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몰래 시작한 19금 사업인데 대박이 나버렸다

조회수 2020. 7. 26.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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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유롭고 당당한 성생활을 위해, 유포리아 안진영

대한민국 성인용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 잠재력이 매우 높게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의 편견 등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상황인데요. 오늘 EO가 만난 분은 연매출 15억 성생활용품 회사인 '유포리아'를 이끌고 있는 안진영 대표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엄마 몰래 시작한 성생활용품 판매가 어엿한 사업체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생활용품을 유통하는 유포리아 대표 안진영입니다. 섹스토이의 수입부터 B2B 판매까지, 100여개 회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 B2C유통까지 하고 있습니다. 저희 유포리아의 주 고객은 성생활용품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계신 2030 여성분들 입니다. 매월 1억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고, 연 매출은 15억 정도입니다.

Q. 사업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20대 초반에 미국에서 회계 인턴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한 친구랑 가볍게 데이트를 했어요. 제 생일 날 친구가 생일선물로 작은 바이브레이터를 줬어요. 그게 제가 경험한 첫 섹스토이였는데요. 물건을 사용하고 나서, 마치 마차에서 증기기관차로 진화하는 산업혁명을 겪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에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알려주려고 국내 사이트에서 제품을 검색했는데, 미국에서 20달러 이하인 제품이 국내에서 7-8만원에 판매가 되고 있는 거예요. '가격 차이가 왜 이렇게 크지? 이 물품은 관세도 높지 않고, 공장이 중국에 있어서 운송료도 많이 들지 않을텐데'. 궁금함을 가지고 제조사에 메일을 보내서 문의를 드렸습니다. 문의 결과, 역시나 제품의 단가는 너무나 저렴했습니다.


이후 2030 여성들이 많이 모인 커뮤니티에 '혹시 이 가격에 섹스토이를 팔면 살 의향 있으신 분 있나요?' 글을 올렸어요. 그런데 해당 게시물의 인기가 폭발적이었습니다. 구매문의 댓글이 아주 많이 달렸어요.


그렇게 첫 판매를 마치고, 몇몇 제품을 카페 회원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했습니다. 구매자 한 분이 블로그에 제품 후기를 남겨 주셨어요. 그 글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음 날 서른 분 정도가 추가 구매 문의를 주셨고, 이후에 또 다시 100분이 구매 문의를 주셨습니다. 제품을 사고 싶다는 문의가 계속해서 이어지니까 저는 제품을 들여오고 또 들여와서 판매를 진행했어요. 이후 종잣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Q.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사업 초기에는 가족들에게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씀드리지 못 했어요. 월 30만 원 짜리 하숙방을 구해 남몰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한두 달 정도 판매를 진행하다 보니, 이게 사업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때, 떨리는 마음을 안고 '자취방에 들어간 건 공부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성인용품을 판매하기 위해 들어간 거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돈을 버는 데 있어서 귀하고 천한 일은 없다.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하셨어요. 이후로 부모님이 제 사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셨죠.



Q. 주로 어느 곳에서 어떤 제품을 수입해오시는지 궁금해요

성인용품이라고 하면 대부분 일본을 많이 생각하세요. 그런데 사실 가장 시장 규모가 큰 나라는 중국 상하이 입니다.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엑스포는 베를린에서 열리는 '비너스'가 유명해요. 그곳은 정말 신박한(신기하고 신선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는 흥미로운 곳이에요.


한 번은 뜨거운 물에 담궈서 DIY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토이를 발견했습니다. 토이를 사용하다 모양이 질리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토이의 모양과 크기를 바꿔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어요. 이 제품은 매니아층이 있겠다고 생각해서 사입했습니다. 


또 한번은 영국에서 장인이 만드는 핸드메이드 딜도를 발견했어요. '아 이거 너무 멋있다, 내가 꼭 팔아보고 싶다' 해서 구입했는데, 제가 좋다고 생각해서 사온 제품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어요. 아직도 2년 넘게 창고에 있습니다.

Q. 소비자들이 유포리아를 찾아오는 경로가 궁금해요 

저희 제품은 일반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어요. 페이스북 광고를 돌릴 수 없고, 인스타그램 광고도 불가능 합니다. 그런데 SNS를 하던 중 유일하게 트위터에서 마케팅 활로를 찾았어요. 


제가 트위터에 '엑스포에 가서 이런 제품을 봤다, 이건 좋고 저건 안 좋다'거나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필터링 없이 솔직하게 쓰면 리트윗이 굉장히 많이 되고 팔로워가 몇천 분씩 생겼어요. 성생활용품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분들이 트위터를 통해 유포리아를 찾아주신 것이었어요.


저의 성공 공식은 제가 이 산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거예요. 저는 사용자인 제 스스로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니까, 고객들도 분명 이 제품에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제품의 소재나 안전한 사용방법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제품 상세페이지에 안전 내용이 기재되어 있어요. 그런데 유포리아 이전에 국내 성인용품 사이트에는 섹스토이 제품에 대한 안내가 명확히 기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는 안전한 성생활용품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소재의 내용과 사용 방법을 자세히 설명드리고 있어요.

Q. 유포리아를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초면에 제 소개를 하면 강한 선입견을 드러내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보통 생활용품 유통 사업을 한다고 얘기합니다. 조금 더 친해지면 그때 진짜 제 소개를 하고 있어요. 저는 제 사업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즐거워하거든요.


그런데 간혹 '너 맨날 성인용품 사이에서 일하면, 야한 생각 나지 않아? 어떻게 침착하게 일할 수 있어?' 이런 질문을 받아요. 그럴 때면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저한테는 이 제품이 생계를 위한 수단이고, 성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것은 다른 유통 일과 같은 일인데 말이에요. 제 프로페셔널 영역에 대해서 '야한 생각 나서 어떻게 일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야한 생각 할 겨를도 없고 제품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얘기해요.


성인용품 회사를 운영하면 '진상 고객 많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제가 CS를 하며 느낀 것은, 고객분들의 문의가 '정말 죄송하지만..이런 것도 여쭤봐도 되나요?'로 시작해요.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서 여성 고객들은 죄송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고객들이 죄송한 마음을 갖는다는 게 너무 속상해요. 우리 나라 성인 문화가 조금 더 당당하고 건강하게 변화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Q. 유포리아의 기대 성장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요

성생활용품 시장은 반드시 지금보다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2030여성들이 주 고객층이지만, 앞으로 성에 더 오픈 되어있는 10대 분들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성인이 되면, 저희 소비자 층이 2040으로 확장된다고 보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유포리아가 많은 여성들이 성생활을 할 때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여성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성생활을 이끄는 마중물이 되어주고 싶어요.



Q. 유포리아가 그리는 성생활용품 시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미국이나 중국 같은 경우는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에서 바이브레이터를 판매합니다. 만약 우리나라 드럭스토어에서 성인용품을 취급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 시작이 유포리아의 제품이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

글 유성호

hank@eoeoeo.net

유하영

chloe@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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