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 최고의 '미친 언니'는 누구?
조회수 2019. 8. 9. 15:50 수정
한국영화 광녀연기모음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추는 게 아니라,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광녀’ 연기를 선보였던 현역 배우들을 모아봤다.
‘웰컴투동막골’의 여일 (강혜정). 전쟁, 이념, 갈등 따위는 개념 자체가 탑재되지 않은 동막골의 순수를 대변하는 소녀.
“뱀이 나와. 뱀이 나온다니.” “뱀이 거 깨물면 마이 아파. 우짜믄, 그래 아픈지...” “니가 말하는 미친 년에 나도 끼나? 내가 미친 거, 니 말고 딴 사람들도 많이 아나?” 등 명대사가 많았다.
‘몬스터’의 복순 (김고은). 시골 장터에서 노점상을 하면서 하나뿐인 동생과 살아가는 어리숙한 소녀.
간단한 셈도 못해서 툭하면 사기를 당하고 손해를 보기 일쑤지만, 잘못 건드리면 악다구니의 끝을 보여준다.
.엄밀히 말하면 정신이 이상한 건 아니고 지능이나 학습 능력이 많이 떨어질 뿐인데도, 그놈의 성깔과 고집때문에 동네에서 ‘미친년’으로 통한다.
그런데 살인마 이민기는 겁도 없이 그런 복순의 동생을 죽이고 복수의 타겟이 되었으니, 천벌 받아 마땅한 놈이긴 해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야 하나 싶다.
‘부라더’의 오로라 (이하늬)입니다. 티격태격 형제의 차에 치는 사고 이후, 형제의 인생에 깊이 개입하게 된 신출귀몰 ‘서울여자’.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능청스런 말과 행동은 종종 형제를 혼란에 빠뜨리다가도, 보물을 찾는 중요한 단서들이 된다.
영화에선 웃음과 미모를 담당하는 캐릭터지만 반전의 열쇠 또한 쥐고 있으니, 그녀의 말과 행동을 허투루 웃어넘겨선 아니 될 것이야!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영군 (임수정).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싸이보그라고 믿으며, 형광등이나 자판기와 수다를 떤다.
그래서 음식 대신 건전지 전기를 “먹는데”, 당연히 몸이 점점 허약해질 수밖에. 여기서 오는 위기감이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
정상인 관점에서 이들의 기행을 지켜보는 영화가 아니라, 이들의 망상이 만드는 흥미롭고 아름다운 판타지로 따라 들어가는 영화로, 임수정의 연기는 발군이다.
‘독전’의 보령 (진서연). 아시아 최대 마약조직 보스 진하림(故 김주혁)의 여자. 둘 다 마약과 권력에 중독된, 꺼릴 것 없이 제 멋대로인 캐릭터로, 한국 영화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맛 간’ 커플을 연기해 크게 화제가 됐다.
보령은 아무데서나, 아무 앞에서나 훌렁훌렁 벗고, 내키는대로 화 내다가 웃다가 하는, 불편할 정도로 제 멋대로인 여자다. 이런 광기는 심각한 마약 중독에서 비롯되기보다, 완벽하게 자유롭고 자신만만한 성격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어떤 면에선 다른 광녀 캐릭터들이 지닌 순수함과 일맥상통하는 인물이었기에 보령 캐릭터와 진서연의 연기가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꽃잎’의 소녀 (이정현).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슬픈 대한민국 현대사의 희생자. 눈 앞에서 펼쳐진 끔찍한 비극의 트라우마로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10대 소녀.
신 들린 듯 눈을 까 뒤집거나, 기차 유리창을 이마로 깨는 등의 열연을 펼친 만 15세 이정현은 태어나서 처음 해 본 연기로 그해 각종 신인상을 휩쓸고 충무로 블루칩이 됐다.
몇 년 뒤 가수로 변신해서는 꽃 대신 비녀를 꽂고, 무대 위에서 광기에 가까운 카리스마를 뿜어 대며 한류 스타로 거듭 났다.
30대 중반에는 다시 연기자로 돌아 오더니 또 다른 광기의 캐릭터를 연기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청룡 여우주연상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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