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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4번 실패하고, 자영업 상생 플랫폼으로 124억 투자를 받다

조회수 2020. 8. 6.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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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전문점을 위한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최정이 대표

요식업계에 배달 전문점 창업이 유행입니다. 배달 전문점은 매장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오직 배달 서비스를 통해 음식을 제공하는 형태의 업장인데요. 이러한 배달 전문점 창업 흐름에 맞춰 월세, 매장 운영비 등 자영업자 분들의 비용 부담은 줄여주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공유주방'이 여러 군데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늘 EO가 소개해드릴 분은 '배달의 민족' 사내 이사를 거쳐 현재는 실패한 자영업자들의 재기를 응원하기 위해 공유주방을 운영하고 있는 '고스트키친'의 최정이 대표님입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의 대표 최정이입니다. 20년의 시행착오 경험을 바탕으로 자영업자들의 재기를 도와주는 다섯 번째 창업 '공유주방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고스트키친은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에게 주방 설비가 갖춰진 독립 공간을 제공하고, 배달대행업체를 연계해 배달음식점 운영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마일인베스트게이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금 92억 원 상당을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액 124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배달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배달음식점의 수가 늘어나고, 공유주방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Q. 고스트키친을 창업하기 전 '배달의 민족' 이사로 활동하셨습니다. 배달의 민족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2014년 배달의민족에 합류해, 배민라이더스와 배민프레시를 인수합병하고 배달의 민족 이사가 됐습니다. 처음 배달의 민족 소프트웨어 시니어 개발자로 팀에 합류했을 때, 저희 가족들은 '드디어 아빠가, 우리 남편이 안정된 경제활동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제가 처음 배달의 민족에서 IR(Investor Relations 기업설명활동)을 할 때,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국내 배달 시장은 10~15조로 성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작년 배달 시장 규모를 보면 9조 7천억 원 상당이에요. 제가 말한 미래에 가까워진 것이죠. 저는 배달의 민족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자연스레 배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배달 시장이 커진다면 배달 음식점 시장도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했습니다. 회사를 잘 성장시키고 2017년에 퇴사해 직접 배달음식점을 2년 간 경영해보는 도전을 했습니다.

Q. 배달의 민족에 합류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사실 배달의 민족에 합류하기 이전에도 창업가의 삶을 살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배민에 합류하기 전까지 15년간 IT 업계에서 창업의 길을 걸었어요. 이후 배달의 민족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며, '한식' 카테고리에 식당 수가 점점 늘어나고 주문 수도 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죠. '사람들이 원하는 게 한식이구나' 깨달은 이후, 주변을 수소문해서 김치찌개 잘 끓이는 주방장을 소개받고 그분에게 음식을 배웠습니다. 한식 위주의 음식을 판매하는 '밥투정'을 서비스하고, 일식 위주의 '도쿄밥상', 일본 카레를 판매한 '도쿄카레'를 시장에 선보였어요. 배달음식점 사장님으로 살며 음식 가격도 조금씩 바꿔 보고, 배달비를 받거나 안 받기도 하며 음식점 운영을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Q. 매장형 식당이 아닌 배달음식점을 창업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외식업계 창업은 성패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레스토랑을 창업하려면 인테리어도 해야 하고, 메뉴 개발도 해야하고 상권 분석도 해야 하는데, 이걸 완벽하게 했다고 해도 음식점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배달 음식점은 인테리어 비용도 필요 없고, 음식을 제조할 주방 공간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2년간 적자를 봤습니다. 음식값이나 배달비에 있어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을 찾았는데 인건비에서 적자가 발생했어요. 저는 요리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배달 음식점의 모든 가설이 동작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요리사들에게 충분한 급여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부분이 쉽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배달 음식점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홀로 소프트웨어를 생산해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기가 있잖아요. 그 시기를 지나 앱 스토어가 등장한 후에는 1인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를 플랫폼에서 직접 판매하며 의미있는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제가 가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영업자들을 위한 외식 플랫폼을 만들면 1인 외식 창업가가 더 규모 있는 비즈니스를 건설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비즈니스 하는 게 아니라 공간과 네트워킹을 공유하는 '공유 주방'을 만들어서 각각의 배달 음식점이 더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Q. 배달 음식점에서 공유 주방으로 사업 아이템을 변경한 이유가 있을까요?


일반적인 리테일 레스토랑이 왜 망할까 생각해보면 유행은 순식간에 바뀌고 오프라인 매장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관점에서 ‘과연 식당에 인테리어가 없다고 망할까?’를 생각했어요. 맛집으로 유명해진 오프라인 매장이 배달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게 아니라, 배달 음식점으로 검증된 브랜드가 이후에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장하는 것은 어떨까 반대로 생각해봤습니다. 맛과 서비스가 검증된 외식 브랜드는 인테리어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아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외식업을 하는 사장님들은 창업 비용 중에서 인테리어 비용을 가장 아까운 항목으로 꼽아요. 저희가 이 부분에 공유 주방이 훌륭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공유 주방에 음식점이 모여 있으니까 음식을 배달하는 것도 편하고 효율성이 높아져요. 공유 주방을 통해 아낀 배달 원가를 자영업자 사장님에게 돌려주면 사장님은 그만큼 사업을 운영하는 비용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오랜 시간 IT업계 창업에 도전해오셨다고 들었는데, 그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가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과 기계공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로봇공학자의 꿈을 가졌습니다. 1997년 외환 위기가 터지고 가족이 잠시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제 마음은 '나는 미국 어느 대학에서 석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 왜 여기에 있지?'였어요. 카이스트 석사과정에 입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창업을 준비하던 한 선배가 제게 동업을 제안했습니다. '유학도 못 갔으니 창업이나 해볼까' 생각해서 회피성으로 창업에 뛰어들었어요. 그 당시, 카이스트 출신 학생팀이 만든 '네오위즈'나 '인젠'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나도 창업으로 대박을 내고 싶다'라는 승부욕이 생겼어요.

Q. 첫 창업 아이템은 무엇이었나요?


첫 번째 창업 아이템은 가상 사설망이라고 하는 VPN 장비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모여서 제품을 만들었어요. 여러 회사들과 제품 테스트를 하면 저희가 항상 제품력에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수주하지 못했어요. 저희가 학생으로 이루어진 팀이다보니 비즈니스 스킬이 부족했던 탓이죠. '대체 다른 학생 창업 팀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네오위즈를 창업한 장병규 대표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어요. 장병규 대표님이 초기 창업 당시 어떤 마음으로 사업에 임했는지 이야기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나니 제게 남은 것은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아 우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구나. 사업을 이렇게 가볍게 생각한 나에게 성공이란 사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일한 후배들에게 연락해서 제 생각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축 쳐진 저와 달리 후배 멤버들은 전의에 불타고 있었어요.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사업에 대한 의지와 자세였다면 다시 해보자. 이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Q. 후배들의 열정이 대표님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도록 도와준 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같은 멤버들과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았습니다. 저희 팀에는 독특하게 리눅스(컴퓨터 운영체제)를 잘 다루는 똑똑한 개발자들이 많았어요. 리눅스를 활용해 '디빅스 플레이어'라는 시제품을 만들자 비욘위즈라는 회사에서 저희를 재능 인수 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인수 합병 후, 제가 CTO로 일하면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켰는데, 회사에서 저희 팀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비욘위즈는 당시 코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2,000억 정도 되는 회사인데 학생 창업팀인 저희에게 6~7건의 소송을 동시에 제기한 것이죠. ‘아, 이게 소송으로 후배 스타트업을 죽이는 전형적인 방식이구나’를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약 2년 간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오늘은 검찰청, 내일은 경찰청, 모레는 법원...' 모든 시간을 소송을 치르는 데 사용해야 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날까' 좌절했지만, 그런 가운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실패는 우리 팀의 역량이 부족해서 실패한 게 아니야. 다시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어'

Q. 세 번째 창업은 어떠셨나요?


다시 창업한 회사는 '버드렌드 소프트웨어'라고 스마트폰과 TV를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장치 개발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목표 했던 스마트TV 시장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면서 저희 회사도 하향세를 탔습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제 이름으로 기술보증기금에 돈도 빌리고 대표이사직으로 연대보증도 섰지만 경제적 불안을 타개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때 장병규 의장님이 저희 팀을 보고 ‘그만하자. 이 사업은 답이 없다'고 자주 찾아와 말씀해주셨어요. 남아있는 개발자들과 생존을 고민하던 중 '배달의 민족'에서 시니어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 팀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이야기였어요. 이직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팀 전체가 '배달의 민족'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Q. 배달의 민족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처음엔 ‘우리가 가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 출근해보니 '배달의 민족'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하는 조직이었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안 되는 일을 되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노력했다면, '배달의 민족'에서는 잘 될 일들에 도전하며 결과에 대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어려워도 확실히 성과가 나오는 일을 한다는 게 이렇게 기쁠 수 있구나'를 그때 처음으로 경험한 것 같아요. 


과거에는 항상 '우리 팀이 뭘 잘하는지, 어떤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지, 기술력을 어떻게 사업화할 수 있는지' 고민했는데, '배달의 민족'에 합류한 후에는 '고객들이 어떤 사업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사업이 큰 시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이전까지 제 창업 경험들을 모두 회고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또 다른 배움은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였습니다. 저는 사업이 힘든 시기에 구성원들에게 '회사가 어렵다, 힘들다'라는 말을 솔직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구성원들은 모두 회사의 사정을 이해하고 눈치채고 있지만 대표인 제가 실패를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에 하지 못한 말이었어요. 그런데 김봉진 대표님은 늘 ‘우리가 어떻게 하면 망할까요’를 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사원들 앞에서 어떻게 실패를 논할 수 있을까’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김봉진 대표님에게 실패를 논하고 미리 대비하는 용기와 지혜를 배웠습니다.

Q. 창업가의 삶을 살아오며 가장 어려운 일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창업가로 살아가며 성공의 단맛을 맛보기는 극히 어렵습니다. 실패의 아픔을 겪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매일을 살아가야 하죠. 그런데 창업가 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이에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창업가의 고통을 모두 함께 겪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숱한 실패로 지쳐있던 어느 날, 아내가 제게 물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일을 왜 하냐'. 그때 제가 ‘이게 나 좋으라고 하는 일이냐. 우리 가족이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가족들을 위해서 내가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만큼 이기적인 답변이 없습니다. 가족은 제게 단 한 번도 ‘기업가로 성공해서 많은 돈을 벌어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최근 언론을 통해 고스트 키친 투자 유치 소식 등 좋은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저희 가족의 현실이 다이내믹하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회사가 투자를 받은 것이지, 제 월급이 오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여전히 저는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Q. 예비창업가 및 자영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가전제품 광고에 ‘허락을 받는 것보다 용서받는 게 쉽다’ 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창업은 꼭 허락을 받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가 잘못해도 나중에 용서받을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지 마시고 창업 전에 가족들과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허락과 지지를 받은 분들이 창업하시길 바랍니다. 창업은 창업가 본인에게 가장 험난한 도전이지만, 그 도전을 지켜보는 가족들에게도 험난한 여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창업에 대한 가족들의 동의와 지지가 있으면 어려운 난관을 만나도 더 빨리 이겨낼 수 있습니다. 


저는 '고스트키친'을 창업하기 전까지 IT업계에서 숱한 창업과 실패를 맛봤습니다. 그리고 자영업 사장님들도 모두 창업가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이 성공할 확률은 낮고 망할 확률이 높듯이, 자영업자 분들도 매순간 생존의 기로에 서계십니다. 저는 5번 창업하고 4번 실패하면서 '내가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아이템이 잘 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했습니다. 그런 저의 숱한 시행착오가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낳았고, 저는 제 경험을 통해 자영업자 분들의 든든한 서포터즈가 되려고 합니다.

글 유하영

chloe@eoeoeo.net


편집 유성호

hank@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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