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타임스

면접을 보러 들어 온 구직자의 표정이 굳고, 저 또한 얼어붙었어요. 여기가 무슨 개그콘서트 공개 녹화 현장도 아니고 이게 무슨 소린지. 심지어 개그콘서트는 작년에 종방했는데 말이죠. 인사팀에 새로 들어올 막내 직원을 뽑는 자리에서, 분위기가 싸하게 얼어붙었는데도 팀장님은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멈추지 않았습니다.

현장의 공기가 아까 전보다 몇 도는 더 떨어졌습니다. 구직자를 앞에 두고 얼굴이 뜨거워져서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 면접은 회사의 민낯이라던데, 이래서야 원, 신입이 들어올 수나 있을까요.

우리 회사는 끊임없는 줄퇴사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요. 사람이 들어오기는 하는데 대부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책상을 정리하니, 인력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원성이 내부적으로도 자자합니다.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긴 해요. 일단 우리 회사는 '근로계약서에만' 9to6를 보장하는 회사거든요. 8시 출근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출근 시간보다 무려 2시간 이른 7시에 출근해서 대청소를 합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교육을 받기도 하는데요. 업무에 필요해서 강제적으로 받는 교육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넉넉한 아침잠은 고사하고 야간 근무도 많아서 불평이 저절로 나오죠.

이런저런 논란거리가 있지만, 모두가 이 문제적 조직문화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대상은 따로 있습니다. '원인은 인사팀에 있다!'. 인사팀이 형평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분란을 일으키면서 회사의 전반적인 문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요.

솔직히, 우리 팀이 회사 안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면접을 볼 때 공공연히 지각하는 것도 모자라 업무와는 관련 없는, 이상한 질문을 하시면서 불성실한 태도로 구직자들의 분노를 사는 팀장님은 기본입니다. 팀장님은 마치 ‘갑'인 것처럼 행동하곤 하세요. 면접은 구직자와 기업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평가하는 자리인데 말이죠.

제가 평소에 하는 일을 돌아봐도 그래요. 우리 인사팀이 빼놓지 않고 하는 일 중 하나가 뭔 줄 아세요? 바로 사무실 CCTV를 돌려보는 겁니다. 어느 직원이 뭘 하는지, 뭘 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팀장님께 보고해요.

어디 CCTV뿐일까요. 한번은 인사팀 팀원 중 하나가 다른 직원의 컴퓨터 앞에 몰래 앉아서 메신저를 훔쳐보려고 했다가 걸린 적이 있어요. 한바탕 난리가 났지만 우리 팀은 굳건했습니다. 사장님의 신임을 굳건히 받고 있는 저희 팀장님 덕분이었죠.

원래 악취가 나는 쓰레기는 애써 꽁꽁 묶어 놔도 밖으로 냄새가 새는 법이라지요. 익명 사이트에 이야기가 하나둘 올라왔지만 변한 건 없었습니다. 인사팀은 여전히 사장님을 뒤에 업은 팀장님의 지휘 아래 군림하고 있고요. 저는 오늘도 '이직 각'을 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일하기 좋은 직장이란 게 있긴 한 걸까요?

홍유경 기자 yk.hong@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