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일 근무'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조회수 2020. 7. 21. 09: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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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J] 2명중 1명, 9시간 이상 근무..코로나는 바꿀 수 있을까
“주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달 19일 페이스북 생중계 방송에서 말했다. 아던 총리는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때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제도가 끌어내는 높은 생산성을 경험했다”며 “주4일제 도입을 강하게 장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준의 등장…“‘주5일·8시간’ 정답 아니다”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무실에 출근해 8시간 일한다’는 공식에 물음표가 붙었다.

 일부 회사들은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미국의 IT업체들 뿐 아니라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일본에서도 새로운 근무 형태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 ‘히타치 제작소’는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 시행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주일의 절반은 회사에서 절반은 밖에서 근무하고, 업무 평가는 근무시간이 아닌 성과로 하겠다는 것. 재택근무로 늘어나는 전기세 등 생활비용은 회사가 지원할 예정이다.

 새로운 근무 형태를 시도해 본 기업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8월 이미 주4일 근무 프로젝트를 진행한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는 “생산성이 40% 향상됐다”는 결과를 내놨다. 뉴질랜드의 신탁 관리회사인 페퍼추얼가디언 역시 2개월 간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4일 근무를 시행한 결과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2명 중 1명 “9시간 이상 일한다”

 전세계인들이 효율적인 근로시간과 방법을 고민하는 이때,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8시간 근무조차 당연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 법이 정한 하루 근로 시간은 8시간이지만,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매일매일이 야근’이라고 토로한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실제로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하고 있을까?

잡플래닛이 이용자들에게 ‘일 평균 근무시간’을 물었다.

 잡플래닛이 이용자들에게 ‘일 평균 근무시간’을 물었다. 지난해 설문에 참여한 2만2399명의 응답자 중 42.1%(9435명)가 평균적으로 ‘8~9시간’ 일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의 직장인은 법정 근로 시간 정도 일한 셈이다.

 다른 응답자들은 어떨까? 9시간 이상 일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22.7%(5095명)는 평균 9~10시간, 26.1%(5835명)는 평균 10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했다. 평균 11시간 이상 일했다는 이들도 14.2%(3187명)나 됐다. 법정 표준 근로 시간은 하루 8시간이지만, 여전히 2명 중 1명은 9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2017년까지만해도 하루 평균 8~9시간 일한다는 이들은 32.7%(4655명)에 불과했다. 평균 1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이 36%(5115명)로 더 많았다. 2년 만에 평균 1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은 10%포인트 줄었다.

야근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할까?

 지난해 응답자 2만 4031명 중 32.6%(7840명)가 1~2회 한다고 답했다. 3~4회는 22.3%(5357명), 5회 이상 한다는 이들도 17.4%(4190명)나 됐다.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이들은 27.6%(6644명)였다.

 역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2017년에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총 응답자 1만4147명 중 20%(2831명)에 불과했다. 5회 이상 한다는 이들은 21.3%(3010명)로 지난해보다 4%포인트가량 많았다.

 한국에도 이미 주4일 근무를 시행 중인 회사도 있다. 이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는 갈린다. 잡플래닛에는 주4일 근무를 시행 중인 회사에는 “주4일이라서 좋다”는 평가와 함께 “주4일이라 그런지 야근이 많다”, “일은 많은데 주4일이라 업무 진행이 정신이 없다”, "일이 많아서 주4일이 의미가 없다"는 등의 리뷰가 달렸다.

“1주일 40시간 이상 근무…인지능력 '급격' 저하”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하루 8시간 근무’는 1914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10시간 근무가 당연하던 시절, 자동차회사 포드사의 설립자 헨리 포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8시간 근무를 실험했다.

 이유는 단순했는데,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려 돈을 쓸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소비를 늘리기 위한 시도였던 것. 그런데 근무 시간이 줄자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량이 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19년 UN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설립되면서 ‘공업부문 사업장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한다는 협약이 체결됐다. 한국 역시 국제기준을 따라 ‘1일 8시간’이 표준 근로시간이 됐다.

효율적인 근무 시간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 왔다. 호주 멜버른대학 응용경제학사회연구원은 2017년 ‘호주 가계, 소득, 노동 역학(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이라는 연구에서 ‘1주일 25시간 근무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40세 이상 남성 3000명, 여성 3500명을 대상으로 주당 근무시간에 따른 기억력, 언어능력 등 인지기능 테스트를 실시했다. 가장 높은 점수는 주당 평균 25시간 정도 일하는 사람들이 받았다. 실험대상자들의 인지 기능은 주당 근무시간이 25시간일 때까지는 높아지다가, 25시간부터 35시간까지는 완만하게 떨어진 후, 40시간 이상 일하면 급격히 떨어졌다. 주당 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의 인지 능력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도 더 낮았다.

 연구에 참여한 콜린 맥켄지 교수는 “일은 두뇌활동을 자극하지만, 오랜 시간 지속할 경우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해 인지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며 “지나치게 장시간 일할 경우 뇌 기능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8시간 근무…‘성장가능성·경력개발가능성·효율성’ 최고”

출처: *출처:HR랩스(잡플래닛)
일 평균 근로시간과 성장 가능성(5점척도)
출처: *출처:HR랩스(잡플래닛)
일 평균 근로시간과 경력개발가능성(5점척도)
출처: *출처:HR랩스(잡플래닛)
일 평균 근로시간과 업무프로세스 효율성(5점척도)

잡플래닛 HR랩스의 ‘직원경험 서베이’ 역시 ‘너무 긴 근무시간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뒷받침했다.

 HR랩스가 수집한 2000여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 평균 근로시간이 8시간을 넘어서면 ‘성장가능성·경력개발가능성·업무프로세스 효율성’ 모든 부분이 하락했다.

 ‘8시간 미만’ 근무의 경우에도 8시간 근무보다 모든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다. 다만 국내 상황에서 ‘8시간 미만’ 근로자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의 고용 형태일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8시간 미만 근로자 중 4.5%만 ‘재직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은 이를 반증한다.

 그런데도 8시간 미만 근무가 9시간 이상 근무보다 성장가능성과 경력개발가능성 부분에서 더 높은 점수가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 '8시간'은 '안정적인 고용 형태 중 가장 적은 근로 시간'에 해당한다. 이를 고려하면, 8시간 미만 근로라도 안정적인 고용 형태가 보장된다면 관련 수치는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HR랩스 측은 “일하는 시간이 길수록 업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경력 개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근로자들은 답했다”며 “근로시간의 길이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효율적 사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보희 기자 bh.park@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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