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고경표의 또 다른 얼굴

조회수 2020. 9. 2. 11:20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고경표가 오랜만에 드라마 <사생활>의 사기꾼 이정환 역으로 돌아온다. 날카로운 눈빛과 단단한 마음으로.

체크 재킷 폴 스미스, 행커치프 샌프란시스코마켓, 니트 피케 셔츠, 터틀넥, 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만약 고경표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대신 써야 한다면, 오늘 알아낸 사소한 정보를 입력해도 좋을 것이다. <슬램덩크> 게임을 좋아함, 게임 캐릭터로 포기를 모르는 3점 슈터 정대만을 좋아함.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와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인물의 심리나 감정을 상상하게 하는 영화를 좋아함. 1990년대 흑인음악 애호가임. 영화 <해리포터>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세대임. 친구들 사이에서 진지충과 꼰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함. 술은 1주일에 한 번만 마심. 입금 전후 사진과 <감자별 2013QR3> 짤을 재밌어함. 하지만 아래 인터뷰를 읽어보면 그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이 하나도 궁금하지 않을 것이다. 고경표와 외모, 유명세, 그리고 행복과 아름다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레오퍼드 재킷, 니트, 쇼츠 모두 오디너리피플.

Q. 입금 전후 사진으로 화제가 많이 됐어요. 지금은 입금 후 상태인가요? 그 사진 재밌더라고요. 근데 그렇게까지 살찐 건 한 번뿐이었어요. 살찐 사진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마치 입금 전에는 제가 항상 그 모습인 것처럼 다들 오해하더라고요. 게다가 그때가 마침 <응답하라 1988> 찍기 전이어서 비하인드 오디션 영상과 살 빼는 과정이 비춰지면서 ‘고경표는 평소에는 퉁퉁한데 작품 들어갈 때만 살을 뺀다’고들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늘 해명을 하고 있지만 인터넷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하네요.(웃음)

Q. <차이나타운>에서는 몸의 무게중심에 대해 신경 썼고, <최강 배달꾼>에서는 일부러 곱슬곱슬한 헤어스타일을 시도했어요. 드라마 <사생활>을 촬영하고 있는 지금, 자신의 얼굴과 몸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뭔가요?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캐릭터로 보이면 좋겠어요. 8 대 2 가르마 머리를 하고, 슈트를 입고 나와요. 슈트의 모양과 핏 등도 신경 썼어요. 그리고 몇 년 만에 몸무게 앞자리가 7로 바뀔 정도로 다이어트를 했어요. 군대 다녀와서 살이 조금 빠지기도 했는데 4~5kg을 더뺐어요. 꼭 작품 때문만은 아니고 건강을 좀 챙기려고요. 그리고 감정의 과잉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감정의 과잉을 빼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군대에 있을 때 제가 나왔던 드라마를 모두 다시 봤어요. <질투의 화신> <최강 배달꾼> <크로스> <시카고 타자기> 등등요. 지금과 당시의 해석이 다르니까 그러겠지만, 지난 연기를 다시 보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왜 저기서 저렇게 연기했을까?’ ‘저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은데….’ 반성하면서 감정의 과잉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Q. 드라마 <사생활>에 관해 알려진 게 별로 없어서 짐작하기 쉽지 않은데요. 이정환 역할과 관련, 대본에 쓰여 있지는 않지만 본인이 해석하거나 추가한 것이 있다면 뭔가요? 대외적으로는 회사원 신분인 것처럼 생활하고 있지만 나라의 정세와 관련된 뒷일을 공작하고 있어요. 이정환은 스스로에 대한 연민도 있지만 개인의 정의감도 있고 도가 지나치다 싶은 일에 대해서는 죄의식이 있는 사람 같아요. 오로지 자기 목표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사는 것 같지는 않아요. 냉혹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레더 코트 막시제이, 데님 셔츠 캘빈클라인 진, 데님 팬츠 플랙, 넥타이 브룩스 브라더스, 로퍼 후망. 

Q. 군대 다녀와서 고른 첫 작품인데, 이번 작품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전 그간 잊혀진 게 좋거든요. 그래서 이 일이 항상 어려워요. 주목받고 관심 끄는 게 필요한 일이기는 한데, 주목과 관심을 받으면 힘들더라고요. 배우 욕심으로는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데, 그러면 반갑지 않은 점을 맞닥뜨려야 하고…. 제 성향상 그걸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이제는 목표 같은 걸잘 안 세워요. 어느 순간부터는 ‘뭔가를 이뤄야지, 이번 작품에서는 뭔가를 얻어내야지’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게 됐어요. ‘작품을 잘 마무리해야지,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야지’ 그 정도예요.

지금 행복한 것, 지금 누릴 수 있는 것, 지금 느낄 수 있는 것을 온전히 만끽하려고 해요. 전 지금이 좋거든요. 더 이상 이루고 싶은 목표는 없어요. 지금도 이미 너무 많이 얻었다고 생각해요.

Q. 반갑지 않은 점이라고 했는데, 어떤 게 두려운 건가요? 사람들이 평가하는 게 두렵나요? 네, 사람들에게 관심 받는 것 자체요. 일련의 사건도 있었고요.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게 무서워요. 인지도는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Q. 지금보다 더 큰 관심은 안 받았으면 하나요? 전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않아도 좋아요. 이 정도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는 편이고 작품도 계속하고 있고요. 스타가 되는 것?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 목표나 의미, 타당성이 제게는 잘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아반떼를 타고 다니는데요, 아반떼는 그냥 차거든요. 어떤 사람은 연예인인데 왜 더 좋은 차 안 타느냐고 해요. 그러면 궁금한 거죠. 도대체 차의 본질은 무엇인가? 내가 이 차로도 불편함이 없는데 사람들이 의아함을 갖는 이유는 뭘까? 왜 더 좋은 차를 타야 하는 걸까? 심지어 “검소한 척하려는 거야?”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분들이 보기엔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해요. 근데 제가 아니면 괜찮은 거잖아요. 저도 언젠가는 다른 차로 바꾸겠죠.

Q. 그럼 연예인, 배우로서의 모습과 실제 나 자신의 모습 간 간극 때문에 괴로운 일은 없는 편인가요?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걸 느끼려고 하면서 그 간극을 채워가고 있어요. 지켜봐주는 분들이 있으니까 연예인으로서 충분히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로 돌아왔을 때는제 삶을 존중받고 싶어요. 전 그냥 얼굴 드러내고 다녀요. 이제 사람들이 동네에서 저를 마주쳐도 신기해하지도 않아요. 알아봐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시니 너무 감사할 뿐이죠. 딱 거기까지의 관심이 좋아요. 이 일을 하면서 대중에게 얻어야 할 호감은 이미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인터넷보다 제일상에서 많이 채워가고 있어요.

체크 재킷, 쇼츠 모두 우영미, 프린팅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외부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만족을 삶의 기준으로 삼기는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생각하게 된계기가 있었나요? 얼마 전에 다쳐서 오른손과 오른발이 좀 불편했어요. 심할 때는 걷지도 못했고 오른손도 못 썼어요. 한 손으로 씻어야 하고 한 손으로 단추를 채워야 했는데, 그간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생활이 너무 어려워지는 거예요. 오른손 수술 끝나고 깁스 풀고 오랜만에 젓가락질을 하는데, ‘이렇게 많은 걸 누리고 있었으면서 내 삶의 좋은 것들은 다 제치고 뭔가에 결핍이 있는 사람처럼 나쁜 것만 찾아 헤맸구나’ 싶더라고요. 목발 없이 걸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더라고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거라고 생각해요. 건강하기만 하면 세상에 누릴 게 너무 많아요. 날씨 좋은 날 벤치에 앉아서 그 날씨를 만끽하는 것, 상상만 해도 너무 좋잖아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걸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Q. 연기를 하면서 확신에 가까워진 생각도 있나요? 연기하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생겼어요. 연기할 때 ‘이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걸까, 어떻게 표현해야 내가 대본을 보고 느낀 감정이 잘 전달될까’ 고민하게 되잖아요. 아무리 악역이라도 그 사람을 이해하고 연기해야 하다 보니, 지금은 어떤 사람을 봐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돼요. 누군가를 해치거나 죄를 짓는 것만 아니면요. 나랑 안 맞는 거지 나쁜 건 아니잖아요. 가치관이 다른 거라고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Q. 그래도 화가 나는 순간은 있겠죠? 있지만 다스리려고 하죠. 전 그게 성숙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요. 제 감정으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면, 그걸 숨기는 일쯤이야 어렵겠나 싶더라고요.스스로 미울 때도 있잖아요, 그런 순간은 언제인가요? 되게 모순적인데 방금 제가 한 말들을 하려고 할 때요.

Q. 왜요? 쌓아두는 게 아니라 지나가고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가끔 속상하거나 외로울 때가 있죠.

러플 디테일 톱 카이머, 데님 팬츠 밀리언코르, 블로퍼 후망.

Q. 그런 감정을 공유할 만한 사람이 있나요? 외로움도 혼자 감내하나요? 요즘은 친구들 만나도 이런 얘기하는 걸 다들 꺼려요. 진지충이나 꼰대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전 이게 왜 진지충이고 꼰대인지 모르겠거든요.(웃음) 이런 생각을 교류하고 싶고 다른 사람 얘기도 듣고 싶어요. 제가 몰랐던 것들을 인지하게 되면서 저도 변화할 수 있잖아요.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듣고 싶은 것도 많고요. 근데 다들 듣기 싫어하고 말해주지도 않으려고 해요. 어릴 때는 꿈에 대해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자주 얘기했어요. 요즘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우리끼리 또 그런 얘기를 해야 하나 생각하는것 같아요. 그 말도 맞죠.

Q. 우리가 볼 때 배우는 자신을 표현하는 직업 같은데요. 스스로 생각해봤을 때 좋은 청자이기도 하나요? 그러려고 노력해요.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해도 옆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될 때가 많더라고요. 다른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하죠. 그러면서 제 생각도 되새겨보고요.

Q. 최근에 들은 얘기 중 좋았던 건 뭔가요?

친구랑 <먼 훗날 우리>라는 멜로 영화를 봤는데, 그 친구가 “남자는 자식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같고 여자는 부모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남자들은 자신이 준비가 되었을 때 사랑하려고 하잖아요. 자식들이 “저 명절에 못 가요, 용돈 보내드렸어요, 맛있는 거사 드세요” 그러는 것과 같죠. 하지만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벌어다 주는 돈보다 같이 있어주는 걸더 바라잖아요. 그 영화 속 여자 주인공 역시 성공하지 않아도 되니 남자 주인공이 자기 곁에 있어줬으면 하더라고요. 물론 반대로 생각하는 분도 있겠죠.

Q. 혼자 보는 영화도 좋지만, 극장에서 친구들이랑 영화를 함께 보고 평소 생각조차 안 해본 주제를 마구 얘기하는 것도 코로나 이전 시대의 좋은 경험이었어요. ‘요즘 넷플릭스에 재밌는 거 많던데 뭐봐?’ 하고 물어보면, 보는 게 다 달라요. 개인의 취향이 이렇게 다양하구나 싶어 좋기는 한데, 공통의 주제가 없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다들 각자가 본 콘텐츠를 말하는데 서로 안 봤으니까 뭔 말인지 모르겠고 ‘그래? 나중에 볼게’ 하고 절대 안 보죠.(웃음) 저도 이제 지난 시대의 사람처럼 느껴져요. 군대 가기 전인 20대까지만 해도 제가 시대의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약간 비켜서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친구들은 분명 다른 감성을 갖고 있겠죠.

Q. 그래도 젊다고 느끼죠? 신체 나이는 분명 늙었는데 정신적으로 젊음을 강요당하는 시대인 것같아요. 과거에는 스무 살만 돼도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생각하는 관점에서도 그렇고 완전히 어른의 위치에 있더라고요. 요즘이 좋기는 하죠. 제 나이인 서른한 살도 아직 젊다고 생각하니까요.

30대가 되고 다치기 시작하면서 젊음을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회복하는 속도도, 다치는 크기도 다르고, 세세하고 자질구레한 탈이 계속 나요.

Q. 젊음을 위해 지키는 습관이나 규칙이 있나요? 술을 거의 안 마셔요. 예전엔 매일 마셨는데, 지금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마셔요. 마실 때 많이 마시기는 하는데, 예전에 비하면 거의 마시지 않는 편이에요.

레더 코트 막시제이, 데님 셔츠 캘빈클라인 진, 데님 팬츠 플랙, 넥타이 브룩스 브라더스, 로퍼 후망.

Q. 알고 있는 뷰티 상식이 있다면 뭔가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생각인데 피부에 최대한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해요. 화장 지울 때도 클렌징 워터를 이마부터 얼굴 위로 그냥 흘려보내요. 좀 아깝기는 하지만 얼굴 위로 계속 흘리면서 최대한 살살 문질러요. 그리고 운동하고 땀을 흘려서 노폐물을 배출해야 해요. 운동을 하면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져요. 외롭거나 우울증이 있는 분들에게 꼭 운동을 추천하고 싶어요. 물론 거기까지 가기 힘들다는 거 잘 알아요. 그래도 운동이 삶에 미치는 효과, 꼭 강조하고 싶어요.

Q. 어떤 걸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나요?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요.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를 누군가는 처리해주고 있는 거잖아요. 내 삶이 윤택하게 돌아가는 데는 각각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거죠. 그분들에게 매번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도 사회 안에서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일부분을 맡고 있고,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거죠.

Q. 극 중 특별히 좋아하는 본인의 모습이 있나요? 다 너무 소중한 추억이라 좋은데요. 요즘 (서)예지가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화제가 되면서 <감자별 2013QR3>이 다시 회자되더라고요. 예전엔 제가 코믹한 이미지로 소모되는 게 싫었거든요. 지금은 <감자별 2013QR3> 고경표 짤도 좋아요. 그렇게라도 사람들이 한번 웃을 수 있는 게 어딘가 싶어요.

더 많은 뷰티 꿀팁이 궁금하다면?

♥클릭↓♥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