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까지 따라와 "뭐하냐"는 사장님
"재희(가명)씨, 화장실에서 뭐 해? 화장실 간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안 나와?"
소름.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큰일 보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랬더니 사장이 화장실까지 쫓아와 뭐하냐고 물어본다.
사장님, 화장실에서 뭐 하겠어요…
청운의 꿈을 안고 회사에 들어온 첫날이 생각난다. 열정에 넘쳐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업무를 배우고 있는데, 한 선배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재희 씨, 도망치세요."
응?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귀에 속삭이던 선배는 정말 이직해 다른 회사로 도망쳤고, 나는 그 말뜻을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그 선배가 진심으로 날 위해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회사는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보니 일이 힘들기는 하다. 하지만 이곳을 도망쳐야 하는 이유는 일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회사가 직원을 사람으로 안 본다는 거였다. 윗분들은 사람도 기계처럼, 원료와 시간을 넣고 돌리면 한없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느 하루 성과가 좋아서 제품이 많이 나오면, 이게 기본값이 된다. "하루 만에 50개를 만들었으니, 야근을 하면 70개를 만들 수 있겠지, 그럼 특근을 하면 한 달에 2000개도 만들 수 있겠다. 가자!!"는 식으로 업무가 돌아간다.
사람을 갈아 만든 제품이란 아마도 이런 거겠지.
이러니 어쩌다 직원이 한 명 아프기라도 하면 업무 목표 달성을 못 하게 되고, 회사는 난리가 난다. 한번은 몸살로 너무 아파서 연차를 쓰겠다고 하니, "약 먹었으면 반나절이면 낫는데 내일은 출근하라"며 닦달을 해 대는데…눈물이 핑 돌았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언제부턴가 사업장 곳곳에 CCTV가 설치됐다. 이유는 보안 강화 뭐 그런 거였겠지만, 정말 그럴까? 그때부터 사장은 직원들이 자리를 조금만 비워도 직접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순간이다. 나는 화장실에 앉아있고, 사장은 문을 두드리고…또 눈물이 핑 돈다. 이번에는 화장실 일도 마음 편히 못 보는 이 상황이 서러워서.
"사장님,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주세요.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박보희 기자 bh.park@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