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사장의 무기가 된 '체당금'

조회수 2020. 12. 2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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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받으라"며 월급 안 주고도 '당당'..'고소 취하' 협박도
"체당금 제도가 있습니다. 체당금이라도 받게 해줬으니 내 할 도리는 다 한 거죠. 오히려 직원들이 말도 없이 그만둬서 회사가 손해가 큽니다."(임금체불로 신고를 당한 경기도 성남시의 콜센터대행업체 대표 A씨)

임금체불을 당한 근로자를 위해 만들어진 소액체당금 제도가 오히려 임금체불 사업주의 무기가 되고 있다. 밀린 임금을 달라는 근로자에게 "왜 나에게 얘기하느냐. 노동부에 신고해서 정부에서 받으라"거나 "내가 노동부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체당금도 못 받는다. 체당금이라도 받게 해줄테니 고소는 취하하라"고 응수하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 체당금 제도가 급여를 안주는 빌미로 이용되거나, 체당금도 못 받게 하겠다며 고소를 취하하도록 협박을 하는 식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Q.

여기서 잠깐.

소액체당금은 무엇일까요?

A.

급여(퇴직금 등)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정부가 회사(사업주) 대신 먼저 체불 임금 등을 주고, 정부가 회사에게 이 돈을 돌려받는 제도. 급여를 받지 못해 당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를 빠르게 도와주기 위한 제도로, 최대 10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급한다. 

◇ "임금체불로 퇴사…'노동부 신고해봐야 조사에 안나가면 그만'이라는 대표"

경기도 성남시의 콜센터대행업체에서 일했던 진경(가명)씨는 두 달 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 진경 씨는 "월급을 달라고 해도 안줘서 두 달을 월급도 못받고 일했는데, 그만두는 날까지도 월급을 안줬다"고 말했다. 밀린 월급은 퇴사한지 3달이 돼가는 지금까지도 받지 못했다. 

월급을 못받은 직원은 또 있었다. 미은(가명)씨 역시 같은 회사에서 두 달 가량 일 했지만, 한 달 치 월급을 아직도 못 받았다. 미은 씨는 "첫 달 월급이 안 나와 대표에게 달라고 하니 2주 정도 늦게 주긴 했다"며 "이상해서 알아보니 월급을 제대로 받은 직원이 거의 없어서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둔다고 하니, 사장이 '지금 그만두면 내 손해가 얼마인지 아느냐'고 소리를 지르며 '월급은 안 줄 거다. 노동부에 신고해봐야 내가 조사에 안나가면 그만'이라고 협박을 하는데, 왜 일을 시키고 돈은 안 주는지, 월급도 안 주면서 당당하게 일은 하라는지 황당했다"고 말했다. 

진경 씨와 미은 씨 등 월급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결국 고용노동부(관할 노동청)에 신고했다. 진경씨는 "임금체불은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고 해서 경찰서에 갔는데 경찰서에서는 노동부가 할 일이라며 사건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결국 노동부에 신고했다"며 "A대표에게 월급을 못 받아 신고한 직원들이 내가 아는 사람만 6명인데, 근로감독관 말로는 이미 전에도 임금체불로 조사를 받았던 대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미은씨는 "직원들이 임금체불로 그만뒀는데, 이 회사는 곧바로 채용 공고를 또 내서 사람을 뽑고 있다"며 "기존 직원들의 밀린 월급도 안주면서 새 직원을 뽑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만 만드는 꼴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임금체불 대표 "체당금 받게 해줬는데 고마운 줄 몰라…뭐가 문제?"

A대표는 이들에게 "서운하다"고 했다. 체당금을 받도록 해줬는데 직원들이 고마운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을 뽑을 시간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만둬서,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은 회사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A대표는 "체당금으로 (직원들의 밀린 월급을) 받도록 해줬다"며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들 중 급여 못 주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다른 사람을 뽑을 때까지만 일해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직원들이 안 나와 계약이 다 끊겼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전 직원들이 나에게) 이런 피해를 입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때 월급을 받은 직원도 두 명 있는데 월급을 받고는 안 나오더라"며 "회사는 계약이 끊겨 어마어마하게 손해를 봤는데 자기들 월급 못 받은 것만 중요하다며 신고를 한다. 자기 돈 소중한 줄 알면 남의 돈도 소중한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A대표는 직원들의 임금체불에 대해 묻자 가장 먼저 '체당금 제도'에 대해 얘기했다. 직원들이 체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으니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A대표는 "체당금은 정부가 먼저 직원에게 주지만, 결국 내가 정부에 줘야하는 돈 아니냐"며 "섭섭한 게 결국 내가 월급을 주는 것인데 내게 고마워하지를 않는다"고도 말했다. 

어차피 체당금도 회사가 주는 급여라면, 정부에서 체당금을 받기 전에, 회사가 직접 직원들에게 밀린 급여를 주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직원들 월급을 주기도 힘든데 그만둔 직원들 줄 돈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밀린 급여가 있는데도 신규 채용을 진행 중인 것에 대해서는 "당장 일할 사람이 필요하니 채용을 해야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당장 밀린 월급도 주기 힘든데, 체당금은 나중에 어떻게 갚을 예정인지 묻자 A대표는 "국가에 분납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 밀린 월급 달라니 "정부에서 받으라"는 사장님…왜?

서울의 한 영어학원에서 일했던 인경(가명)씨 역시 일을 하고도 월급은 받지 못했다. 인경 씨 회사의 대표 역시 밀린 월급을 달라고 하자 '체당금'을 받으라고 했다. 인경 씨는 "퇴사하며 밀린 급여를 달라고 하자 영어학원의 B대표는 '나에게 말하지 말고 국가에 말해서 체당금을 받으라'고 했다"며 "본인이 줘야하는 월급을 당연하게 정부에서 받으라고 하는데 황당했다"고 말했다. 

역시 이곳도 인경 씨뿐 아니라 월급을 못 받은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B대표를 임금체불로 신고했다. 인경 씨는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져서 월급을 못 준다는데 코로나 발생 전에도 이미 임금체불을 한 적이 있었다"며 "온라인 강의도 하고, 대표가 쓴 영어교육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상황을 보면 월급을 못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추측했다. 

이어 "입사 한 달도 안 돼서 대표가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앞서 다른 직원들이 임금 체불로 퇴사한 상황에서 나를 뽑았다는 것은, 월급도 못 줄 상황에서 신규 직원을 뽑았다는 얘기"라며 "월급도 못 줄 정도면 채용을 하지 말았어야 했던것 아니냐"고 말했다.

◇ "체당금, 사업주 동의없이도 받을 수 있어"

두 업체 대표들은 모두 '밀린 월급을 달라'는 근로자의 요구에 "체당금을 받으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내가 도와줘야 체당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체당금은 사업주가 동의하거나 도와줘야지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금체불을 당한 근로자는 사업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 

급여를 못받은 근로자가 관할 노동청에 신고를 하면, 담당 근로감독관은 정말 임금체불이 있었는지, 체불된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가 이를 인정하고 '임금체불 등 사업주 확인서'를 작성하면, 이를 토대로 근로감독관은 '체불임금확인원'을 발급한다. 이 확인원을 받으면 체당금 신청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사업주가 근로감독관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조사에 안나오는 등 협조하지 않으면 근로감독관은 근로계약서, 입금내역 등 관련 서류, 함께 일한 동료 직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임금체불 여부를 조사한다. 사업주 조사가 꼭 필요하다면, 근로감독관은 형사 조치를 통해 사업주를 찾아낼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주가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입증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체불임금액이 확정되면, 체불임금확인원을 발급하고, 이를 이용해 근로자는 체당금 신청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사업주가 끝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의 권한을 가지고 사업주에 대한 수사, 입건, 수배 등 형사 조치를 통해 사업주를 찾아 조사할 수 있다"며 "다만 임금체불 증거가 없이 당사자 주장만 있다면 이를 입증하는 과정이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업주 형사 고소해도 체당금 받을 수 있어…'처벌'과 '체당금'은 상관없어"

일부 사업주들은 '체당금'을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한 협상 방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형사 고소를 취하해야지 체당금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처벌불원서'를 쓰도록 강요하는 식이다. 실제 인경 씨는 "몇몇 직원들에게 B대표가 노무사를 통해 '형사 고소를 취하하면 체당금을 받도록 해 주겠다'며 연락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체불죄는 형사 처벌 대상이다. 임금체불 사업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반의사불벌죄'라서 피해자, 즉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처벌받지 않는다. 

근로감독관의 말 때문에 형사 고소를 취소했다는 이들도 있다. 사업주의 형사 처벌을 원했지만, 근로감독관이 고소를 취소하지 않으면 체당금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고소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한 홍보 대행 업체에서 임금체불을 당해 현재 민사 소송 중인 유정(가명)씨는 "첫달부터 월급을 안 줘서 알아보니 대표가 상습적으로 임금 체불을 하는 사람이었고, 당시 나를 비롯해 여러 직원이 임금 체불로 그만둔 상황에서 또 다른 채용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대표의 형사 처벌을 원했지만, 근로감독관이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체당금을 못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결국 고소취하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고소취하서를 작성하고 나면, 같은 사건으로는 더이상 신고할 수 없다. 나중에 '처벌을 원한다'고 말을 바꿀 수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C노무사는 "체당금과 형사처벌은 별개의 문제인데, 체불 임금을 사업주가 확인을 해주면 절차가 빨리 끝나기는 한다"며 "근로자가 형사 처벌을 원한다고 하면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재판이 길어져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에 '사업주 고소 취하' 요구하는 근로감독관…왜?

진경 씨 역시 "주변에서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체당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해서 근로감독관에게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생각하니 월급을 못 받은 사람들이 이런식으로 고소를 취하하고, 회사 사장들은 임금체불을 해도 문제가 없으니 계속 거짓말로 사업을 하는구나 싶다"며 "또 다른 직원들을 뽑겠다고 채용 공고를 올린 것을 보니 끝까지 처벌을 받도록 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신고하면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한 민사 절차와, 임금체불 사업주를 처벌하기 위한 형사 절차가 함께 진행된다. 근로감독관은 체불 임금 액수를 확정하고, 피해 근로자가 사업주의 형사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피해자가 형사 처벌을 원하면 사건은 검찰에 넘겨진다. 

체당금을 받는 것과 사업주의 형사 처벌은 상관이 없다. 사업주의 형사 처벌을 원한다고 체당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체당금 지급에 사업주 동의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업주를 형사 고소해 처벌을 받게 한다고 체당금을 못받는 것도 아니다"며 "둘은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왜 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신고한 경험이 있는 근로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사업주의 형사 처벌을 원하면, 체당금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하는 걸까? 

C노무사는 "임금체불 조사에 대표가 나오지 않거나 협조하지 않아도 근로감독관은 추가 조사를 통해 체불금품확인서를 쓸 수 있고, 근로자는 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회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해지니까 근로감독관이 중간에서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감독관이 합의를 위한 방법으로 '형사 고소'를 이용해서 회사 쪽에 '형사 고소는 취하하도록 할테니 임금 지급에 합의하라'거나 '임금체불 등 사업주 확인서를 써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노무사가 함께 조사를 받을 때는 이런 말을 잘 안하는데, 근로자가 혼자 가서 조사를 받으면 '서로 좋은게 좋다'는 식의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감독관들이 빠른 사건 해결을 위해 '형사 고소 취소'를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해, 회사 즉 사업주의 협조를 이끌어내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C노무사는 "근로감독관은 회사와 근로자가 어떻게든 합의를 하고, 최대한 고소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감독관 입장에서는 사건을 빨리 끝내는게 목표이기도 하고, 고소 사건이 되면 검사의 지휘를 받게 되는데 이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유명무실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2회 이상 유죄·1년 이내 임금 채불액 3000만원 이상'만 공개"

문제는 이 때문에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하는 사업주는 계속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일을 하고도 급여를 못 받는 피해 근로자는 계속 늘어간다는 점이다. 

정부는 임금체불사업주 명단을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있다. 공개 대상은 '공개 기준일 이전 3년 이내 임금 등을 체불해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된 자'이면서 '1년 이내 임금 등 체불 총액이 3000만 원 이상'인 경우만 해당된다. 

상습적으로 임금 체불을 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으면 명단 공개 대상이 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금 체불 근로자 수는 34만 4977명, 임금체불액은 1조 7217억원에 달한다. 18일 현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임금체불사업주는 총 941건에 불과하다. 

◇ "정부가 내준 체당금 갚는 임금체불 사업주 '34%' 불과…줄어드는 중"

임금체불 사업주들이 이런 식으로 체당금을 이용하는 사이, 체당금으로 나가는 돈은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2632억 원 수준이던 체당금 지급 규모는 지난해 4599억 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올해 9월까지 지급된 체당금은 4411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1년 동안의 지급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정부가 이를 사업주에게서 돌려받는 회수율은 34.3% 수준에 불과하다. 100만 원을 대신 내주면 34만 원 정도 돌려받았다는 얘기다. 회수율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39%였던 회수율은 매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체당금 누적 회수율은 34% 정도"라며 "체당금 자체가 형편이 좋지 않은 회사를 대신해 국가가 지급하는 것이라 회수율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돈을 갚아야 하는 대상은 법인이기 때문에 대표 개인 재산이 아닌 법인 재산을 살펴본다""법인 재산이 없으면 대표가 재산이 많아도 개인 재산에 대해 책임을 묻고 회수할 수는 없다." 회사에 재산이 없으면 결손처리되고, 법인이 파산을 하거나 문을 닫으면, 회사에 남은 재산을 채권자들이 나눠 갖는다"고 설명했다. 

임금채권은 소멸시효가 3년이다. 월급을 못 받은 지 3년이 지나면 회사에 이를 청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체당금의 경우 민사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소멸시효는 10년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10년만 버티면 갚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 "대신 내준 체불임금, 세금 걷듯 돌려받는 법안 논의 중"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을 내놨다. 사업주 대신 내준 체불임금(변제금)을 세금 걷듯 돌려받는 방안을 담았다. 지금은 민사 절차에 따르기 때문에 모든 과정에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를 '국세체납처분절차'로 바꾸면 법원 판단을 거치지 않고도 절차에 따라 변제금을 회수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체당금 지급 후 사업주에게 구상하는 변제금을 강력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라며 "지금은 민사 절차로 이뤄지고 있는데 '국세체납처분절차'로 변경해 신속하고 강력하게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송주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관련 법안 검토 보고서에서 "변제금 회수에 1~5년 가량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사업주가 미리 재산을 빼돌리면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며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자력상실·재산도피 전에 변제금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회수절차를 국세체납처분 절차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같은 법 개정안에는 소액체당금으로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한 이력이 많은 사업주에게 부과금, 즉 돈을 더 내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소액체당금 지급일 이전 3년 이내 5000만원 이상의 소액체당금이 지급됐거나, 10명 이상에게 소액체당금이 지급된 경우 사업주에게 부과금을 걷는 식이다. 

송 전문위원은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는 취지에서 행정상 제재금을 부과하는 내용인데,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지불능력이 없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라 실효성이 낮을 수 있어, 국세체납처분절차를 우선 시행해 추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상습 임금체불 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임금의 3배 이상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한 법안도 있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액·상습체불사업주 명단공개 및 신용제재의 대상을 확대해 임금체불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같은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담았다. 

이 같은 법안들은 모두 국회에 머물러 있는 상태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라진다. 

박보희 기자 bh.park@c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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