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해보니 "5일 출근 못하겠다"
의견이 분분한 주4일제,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잡플래닛 <컴퍼니타임스>가 주4일제(주4.5일제 포함)를 도입한 기업의 기업 경영자와 인사팀 15명, 그리고 근로자 64명에게 물었다. 응답자 수는 많지 않지만 흥미로운 답변이 몇 가지 있었다. 주4일제를 해본 기업과 근로자 모두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주5일제로 회귀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그만큼 주4일제로 얻은 장점이 적지 않았으나, 단점 또한 두드러졌다.
◇ "인사 평가 달라졌"고 "급여 동일, 근로일만 줄었다"
주4일제를 선택한 뒤, 기업과 근로자의 근로 요건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먼저 살펴봤다.
경영자・인사담당자 중 60%는 인사 평가 기준을 근태보다 성과와 실적 중심으로 변경했다고 답했다. 연차 일부를 강제 소진함으로써 '사실상 연차가 줄었다'(13%)거나 '급여가 줄어들었다'(7%)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달라진 것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14%였다.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주4일제 시행으로 근로일이 하루 감소하는 것 이외에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주4일제 시행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중 54.69%가 제도를 시행하기 전과 동일한 급여를 받고 주4일을 출근했다.
'급여를 일부 줄였다'(21.88%)거나 '근무일은 줄이되 근무시간을 줄여서 주 40시간을 유지'(20.31%)한다는 답변도 각각 20%를 상회했다. '연차를 강제 소진하여 주4일 근무한다'(7.81%)는 답변도 있었다.
◇ 직원들이 좋아하지만…주4일제 정보 '부족'
주4일제를 시행하고, 기업에서는 뭐가 바뀌었을까? 경영자・인사팀에게 물어보니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상승했다는 답변이 47%, 직원들의 생산성이 향상되었다는 답변이 동비율로 가장 많았다. 주4일제에 대한 근로자들의 열망이 높은 만큼 실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주4일제가 해당 기업의 특별한 복리후생으로 자리잡아, 채용 시 유리하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한편 회사 분위기가 느슨해졌다(27%), 야근・주말근무 등 초과 근무가 많아졌다(20%), 스케줄이 늘어지거나 일정을 어기는 일이 더 많아졌다(13%)는 부정적인 답변도 있었다.
그렇다면 기업이 실제 주4일제를 운영하며 겪은 장애물은 뭘까? 53%가 주4일제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주4일제를 운영하는 기업이 소수이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적다는 것. 기존 정책이나 제도가 주5일제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불편을 느낀다는 응답도 33%에 달했다.
◇"워라밸 좋아지고 생산성 높아져" vs "업무 강도・야근 늘어"
주4일제로 근로자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워라밸이 좋아졌다는 답변이 62.5%로 가장 많았다.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답변은 다음으로 높은 수치인 56.25%다.
주4일제에 대한 일반의 기대대로, 쉴 때는 충분히 쉬고 일할 땐 집중력 있게 일할 수 있어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단점도 있었다. 주4일제 시행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는 62.5%였다. 23.44%는 주4일 근무로 늘어난 휴일 근무 또는 야간근무를, 18.75%는 줄어든 급여를 토로했다.
주 4일제로 "기업이 생색만 낸다" "놀고 먹는 조직원이 더 대놓고 놀고 먹기 시작했다" "'팀바팀' '부바부' 현상이 있다"는 기타 의견도 있었다.
◇ 추가 채용? "안 한다"…"업무량 같고 근무시간 안 줄어서"
일각의 기대처럼 주4일제를 운영하면 채용 규모가 늘어날까? 주4일제 시행 후 인력 보충을 위한 추가 채용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67.19%의 근로자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추가 채용이 있었어도 주4일제 전환에 따른 인력 보충은 아니었다(18.75%)는 답변까지 더하면, 85%에 달하는 기업에게 주4일제와 채용은 서로 무관했던 셈이다.
주4일제를 운용하며 채용 규모가 늘어났다는 기업 담당자의 답변 또한 열 명 중 한 명 꼴이었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근무일을 하루 줄였다지만, 업무량은 줄지 않았기 때문. 주4일제를 경험한 근로자 중 개인 업무량에 변화가 없다는 답변은 87.5%로, 업무량이 줄었다고 답한 10.94%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다면 실제 근무시간은 줄었을까? 경험자들의 답변은 엇갈린다. 실제로 근무 시간이 줄었다는 답변은 43.75%, 줄지 않았다는 답변은 56%로 팽팽했다.
근무시간이 줄지 않았다는 답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21.88%는 '주 40시간을 유지해 실 근무시간은 줄지 않았'고, 20.31%는 '출근하는 날만 줄었을 뿐 야근이 늘었'으며, 14.06%는 쉬는 날까지 일을 하면서 '사실상 주5일로 근무'하고 있었다.
◇ "주5일제로 회귀?"…기업・근로자 모두 "No"
그렇다면 회사가 주5일제로 돌아간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 거라 근로자들은 예상했을까? 야근, 추가 근무 등이 늘어 주 5일제와 크게 차이가 없어서(26.56%)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주 4일제에 대한 조직원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9.38%), 비용 증가를 감당할 수 없어서(7.81%)가 뒤를 이었다.
한편 주5일제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는 답변이 절반에 가까운 48%에 달했다. 주5일제로 회귀할 것이냐는 질문에 기업 담당자 60%가 "주 5일제 복귀를 고민하지 않는다"고 답한 설문과 같은 맥락이다. 인사담당자와 근로자 중 다수에게 주4일제는 긍정적인 경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유경 기자 yk.hong@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