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미 감독의 기묘한 여인들
언제나 독보적인 스타일을 자랑하는 이경미 감독.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또 듣도보도 못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퇴마능력이 있는 양호선생님이라니요. 기괴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세계관에 푹 빠진 분들 많은데요. 이경미 감독의 대표작 속에서 또 다른 ‘기묘한 여인들’을 만나봅니다.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
안면홍조증이 있는 고등학교 러시아어 교사 양미숙. 로맨틱 코미디 장인 공효진이 주인공이지만, 로맨틱하지도 않고 이 작품의 개그 역시 어딘가 잔뜩 꼬여 있습니다. 공효진의 팬들이 아껴보는 명작이자, 이경미 감독의 팬덤이 시작된 작품입니다.
‘아랫집’의 이영애
‘친절한 금자씨’ 이후 ‘나를 찾아줘’가 이영애의 14년만의 복귀작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경미 감독의 ‘아랫집(2017)’이 먼저였습니다. 13분짜리 단편이었는데, 이영애는 딸의 건강이 걱정되어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 냄새를 막는데 집착하는 엄마로 등장합니다. 단편 영화 속 ‘이영애’라니, 그 자체로 긴장감이 대단합니다.
'페르소나'의 아이유
남성 감독이었으면 상상하는 것만으로 범죄가 될 수도 있는 온갖 페티시들을 이경미 감독이 보란 듯이 마음껏 지지고 볶습니다. 그것도 국민요정 아이유가 주연인데 말이지요. 배우 이지은의 필모그래피에서 ‘나의 아저씨’만큼이나 재평가되어야 할 작품이 ‘페르소나’의 ‘러브세트’ 일지 모릅니다.
‘비밀은 없다’의 손예진
데뷔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한다고 해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소예진. 그러나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 한 번도 끄집어내지 못했던 손예진의 서늘한 얼굴에 모두가 놀랐습니다. ‘딸을 잃은 엄마의 폭주’라고 단순화시킬 수 없는 다양한 메시지가 숨어있는데요. 여성에 대한 뒤틀린 시선들이 난반사되며 변주되는 손예진의 다채로운 표정을, 우리는 이 작품 밖에서 다시 못 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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