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화장실은 '포세식'입니다"
‘포세식 화장실’을 아시나요?
물이 없고 거품으로 세척하는 방식의 화장실이죠. 보통 산에서 볼 수 있는 화장실인데 저는 월, 화, 수, 목, 금 모두 이 화장실을 이용합니다. 매일 등산을 하냐고요? 아뇨. 회사 화장실이 포세식이기 때문이죠.
우리 회사 화장실은 이동식 포세식 화장실입니다. 들어갈 때마다 숨을 멈추고 온몸에 긴장을 해야 그나마 덜 찝찝하게 볼일을 처리할 수 있죠. 여름이면 위생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고약한 냄새는 물론 온갖 벌레가 날아다녀요.
남녀 구분도 되어있지 않아 안전 문제도 신경 쓰입니다. 요즘엔 회사에서도 몰래카메라 범죄를 안심할 수 없는데, 여자인 저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늘 불안하게 주위를 살펴요. 오늘은 친한 여직원과 화장실 가는 시간을 맞춰 서로 밖에서 망을 봐줬습니다.
“김 대리님, 누구 와요?”
“아뇨, 아무도 안 보여요.”
“금방 나갈게요. 어디 가시면 안돼요.”
찝찝한 화장실을 가고 싶지 않아 회사에선 최대한 물도 마시지 않고 신호가 와도 참아요. 이 회사에 다니고 나서 생전 걸리지 않았던 방광염을 경험했다니까요! 이 정도면 ‘산재’ 아닌가요?
화장실 환경이 좋지 않은 게 차라리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라면 이해해요. 하지만 이 화장실은, 우리 회사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컨테이너박스 사무실에, 전기소모가 많은 날엔 히터를 틀다 컴퓨터가 꺼지곤 합니다. 결재 시스템은 모두 수기고요. 회사에 오면 꼭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니까요!
대표님 마인드도 꽉 막혀 있어서 복지는 둘째 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은 그냥 해고시켜 버립니다. 자신한테 무조건 복종하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대표님!
제발 근무 환경부터 개선시켜 주고 직원들에게 ‘열일’을 바라세요!
요즘엔 로봇이 서빙을 해주고, 드론이 배달을 해주는 시대라고요! 아시겠어요?
김윤정 기자 yoonjung.kim@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