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배틀'..1등은 누구?

조회수 2020. 9. 21.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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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실화극] 면접 첫 질문이 '총각딱지 뗐어?'..은근슬쩍 '만지작'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총각 딱지는 뗐어?"

자리에 앉자마자 면접관이 처음으로 물어본 질문이 '총각 딱지는 뗐냐'라니. 이때부터였어요. 아 여기는 쓰X기구나'라고 느낀 것은.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뉴스로만 들어봤는데 남자인 제가 당할 줄은 몰랐네요. 와 이거 진짜 너무 불쾌하네요. 결론은 합격 연락 받았는데 안 가려고요. 아무리 취업이 힘들고 힘들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면접에서 성희롱하는 회사인데 여기 직원으로 들어가는 건 제 발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거겠구나 싶어서요. 첫 직장 생활을 이렇게 시작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힘들어도 조금만 더 버티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려고요. 다들 응원해주세요!

님, 응원합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직원으로 일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거예요.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은 여직원들만 당하는 줄 알았다고요? 아니요. 우리 회사에 딱 그런 상사가 하나 있는데 월요일이면 다른 직원들 앞에서 "주말에 여친 만나서 뭐 했냐, 할 거 다 했지, 좋았냐" 이런 걸 물어봐요. 이 정도만 해도 그냥 넘어가겠는데, 장난이랍시고 가끔 그 중요한 부분까지 툭툭 쳐요. 

네, 피해자는 접니다. 그때마다 하지 말라고 얘기를 하는데 듣는 척도 안 해요. 저번에는 한번 강력하게 얘기를 했더니 때리더라고요. 사실 전에는 성추행이나 성희롱 사건 얘기를 들으면 '피해자가 좀 예민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실제로 당하고 보니 정말 너무 수치스럽더라고요. 피해자가 예민하다고 생각했던 것조차 미안할 지경이에요. 아직 입사를 안 하셨다니 직장생활 먼저 시작한 입장에서 정말 진지하고 심각하게 말하는데, 절대 들어가지 마세요. 도망가세요! 

남자들도 그런 일을 겪는군요. 하지만 우리 회사만 할까요. 대표가 저보고 오빠라고 부르라면서 제가 자기의 '오피스와이프' 같대요. 처음에 오빠라고 부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장난이 심하구나' 했는데, 오피스와이프 운운하며 말할 때는 소름이 돋더라고요.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둘 순 없는 상황이라 어물쩍 넘겼는데, 그랬더니 수위가 점점 더 세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네 작업물을 보면 오르XX이 느껴진다'나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님도 참 힘드시겠어요. 이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 얘기를 좀 해볼께요. 우리 대표는 어리고 사회 경험 적은 여직원들을 그렇게 은근슬쩍 만져대요. 처음에는 은근슬쩍 어깨를 만져요. 한 번 해보고 별 얘기 없이 지나가는 것 같으면 그다음부터 팔뚝이며 손을 만지작거려요. 착하고 소심해서 자기주장 잘 못 하는 어린 직원들이 표적이 되는거죠. 더러워 죽겠어요. 참다못해 한 직원이 그만두면서 고소까지 했다던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죠. 이번에 아들이 임원으로 들어와서, 그래도 아들 앞에서는 이런 짓 안 하겠지 했는데, 아들 앞에서도 다를 바가 없네요. 익명을 빌어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대표님, 딸뻘 되는 여직원들 함부로 만지지 좀 마세요. 딸 같아서 그런다고요? 그럼 집에 가서 본인 딸한테나 그러세요. 남의 집 딸 만지작거리는 거, 그거 범죄예요.

와 우리 회사만 이러나 했는데 다들 비슷한가 봅니다. 우리 회사는 여자 상사가 여직원들을 괴롭히는데, 같은 여자끼리 이러니까 더 배신감이 느껴져요. 여직원들 얼굴 평가에 몸매 평가는 기본이고요. 회식한다면서 본인의 40대 남자 지인들을 불러요. 그리고 20대 여직원과 엮으면서 '이 오빠 돈 많다,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해라, 갖고 싶은 거 사달라고 해라' 이런다니까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 기분이 나쁘다고 말해도 듣는 척도 안 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요. '예민하다, 장난도 못 알아듣고 정색해서 분위기 이상하게 만든다'는 식으로요. 저기요, 아무 남자나 불러다가 본인이랑 엮으면 기분 좋으시겠어요? 엮어 드려요? 장난이고 뭐고 다 됐으니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회사에서는 그냥 딱 일만 합시다, 일만. 

같은 여자끼리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너무하네요. 그런데 우리 회사 상사는요. 애 둘이나 있는 유부남이 자꾸 제 친구를 소개시켜 달래요. 제가 이제 20대 초중반이에요. 그런데 자꾸 여자 소개해달라, 친구 소개해달라 노래를 불러요. 남자 직원들끼리 모여서 노래방을 가네, 여자를 부르니 쑥덕쑥덕하는 건 거의 매일 있는 일이고요. 친구 소개시켜달라고 조를 때마다 옆에 있는 손세정제를 뿌려 입을 소독해드리고 싶은 지경이에요. 저기요, 세상 어떤 20대가 애 둘 있는 유부남을 소개받고 싶겠어요. 아무리 부모의 원수라도 저는 못 하겠네요. 지금 이거 직장 내 괴롭힘인건 아세요? 저 괴롭힐 시간에 와이프나 아이들한테 전화라도 한 통 더 하세요. 제발요. 

박보희 기자 bh.park@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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