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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타임스

'가짜' 5인 미만 회사서 일하다 짤린 후기

"법이 외면한 우리들…'스스로' 권리찾아 나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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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외면하는 노동자들.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각종 법에서 '예외'로 취급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허술한 법망은 악덕 사업주들을 만들어낸다. 법을 악용해 근로자들에게 공짜 노동을 강요하거나 쉽게 해고하는, 이른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들 얘기다. 

A씨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경험했다. 실제로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니라, 사업장 쪼개기로 만들어진 기업에 입사해 부당해고까지 당했다. 권리를 되찾는 과정은 길고 지난했지만 동시에 깨닫는 바도 많았다.

<컴퍼니 타임스>가 A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경험했다고 들었다. 어떤 회사를 다녔고, 어떤 일이 있었나.

A : "처음 입사했던 곳은 20인 이상 기업인 B였다. 대학병원 연구 파견직이었는데, 면접을 보고 정규직으로 계약했다.


파견 업무를 수행하고 2개월쯤 지났나, 이직을 하라고 하더라. C라는 회사가 대학 병원에 입주할 예정이니 회사를 옮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직서를 내라고 했다. 하는 일은 다 똑같을 거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이력서를 낸 적이 없는데 알아서 다 제출되고 연봉협상도 진행됐다. 정규직이 1년 계약직으로 바뀐게 미심쩍기는 했는데, 대표가 고용 부분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C 기업에 재직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해고 통보가 떨어졌다. 경영 악화가 이유였다. A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C 기업이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당황스러웠다. B기업에서 C기업으로 이직하고 나서도 업무는 동일했다. 두 기업이 같은 사업장인데도 쉽게 해고하려고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이직시킨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막막했던 와중 지인이 A씨에게 '권리찾기유니온'이라는 단체를 소개해줬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을 돕는 단체이니 가서 노무 상담을 받아보라'는 제안이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연락을 취했다. A씨의 얘기를 들은 권리찾기유니온의 하은성 노무사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인 것 같다. 고발을 진행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답변을 줬다.

Q :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A : "기업 측에서는 두 기업이 같은 사업장이 아니며, 내가 자의적으로 인력 이동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사 소송과 초과근로수당 미지급, 부당해고 구제신청까지 총 3건을 진행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초과근로수당 미지급 건과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일한 곳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걸 증명해야 했다.

노동청에서는 각 기업의 대표가 다르고, 회계와 노무가 분리돼 있어 같은 사업장이라고 증명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하지만 노무, 인사, 회계가 분리돼 있어도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인 정황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인사 이동된 근로자가 나뿐만이 아니였다.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했다가 더 낮은 조건으로 이직을 시키고, 기업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쉽게 해고시키는 방식이었다."

두 회사가 같은 사업장이라는 걸 밝히지는 못했지만, 회사는 A씨에게 합의를 제안했다. 고발을 A씨 홀로 진행했다면 얻어내기 어려웠을 성과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서류상으로 회사를 쪼개 5인 미만 사업자로 등록한 사업장, ▵4명까지만 등록하고 나머지 직원은 등록하지 않은 사업장, ▵실제로는 5명 이상인데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고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Q : 고발 과정에서 권리찾기유니온의 도움을 받았다. 단체나 노무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과, 혼자서 진행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이었는지.

A :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가 증거를 제출하면, 의견서와 답변서가 오고가는 공방을 대리해줬다. (권리찾기유니온과 노무사의) 도움 없이 진행했다면 민사 소송은 어떻게든 끌고 갈 수 있었겠지만 지방노동위원회까지 가지는 못했을 거다. 합의금으로 인정되는 금액은 더 적었을 거고." 

Q : 공방 과정에서 느낀 한계점은 없었나.

A : "노동자는 돈이 없다. 반면에 기업은 '총알'이 있지 않나.(웃음) 나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변호사에게 돈을 주는 게 덜 아까운 거다. 한편으로는 기업이 이런 공방을 진행하면서 앞으로도 나쁜 일을 벌일 수 있는, 일종의 선례를 만들려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

권리찾기유니온이 아니었다면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을 거다. 하지만 변호사들을 찾아가보니 수임을 거부하더라. 수임료가 너무 적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몇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사건에서만 움직인다고 했다. 내가 죄를 지어서 변호사가 필요한 게 아니니,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없었다.

법적으로 기업의 과실이 확실하다면 공방이 어렵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애초에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역이 좁고, 해당 사업장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걸 증명하기가 어려웠다. 노무사의 도움이 없다면 공방 과정을 내가 일일이 진행해야 하는데, 불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근로기준법 일부, 중대재해법,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소규모 사업장의 취약함과 국가 근로 감독 능력의 한계를 이유로, 일부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 것이다. A씨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해서 근로자가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근로자 수가 적다고 영세한 사업장이라고 보는 건 불합리하다고도 덧붙였다. 근로자 수가 적다고 해서 '돈을 못 버는' 사업장인 건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 세무사 사무실, 법률사무소, 대기업 계열사가 5인 미만 사업장의 형태인 경우도 빈번하다. 이들 중에도 허술한 법을 피해 형식적으로 만든, 이른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있다.

허술한 법의 피해는 오롯이 근로자에게 돌아온다. 근로자들은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A씨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뿐만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 전반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다.

Q : 법과 현장의 괴리를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셨을 것 같다. 고발을 진행하면서 개정이 시급하다고 느꼈던 법 조항이나 사업장 규모 상관 없이 적용해야 한다고 느꼈던 부분이 있나.

A : "가장 중요한 건,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들이 해고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입사하고 180일이 되기 전에 해고를 당해 실업급여를 못받아도, 근로자는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보다 규모가 큰 사업장은 현재 해고 요건이 무거워서 부담이 크다고는 들었다. 서로 보완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도 마찬가지다. 사업자가 마음대로 해고하려는 걸 근로자가 거부하고 버티면, 내부 괴롭힘이 정말 극심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인원 자체가 적어 괴롭힘의 강도가 클 수밖에 없다.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


국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약 38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근로자 10명 중 3명 꼴이다. 하지만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대부분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근로자로 인정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380만 명을 한참 웃돌 것으로 보인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에서는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없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A씨는 "관심도 없는 것 같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더 큰 회사를 가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모두 다 큰 기업에서 일할 수는 없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니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꾸준히 시끄러워야 한다. A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권리를 찾지 못한다면, 큰 회사를 가서도 권리를 찾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부당한 처우를 바꾸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변화할 수 있다."

홍유경 기자 yk.hong@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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