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영화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이 방영 중이다. 시리즈에는 다양한 악역들이 등장하고 사라졌지만, 레나 헤디가 연기한 세르세이는 마지막 시즌까지 살아남아 한층 더한 독기를 뿜어내고 있다. 그녀의 단단한 고전미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매력이 아닌데, 그래서인지 왕비만 세 번이나 연기했었다. 레나 헤디가 연기한 왕비님들을 만나본다. 

‘대마법사 멀린’은 2부작 TV 드라마다. 아더왕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인데, 샘 닐, 룻거 하우어, 헬레나 본햄 카터 등 전설적인 배우들이 참여한 나름 대작이었다. 레나 헤디는 여기에서 아더왕의 왕비인 기네비어를 연기한다. 아더왕 설화에서 기네비어(Guinevere)는 원탁의 기사 중 하나인 랜슬롯과의 금지된 로맨스로 유명하다. 여기에서도 성배를 찾아 아더왕이 원정을 떠난 사이, 랜슬롯과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왕비의 불륜은 정쟁의 불씨가 되어 아더왕을 파국으로 이끈다. 

아직 걸크러쉬 매력을 뽐내기 전, 데뷔 초기 청초한 느낌의 레나 헤디를 만나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과감하게 그 결정에 모든 것을 거는 이 왕비님의 결기에서 훗날 할리우드 대표 걸크러쉬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코믹스 원작을 혁명적인 실험적인 비주얼로 완성한 작품으로 여기에서도 레나 헤디의 고전미는 작품 전체의 설득력을 제시한다. ‘300’에서 레나 헤디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의 왕비 고르고를 연기했다. 페르시아의 100만 군대 앞에 결사의 투쟁을 선택한 레오니다스 왕은 300의 정예 군대보다 어쩌면 지혜롭고 강단 있는 고르고 왕비를 더 의지하고 있었는지도. 

‘300’의 고르고 왕비 역은 그동안 ‘이매진 미 앤 유’ 나, ‘경찰, 은행을 털다’ 같은 어정쩡한 코미디에서 소비되던 레나 헤디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후, 터미네이터 세계관의 드라마 ‘터미네이터 : 사라코너 연대기’에서 강철 여인 ‘사라 코너’를 연기하는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걸크러쉬 배우로 자리잡는다. 

** 아래 본문에 왕좌의 게임 시즌 8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8년을 이어온 이 위대한 드라마가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 시리즈는 왕좌를 놓고 벌이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는 한편, 인간 세상에 종말을 고하기 위해 남진하는 화이트 워크의 위협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마지막 시즌의 세 번째 에피소드가 끝난 지금, 최종 보스인줄 알았던 화이트 워커와의 전투는 다소 싱겁게 끝이 났다. 

결국, 시리즈의 ‘끝판왕’은 레나 헤디가 연기한 세르세이가 되었다. 그녀는 그동안 수 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파멸을 더 큰 파멸로 이겨내며 종국으로 치닫는 그녀의 광기는 단순한 악인 이상의 매력이 있다. 유일하게 마음을 허락한 존재이자 자신의 쌍둥이 동생인 ‘제이미’마저 존 스노우와 대너리스의 연합군으로 가버린 지금, 세르세이는 또 어떤 종말을 준비하고 있을까?

저작권자 ⓒRUN&GU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보도자료발송 및 기사제휴 : runandgunmovie@hanmail.net

[런앤건 = 글: 이맹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