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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코리아

지금까지 이런 경주 없었다, 이것은 전자오락인가 레이스인가

포뮬러 E 레이스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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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로 일하면서 모터스포츠와 관련한 취재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엔진 달린 탈 것을 워낙 좋아해서 세계 각지의 레이스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자동차/모터사이클과 관련된 직업을 택한 것은 무척 행운이었다. 


그런데 이게 혼자 재밌게 볼 때는 괜찮지만, 누군가에게 ‘레이스의 재미’를 설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누가 제일 빠르냐에만 관심을 가지면 1등을 독차지하는 선수가 있을 경우 금세 흥미가 떨어지게 마련이고, 룰이 복잡한 경기의 경우에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알기 어려워 아무리 들여다봐도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이스라고 해도 우리나라 선수가 없는 데다 해외에서 펼쳐지는 경기에 독자들이 흥미를 갖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유명한 레이스인 포뮬러1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22명의 드라이버가 11개팀에서 싸우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드라마와 긴박한 작전, 그리고 선수들과 팀 간의 히스토리가 얽혀 다양한 재미를 가져다주는 경기지만, TV 중계조차 해주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그 모든 재미를 제대로 알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해외에서는 월드컵과 올림픽에 맞먹는 빅 이벤트여서 TV 중계는 물론이고 스포츠 뉴스시간에 단골로 다뤄지는 아이템인데다 잡지와 신문에서도 매번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해 소개하기 때문에 대중의 이해도가 높지만, 누가 이기고 지는지가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에서 그 복잡한 재미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2019년 들어 시즌5를 맞은 포뮬러 E가 더 없이 반갑다. 이 경기는 룰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도 금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흥분할만한 요소가 차고 넘친다.


2014-2015 시즌에 처음 시작된 포뮬러 E는 공도를 서킷으로 활용해 펼쳐지는 전기차 레이스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장착한 경주차는 모든 팀이 동일한 형상이지만, 모터와 인버터, 쿨링 시스템은 각 팀이 독자 개발해 사용한다. 브레이크와 타이어를 비롯해 섀시와 배터리를 모든 팀이 동일한 제품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용을 줄이고, 출력과 주행거리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한 방법이다. 

물론 전기모터 등의 핵심 부품이 다르기 때문에 성능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팀 운영비용이 많게는 4000억원 가까이 차이 나는 F1과 달리 각 팀 차량의 성능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치열한 배틀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매 경기마다 평균 100회의 추월이 발생하는데, 예선 1위로 앞자리에서 출발하는 차량이 1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 F1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난 4월 1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7전에서도 첫 번째 코너에서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잠시 경기 시작이 늦춰지는 일이 있었는데, 포뮬러e에서는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워낙 레이스가 치열하다보니 20명의 드라이버 중 8명이 F1 드라이버 출신이며 테스트 드라이버까지 더하면 총 14명이 F1 출신이거나 현재까지도 겸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매 경기마다 우승자가 다른 기가 막힌 상황이 펼쳐진다. 선수들로서는 한 숨도 돌리기 힘든 상황이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가슴 졸이며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레이스에 집중하느라 팬 서비스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연습경기가 펼쳐지는 금요일부터 선수들은 레이스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팬들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팬들과의 사인회는 기본이고, 전세계에서 모인 기자들과 섞여 인터뷰를 갖는 시간을 갖는다. ‘섞여’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단상 위 테이블에 앉아 마이크로 답하는 게 아니라 기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뒤섞여 인터뷰를 하기 때문이다. 콧대 높은 F1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레이서들은 팬들과 함께 레이싱 게임을 즐기거나, 셀피를 찍는데도 오랜 시간을 들인다. 

심지어 아우디팀의 루카스 디 그라시와 다니엘 압트는 로마 시내에서 전기 스쿠터를 타고 피자 배달을 하기도 했다. 레이싱 드라이버들이 프로 축구 선수 못잖은 인기를 끄는 유럽에서 이런 파격적인 팬 서비스는 당연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다양한 레이스 현장을 취재해봤지만, 이렇게 선수들과의 거리가 가까운 경기는 처음이었다. 포뮬러 E 선수 뿐 아니라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의 영웅들도 팬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선다. 아우디와 함께 르망에서 5회의 우승을 차지했던 엠마누엘 피로와 2회 우승을 차지했던 딘도 카펠로는 리포터로 참가해 아우디 포뮬러 E 팀의 소식을 수시로 알렸다. 아우디 포뮬러 E 팀의 감독을 맡고 있는 르망의 동료 알란 맥니시를 장외에서 돕고 있는 셈이다.  

이런 팬들과의 관계가 단순히 포뮬러e를 알리기 위한 게 아니라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다. ‘팬 부스트’라고 불리는 제도는 일종의 인기 투표인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상위 5명의 드라이버는 경기 후반부에 5초 동안 추가 출력을 얻을 수 있다! 내연기관 레이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의 경기 참여 방식인 셈이다. 5초 동안의 출력증가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추월을 하거나 100분의 1초 단위의 순위 다툼을 하는 상황에서는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도 있다. 

가장 재미있는 요소는 바로 ‘어택 모드(Attack Mode)’다. 이 또한 전기모터로 출력을 내는 경주차의 특성을 살린 것인데, 경기장의 특정 위치에 설정된 어택모드 구간을 지나가면 25kw의 추가 출력을 사용할 수 있다. 어택모드 구간은 통상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레이싱 라인 구간이 아니라 코스를 살짝 벗어나는 곳에 정해지는데, 잠깐 가장 빠른 코스를 벗어나는 대신 더 높은 출력을 얻음으로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차보다 훨씬 빨라지기 때문에 추월이 훨씬 용이하며, 작전에 따라서는 다른 팀의 라인을 방해하는 등의 팀플레이에도 사용될 수 있다. 

어택 모드 구간과 사용 시간 등은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정해지고 발표되기 때문에 선수들은 미리 대응할 수도 없다. 임기응변으로 경기의 흐름에 따라 활용해야 하는 셈이다. 어택모드 중일 때는 드라이버 앞에 Y자로 설치된 안전장비인 HALO가 파란색으로 빛나며, 팬부스트 중일 때는 빨간색으로 빛나서, 관객들은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로마 경기에서도 재규어 레이싱팀의 미치 에반스가 어택모드를 활용해 DS팀의 앙드레 로테러를 추월하면서 이 시스템의 진가를 보여줬다. 선수들이 언제 어떻게 어택모드를 사용할지 추측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어택모드를 사용하는 중에는 서킷 전체가 숨을 죽이며 경기를 관전할 정도로 긴장감이 감돈다.  

2014년 포뮬러 E의 시작과 함께 경기에 출전한 아우디스포트 압트 섀플러 팀은 지금까지 총 52번의 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38번 포디움에 올라 최다 포디움을 기록했고, 모든 경기에서 팬부스트를 받는 등 포뮬러 E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우디 팀은 이번 시즌에 멕시코전에서 우승한 것을 포함해 그동안 모두 11번 샴페인을 터뜨렸다. 아우디가 르망을 떠나 포뮬러 E에 힘을 쏟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쪽이 더 일반 관객들과 눈높이를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비쥬얼과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포뮬러e는 유튜브에서도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도시의 랜드스케이프 속에서 전자음을 내뿜는 경주차들의 질주를 통해 21세기의 모터스포츠를 맛보시길. 레이스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이 레이스는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신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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