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먹거리로 연매출 5억 사업가가 된 고등학생

조회수 2020. 8. 5.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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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산업계의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

'친구들은 학교에서 삼성에 가기 위한 공부를 하지만, 저는 삼성을 만들 생각을 합니다'. 


오늘 EO가 소개해드릴 분은 미래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식용 곤충 사료 제조기업 칠명바이오의 공희준 대표님입니다. 공희준 대표님은 어릴적부터 애완용 곤충을 기르며 곤충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소년이었다고 하는데요. 애완용 곤충들에게 먹일 사료값을 벌기 위해 시작한 사료 제조 일이 사업으로 이어져 고등학교 1학년 나이에 회사를 창업했다고 합니다. 국내외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얻으며 회사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청소년 창업가 공희준 대표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주식회사 칠명바이오대표 공희준입니다. 칠명바이오는 곤충 사료 제조 기업으로 애완용 곤충 사료와 식용 곤충 제조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식약청에서 식품 원료로 공식 인증한 곤충은 9종 입니다. 저희는 그 9종을 대상으로 한 곤충 사료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Q. 곤충 사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전라북도 완주에 살고 있습니다. 완주에서는 매해 '와일드푸드 축제'가 열려요. 축제에 가면 메뚜기 체험, 귀뚜라미 체험 등 다양한 곤충 체험을 할 수 있는데요. 제가 중학교 때, '식용 굼벵이', '와일드 장수풍뎅이' 등 기존에 알지 못했던 곤충들을 축제에서 알게 됐습니다. 


곤충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처음에 3종 정도 애완용 곤충을 키우다가, 특정 곤충을 기르고 싶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찾기도 했습니다. 한국에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17종 정도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16종을 다 키워봤습니다. 한 종은 보호종이라서 잡을 수 없었지만 그만큼 곤충이 좋았어요.


중학교 1학년 때, 한 달 용돈이 5만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곤충을 소규모로 키우니까 제 용돈으로 친구들이랑 피시방에 놀러 다녔는데 어느날 부터 제가 키우는 곤충이 많아지면서 용돈만으로 곤충 사료를 사기가 부족해졌습니다. '곤충들을 굶겨 죽일 수는 없는데...' 제가 키우고 싶은 곤충은 점점 더 많아지고, 곤충을 먹일 사료값은 부족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직접 직접 곤충 사료를 만들어봐야지' 하고 사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농업진흥청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곤충사료 정보가 있어요. 처음에는 이를 활용해서 곤충사료를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저만의 스타일, 저만의 방식으로 사료를 제조하며 시중에 나온 사료들을 개량해보기도 했습니다.

Q. 곤충을 키우는데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제가 곤충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 부모님이 반대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곤충 사료를 제조하면서 발생했어요. 저는 제가 키우는 사슴벌레를 위해 사료를 만들었는데, 사료의 냄새가 다른 곤충들에게도 유혹적이었습니다. 동네의 여러 곤충들이 사료 냄새를 맡고 집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사슴벌레에게만 좋은 사료가 아니라 모든 곤충에게 유익한 사료였기 때문에 파리, 날파리, 거미 등 모든 종류의 곤충들이 집에 나타났습니다. 


밤에 제가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많이 해요. 캄캄한 방 안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화면 불빛을 보고 곤충들이 날아듭니다. 한 번은 날파리가 윙 하며 돌아다니가 코로 훅 들어간 적도 있어요.

Q. 직접 제조하신 곤충 사료를 이용해 창업을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처음에 사업을 시작한 건 돈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더 많은 부를 얻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가 아니라, 내 곤충을 더 잘 키우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니까 '내가 만든 사료를 판매해서 사료값을 벌어야겠다'고 시작한 거예요.

Q. 학생 창업가의 하루가 궁금합니다.


저의 일상은 집, 학교, 공장, 집의 반복이에요. 직장인이 보통 6시면 퇴근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학교가 4시 반에 끝나면 바로 공장에 와서 팀원들과 협업해야 하는 일을 6시 반 안에 마무리하고, 그 이후부터 밀린 서류들을 정리합니다. 오늘 공장에서 특별한 사항은 없었는지, 어떤 거래 내용이 오갔는지, 또 무슨 제품의 생산이 있었는지, 내일 할 일이 무엇인지 등을 정리해요. R&D실에서 곤충 연구하면 금방 저녁 10시가 됩니다. 그리고 퇴근하면 집에 가서 쓰러져 잠들어요. 학교에서는 학생의 역할을 하고, 회사에서는 사업가의 역할을 해야 하다보니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없습니다. 가끔은 반복되는 육체 노동과 정신 노동에 몸과 마음이 다 지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다시 학교에 가야 해요. 이 일상이 반복됩니다.

Q. 사업가로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배운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청소년 때 창업을 해서 제가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인내'에요. 사업이란 것은 청소년, 청년, 장년 이런 나이를 떠나서 사람 대 사람의 일이고 돈이 오가는 일이다 보니 민감하고 치사한 일들이 많습니다. 그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고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대표의 역량인데요. 저는 무조건 우리 회사의 이익만 추구하고 서로 조금의 양보도 없이 비즈니스 하는 건 싫어요. 하지만 사업을 하며 발생하는 여러 분쟁 속에서 우리 회사의 이익을 우선으로 챙기면서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사업 기술을 배워나가고 있어요. 제 개인적인 감정이 상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런 상황을 여러 번 겪으면서 사업에 필요한 인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배운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에요. 보통 학생들은 공장을 보면서, ‘저기는 대체 뭐하는 회사지’, ‘저런 회사가 저렇게 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할 거예요. 우리가 길에서 보는 공장의 외부 모습은 대단치 않은 건물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공장이 저 정도 사이즈면 얼마 정도는 벌겠다, 대단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세상에 물질적인 요소를 바라보는 관점이 굉장히 달라졌어요. 생활 속에서 경제적 관념, 시간의 매몰 비용과 기대 비용 등을 측정하고 계산하는 면에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Q. 청소년 창업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제가 스페인에서 개최된 4YFN(4 Years From Now) 전시회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4YFN은 인류와 사회를 위한 기술을 창출하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위한 전시인데요. 제가 이곳에 참여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전시장에 방문한 수많은 현지 학생들의 모습이에요. 저는 참여자로 전시회에 갔지만, 현지의 비즈니스 스쿨과 창업을 가르치는 학교의 학생들은 관람객으로 참여해 전세계의 스타트업을 보고 배우는 시간을 가져요. 그 학생들이 각자 관심 있는 분야의 서비스를 찾아다니며 스타트업 대표들과 이야기 나누고 창업과 사회에 대한 개념을 익힌다는 게 부러웠어요. 스페인에서는 창업이 완벽한 비즈니스맨이나, 완벽한 사업가, 돈 잘 버는 사업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학생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일상에 가능성으로 잠재해 있는 것이죠. 


한국에도 마이스터고가 있어요. 과거의 실업계 고등학교가 마이스터고라는 이름으로 많이 바뀌었는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실업계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이유가 '대학에 가도 취업이 잘 안 되니 기술이나 배우자' 가 되는 것 같아요. 반면에 해외에서 학생이 기술학교에 진학하는 이유는 '기업 취직이 아닌 특정 분야에 고도화된 역량을 기르기 위한 목적'에 가까웠어요. 국내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퍼지면 좋겠습니다. 제 친구들은 학교에서 삼성에 가기 위해 공부하지만 저는 삼성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자신의 사업을 꿈꾸는 청소년 사업가들이 더 많이 생긴다면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청소년 때부터 창업과 관련된 커리어를 쌓아왔어요. 그래서 제 커리어를 잘 활용해 관련된 공부를 더 하고자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K-스타트업이라는 한국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대회에서 입상하고 장관상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력을 인정해주는 국내 대학이 몇 없어요. 해외에 나가면 청소년 창업가로서 엄청난 인정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국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병행할 수 있고 대학에 갈 수 있다’ 라는 사례를 남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해 창업을 준비하는 여러 청소년들이 있어요. 그런 청소년 창업가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에게 사업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 드리고, 또 대입과 창업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여러 학생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나중에 제가 성공해서 돈 많이 벌고 이 사업이 데스벨리 구간을 잘 지나가면, 저와 같은 청소년 사업가가 1명에서 10명, 100명은 나올 수 있는 청소년 창업 재단을 만들 것입니다.

글 유하영

chloe@eoeoeo.net


편집 유성호

hank@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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