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영화

명절에 채널권을 독점한 부모님들과 나훈아의 콘서트를 강제 시청하다가 깜짝 놀란 분들이 많습니다. 노래, 퍼포먼스, 무대 어느 하나 최고가 아닌 게 없는 ‘나훈아’라는 아티스트가 궁금해지는데요. 

알고 보면 영화에서도 놀라운 연기력 보여주셨던 만능 엔터테이너. 그가 출연한 10여 편의 영화 중에서 대표작들을 소개합니다. 

나훈아의 영화 데뷔작. 대한민국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하나인 문희, 섬세한 이목구비로 여심을 녹이던 꽃미모 시절의 노주현과 함께 주연으로 데뷔한 영화입니다.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던 여인이 잠시 그들을 떠났다가 돌아와 차례로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무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쿨한 전개. TV 보급률이 10%도 안되던 시절, 목소리로만 듣던 나훈아를, 이 남자의 꾸틀거리는 눈썹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세기의 라이벌 남진과 나훈아가 나란히 등장하는 영화. 팬클럽 사이에 신경전도 만만치 않았던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는 언제나 화제가 되었습니다. 

남진이 소매치기로 인생을 허비하는 청년 ‘혁’. 그리고 나훈아가 이런 혁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는 진정한 친구 ‘훈’으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불량배에게 추행을 당하던 여인을 구해주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립니다. 액션 씨도 많고 전개도 빨라 몰입감이 있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존재감만으로 화면이 묵직합니다. 이후, 나훈아는 영화에서 ‘훈’이라는 이름을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참고로 두 분이 같이 나온 영화로는 본격 범죄 액션 ‘동반자’, 가족극 ‘어머님 생전에’ 등이 있습니다.

많은 작품에서 가수를 연기하지만, 한 편으로는 다양한 캐릭터의 정극 연기 역시 탁월했던 나훈아입니다. 

실수로 사람을 치고 자수할지 숨길지 고민하는 택시기사 석민. 결국 자수하고 옥살이를 하는 동안, 부인 숙영이 남편 때문에 외아들을 잃게 된 집안에 사죄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준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도 나훈아, 박노식, 윤정희 등 명배우들의 연기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가수를 꿈꾸는 훈(나훈아)과 권투 챔피언이 되고 싶은 석불(김희라)의 버디무비. 여기에서 나훈아는 가수로 성공한 후 자신을 뒷바라지하던 친구 석불과 연인 지애에게 등 돌리는 나쁜 남자로 등장합니다. 

역할이 가수인만큼 ‘추풍령’ 등의 노래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시 극장에서 떼창을 하고 박수를 치며 N차 관람을 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한참 먼저였네요.

강신성일, 윤소정, 장미희 등 당대의 스타들이 총출동한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에서의 나훈아는 음대에 재직중인 장교수. 8년전 세미나로 미국에 갔을 때 잠시 만났던 여인이 아이를 남겨놓은 채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요. 이미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던 장교수는 혼란스럽지만, 미국에 건너가 ‘준’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당시에는 드문 미국 로케이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듬직한 하관과 각진 뿔테가 기막히게 어울리는 나훈아를 볼 수 있습니다. 힙터지네요. 

나훈아의 영화는 12편 중 10편이 71년에서 73년까지 제작되었습니다. 한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던 나훈아가 가수로 컴백한 80년대 초 다시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과 ‘3일낮 3일밤’ 두 편을 촬영하게 됩니다. 

본격 멜로영화로 나훈아의 키스신이 유독 많은 작품입니다. 인기절정의 가수 훈(나훈아)이 대기업 총수의 애인 오수미와 사랑에 빠집니다. 훈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미애와 가수생활도 마다하고 수미와 뜨거운 관계로 발전합니다. 19회 백상예슬대상에서 주제가상을 탄 작품이기도 합니다. 

**자료출처 :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