있는 내용으로 모든 액자를 채우자'고 말했어요. 저는 그 액자를 수상 내역으로 채울 계획이었습니다. 직원들은 제 계획을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희가 실제로 2018년에 액자를 가득 채우고 남을 만큼 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컨설팅 일도 하고 개발자 일도 하며 국내외 다수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LBS Tech를 운영하는 일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고, 장애인을 도우면서 성공하는 사례를 LBS Tech를 통해 만들고 싶습니다.

글 유하영

chloe@eoeoeo.net


편집 유성호

hank@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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