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못 받고 만든 디자인, 누구 소유?"
입사 첫달부터 월급을 못 받다니, 황당한 상황인데요. 돈도 못 받고 한 디자인, 회사가 사용할 수 없게 만들 수는 없을까요?
속상한 일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가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회사 소속으로 만든 디자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건 '내 것'이 아닌 '회사의 것'인 거죠.
통상적으로 업무상 지위에서 만든 것들은 회사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와 근로관계 계약을 맺고, 업무 수행 중에 디자인을 한 것이라서 '월급 안 받을테니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저작권법 제2조 31호에 따라 '업무상 저작물'은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기획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말하는데요. 같은 법 제9조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면, 그 법인 등이 된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어려운 말 같지만, 회사에서 일하며 만든 디자인은 회사 것이라는 말입니다.
디자인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지만, 당연히 못 받은 월급을 달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달라고 말해서 줄 대표였다면, 진작 줬겠죠. 못 받은 월급을 받아낼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텐데요.
먼저 회사가 있는 곳의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밀린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 또는 고소(사용자, 즉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직접 해당 노동청에 찾아가거나,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체불임금 민원 신청을 하면 되는데요.
신고가 접수되면, 사건을 맡은 담당 노동관은 사실관계를 조사해, 밀린 월급의 액수를 정하고, 회사에 월급을 주라고 지시합니다. 그런데도 주지 않으면 처벌 절차로 넘어가는데요. 월급을 주지 않는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가 형사 처벌을 받았는데도 임금을 주지 않으면, 민사 소송을 내 받을 수도 있는데요. 사실 말이 쉽지 소송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까요. 못 받은 월급이 크지 않아 소송까지 하기 힘들 경우, '소액체당금'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회사 대신 체불 임금을 근로자에게 주고, 국가는 나중에 회사에게 돈을 돌려 받는 제도인데요. 밀린 월급은 최대 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회사이고, 근로자가 퇴직한 날까지 6개월 이상은 운영이 됐어야 합니다.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요건이 되는지 확인이 필요한데요. 각 지역의 근로복지공단(1588-0075)에서 자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주경 변호사·박보희 기자 bh.park@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