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쓰게? 앞으로 쭉 쉬고 싶니"

조회수 2020. 11. 11.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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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수당? 야근수당? 퇴직금? "없어, 돌아가"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벌써 11월입니다. 2020년도 거의 다 갔네요. 직장인 여러분들은 연차 많이 쓰셨나요? 이번 여름엔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된 휴가를 못 보낸 직장인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저희 회사는 그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연차 내기가 쉽지 않지만요.

“휴가 쓰게? 앞으로 쭉 쉬고 싶구나?”

지난 여름 휴가 시즌에 상사에게 들었던 말이에요. 바쁜 시기에 왜 휴가를 쓰냐고 눈을 가자미처럼 뜨고 눈치를 주시더라고요. 실제로 매일같이 야근을 할 정도로 바빴으니까, 백번 양보해 동료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휴가를 미룰 수도 있죠. 정말 백번 양보해서요.

그런데 그냥 연차를 반려당한 거였으면 말도 안 해요. 저는 당시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이었는데요. 원래 입사 1년이 되기 전까지는 한 달 만근하면 연차가 하루 생기잖아요. 그것조차 수습기간 3개월이 지나야 연차가 생겨요. 거기다 연차가 누적이 안 됩니다. 한 달에 한번만 쓸 수 있고, 그 달 안에 연차를 쓰지 않으면 소멸되는 거예요. 그 귀한 하루를, 함부로 쓰지도 못합니다.

“연차 월요일에 쓰려고? 우리 월요일엔 원래 연차 못 써.”

아니, 한 달에 겨우 하루 쉴 수 있게 해주면서 뭐가 그렇게 까다로운 걸까요. 포괄임금제라고 연차수당도 안 주시잖아요.

일이라도 없으면 몰라요. 저희 회사는 출근 시간은 있어도 퇴근 시간은 없어요. 하루 종일 일하고도 야근을 또 합니다. 야근수당(*연장근로수당)은 당연히 없죠. 한 선배는 매일같이 야근을 하면서 입에 커피며 음료를 달고 산 결과 월급에 겨우 15만원을 더 얹어 받았는데, 대표님이 보너스인 척 그렇게 생색을 내셨답니다.

월급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 회사는 이상할 정도로 궁색해요. 회사 부자재나 탕비실 용품도 직원들이 사비로 구비합니다. 비누, 세제, 얼음, 휴지, 물티슈…. 없으면 불편하니까 꾸역꾸역 사놓으면 대표님이 어디선가 나타나 자연스럽게 사용하시더라고요. “대표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혹시… 거, 거지? 아, 아닙니다….” 사회생활하는 ‘으른'으로서 말을 삼킵니다.

이 모든 대환장 서스펜스의 화룡점정은, 퇴직금이라고 할 수 있죠. 퇴직금을 안 주려고 그렇게 용을 써요. 한 선배는 1년 차가 되기 한달 전 사전 상의도, 심지어는 통보조차 없이 4대 보험이 해지되고 새로운 사업장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이라고 퇴직금이 없다는 통보를 들었답니다. 노동청에 신고하니까 “배 째!”라더니 100만원 받고 그만 두랬다네요. 퇴직금이 얼마인지도 모르시는 모양이에요.

대표님, 그거 아세요? 모 채용 사이트에서 보니 우리 회사가 ‘1년 365일 구인공고 올라오는 기업’이래요. 이젠 제가 나갈 차례라, 또다시 새로운 구인글을 올리셔야겠네요. 저는 당분간 ‘쭉-’ 쉴랍니다. 부디 건승하세요.

홍유경 기자 yk.hong@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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