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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장터를 키운 건 팔할이 MZ세대였다

조회수 2021. 5. 6. 15: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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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장터① 10년차 중고거래 플랫폼 비결은 '취향저격'

"중고거래는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말을 들어 봤는가. 이 말은 코로나19 이후 중고거래 서비스의 큰 성장으로 증명됐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대기업에 인수·합병되는 등 커머스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업계는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를 약 20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중고거래 시장'이라는 구분은 시장의 다양성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이야말로 다양한 플랫폼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각자의 분야에서 발전해 온 시장이기 때문이다. 익히 알고 있는 '지역 기반' 중고거래부터, '명품 중고'만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 기프티콘·상품권 전문 중고거래, 한정판 스니커즈만 거래하는 플랫폼까지. 이제는 '중고'라는 개념 대신 'N차 신상'이라는 개념이 익숙해질 정도로, 과거의 인식을 벗어나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번개장터는 하고많은 서비스 사이에서 '취향 중심의 거래'를 내세우고 있다. 2010년 최초의 모바일 중고거래 어플로 출발해 이제는 MZ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자리 잡은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번개장터는 어떤 회사일까. <컴퍼니 타임스>가 속속들이 알아봤다.

◇ 올해로 '10년', 모바일 최초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번개장터'


'번개장터' 서비스는 2010년 10월 시작됐다. 당시 사명은 '퀵켓'.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번개장터는 모바일 최초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이었다. '중고나라'라는 온라인 시장 '부동의 1인자'가 있었지만, 모바일 시장은 미개척지나 다름 없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 없는 사람 없다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14% 수준이던 2010년 당시를 생각하면 꽤나 앞서나간 접근이었다.


당시 퀵켓 수장이었던 장원귀 전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사무실도 없이 카페를 전전하다가 번개장터를 고안해 냈다. 장 전 대표는 2017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카페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아이폰 3gs를 만지작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중략) 백수로 있으면서 중고거래를 하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 당시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앱들이 있긴 했는데 그것보단 잘 만들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다"며 서비스 시작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에도 온라인 중고거래 서비스가 없지는 않았지만, 번개장터가 서비스 시작 후 수년 간 1위를 고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남다른 편리성' 때문이었다. 안드로이드·iOS·웹 등 모든 운영체제에서 서비스를 지원했고, 채팅, 결제 등이 앱 내에서 한번에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빠르게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앱 내부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대화할 수 있는 채팅 서비스를 구현한 것은 번개장터가 업계 최초로 알려져 있다.

꾸준히 사용자를 늘려나가던 번개장터는 2012년 11월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고, 2013년 6월에는 모바일 중고 장터 앱 최초로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번개장터의 선전이 눈에 띄자, SK·CJ 등의 대기업, 소셜커머스업체까지 모바일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2013년 11월에는 네이버에 인수됐다. 당시 퀵켓의 지분 51%를 인수한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은 "온라인상 중고거래 이용자들을 흡수해 모바일 중고거래 시장을 활성화하고, 해외 시장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해 장기적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기업 가치는 100억 원 수준이었다. 3000만 원의 초기 자본금으로 시작한 회사가 30배에 이르는 가치를 인정받아 화제가 됐다.


이후 번개장터는 다양한 중고거래 스타트업과 손을 잡으며 사업 분야를 넓혀갔다. 2015년에는 디지털 기기 전문 중고거래 서비스인 '셀잇'과 함께 '번개-Sell' 서비스를 런칭했다. 2016년 들어서는 휴대폰 유통기업 '착한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안심중고폰 서비스를 개시했다. 번개장터에서 착한텔레콤의 검수를 거친 모바일 기기를 구매할 수 있게 한 서비스였다.

2017년 8월, 퀵켓은 네이버에서 떨어져 나오며 사명을 '번개장터'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협업을 진행해 오던 셀잇과 합병했다. 셀잇과의 합병으로 '몸집 불리기'의 물꼬를 튼 번개장터는 2019년 빅데이터 스타트업 '부스트'를 인수하며 데이터 마이닝·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검색·추천 시스템 고도화에 중점을 뒀다.


승승장구하던 번개장터는 2016년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매출액 23억 1287만 원, 영업이익 1억 6336만 원을 기록했다. 이익률이 크진 않아 보이지만,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개인 간 거래 서비스임을 고려할 때 고무적인 수치다. 2018년까지 이익률을 늘려가다가 2019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지만, 번개장터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기록해 본 회사'다.


전체 거래액 또한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7년 6420억 원에서 2018년 7960억 원, 2019년에는 1조 원을 돌파했다. 2020년은 1조 3000억 원의 연간 거래액을 기록했다. 이중 10%가 넘는 1500억 원이 번개장터의 자체 안심결제 서비스 '번개페이'를 이용한 액수다.


번개장터는 중고거래 플랫폼의 '수익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 산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은 2020년 1월 번개장터를 약 1600억 원에 인수했다. 뒤이어 여러 투자사들이 2020년 상반기에 560억 원을 투자했다. 공격적 사업 인수도 멈추지 않았다. 2020년 하반기 들어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 중고 골프용품 거래 플랫폼 '에스브릿지', 착한텔레콤 중고폰 사업부, 세컨핸드 의류 셀렉트샵 '마켓인유'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중고거래 플랫폼을 그야말로 '빨아들이고' 있다.

◇ 번개장터는 뭐가 다르길래?…'취향' 중심의 '비대면' 거래


'취향'을 내세운 번개장터를 시장에 자리 잡게 한 일등공신은 1020을 주축으로 한 'MZ세대'다. 이들은 가입자 수의 약 80%를 차지한다. 번개장터 앱은 '10대가 많이 사용하는 쇼핑앱' 상위권에도 꾸준히 오르며, 쿠팡·11번가 등 커머스 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들은 왜 '번개장터'에 열광할까. 대학내일이 운영하는 MZ세대 트렌드 분석서비스 '캐릿'은, 10대들이 △직거래보다 택배 거래를 선호 △'알뜰한 중고거래' 대신 '트렌드를 구매' △쇼핑몰을 닮은 UI와 관심사 추천 기능을 선호하기 때문에 '번개장터'를 애용한다고 분석했다.


번개장터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목들만 봐도 주 이용층의 성향이 엿보인다. 번개장터가 발표한 <2020 번개장터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번개장터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물품은 △스타 굿즈 △모바일기기 △스니커즈 등이었다. MZ세대에게 번개장터에서의 소비는 '쓰던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합리적 소비'인 셈이다.

또 다른 독특한 점은 '비대면 거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고거래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사기'를 막기 위해 '직거래'를 독려하는 여타 중고거래 플랫폼들과 확연한 차이점이다.


앱 내 '번개톡'으로 거래를 약속하고, 자체 안전결제 시스템인 '번개페이'를 활용해 결제가 이뤄진다. 택배 거래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 앱 내에서 '방문 택배'나 '편의점 택배'를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택배 기사가 정해진 시간에 물품을 픽업 후 포장, 배송까지 대신하는 '포장 택배 서비스'를 일부 지역에 한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거래부터 배송까지 안전하고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단단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왔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번개페이'는 번개장터의 쏠쏠한 돈벌이 수단이기도 하다. 구매자가 번개페이로 결제하면, 번개장터가 금액을 보관하고 있다가 상품 전달이 완료된 후 판매자에게 정산한다. 번개페이 건당 수수료는 거래 물품의 3.5%. 거래액이 늘면 늘수록 번개장터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2018년 도입 이후, 번개페이 결제액은 연평균 150% 넘게 고속 성장하고 있다는 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중고 거래 트렌드 확장을 위한 번개장터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 2월 문을 열고 '힙스터들의 성지'로 급부상한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스니커즈 리셀 전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름하여 '브그즈트 랩(BGZT Lab)'. 좀처럼 구하기 힘든 한정판 스니커즈 300여 종을 전시장처럼 진열해 MZ세대의 관심을 끌었다. 오프라인으로의 '공간 확장' 첫발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020세대를 넘어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받기 위한 노력도 해 나가고 있다. tvN에서 40회 넘게 방영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와의 협업은 '정리'와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둔 주부 세대까지 공략했다. '신박한 정리'에 출연한 셀럽의 정리템을 번개장터 온라인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하며 자연스러운 유저 유입 효과도 이끌어 냈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10년. 번개장터는 끊이지 않고 변화의 문을 두드려 오고 있다.

장명성 기자 luke.jang@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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