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말했다..빨갱이 빠가야로야!"

조회수 2020. 11. 12. 0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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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으로 알려진 우리 회사, 실상은..
"야 너 빨갱이냐? 이 빠가야로. 이래서 조센징은 안된다니까."

역시나 오늘도 그들의 '샤우팅'이 시작됐다. 벌써 놀라지 마시라. 오늘도 다른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지르는 것뿐이니. 그래도 쌍욕은 아니지 않은가. 가끔, 아니 자주 쌍욕도 나온다. 회사에서 이 정도 소리를 지를 사람이라면,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맞다. 대표다. 그리고 한 명 더 있다. 대표의 아내이자 회사의 임원인 그녀다. 

도대체 모르겠다. 이들은 왜 항상 화가 나 있는 걸까? 회의는 항상 고함으로 시작해 고함으로 끝난다. 가끔 눈을 부릅떠 흰자만 보일 때면 저러다 뒤로 넘어가는 건 아닐까 긴장이 될 정도다. 사실 회의 때만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다. 하도 소리를 지르고 다녀서 대표가 어디에 있는지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을 지경이다. 

"이제 소리 지르는 걸로는 놀라지도 않아요. 나는 이명증까지 왔다니까. 이것도 산업재해 받을 수 있는건가."

첫 출근 날, 갑자기 울려 퍼지는 샤우팅에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니, 입사한 지 1년이 다 돼간다는 선배가 컴퓨터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여기는 회사가 아니에요. 왕국이랄까. 오너와 오너 가족들만의 왕국, 그리고 직원들은? 노예죠 뭐. 여기 들어와서 1년 넘게 일한 사람 거의 못 봤어요. 저도 얼마나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잘 적응하시길 바랄게요. 아마 조만간 쌍욕도 들을 텐데 원래 그런 거니까 너무 놀라지 마시고요."

한 기업정보사이트에서 퇴사율이 100% 넘는 것을 확인했을 때 눈치채고 접었어야 했는데, 나름 업계에서는 유명한 곳이라 '설마'하는 마음에 입사를 결정했던 터였다. 

"야 이 $@#야. 문자를 보내면 바로바로 답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너 뭐 하는 #$@#야!"

선임이 말했던 그 쌍욕은 생각보다 빨리 들을 수 있었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해 집에서 쉬는 중에 상사가 보낸 문자를 못 봤나보다.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다짜고짜 쌍욕이 쏟아졌다.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지만, 실제로 당하니 머릿속이 멍해졌다. 

야밤에 듣는 쌍욕이라니… 차라리 회사에서 들었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돼 있었을 텐데… 아 방심했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려나. 이직을 결정한 과거의 나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과거로 돌아가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고 싶은 심정이다. 

회사 안에서만 이러면 덜 챙피할 텐데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외부 교육을 나간 자리에서도 대표는 "조선인은 게을러서 망했다"느니 "조선은 양반 문화 때문에 망했다"는 식의 얘기를 해 온 직원을 긴장하게 만들곤 했다. 외부 교육에서 도대체 왜 일제의 식민 사관을 정당화하고 일본이 우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대표의 나이와 배경 등을 생각해도, 한국에서 사업하고 돈 버는 사람이 이게 할 소리인가? 이쯤 되면 어디 기사가 나올 법도 한데 조용히 넘어가는 것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마 그만두고 나간 이들은 더 이상 이 회사와는 어떤 식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아 강제로 기억을 없애는 거 아닐까? 

이런 회사인데 오히려 외부에서는 착한 기업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정말 진짜 너무 매우 신기한 일이다. 

박보희 기자 bh.park@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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